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에 가면 일본 건축과 현대 미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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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6

일본 여행도 몇 차례.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소도시 쪽으로 관심이 기울어지는데… 조용하면서도 깔끔하고, 짧은 시간 동안 휴식과 충전이 가능한 곳이라면… 그런 분들께 일본 건축과 현대 미술을 만끽할 수 있는 아오모리를 추천합니다.

<내용 구성>

◆ 아오모리는 어떤 곳?

◆ 히로사키 렌가 창고 미술관(弘前れんが倉庫美術館)

◆ 일본의 젊은 건축가 ‘타네 츠요시’

◆ 토와다시 현대미술관(十和田市現代美術館)

아오모리는 어떤 곳?

일본 본토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아오모리현(青森県). 푸른(青) 숲(森)이라는 예쁜 이름만큼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도호쿠(東北) 지방'에 속해 있고 일본을 크게 동과 서로 나눌 때 동일본, 즉 ‘히가시니혼(東日本)’에 속합니다. 이런 지리 정보들은 지역에 따라 운영회사가 달라지는 ‘신칸센’(일본의 고속철도) 등을 이용할 때는 꼭 필요한 정보입니다. 또 하나, 일본 국내에서 이동할 때에는 ‘도호쿠 지방’에 속한 다른 현들도 한번 살펴보고 함께 여행 계획을 짜보는 것도 하나의 팁입니다.

쓰가루 해협을 지나면 홋카이도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쓰가루(津軽)는 아오모리 북쪽에 있는 해협의 이름이죠. 이 쓰가루 해협을 넘어가면 홋카이도(北海道). 그만큼 아오모리도 겨울이 상당히 추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2016년에는 신아오모리(新青森)역~신하코다테호쿠토(新函館北斗)역을 잇는 ‘홋카이도신칸센(北海道新幹線)’(JR홋카이도에서 운영)이 개통되었습니다. 쓰가루 해협의 해저 100m 깊이에 세이칸 터널(青函トンネル)이라는 해저 터널을 뚫어 그곳을 신칸센이 지나게 된 것입니다. 상상 속 해저 열차처럼 바다 속은 보이지 않겠지만, 전체 길이 53.85 km로 동양 최고의 해저 터널을 고속 철도를 타고 지나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도쿄에서 신아오모리 역까지는 도호쿠 신칸센(東北新幹線)의 가장 빠른 열차 ‘하야부사(はやぶさ)’로 3시간 10분~3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아오모리하면 ‘사과’, 그리고 애플 파이

일본어로 ‘사과’는? ‘링고(リンゴ)’라고 합니다. 아오모리는 일본 최고의 사과 생산지로 그 중심은 ‘히로사키시(弘前市)’가 속한 ‘쓰가루 지방’인데요. ‘쓰가루(つかる)’라는 품종의 사과가 한국에 전해져 ‘아오리 사과’로 불리고 있죠. 사과 중에서도 식감이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사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들어보셨을 ‘홍옥(紅玉; 코교쿠)’ ‘부사(ふじ; 후지)’도 아오모리 사과 품종입니다. 

히로사키 시에서는 ‘애플 파이 지도’라는 것을 따로 제작할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애플 파이를 맛볼 수 있습니다. 총 43종의 애플 파이의 가격, 판매 장소(매장 식사/테이크아웃 정보 포함)는 물론 맛을 예상하기 쉽게 ‘단맛’, ‘신맛(산미)’, ‘시나몬 맛’으로 표시해 놓은 것도 인상적입니다.

*히로사키 애플 파이 가이드맵(2020년 3월 13판) https://www.hirosaki-kanko.or.jp/mediafile/pdf/CNT00405251319524330_1_pdf.pdf

봄철에는 ‘히로사키 공원(弘前公園)’의 물가를 따라 벚꽃잎이 흘러내려가는 ‘하나이카다(花筏)’가 장관이라고 합니다. 번역하면 ‘벚꽃 뗏목’이라고 합니다.

히로사키 렌가 창고 미술관(弘前れんが倉庫美術館)

홈페이지: https://www.hirosaki-moca.jp/

‘시도르(シードル)’라는 단어를 보면 떠오르는 것이 있으신가요? 영어로 ‘사이다(cider)’, 프랑스어로 ‘시드르(cidre)’. 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드는 ‘사과주’입니다. 사과가 유명한 히로사키시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시드르 양조장이 있었습니다. ‘요시노초 렌가창고(吉野町煉瓦倉庫; 요시노쵸렌가소코)’(‘요시이주조렌가창고(吉井酒造煉瓦倉庫)’라고도 함). 1907년에 설립되어 청주를 제조해오다가 1953년에 두 달간의 유럽 시찰 후 ‘시드르 주식회사’를 설립, 1956년에 ‘아사히시드르(朝日シードル)’를 발매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입맛에 잘 맞는 술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이후 위스키 제조에도 손을 대지만, 1965년부터 2015년까지 약 40년간 쌀 보관 등의 용도로 쓰였고, 2002년부터 전시 공간 등으로 간간이 활용되어왔습니다. 

‘렌가’란?

일본에는 붉은색 벽돌인 ‘렌가(煉瓦; レンガ)’로 된 창고 시설들이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렌가 창고’라고도 하고 ‘아카렌가(赤レンガ) 창고’라고도 합니다. 홋카이도 하코다테의 ‘카나모리(金森) 아카렌가 창고’, 요코하마의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 등이 있습니다.

입구에 전시된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

현대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라면 미술관 입구에 전시된 커다란 강아지가 더 반가우실 겁니다.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의 ‘A to Z Memorial Dog’이라는 작품인데요. 나라 요시토모가 미술관이 있는 히로사키시 출신이라, 미술관이 개관하기 전 창고에서 그의 전시가 세 차례 열렸습니다(2002년, 2005년, 2006년). 이 전시를 찾았던 이들이 렌가 창고의 분위기에 감명을 받아 널리 알리면서 전시 공간으로서 활용하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아오모리에서 진행된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나라 요시토모와 여러 작가들의 그룹전 형태로 열린 2006년 전시의 경우 방문자 수가 7만 7천 명, 자원봉사자만 910명이었다고 합니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安西水丸) 씨도 이 전시를 보고 그림을 남겼다고 하네요(*). 

*『Precious』 2006년 10월호 「イラストレーター安西水丸さんがみちのく、美術館周遊の旅へ」 쇼가쿠칸(小学館), p.445

일본의 젊은 건축가 ‘타네 츠요시’

히로사키 렌가 창고 미술관(弘前れんが倉庫美術館)은 2020년 4월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1979년생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 중인 일본인 건축가 ‘타네 츠요시(田根剛)’가 역사적인 양조장을 미술관으로 만드는 개수 작업을 맡았는데요. 그는 2006년 에스토니아 국립박물관 설계 공모에서 26세로 우승한 실력파(에스토니아 국립박물관은 10년에 걸쳐 지어져 2016년에 개관했다고 합니다)로, ‘장소의 기억을 가지고 건축한다’는 개념의 ‘미래의 고고학(Archaeology of the Future)’을 건축 콘셉트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히로사키 아카렌가 미술관의 개수 작업에서도 ‘기억의 계승’을 위해 기존 렌가 창고의 재료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100년이 넘은, 몇 번이나 개수 작업을 진행한 건물인 만큼 건물 자체의 내구성을 강화하면서 기존 건물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개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렌가 벽 안에 1m 간격으로 길이 9m의 철근을 봉을 심었고, ‘라이브러리’로 만들어진 공간의 경우, 노후화된 벽을 뜯어내고 보니 더 오래되고 아름다운 벽돌이 남아 있어 그 부분은 살렸고, ‘전시실’의 경우 콜타르로 된 새까만 벽이 아름다워 그대로 두었는데요. 건축가 자신도 이 검은 전시실에서 지방 현대미술관임에도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전시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합니다. 각 전시 공간이 막힘 없이 연결해 전시자들 간의 활발한 소통을 꾀한 것도 특징입니다.

개수 작업의 가장 인상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미술관의 지붕. 시드르주의 색인 ‘시드르 골드’, 즉 금빛으로 빛나는 지붕은, 티탄 소재로 ‘히시부키(菱葺)’ 공법(정방형으로 자른 철판을 한 장씩 끼워 맞춰가며 복잡한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시간에 따라 연한 금빛에서 진한 금빛까지 다양한 색으로 변한다고. 찾을 때마다 다른 느낌의 미술관이 되길 바라는 건축가의 마음이 상징적으로 잘 표현된 듯합니다.

*Casa BRUTUS vol. 247: 日本のBEST美術館100 pp.38-39 참고

토와다시 현대미술관(十和田市現代美術館)

홈페이지: https://towadaartcenter.com/

히로사키시가 사과로 유명하다면, 토와다시(十和田市)의 호수도 빠질 수 없는 명소입니다. 이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소도시에 2008년에 지어진 토와다시 현대미술관(十和田市現代美術館)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그룹 ‘SANAA’로 활동하는 니시자와 류에(西沢立衛)가 설계했습니다. 

‘아트를 위한 집(アートのための家)’이라는 콘셉트로, 각각의 전시실이 한 동 한 동의 집처럼 분산되어 지어져 있는 것이 특색입니다. 한 방에 하나의 작품이 원칙적으로 영구 설치된다는 점에서, 정말 ‘아트를 위한 집’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미술관의 매력이자 특징은, 상설 설치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극사실적으로 제작된 4미터 높이의 여인상인 론 뮤윅(Ron Mueck)의 ‘Standing Woman’(2008)은 독립된 전시실에서 더 빛을 발할 듯합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작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愛はとこしえ十和田でうたう(사랑은 영원히, 토와다에서 노래하다)'(2010)는 호박, 소녀, 버섯, 강아지가 쿠사마의 트레이트마크인 물방울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귀여운 작품으로, 호박 안으로 들어가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10주년을 맞은 토와다시의 아트 프로젝트 ‘Art Towada’

토와다시에서는 거리에 미술 작품을 설치해나가는 아트 프로젝트 ‘Art Towada’를 10년째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젊은 창작 집단 ‘目[mé]’의 작품인 ‘Space’는 토와다시 현대미술관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떨어진 2층짜리 건물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술집이었던 1층을 그대로 두고, 2층에 커다란 창문을 뚫고, 반대편 벽에도 창을 내 그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작품입니다. 한 건물 안에 두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는 느낌이 시각적으로 잘 전달되는 멋진 작품인데요. 작가들은 이 작품을 생각할 때 ‘아트 토와다’ 프로젝트 자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낡은 상점가들이 있는 거리에 당돌하게 흰색 큐브형 전시실들이 놓여 있는 강한 ‘대비’에서 ‘동시성’과 ‘가능성’을 감지했다는 것. 사진으로 보기만 해도 그 매력이 잘 전달되는 이 전시는 2021년 8월 29일까지 전시될 예정(이후 다른 작품으로 교체해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하니, 작은 도시에서 현대 미술을 만끽하기에는 절호의 기회일 듯합니다(*).

*Casa BRUTUS vol. 247: 日本のBEST美術館100 pp.42-4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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