[일본 문화 깊이 알기] 스모, 다도, 라쿠고의 공통점? 일본 전통을 잇는 직인(職人), 명인(名人), 스승(師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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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5

라멘집, 우동집에서 힘차게 '이랏샤이!'를 외치는 머리에 하치마키(鉢巻; 정신통일, 기합 등을 위해 머리에 질끈 매는 수건이나 끈)를 멋들어지게 묶은 요리사, 밑단이 풍선처럼 펑퍼짐한 작업복 바지에 흙과 페인트를 잔뜩 묻힌 채 거리를 활보하는 기술자들. 왠지 모를 포스에 각코이(格好いい; 멋지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일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쇼쿠닌(職人)’, ‘메진(名人)’, ‘시쇼(師匠)’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봅니다.

<내용 구성>

◆ 쇼쿠닌(職人)

・쇼쿠닌게(職人芸), 쇼쿠닌가타기(職人気質)

◆ 프로페셔널의 다른 이름, “쇼쿠닌”

◆ 라쿠고, 서예, 차, 꽃... 메진(名人), 시쇼(師匠)에게 배우다

・일본 전통문화의 3도(三道、さんどう)

・데시이리(弟子入り)와 게코(稽古)

◆ 스모(相撲)와 공동생활

・우리는 한가족, 스모베야(相撲部屋)

쇼쿠닌(職人)

“쇼쿠닌(職人)”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숙련된 기술을 갖고 물건 등을 만드는 기술자,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요. ‘기술자’라고 하는 말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부터 ‘사농공상(士農工商)’ 중 ‘공(工)’에 해당되는, 쇼큐닌들을 존경하는 문화가 자리잡아,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존경받는 기술자’, ‘존경할 만한 기술을 보유한 사람’과 같이 ‘쇼쿠닌’이라고 할 때에는 ‘존경’의 마음이 함께 따라 붙습니다. 

유리세공(ガラス細工), 옻(漆、うるし) 등의 수공예, 전통공예 분야를 비롯해, 목수(大工、だいく), 정원사(庭師、にわし), 토비쇼쿠(鳶職、とびしょく);건설 현장 등에서 높은 곳에서 하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쇼쿠닌), 다타미쇼쿠(畳職) 등의 수공업 분야 등에 다양한 쇼쿠닌들이 있고, 요리 분야의 ‘스시쇼쿠닌(寿司職人、すししょくにん)’도 쇼쿠닌으로 일컬어집니다.

잠깐 일본어>> ニッカポッカ

“저 바지 뭐지!” 길거리에서 밑단이 헐렁하게 부푼 독특한 모양의 바지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건설, 토목 현장 쇼쿠닌들의 작업복 바지로,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패션으로 각광받기도 했던 ‘ニッカポッカ(닛카폿카)’입니다. 바지 밑단이 아물어져 있어 날카로운 부분 등에 걸리지 않아 안전합니다. 토비쇼쿠닌처럼 높은 곳에서 일하는 경우, 헐렁한 바지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에 무척 편리하다고 하네요. 의외로 시원하고 불어오는 바람 등을 느끼는 센서 역할도 톡톡히 해준다고 합니다.

* 닛카폿카를 입은 쇼쿠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담은 일본의 사진가 松田 忠雄의 「職人写真(쇼쿠닌 사진)」 시리즈 https://www.nippon.com/ja/images/i00045/

쇼쿠닌게(職人芸), 쇼쿠닌가타기(職人気質)

쇼쿠닌과 관련해서 ‘쇼쿠닌게(職人芸)’라는 표현도 주목할 만합니다. ‘쇼쿠닌이 아니라면 결코 보여줄 수 없는 완성도 있는 경지, 또는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국에서 ‘달인의 경지’를 표현하며 ‘예술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죠?

‘쇼쿠닌가타기(職人気質、しょくにんかたぎ)’는 ‘기질(気質)’이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자기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탐구’, ‘자기 기술에 대한 품위, 자신감, 당당함’, ‘돈, 시간 등 물리적 제약보다 기술과 완성도를 추구함’ 등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요. 한국의 문맥에서는 ‘장인정신’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프로페셔널의 다른 이름, “쇼쿠닌”

‘장인’이라고 하면 어쩐지 부담스럽고, 일반인인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데 일본에서는 일상 생활에서도 ‘쇼쿠닌’이라는 말이 흔히 쓰입니다. ‘프로페셔널’의 다른 이름일까요. 그런 의미에서는 ‘생활의 달인’의 ‘달인’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우직하게 기술을 연마하여 익히는 것이 당연하고 또 존경받는 일본 문화가 멋스러워 보입니다.

이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자기만의 기술로 몸에 익힌 친구를 이렇게 불러보세요. “쇼쿠닌(職人)!”

라쿠고, 서예, 차, 꽃... 메진(名人), 시쇼(師匠)에게 배우다

사농공상의 ‘공(工)’의 쇼쿠닌들과는 분야를 달리해 예술 분야에서는 메진(名人、めいじん), 즉 명인들과 ‘시쇼(師匠、ししょう)’ 즉 스승들이 일본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워왔습니다.

‘명인’ 하면 ‘라쿠고메진(落語名人、らくごめいじん)’이 떠오릅니다. 경지에 올라 이름을 알린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죠. 

한편, 쇼도(書道), 사도(茶道), 카도(華道), 즉 서예, 차, 꽃의 분야에서는 ‘~道’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시쇼(師匠), 즉 스승들이 데시(弟子、でし), 즉 제자들을 가리키며 일본 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 전통문화의 3도(三道、さんどう)

쇼도(書道)

한국에서는 어린 시절 잠깐 접하거나 고령자들의 취미생활로 여겨지는 서예. 일본에서는 고등학교, 대학・대학원에서도 부활동은 물론 전공으로 설치되어 있는 등 저변이 넓습니다. 쇼도의 전문가는 ‘쇼카(書家)’, ‘쇼도카(書道家)’라고 합니다. 

>> 일본의 서도 '쇼도'

사도(茶道)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등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사도(茶道)’. 옛날에는 ‘차토(茶湯、ちゃとう)’, ‘차노유(茶の湯、ちゃのゆ)’ 등으로도 불렸다고 합니다. 사도에 통달한 전문가를 ‘차진(茶人、ちゃじん)’ 또는 ‘사진(茶人、さじん)’이라고 부르는데, 일반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인물은 ‘센노리큐(千利休)’입니다. 간소하고 소박한 절제된 ‘와비차(わび茶)’ 문화를 완성한 인물이죠. 사도에서는 ‘OO流’, ‘***派’와 같이 이름 뒤에 ‘류’나 ‘파’가 붙어, ‘~스타일’, ‘~식’이라고 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배우고 따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 일본의 다도 '사도'

카도(華道)

꽃꽂이, 그러나 단순한 꽃꽂이가 아니라 꽃을 꽃으며 정신을 연마하는 ‘카도(華道)’. 이케바나(生け花、いけばな)라고도 불립니다. 역시 사도처럼 유파가 강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 일본의 꽃꽂이 '카도(이케바나)'

데시이리(弟子入り)와 게코(稽古)

3도(三道)의 경우가 대표적이지만, 일본에서는 시쇼의 밑에서 배우는 ‘데시이리(弟子入り、でしいり)’가 잘 알려진 배움의 형태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데시이리에서 중요한 교육 방식이 바로 ‘게코(稽古、げいこ)’입니다.‘와자(技、わざ)’, 즉 수법이나 기술을 익힐 때까지 스승님의 지도하에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으로 연습, 레슨의 클래스 자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오늘 게코에서~’와 같이 말이죠.

잠깐 일본어>> 身に着ける

게코를 통한 배움은 스승님이 보유한 기술,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일본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 ‘身に着ける(みにつける;미니츠케루)’인데요. 직역하면 ‘몸에 붙이다’, 의역하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다’, ‘자신의 것으로 삼다’ 정도가 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지식, 기술이라도 자신의 것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죠? 

스모(相撲)와 공동생활

일본의 스모(相撲)야말로 데시이리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모는 오락, 스포츠일 뿐 아니라, 일본에서는 무도(武道), 무예(武芸)로도 인식되고 있는 만큼,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게코를 통해 와자(기술)을 몸에 익히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가족, 스모베야(相撲部屋)

스모 선수, 리키시(力士、りきし)들은 일반 운동선수들처럼 ‘팀’에 소속되는 것이 아니라 ‘헤야(部屋)’에 소속됩니다. ‘헤야’는 ‘집’, ‘방’이라는 뜻인데요. 스모 리키시들이 숙식을 함께하며 훈련을 한다는 것을 알면 이해가 되는 표현입니다. ‘oo헤야’, ‘**헤야’ 등, 헤야의 앞에는 시쇼(師匠)의 이름이 들어갑니다. 

잠깐 일본어>> 親方、兄弟子、おかみさん

  • 親方(おやかた;오야카타): ‘오야(親)’는 ‘부모’라는 의미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스모의 시쇼, 오야카타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생활의 면면을 돌보고 감독하는 역할까지 담당합니다.

  • 兄弟子(あにでし;아니데시): 스모베야에 먼저 제자로 입문한 선배를 말합니다. 

  • おかみさん(오카미상): 아내를 뜻하는 ‘奥さん(おくさん)’의 옛말로, 시쇼의 아내. 여관의 안주인을 칭할 때도 쓰입니다.

>>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스모'

일본어 중 '지코류(自己流; 자기류)'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방식'이라는 뜻으로, 나쁘지 않은 개성으로 느껴지는데요. 이런 '자기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역시 제대로 된 배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일본 문화 전반에 깔려 있는 듯합니다. 무조건 스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궁극에 이른 스승의 배움을 철저히 몸에 익혀야만 비로서 자신의 것을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닐는지, 조금 떨어져서 짐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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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 예술의 기본을 알고 즐기고 싶다면 -> 일본 가부키, 다카라즈카, 노(能), 라쿠고. 일본 전통 문화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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