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일본 문화로 일본어 공부: 달, 하이쿠, 단풍, 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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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7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가을 하늘, 살 찔 것과 잔소리 빼면 완벽한 추석, 전어, 양떼구름... 단풍 말고도 즐길 것이 너무 많은 가을. 일본의 가을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줄까요? 계절을 중시하는 하이쿠의 영향으로 고전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일본의 가을 즐기기. 일본어 공부도 하면서 살짝 예습해볼까요?

<내용 구성>

◆ 가을의 일본 문화 1: 月見(츠키미)

◆ 가을의 일본 문화 2: ススキ(스스키)와 하이쿠

◆ 가을의 일본 문화 3: 紅葉(모미지)

◆가을의 일본 문화 4: 秋刀魚(산마)

가을의 일본 문화 1: 月見(츠키미)

한국에서는 ‘한가위(추석)’가 있고, ‘보름달’은 따라오는 느낌인데요. 일본에서는 명절 ‘오봉(お盆)’이 양력 7월 중순 또는 8월 중순에 있고, 음력 8월 15일(중추절)에는 보름달을 보는 ‘츠키미(月見)’를 즐깁니다. 

十五夜와 十三夜, 두 개의 달

음력 8월 15일, 8월의 보름달밤을 ‘십오야(十五夜; 쥬고야)’라고 부르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십삼야(十三夜; 쥬산야)’라는 것이 있다고 하네요? 

’쥬산야’는 음력 9월 13일의 달을 말하는 것으로 ‘後の月(노치노츠키)’, 즉 ‘나중의 달’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쥬고야’가 인기 1위라면, 인기 2위에 올라 있는 것이 바로 이 ‘쥬산야’의 달. 정확히는 완전한 보름달이 뜨기 이틀 전의 달인데요. 왜 이 ‘열세 번째 달’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요? 

일설에 따르면, 가을도 완연해지고, 보름달로 치면 ‘가을의 마지막 보름달’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음력 8월 15일의 ‘쥬고야’와 음력 9월 13일의 ‘쥬산야’를 모두 보는 것이 정석이고, 하나만 보는 것을 ‘가타츠키미(片月見)’라고 해서 꺼리기도 했다네요. 한가위 달에 소원을 비는 것을 생각해볼 때, 두 번 다 보면 더 효과가 강력해지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한 번은 보름달을 보고, 한 번은 조금 이지러진 보름달을 보는 감성. 이해될 듯도 말 듯도 한 독특한 달구경. 히구치 이치요의 작품 중 ‘十三夜’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무료로 공개된 원문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아오조라문고(青空文庫)의 <十三夜> (樋口一葉) 원문 https://www.aozora.gr.jp/cards/000064/files/386_15291.html

‘月見’가 들어간 음식들

가을이 되면 햄버거 전문점에 ‘츠키미 버거(月見バーガー)’가 출시되었다는 포스터들이 내걸립니다. 달걀프라이를 넣은 햄버거인데요. 일본에서는 의외로 달걀노른자로 ‘보름달’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츠키미 우동(月見うどん)’에도 달걀 노른자가 올라가죠. 당고의 츠키미 버전인 ‘츠키미 당고(月見団子)’의 경우 하얗고 동글동글한 당고가 기본으로, 맨 위에 노란 당고를 포인트로 하나 올려 내기도 합니다. 

참고로, 하늘의 달만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술잔에 비친 달을 감상하는 것도 ‘츠키미’를 즐기는 멋진 방법이라고 하네요. 하늘의 달 한 번, 술잔의 달 한 번. 두 개의 달을 보게 되는 셈이네요.

가을의 일본 문화 2: ススキ(스스키)와 하이쿠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가을하면 ‘억새’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하이쿠’의 영향인지, 스스키(ススキ), 즉 억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참고로 한자로는 ‘薄’, ‘芒’라고 적습니다. 

여기서 잠깐>> 계절을 담은 말, 하이쿠의 ‘기고(季語)’

하이쿠의 중요한 규칙이 바로 ‘기고(季語)’, 계절어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이쿠를 짓는 이들은 『歳時記(사이지키)』라는 ‘계절어 사전’을 참고에 각 계절을 상징하는 말을 넣어 하이쿠를 짓습니다. ‘스스키’는 말할 것 없이 ‘가을’을 뜻하는 계절어입니다. 

9월 15일의 탄생화이기도 한 ‘스스키’. 스스키 명소를 직접 찾아가 즐기는 이들도 많지만, 앞에서 소개해드린 ‘츠키미’ 시즌에 ‘츠키미 당고’ 옆에서 하늘하늘 거리는 이미지를 많은 이들이 연상합니다. 츠키미는 가을 수확에 대한 감사를 겸하기도 하는데요. 콩, 이모(芋) 등의 작물을 공양하면서 아직 수확 전인 벼를 대신해 올린 것이 스스키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츠키미당고 옆에는 스스키’의 이미지가 일본인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게 된 것이죠. 한국에는 없는 이미지라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생각해보니 송편 옆의 ‘솔잎’이 떠오르네요^^

가을의 일본 문화 3: 紅葉(모미지)

일본인의 벚꽃 사랑은 가을까지도 계속되는 듯합니다. 꽃과 잎이 함께 돋은 벚꽃은 ‘하자쿠라(葉桜; 잎벚꽃)’라고 해서 즐기고, 가을에는 ‘사쿠라모미지(桜紅葉)’, 즉 ‘벚나무 단풍’을 즐깁니다. 

단풍나무의 단풍보다 보름 정도 앞서서 물든다는 벚나무의 난풍. 벚꽃의 명소에 가을에 다시 찾아가보는 것은 꽤나 낭만적인 일인 듯합니다. 봄의 벚꽃 터널로 유명한 교토의 가모가와(鴨川)는 ‘사쿠라모미지’의 아나바(穴場; 숨은 명소)라는~ 

‘사쿠라모미지’와 함께 풀밭에 든 단풍 ‘쿠사모미지(草紅葉)’도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감성이라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마음을 마음에 든 단풍 ‘코코로모미지(心紅葉)’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하고 찾아보았더니… 정말 있었습니다! ‘心の紅葉(코코로노모미지)’. ‘사랑 때문에 초조하고, 애타하고, 술렁거리고, 활기를 띠는 마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가을의 일본 문화 4: 秋刀魚(산마)

이름에 가을(秋)이 들어간 생선, 바로 ‘꽁치’입니다. ‘秋刀魚’. ‘아키…’라고 읽을 것 같지만, 발음은 ‘산마(さんま)’로, 언뜻 한자만 보면 ‘갈치(太刀魚)’와 헷갈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죠? 

산마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일본인들이 가을에 생각하는 생선 ‘이와시(いわし、鰯)’를 짧게 언급해야겠습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잡히는 등푸른생선인 이와시는 한국어로 ‘정어리’라고 하죠. 우리 식단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일본은 이자카야든, 생선 가게든 어디에서든 친숙하게 찾아볼 수 있는 생선입니다. 가을하늘에 조각조각 구름이 흩어져 지나갈 때 한국인들은 ‘양떼구름’, ‘양털구름’ 등으로 부르는 반면, 일본에서는 가을 구름하면 ‘이와시구모(鰯雲、いわしぐも)’, 즉 ‘이와시구름’이라고 부릅니다. 이와시들이 떼를 지어 바다를 헤엄쳐가는 모습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친숙한 자연과 사물이 언어에 반영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즈 야스지로와 <꽁치의 맛>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꽁치’라는 말을 들을 때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마지막 영화인 <꽁치의 맛(秋刀魚の味)>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 제목이 ‘An Autumn Afternoon(가을 오후)’라는 것을 생각하면 ‘꽁치’가 일본인들의 마음속에서 ‘가을’과 얼마나 관련이 깊은지 와 닿는 듯도 합니다. 영화 속에 꽁치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지만 제목은 ‘꽁치의 맛’이니, 꽤나 시적인 제목인 듯 느껴집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제목에는 계절이 들어간 경우가 여럿 있습니다. <만춘(晩春; 늦봄)>(1949), <맥추(麦秋; ‘秋’가 들어가지만 ‘보리를 거둬들이는 시기’로 계절상 ‘초여름’이 되기 때문에 한국어 제목도 ‘초여름’으로 번역됨)>(1951), <조춘(早春; 이른 봄)>(1956), <가을 햇살(秋日和; 영어 제목은 ‘Late Autumn(늦가을)’로 실제로 <만춘(늦봄)>을 변형해 만든 작품)>(1960), <고하야가와가의 가을(小早川家の秋)>(1961), <꽁치의 맛(秋刀魚の味)>(1962).

눈치채셨나요? 1960년부터 매년 제목에 ‘秋’가 들어간 작품들을 발표한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작품은 ‘가을’이라고 번역되지는 않지만 ‘가을’을 상징하고, ‘秋’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꽁치의 맛>. 이 정도면 오즈 야스지로를 ‘가을을 사랑한 감독’, ‘가을마니아(秋好き)’라고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1963년 봄 암수술을 받은 뒤 퇴원하기 전 양복을 두 벌 주문했다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 바로 다음 날 다시 전화를 해서 ‘가을 되면 다시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지 모르니’ 하며 주문을 취소하고는 그해 12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1963년 가을, 오즈 감독의 눈에 들어온 가을은 어떤 가을이었을까요? 올 가을에는 오즈 야스지로의 ‘가을 3부작’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일본의 가을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일본 가을: 풍경, 먹거리, 즐길 거리 가득~ 떠나보자!> 기사도 이어서 읽어보세요.

<관련 기사>

계절을 즐기는 일본의 감성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 일본 문화와 일본어 공부를 한 번에! 하이쿠의 기고(계절어), 슌(제철), 이치고가리(딸기체험), 모미지(단풍)... 일본의 계절 이야기

추석보다 조금 이른 여름 명절 ‘오봉’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 산에 피운 큰 대(大)자 불, 하나비, 초칭, 물에 흘려보내는 등롱... 우리가 잘 몰랐던 일본의 오봉(お盆)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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