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추천작으로 일본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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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2

독특한 이름과 감성적인 제목, 꾸준한 활동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 시대를 풍미한 베스트셀러 <냉정과 열정 사이>부터 영화화된 작품, 동화와 시까지, 에쿠니 가오리 작품으로 일본어, 일본 문화에 다가가봅니다.

<내용 구성>

◆학창 시절: 친구와의 교환 노트에 만든 잡지, 독서 감상문 대회

◆영어를 좋아하던 대학생, 미국 유학, 번역가 에쿠니 가오리

◆시인, 동화 작가 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1991), <낙하하는 저녁>(1996), <냉정과 열정 사이>(1999)... 일본 소설의 대표작을 써낸 90년대

◆이것도 에쿠니 가오리 작품? 영화화된 남성 주인공들의 이야기

◆감성적인 제목이 매력적인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

학창 시절: 친구와의 교환 노트에 만든 잡지, 독서 감상문 대회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 성이 ‘에쿠니’, 이름이 ‘가오리(카오리)’로 본명입니다. 1964년 도쿄 출생으로 아버지인 ‘에쿠니 시게루(江國滋)’ 씨도 수필과 하이쿠를 발표한 문인이었습니다. ‘가오리’라고 표기된 이름이 어류인 ‘가오리’를 떠올리게 해서 기억하기는 좋지만, 한자는 ‘香織’로, 즉 ‘향기(香)’를 ‘짜다(織)’로도 읽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어려서부터 비를 좋아해 집에 있을 때 비가 오면 가족 중 누군가가 ‘아, 비다!’ 하고 말하고, ‘비네’, ‘진짜 많이 오네’, ‘대단하네’ 등 계속 말을 이어가며 비오는 모습을 보았다는 작가는 나중에 키우는 강아지에게 ‘아메(雨)’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일본 젊은 여성들의 감성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들을 다수 발표한 에쿠니 가오리 작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통합 운영되는 ‘중고일관교(中高一貫校)’에 세라복을 입고 다니던 문학 소녀였습니다. 모교 후배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학교 2학년 때 친구와 둘이 각각 노트를 한 권씩 사서 잡지를 만든 에피소드를 소개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1970년에 창간되어 당시에 유행했던 패션 잡지 의 이른바 ‘짝퉁’ 노트(‘nana’라고 쓰여 있고, 외국인 여성 모델 사진으로 된 표지)에 각자 기사, 칼럼, 연재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집필, 책임 편집해 서로에게 보여 주었던 것. ‘교환 일기’의 잡지 버전인 ‘교환 잡지’라고 할까요? 이때 쓴 소설은 결국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 흐지부지 되고 시와 칼럼으로 내용을 채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중학 시절에는 문예부, 고등학교 시절에는 신문부에 가입, 독서 감상문 대회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老人と海)>,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こころ)>으로 1등을 거머쥐기도 하면서 (스스로 회고하기를) ‘폼을 잡으며 썼던(かっこつけて書いていた)’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 2018년 6월 9일 Arena.dot <江國香織が語った青春時代 中2で書き始めた小説「かっこつけて書いていた」> https://dot.asahi.com/dot/2018060100056.html?page=3

영어를 좋아하던 대학생, 미국 유학, 번역가 에쿠니 가오리

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중시해 매일 영어 수업이 있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여름 방학 때 3주간 영국으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던 에쿠니 가오리 작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단기대학의 국문과(일본문학과)에 진학하지만, 영어 수업을 일주일에 1시간밖에 듣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워 자기 과 수업을 빠지고 영문과 원어민 수업을 복도에 주저 앉아 들었을 정도로 영어를 좋아했다고. 단기대학 졸업 후에는 외국어 전문학교인 ‘아테네 프랑스(アテネ・フランセ)’에 다시 진학했고, 졸업 뒤에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409 래드클리프(409ラドクリフ)>(1989)

에쿠니 가오리가 자신의 유학 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로, 제목은 그녀가 살았던 주소입니다. 1989년 창간된 계간지 <페미나(Femina)>의 제1회 페미나상을 수상했습니다. 심사 위원 중 한 사람인 다나베 세이코(田辺聖子)는 “청춘의 기쁨보다 청춘의 슬픔과 허무를 잘 담아낸 듯하다. (...) 계속해서 독과 뼈를 숨기고 있을 수 있는 작가인 것 같아 기대된다”고 좋은 평가를 남겼습니다.

<바깥은 단지 봄(そとはただ春)>(1992)

미국의 시인, 화가, 극작가인 E. E. 커밍스의 시

>에 그림을 더한 그림책을 에쿠니 가오리가 번역. 시와 그림책을 다수 번역하며 아름다운 소설 제목들에 대한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닐지?

<그림책을 품에 안고 방 안 구석으로(絵本を抱えて部屋のすみへ)>(1997)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수의 그림책을 번역해온 에쿠니 가오리가 그림책 작품, 작가를 들어가며 쓴 35편의 에세이. 그림책 공부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시인, 동화 작가 에쿠니 가오리

지금은 ‘소설’, ‘에세이’부터 떠오르는 에쿠니 가오리지만,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시’와 ‘동화’가 먼저였습니다. 

1985년, 스물 한 살이 되던 해에 잡지 『유리카(ユリイカ)』에 시 <綿菓子(와타가시; 솜사탕)>를 투고해 ‘이달의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이듬해인 1986년에는 계간 어린이 잡지인 『날으는 교실(飛ぶ教室)』에 동화 <桃子(모모코)>를 투고해 선정됩니다. <모모코>는 ‘메르헨이라기보다는 현대 설화 느낌’이라는 평을 받았고, 이후 1989년 단편집 <つめたいよるに(차가운 밤에)>에도 수록, 2000년에는 그림책으로도 만들어집니다. 

<솜사탕(綿菓子)>(1991, 1993)

처음 발표한 시와 같은 제목으로 1991년에 발표한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동화집. 소녀의 시선으로 그려낸 6편의 러브 스토리가 수록.

<차가운 밤에(つめたいよるに)>(1989, 1996)

1989년 에쿠니 가오리의 초기 작품 10편을 수록해 출간되었다가 1996년에 다시 21편의 작품이 추가되었고, 2007년 한국에도 번역 출간되었습니다(1996년 판). 

초기 작품 10편>> 

夏の少し前(여름이 오기 전) / 僕はジャングルに住みたい(나는 정글에 살고 싶다) / 桃子(모모코) / 草之丞の話(쿠사노조 이야기) / 鬼ばばあ(마귀할멈) / 夜の子どもたち(밤의 아이들) / いつか、ずっと昔(언젠가, 아주 오래전) / スイート・ラバーズ(연인들)

<スイート・ラバーズ>를 제외한 초기작 9편이 모두 어린이 잡지 <날으는 교실>에 발표된 작품. 이것이 단행본으로 묶여 어른 독자들에게 읽힌 것이 흥미롭습니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판형을 조금 얇고 길게 만드니 어린이책 코너에서 성인책 코너로 옮겨졌다고!) 동화로 쓰여진 단편으로 일본어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겠죠?

<반짝반짝 빛나는>(1991), <낙하하는 저녁>(1996), <냉정과 열정 사이>(1999)... 일본 소설의 대표작을 써낸 90년대

1989년에 동화 단편들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간한 에쿠니 가오리 작가는 1990년, 90년대의 시작과 함께 팬들에게 많이 알려진 대표작 <반짝반짝 빛나는>을 연재하기 시작합니다. 알코올 장애가 있는 아내와 동성애자 남편이라는 설정은 한국에 번역본이 출간된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설정이었습니다. 

1992년, <반짝반짝 빛나는>이 무라사키시키부상을 수상한 뒤에도 에쿠니 가오리 작가는 동화를 쓰고, 그림책을 번역해 발표해나갑니다. 1994년 <낙하하는 저녁(落下する夕方)>을 연재(1996년 단행본 출간), 1997년 <냉정과 열정 사이(冷静と情熱の間)>를 연재(1999년 <冷静と情熱のあいだ rosso>로 출간). 이 세 작품은 모두 영화화되어 영화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冷静と情熱のあいだ rosso)>(1999)

1989년 데뷔 소설 <409 래드클리프>를 발표한 뒤 10년 만에 출간된 책으로, 이웃나라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며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rosso’와 ‘blue’ 두 권으로 나뉘어 각각 여주인공의 시점, 남주인공의 시점에서 쓰여졌고, ‘blue’의 경우 츠지 히토나리(辻仁成) 작가가 집필하는 독특한 콜라보 소설로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입에 착 달라붙는 제목의 매력으로 책을 읽게 된 사람도 많지만, 일본어에서 ‘冷静(레세)’는 ‘냉정하다’, ‘차갑다’의 의미보다 ‘침착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의 ‘pride’의 번역처럼 옮기기에 어려운 단어인 듯합니다. ‘열정’으로 번역된 단어는 ‘情熱(죠네츠)’로 ‘熱情(네츠죠)’와 의미는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죠. ‘레세토죠네츠노아이다’. 이 책을 좋아한다면 일본 제목도 알아두세요~

이것도 에쿠니 가오리 작품? 영화화된 남성 주인공들의 이야기

여성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이 트레이드 마크인 듯한 에쿠니 가오리 작가이지만, 대표작 중에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도쿄 타워(東京タワー)>(2001, 2006)

연상의 연인을 사랑하는 두 남자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1999년에 연재를 시작해 2001년에 첫 단행본으로 출간, 2004년에 영화화되었습니다. 

<마미야 형제(間宮兄弟)>(2004)

조금은 어눌한 두 형제(성이 ‘마미야’라 ‘마미야 형제’)의 일상을 코믹하게 담은 소설. 2003년에 연재를 시작해 2004년에 단행본이 출간, 2006년에 영화화되었습니다.

각각 35세, 32세. 결혼하지 않은 일본 남성들이 함께 산다는 설정은 일본에서도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로 흔치 않은 설정. 형제가 함께 먹는 소위 ‘먹방’ 신의 디테일이 걸작으로, 일본 음식, 구루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감성적인 제목이 매력적인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

일본 소설에 관심이 많은데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중에선 어떤 책이 좋을까? 이런 분들은 앞에 소개된 대로 ‘동화’, ‘시집’, ‘그림책’(자신의 작품, 번역작), ‘단편집’, ‘장편소설’ 등의 장르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르를 공략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일본어 원제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일본어 공부도 하고, 제목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읽어보는 것. 자기 나름대로 소설 제목들을 번역해보면서 일본어 실력을 키워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すみれの花の砂糖漬け(제비꽃 설탕 절임)>(시집, 1999년 첫 출간, 2002년 재출간)

  • <泳ぐのに、安全でも適切でもありません(헤엄치는 데, 안전하지도 적절하지도 않습니다>(단편집, 2002년 출간, 야마모토슈고로상 수상)

  • <号泣する準備はできていた(울 준비는 되어 있다)>(단편집, 2004년 출간, 나오키상 수상)

  • <去年の雪(코조노유키; 작년의 눈)>(장편소설, 2020년 출간)

<관련 기사>

일본 소설은 제목이 예쁘다! -> [일본 소설 마니아 필독!] 제목만 봐도 감성 충만~ 예쁜 일본어 소설 제목들

일본 문학과 확실히 친해지는 법 -> 일본 애니 <문호 스트레이독스(문스독)>로 일본 소설가들과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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