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더 재밌는 일본 문화: 내용물을 모르고 사는 복주머니 ‘후쿠부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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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8

후쿠부쿠로(福袋), 연말연시에 일본을 방문하면 보셨을 듯합니다. 여러 상점들에서 '福袋'라고 쓰인 봉투의 샘플을 매대의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둡니다. 일본인들은 '오토쿠(お得)', 즉 '이득'라고 생각해 길게 줄을 서는 풍경도 많은 것 같지만,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지… 궁금한 후쿠부쿠로에 대해 이모저모 살펴볼까요?

<내용 구성>​

◆후쿠부쿠로의 역사 (1) 에도시대의 ‘자투리옷감’

◆후쿠부쿠로의 역사 (2) 메이지시대의 ‘보물상자’

◆진화하는 후쿠부쿠로

◆후쿠부쿠로 구입 시기 및 전략

◆새해 첫 판매, 하츠우리(初売り)

후쿠부쿠로의 역사 (1) 에도시대의 ‘자투리옷감’

에도시대의 '에비스부쿠로(恵比寿袋)'

에도시대의 니혼바시(日本橋). '고후쿠(呉服)' 상인들, 즉 당시의 의복인 '와후쿠(和服)'를 판매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크게 번화했던 곳입니다. 이중 당시의 판매 방식과 완전히 다른 방식을 취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 현대의 '미쓰코시 백화점'의 전신인 '미쓰이 에치고야 고후쿠텐(三井越後屋呉服店)'이었습니다. 

'미쓰이(三井)'는 창업자인 '미쓰이 다카토시(三井高利)'의 성, '에치고야(越後屋)'가 점포 이름, '고후쿠텐(呉服店)'은 '옷가게' 정도의 뜻인데요. 1673년에 니혼바시에 오픈했습니다. 이후 미쓰이의 성에서 '三', '에치고야'에서 '越'['코시'로도 발음]를 떼서 '미쓰코시(三越)'라는 상호가 되었습니다.

"요즘 니혼바시 '미쓰이네'가 핫하다며?" - 새로운 판매 방식으로 인기!

당시의 와후쿠 판매는 '방문 판매'가 메인이었습니다. 1년에 한두 차례로 정산일을 따로 정해 '미수금'을 (일부러) 남겼고, 이런 방식으로 계속 고객 관리를 해왔습니다. 현대 개념으로 따지면 선택이 아닌 '의무 할부 제도'라고 할 수 있죠.

이에 비해 '미쓰이에치고야'는 '현금 일시불 제도(現金掛け値なし)'를 도입했습니다. 기존의 가게들이 설정하던 '掛け値(카케네)'라는 것은 '웃돈'의 개념인데요. 입금일을 미뤄주는 대신 그 이익을 감안한 이자 분을 상품 가격에 얹어서, 판매했던 것입니다. '리볼빙 이자'가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죠.

상품을 제값을 내고 구입하고 싶었던 고객들은 '미쓰이'네 가게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미쓰이' 쪽에서도 대금을 회수하기 위한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좋았지요. 당시 가격표를 붙이지 않고 상품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가게들과 달리 '미쓰이네'는 모든 상품에 가격표를 붙였고, 대신 '정찰제'를 고수, 흥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가게 측에서도 효율이 높아져 다른 가게보다 싸게 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고~ 이런 '미쓰이네'의 판매 방식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다이묘(大名), 하타모토(旗本) 등 당시 기준 '지체 높은 집안'에서도 미쓰이네에서 옷을 구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목의 신호탄이 된 자투리 옷감 봉투

겨울철에 신상 옷들을 내놓는 시기. 이 시기에 '미쓰이네'에서는 1년 동안 옷을 만들고 남은 옷감을 봉투(袋)에 담아 판매했다고 합니다. 백화점 '다이마루(大丸)' 전신인 고후쿠텐 '다이마루'에서도 같은 자투리 옷감 봉투를 10월의 '에비스코(恵比寿講)[상업 번영을 위한 마츠리]' 시즌과 정월 첫 판매인 '쇼가츠하츠우리(正月初売)' 시즌에 맞춰 내놓았다고 합니다. 오늘날 백화점들에서 ‘하츠우리’ 때 ‘후쿠부쿠로’를 내놓는 것과 무척 비슷하죠?

후쿠부쿠로의 역사 (2) 메이지시대의 ‘보물상자’

메이지시대의 '츠루야고후쿠텐(鶴屋呉服店)’, '이토우고후쿠텐(いとう呉服店)'에서도 후쿠부쿠로를 판매했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이토우'에서는 '多可良函(다카라바코)', 즉 '보물상자'라는 이름까지 붙여 판매했고, 무척 인기가 많았다고 하네요~ 역시 내용물은 옷감이었습니다.

진화하는 후쿠부쿠로

한정・기획 상품

시작은 '자투리 옷감', 즉 '재고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금으로 된 오비(기모노 허리띠)'를 옷감 사이에 숨겨두는 등 점점 '당첨!'의 느낌이 가미되기도 했던 후쿠부쿠로. 오늘날에는 신상품, 한정상품, 전략・기획상품(目玉商品; 메다마쇼힝) 등 여러 종류의 상품들이 후쿠부쿠로 속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품목 면에서도 옷, 식품, 가전, 가구뿐 아니라 주택, 차, 보석 등이 들어 있기도 하죠.

가령 가전제품 중 디지털카메라의 경우라면, 카메라 본체, 저장 매체, 렌즈, 케이스를 저렴한 가격에 세트 구성을 하는 식으로 후쿠부쿠로를 구성합니다. 각각은 살 수 있지만, 이런 식의 구성은 후쿠부쿠로에 한정하면서 전략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죠.

​내용물 공개, 온라인 판매

후쿠부쿠로의 내용물을 공개한다? 내용물을 알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보는 것이 후쿠부쿠로의 매력으로 생각한다면, 그게 무슨 후쿠부쿠로야? 하게 될 수도 있는데요. 후쿠부쿠로가 온라인으로 판매되면서의 변화라고도 이야기됩니다.

오프라인 후쿠부쿠로의 경우, 봉투의 크기, 모양 등에 따라 어느 정도 '중량감'이 전달되는 반면, 온라인 후쿠부쿠로의 경우 전혀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를 위해 내용물을 공개한다는 것.

내용물 공개 방식은 크게 두 가지. 1) 안에 든 상품을 모두 공개하는 방식. 2) 일부 전략상품만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의 경우 상품의 종류는 모두 공개하되 무늬나 컬러를 랜덤으로 배정하기도 합니다. 2)의 경우는 공개된 상품의 가격과 후쿠부쿠로 가격을 잘 비교해가며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인기 상품이 든 후쿠부쿠로가 품절되어버려 구입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원하는 상품이 들어 있는 경우 빠르게 구입하는 것을 추천!

​DIY 후쿠부쿠로

후쿠부쿠로는 후쿠부쿠로지만, 자신이 직접 내용물을 구성할 수 있는 후쿠부쿠로들도 등장~ 어패럴 브랜드에서, 이너, 아우터, 바텀을 1점씩 좋아하는 상품으로 고르는 식의 후쿠부쿠로를 기획하는 식입니다.

후쿠부쿠로 구입 시기 및 전략

후쿠부쿠로의 역사와 다양하게 진화해온 후쿠부쿠로를 살펴보니, 잘 골라 구입하면 ‘윈윈’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후쿠부쿠로를 사보거나, 연말연시 시즌에 필요한 물건을 후쿠부쿠로로 살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일본 스타벅스(스타바)의 후쿠부쿠로

스타벅스에서도 후쿠부쿠로를 내놓고 있어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습니다. 2021년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추첨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후쿠부쿠로 한정 상품들로 구성하여 상품의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리사이클 면을 일부 사용한 캔버스천 토트백 안에 스테인레스 텀블러, 드링크 티켓, 커피 콩 교환카드 등을 넣고 세금 포함 7500엔으로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11월 중순부터 약 1개월 동안 사전 신청을 받고, 추첨을 통한 발송은 이듬해인 1월 초에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앞으로 후쿠부쿠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11월 중순 정도부터 다양한 후쿠부쿠로를 살펴보면서 쇼핑 리스트를 정리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새해 첫 판매, 하츠우리(初売り)

1월 1일 간지츠(元日) 하루를 쉬고 2일부터 대체로 시작되는 '하츠우리(初売り)'. '첫 판매'라는 뜻으로, '후쿠부쿠로(福袋)'와 신년 세일인 '쿠리아란스(クリアランス; 클리어런스)' 세일로 대표되어 많은 쇼핑 인파가 개점 전부터 긴 줄을 늘어서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하츠우리 세일', '신년 세일'로도 불리는 '클리어런스 세일'의 경우 겨울 옷을 장만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 재고 분을 정리하기 위해 50~60%를 기본으로 하는 큰 폭으로 세일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사람들 중에는 ‘하츠우리’ 하면 ‘센다이’를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센다이하츠우리(仙台初売り)'는 1만 엔 이상 구입시 호화로운 경품이 따라 붙어 센다이행 임시열차가 편성되고 12월 31일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도쿄의 하츠우리 인기 스폿은 신주쿠의 이세탄 본점. 코로나 이전인 2020년의 하츠우리 인파는 1월 2일 개점 전에 줄을 선 인원만 계산해서 1만 1600명.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하츠우리와 후쿠부쿠로. 다양한 방식으로 즐겨 보세요~

*내용 참고: 다이마루마쓰자카야 백화점 '福袋' https://www.daimaru-matsuzakaya.jp/special/fukubukuro_chishik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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