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자주 쓰고 있지만, 그 의미가 전과 조금 달라진 것, 알고 계시나요? 일본 Z세대들의 ‘오타쿠’ 생활을 소개합니다.
<내용 구성>
◆#量産型ヲタク(료산가타 오타쿠): 한국과 일본의 인스타 문화, 해시태그
◆캬라(キャラ), 오타카츠(オタ活): '라이트오타쿠'들이 즐겨쓰는 말
◆#おしゃれさんと繋がりたい(오샤레상이랑 연결되고 싶어)와 일본 Z세대
'ヲタク(오타쿠)'의 등장
오타쿠를 ‘ヲタク’라고 표기한 것을 본 적 있으신가요? 일본어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어? 'オタク' 아니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오타쿠'의 '오' 발음에 해당하는 가타카나는 'オ'(히라가나의 'お')가 쓰여 왔지만 최근 'ヲ'(히라가나 'を')라는 표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눈에 띕니다. 최근 일본에서 '오타쿠'가 기존과 다른 의미를 갖게 되면서 기존의 'オタク'와 구별해 'ヲタク'라고 표기를 달리해 사용하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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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量産型ヲタク(료산가타 오타쿠): 한국과 일본의 인스타 문화, 해시태그
한국과 일본의 인스타 문화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하면 역시 '해시태그'에 있는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해시태그를 찾아보기 좋은 ‘기능성’으로, 또는 마치 카피처럼 ‘자신의 감정’을 담아 다는 경우가 많죠. 반면 일본은 해시태그의 종류와 양도 상당한 데다, 해시태그를 통해 ‘연대감’을 형성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2020년판 JC・JK유행어대상(株式会社AMF)의 4위에 오른 유행어가 바로 '量産型ヲタク(료산가타오타쿠; 양산형 오타쿠)'였습니다. "한톤 밝은 투명한 피부톤에 진하되 칙칙하지 않은 입술, 굽 높은 로퍼(厚底ローファー; 아츠조코로화), 핑크&블랙 패션을 한 아이돌 팬"을 의미하는 말로, '양산형'이란 '대량생산'의 의미를 갖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량생산된 오타쿠’라는, 어찌 보면 조금 실례가 되는 듯한 '료산가타오타쿠'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리는 호칭만이 아니라, 본인들이 스스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즉, 일본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인 ‘#量産型ヲタク ’는 료산가타오타쿠 패션을 한 이들이 스스로 붙인다는 것입니다. >> 일본의 아이돌 문화
’오타쿠’라는 말의 변천
'오타쿠'란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이미지로 처음 전파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덕후'라는 말로 변용되어 어떤 대상의 '마니아'라는 의미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오타쿠'라는 말의 의미는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흥미로운 리포트가 있어 번역, 소개드립니다.
'필자는 10년 이상 오타쿠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오타쿠에 관한) 정의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이유는 '오타쿠(オタク)'라는 어휘가 갖는 의미가 그 생태(生態)뿐 아니라, 오타쿠를 둘러싼 현상이나 문화까지 포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타쿠'라는 말이 등장한 1980년경에는 아니메(애니메이션)나 SF 등의 한정된 영역의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강한 취향(こだわりの強さ)'을 가리키는 말로 폭넓게 정착되어, '마니아', '콜렉터' 등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다. 또한 동시에 '모에(萌え)' 붐이 새롭게 오타쿠에 '모에(萌え)'라는 요소를 부여해 우리들 안에 오타쿠 이미지가 재구성되었다. ([참고] 모에(萌え): 서브컬처 속어. 애니메이션, 게임, 아이돌 등의 캐릭터에의 강한 호감을 표현하는 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그 밖의 대상에도 폭넓게 사용됨.)
그 결과 '오타쿠적인' 대상(モノ), 사람(ヒト)을 포함한 모든 영역을 전반적으로 '오타쿠'라고 표현하게 되었기 때문에 오타쿠 연구 자체도 다양화되었고, 대상도 복잡해지고 있다. 필자는, 오타쿠 자체가 기호화되었지만, 그 의미하는 바가 시시각각 변용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타쿠 연구를 10년째 계속해온 히로세 료(廣瀨 涼) 연구원은 위의 내용에 이어서 오타쿠의 성지로 불리는 '아키바(アキバ)', 즉 '아키하바라'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아키하바라가 관광지화되면서 이제 더는 오타쿠가 중심인 장소가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관광객들이 '오타쿠 같은(オタクっぽい)' 것을 찾기 때문에 '오타쿠풍(オタク風)' 시설은 넘쳐나고 있다는 것. '오타쿠'는 없지만 '오타쿠를 찾는 사람들'과 '오타쿠적인 것들'은 풍부한 아키하바라는 '오타쿠 테마파크'와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테마파크는 누구나 입장 가능한 곳이죠. 노출도가 높은 모에계(萌え系) 피규어는 예전에는 오타쿠의 '신성영역'이자 '유일한 특권'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게임센터 등에서 '오타쿠적 소비'로 즐기고 있습니다. 진짜 오타쿠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히로세 료 연구원은 '벤츠를 모니까 부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타피오카를 즐겨 마시니 유행에 민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에서의 일반적인 '브랜드 소비'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제는 '오타쿠' 또한 '오타쿠라는 브랜드'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오타쿠'라는 말이나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타인과의 차별화, 귀속화(어떤 그룹에 대한 소속감을 확보), 인정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말인데요. 이들을 '라이트오타쿠(ライトオタク)'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하며 연구원은 이들은 '오타쿠가 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연구원은 이들이 왜 오타쿠가 되고 싶어하는지, 왜 '라이트'한 것인지를, '캐릭터화(キャラ化)', '다른 오타쿠들로부터의 승인', '섬우주화(島宇宙化)'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 나갑니다.
*2019년 8월 2일 닛세이 기초연구소 칼럼 <현대소비문화를 엿보다-당신이 모르는 오타쿠의 세계(5)>(생활연구과 연구원 廣瀨 涼) https://www.nli-research.co.jp/report/detail/id=62179?site=nli
캬라(キャラ), 오타카츠(オタ活): '라이트오타쿠'들이 즐겨쓰는 말
길게 소개한 연구 리포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일본에서 '오타쿠'가 더 이상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기호',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잘 설명하는 말이 '캬라(キャラ)'와 '오타카츠(オタ活)'입니다. 자신만의 '캬라'는 곧 '개성'을 의미하고, '오타카츠', 즉 '오타쿠 활동'은 '개성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일본의 Z세대(1996년~201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들은 "오타쿠=마니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타쿠=아이덴티티"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히로세 료 연구원. 실제로 Z세대 사이에서는 쟈니즈오타쿠(ジャニーズオタク)、성우오타쿠(声優オタク)、2차원오타쿠(2次元オタク)、한류오타쿠(韓流オタク)、LDH오타쿠(LDH는 EXILE 등의 인기 아티스트가 소속된 사무소), 유튜버오타쿠 등이(TT総研 「第3回 ミライ・マーケティング研究会“オタクでクリエーターなZ世代はもはや新人類”」 資料) 클러스터, 즉 '같은 것을 좋아하는 친구, 동료들의 그룹'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고,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통해서 적극적인 '친구 찾기(귀속화)', '그룹의 승인' 등을 목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는 일부만 입력해도 관련 해시태그가 제안되고, 원하는 해시태그를 팔로우할 수도 있죠. 따라서 자신이 '한류오타쿠'라고 생각하는 경우, 자신의 포스팅에 '#韓流オタク'라고 해시태그를 달아 ;한류오타쿠' 그룹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태그 자체가 '#OOと繋がりたい(OO와 연결되고 싶어)'인 경우도 있으니 해시태그의 목적이 '친구 찾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Z세대의 앞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이 두 세대는 일본의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나 '헤이세이 세대'라고도 묶이는데요. 한국의 '90년대생' 느낌으로 세대간 차이 등이 조명되기도 한다. >>헤이세이 세대(平成世代)는 어떤 세대?
#おしゃれさんと繋がりたい(오샤레상이랑 연결되고 싶어)와 일본 Z세대
이러한 해시태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量産型オタク(료산가타 오타쿠)', 'お洒落さん(오샤레상)'. 'ピープス女子(피프스죠시)'라고 합니다(**).
“量産型オタク(료산가타오타쿠)”란, 핑크나 하늘색 등 파스텔 컬러를 좋아하고, 레이스나 프릴을 기조로 한 패션을 선호하는 여성을 말한다. 라이브회장 등에 같은 복장을 한 오타쿠가 대거 모이는 것에서 '료산가타(양산형'이라고 불리고 있다. “お洒落さん(오샤레상)”이란, 흰색이나 베이지 같은 색을 선호하고, 패션이나 액세서리를 어른스럽게 통일하는 'お洒落な(오샤레한; 세련된)' 세계관을 연출하는 여성이다. “ピープス女子(피프스죠시)”란, 패션 컬처 잡지 『ピープス(피프스)』에서 비롯된 록&다크를 기조로 한 패션 및 그 문화를 선호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한 개의 포스팅에 여러 개의 해시태그를 걸어서 친구 그룹의 종류를 다양하게 할 수 있고, 자신의 포스팅이 도달되는 범위를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오타카츠(オタ活)' 중인 일본의 Z세대들의 경우 좋아하는 그룹이나 아이돌 이름, 연결되고 싶은 오타쿠 종류, 애용하는 브랜드명, 키워드 등 포스팅 하나에 삼사십 개의 해시태그를 기입하는 것도 다반사. 한 사람이 올린 하나의 포스팅에 '료산가타오타쿠', '오샤레상'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며, 같은 쟈니즈오타쿠 중에서도 '료산가타오타쿠'와 연결되고 싶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오샤레상'과 연결되고 싶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외부자의 관찰로는 짐작할 수 없는 '문화(컬처)'라고 말할 수 있겠죠? 히로세 료(廣瀨 涼) 연구원의 '오타쿠', '해시태그' 연구 덕분에 일본 'Z세대'와 좀 더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Z世代と繋がりたい
**2019년 8월 2일 닛세이 기초연구소 <현대소비문화를 엿보다-당신이 모르는 오타쿠의 세계(5)>(생활연구과 연구원 廣瀨 涼) https://www.nli-research.co.jp/report/detail/id=62179?site=nli ***2020년 2월 12일 닛세이 기초연구소 칼럼 (생활연구과 연구원 廣瀨 涼) https://www.nli-research.co.jp/report/detail/id=63634?pno=2&site=n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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