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마니아 필독!] 제목만 봐도 감성 충만~ 예쁜 일본어 소설 제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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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5

일본 소설, 어떻게 골라 읽으시나요? 제목으로 고른다, 하시는 분들 계실까요? 감성 대결을 펼치는 일본의 아름다운 소설 제목들을 소개합니다. 일본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 구성>

◆ 관용 표현을 새롭게: 限りなく透明に近いブルー(1976) 

◆ 평범한 단어의 변주: 桜の森の満開の下(1947)

◆ 감성x감성: 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2001)

◆ 강렬한 대비가 빚어내는 아름다움: 君の膵臓をたべたい(2015), 夏と花火と私の死体(1996)

관용 표현을 새롭게: 限りなく透明に近いブルー(1976) 

번역 제목: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작가: 무라카미 류

1976년. 거의 50년이 지나고 있지만 절대 늙지 않고 청춘 감성을 표현하는 제목이 있으니 ‘かぎりなくとうめいにちかいブルー(카기리나쿠 토메이니치카이 부루)’입니다. 2018년 5월 <本が好き!(책이 좋아!)>라는 서평 블로그에서는 트위터에 <#美しいと思える小説のタイトル(#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소설 타이틀)>라는 해시태그를 달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결과를 집계하는 앙케트가 아니라 정확한 순위는 알 수 없지만 1위에 가깝다 할 정도로 다수의 태그로 걸린 것이 바로 이 제목입니다. 

일본어 공부>> ‘확실히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일본어 기초를 공부한 분들이라면 ‘한없이’의 번역어에 해당하는 ‘限りなく’의 의미를 더욱 음미할 수 있을 듯합니다. ‘限り’는 동사 ‘限る(제한하다, 한정하다)’의 명사형으로, ‘限りなく’ ‘제한/한정이 없이’라는 뜻이 됩니다. 일본어능력시험 ‘N2’의 문법 교재에서는 ‘限りなく~に近い’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문이 ‘(~할 확률/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라는 뜻의 ‘限りなくゼロに近い’입니다. ‘거의’를 뜻하는 말은 ‘ほぼ’도 있지만, ‘限りなく’를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확정적으로’, ‘틀림없이’ 등 화자가 확실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강한 뉘앙스를 갖고 있는 꽤나 강한 표현인 것이죠. 

무라카미 류(村上龍)는 이 작품으로 제19회 군조신인문학상, 제75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 일본 문학계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로 작품활동을 해나갑니다. 단행본, 문고본을 합한 발행부수는 2015년 집계 시점에서 367만부로 아쿠타카와상 수상작품 중 단행본, 문고본 합계부수로는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초판의 장정(표지 디자인)을 당시 무사시노미술대학에 재학 중인 무라카미 류 본인이 맡았습니다. 도어스(The Doors),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 자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등의 음악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블루’한 세계를 짐작해봅니다. 

* <마이니치신문> 2015년 12월 11일 자 기사 <村上龍「限りなく透明に近いブルー」の刹那と叙情> 참고. 

>> 夜空はいつでも最高密度の青色だ(2016)

번역 제목: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青色(아오이로)’, 즉 ‘청색’이 ‘블루’로 번역되어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떠오르는 제목입니다. ‘가장 짙은 블루’와 ‘투명에 가까운 블루’! 영화로 알려졌지만 원작이 ‘소설’이 아닌 ‘시집’이라는 것으로도 주목을 받았죠. 1986년생 여성 시인 最果タヒ(사이하테 타히)이 2016년에 발표한 네 번째 시집에서 제목을 빌려와 이시이 유야(石井裕也)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아 2017년에 영화화되었습니다. 

*사진출처: 영화 <夜空はいつでも最高密度の青色だ> 홈페이지 http://www.yozora-movie.com/

시인 사이하테 타히는 얼굴을 전혀 내비치지 않고, 사진 촬영도 뒷모습이거나 책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하여 찍습니다. “작품을, 작가라는 존재를 알기 위한 힌트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作品を、作者という存在を知るためのヒントとして見られることが本当に好きではなく)”(*)서라고 그 이유로 밝혔습니다. 

* 2018년 4월 11일 저자의 블로그 最果タヒ.blog의 게시물 『最果タヒ.blog』의 게시글 「私の言葉」などこの世にはない。 참고 https://tahi.hatenablog.com/entry/2016/05/07/155235  

평범한 단어의 변주: 桜の森の満開の下(1947)

번역 제목: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

한국에서는 비교적 지명도가 덜하지만 일본에서는 대단히 유명한 작가,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 벚꽃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이지만, 단순히 ‘사쿠라(桜)’라는 표현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는 않겠죠. ‘桜の森の満開の下(사쿠라노모리노 만카이노시타)’가 아름다운 제목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은 ‘桜の森(사쿠라노모리)’, ‘벚꽃(나무)숲’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기 때문인 듯합니다. 

일본어 공부>> 명사를 얼마든지 ‘の’로 연결할 수 있는 일본어의 확장성

일본어의 특징 중 ‘の’가 많이 사용되는 점을 꼽을 수 있죠. 한국어로 번역될 때 ‘의’가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어<->한국어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명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일정한 글자수에 내용을 담아내야 하는 제목에서는 이 ‘の’가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죠. 이 제목을 지은 사람이 의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어로 읽힐 때 음이 ‘사쿠라노모리노(7)’, ‘마응카이노시타(7)’로 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로 번역할 수 있는 이 단편소설은 어떤 내용일까요? 제목만 들으면 사랑이야기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어떤 고개의 산적과 기묘하고(妖しく) 아름답고 잔혹한 여인을 그린 환상적인 괴이(怪奇)소설입니다. 벚꽃 잎이 되어 묘연히 종적을 감춰버리는 여인과 완전한 정적 속에 남겨진 남자의 고독을 그린 작품! 어쩐지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葉桜の季節に君を想うということ(2003)

번역 제목: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의 2003년작 소설 제목입니다. 한국어로는 ‘벚꽃’으로 번역되었지만 일본어는 ‘葉桜(하자쿠라)’입니다. ‘葉’, 즉 ‘잎’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듯, 그냥 벚꽃이 아니라 잎이 돋아난 벚꽃을 의미합니다. 

한국어 제목은 ‘葉桜の季節(하자쿠라의 계절)’을 ‘벚꽃 지는’으로 번역했는데요, 철이 지난 느낌을 낸 것은 좋지만, ‘벚꽃 지는’ 쪽이 더 쓸쓸한 정서가 감도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더 어울릴지, 나라면 어떻게 번역할지, 책의 내용을 읽어보고 판단해보면 좋겠죠?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의 경우 ‘벚꽃나무’로 번역하고 ‘森(숲)’은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 아쉬울까요? 그래도 이렇게 찾아보고 그 의미를 음미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참고로 ‘桜の森の満開の下’의 영어판(Jay Rubin 번역) 제목은 ‘In the Forest, Under Cherries in Full Bloom’입니다. 한국의 밴드 줄리아하트가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라는 곡을 발표하기도 했지. 가사도 멜로디도 밝은 분위기이지만 ‘비처럼 내리는 꽃잎’이라는 표현이, 안고의 소설과도 어딘지 어울릴 것 같네요. 

감성x감성: 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2001)

번역 제목: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가타야마 쿄이치(片山恭一)가 2001년에 발표현 청춘연애소설의 대표 주자로, ‘세카츄(セカチュー)’라는 통칭으로 더 잘 알려진 제목 ‘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세카이노츄신데 아이오사케부)’.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되었을 당시만 해도 제목이 무척이나 긴 편이었습니다. 2004년에 만화와 영화로 새롭게 만들어지며 ‘세카츄’ 붐이 일었죠. 백혈병에 걸린 여자친구를 여자친구가 꼭 가고 싶어했던 ‘오스트리아 수학여행’에 데려가려고 하는 고등학생 남자 주인공의 ‘절규(叫び; 사케비)’를 ‘사랑(愛)’을 ‘외치다(さけぶ)’라는 제목으로 잘 담아냈습니다. 

작가는 이 소설에 <恋するソクラテス(사랑하는 소크라테스)>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편집자의 조언에 힘입어 오랫동안 회자되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편집자가 미국의 SF 작가 할란 엘리슨(Harlan Jay Ellison)의 1969년작 소설 『The Beast that Shouted Love at the Heart of the World(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짐승(일본어 제목은 ‘世界の中心で愛を叫んだけもの’)』와 이 제목을 참고한 『신세기 에반게리온(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의 최종화(26화) 제목 ‘世界の中心でアイを叫んだけもの’(1996)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2005년 번역된 영어판(Akemi Wegmuller 번역)의 제목은 저자가 붙인 제목을 번역한 ‘Socrates in Love’였습니다. 

*『「話のネタ」のタネ500』日本博学倶楽部(PHP研究所)P.469

강렬한 대비가 빚어내는 아름다움: 君の膵臓をたべたい(2015), 夏と花火と私の死体(1996)

번역 제목: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번역 제목: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췌장’이라는 잘 쓰지 않는 장기의 이름의 일본어 발음을 알게 된 계기가 되어주는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기미노 스이조오 타베타이)’. 청춘연애소설, 게다가 젊은 여주인공이 시한부인 것. ‘세카츄’가 겹쳐집니다. 이 작품도 ‘기미스이(キミスイ)’작가 스미노 요루(住野 よる)가 ‘夜野やすみ(요로노 야스미)’라는 이름으로 소설 투고 사이트 ‘소설가가 되자(小説家になろう)[https://syosetu.com/]’에 올렸던 것이 눈 밝은 이에게 발탁되어 2015년에 소설로 출판되고, 2016년 만화로, 2017년 실사 영화로, 2018년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집니다.

제목만 들으면 다소 기괴해 보이지만, ‘죽음’을 대하는 ‘청춘’의 이미지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호러 소설임에도 ‘아름다운 소설 제목’으로 자주 언급되는 오츠이치(乙一)의 소설『‘夏と花火と私の死体(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1996)도 여름, 불꽃의 ‘생(生)’과 ‘사체(死体)’의 강렬한 대비가 ‘아름다움’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요? ‘여름, 불꽃’은 작가 오츠이치가 16세에 쓴 데뷔작이라는 것도 감성에 대해 무언가 말해주는 듯합니다. ‘나츠토하나비토(7), 와타시노시타이(7)‘. ‘사쿠라모리노(7), 마응카이노시타(7)’처럼 7자, 7자. ‘の’ 대신 ‘と’를 사용하지만 어쩐지 닮은 듯하게도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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