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일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풍경, 전망 등을 위해 일본의 성(城)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으실 듯합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성들을 소개드리니 관심 있는 곳들을 체크해두고 일본 여행 중에 방문해보세요.
<내용 소개>
◆일본 성 둘러보기 1: 천수가 국보로 지정된 성들(5개 성)
일본 성에 갈 때 알아두면 좋은 지식
‘성’은 일본어로 ‘城(しろ; 시로)’, ‘お城(おしろ; 오시로)’라고 하며, 고유명사로 성 이름 뒤에 붙을 때는 ‘OO城(じょう; 죠)’라고 읽습니다. 예) 姫路城(ひめじじょう)-> 히메지죠
‘일본의 성’ 하면 떠오르는 ‘천수(天守)’
일본 성을 볼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천수(天守; てんしゅ; 텐슈)’일 것입니다. 학술용어는 ‘천수’지만 일반적으로 ‘천수각(天守閣; てんしゅかく; 텐슈카쿠)’이라고도 부릅니다.
일본의 중세시대(13세기~16세기) 성에는 ‘야구라(櫓; やぐら; 야구라)’라고 하는 높다란 누각이 설치되었습니다. ‘천수’는 성의 중요한 부분에 지어진 야구라 건축물을 말합니다. 방어, 지휘 등의 목적으로 지어졌지만 전쟁시에 쉽게 파괴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막대한 금전과 인력을 들여 지은 것은 성의 주인의 권력을 보여주는 상징성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천수(現存天守)는 총 12개(아래에서 소개)로, 그중 5개가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천수와 함께 성을 볼 때 살펴보면 좋은 부분이 ‘이시가키(石垣; いしがき)’, 즉 돌로 쌓아 올린 성벽입니다. 견고한 성을 만들기 위한 기초가 되며, 아름다운 조형미도 자랑합니다.
전국시대(戦国時代)와 성
전국 각지에서 성을 짓고, 성을 차지하기 위해 격전을 벌이던 전국시대에는 성문을 굳게 닫고 싸우는 ‘농성전(籠城戦)’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물러설 곳 없는 싸움인 만큼, 성의 방어 능력이 대단히 중시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전세에 밀려 성을 넘겨주거나, 성을 불태우고 도망쳐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합니다. 단, 성의 주인인 다이묘(大名)가 거주하는 ‘본성(本城)’의 경우 그 중요성으로 쉽게 넘겨주거나 포기하지 않고 농성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전국시대의 다이묘들은 성에 머물 곳과 관청을 두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주변에 가신들과 무가, 상공인들이 거주하는 ‘죠카마치(城下町; じょうかまち)’를 계획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적의 침입에 대비하는 방어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성을 둘러보면서 함께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전국시대와 전국시대의 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일본 역사 여행: 사무라이, 닌자들의 시대, 일본 전국시대로 GOGO!>도 참고해보세요.
성이 지어진 지형에 따른 구분
성은 산과, 바다, 구릉, 평지 등에 지어져 그 지형에 따라 이름이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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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城(やまじろ; 야마지로): 산성. 산의 정상, 산등성이의 지형을 이용해 지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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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山城(ひらやまじろ・ひらやまじょう; 히라야마지로・히라야마죠): 평산성. 평지에 있는 산, 구릉에 지어진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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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城(ひらじろ・ひらじょう; 히라지로・히라죠): 평성. 평지에 지어진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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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城(うみじろ; 우미지로): 해성. 바다를 면해 지어진 성
구스쿠(グスク)・스쿠(スク)
오키나와 지방에 지어진 성을 ‘구스쿠’ 또는 ‘스쿠’라고 합니다. 각각 ‘御城(お城)’, ‘城’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구스쿠’라는 말은 ‘성스러운 장소’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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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성 둘러보기 1: 천수가 국보로 지정된 성들(5개 성)
이제 일본의 대표적인 성들을 둘러볼까요? 먼저 천수가 국보로 지정된 일본의 성은 모두 5개입니다.
히메지성(姫路城)
효고현 히메지시에 위치. 17세기 초인 에도시대에 지어져 1993년에 국보 및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안료를 더하지 않은 흰색 회반죽으로 칠해져 ‘백로성(白鷺城; しらさぎじょう; 시라사기죠)’이라고도 불립니다. 현재 남아 있는 천수 중에서는 최대의 규모로 높이 31.5미터, 천수를 받치는 이시가키(石垣)의 높이 14.85미터입니다. 히메지성이 위치한 히메야마(姫山)의 표고가 49.6미터이므로 전체 높이는 해발 92미터입니다. 대천수(大天守)는 5중(重)[‘중(重)’은 지붕(屋根)의 수] 6층 구조입니다.
*참고: 히메지성 홈페이지 <姫路城の規模>
마쓰모토성(松本城)
나가노현 마쓰모토시에 위치. 순백의 히메지와 또 다른, 검은 옻칠과 흰색 회반죽 벽의 대조가 고풍스럽습니다. 천수가 남은 12개 성 중 히메지성과 함께 천수가 5중 지붕으로 되어 있는 성으로, 외관상으로는 5층으로 보이나 실제 내부 층수는 6층입니다. 다른 성들이 대부분 평지의 산이나 구릉에 지어진 것들과 달리 마쓰모토성은 평지에 지어져, ‘미즈보리(水堀; みずぼり)’라고 하는 3중의 수굴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성의 뒤로 북알프스(北アルプス)가 펼쳐져 수면에 비친 성의 모습과 함께 멋진 풍경을 자랑합니다.
*참고: 마쓰모토성 홈페이지 <日本の文化・城郭建築における松本城の価値>
히코네성(彦根城)
시가현 히코네시에 위치. 3중 3층 구조의 천수는 외관에 중점을 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밤에는 불을 밝혀 히코네시의 랜드마크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히코네성의 죠카마치는 습지가 많았던 것을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변모시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누야마성(犬山城)
아이치현 이누야마시에 위치. 현존하는 천수 12개 중 가장 오래된 천수. 3중 4층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뒤쪽이 기소가와(木曽川)에 면한 낭떠러지로, 적이 강을 건너기도, 성벽을 오르기도 쉽지 않은 공격하기 어려운 구조가 특징입니다. 전국 다이묘인 명장 오다 노부나가의 숙부가 세우고 성주를 지낸 성으로, 오다 노부나가가 천수 위에서 바라보는 절경에 감탄했다고 전해집니다.
마쓰에성(松江城)
시마네현 마쓰에시에 위치. 천수의 총면적은 현존 천수 12개 중 히메지성에 이어 2위, 높이는 히메지성, 마쓰모토성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규모 있는 성입니다. 2015년에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4중 5층 구조입니다.
[참고] 그 밖의 현존 천수들
위의 5개 성에 더해 천수가 남아 있는 성(7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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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사키성(弘前城):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 아름다운 벚꽃으로도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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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오카성(丸岡城): 후쿠이현 사카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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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츄마쓰야마성(備中松山城): 오카야마현 다카하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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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성(高知城): 고치현 고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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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성(松山城): 에히메현 마쓰야마시. 다른 ‘마쓰야마성’과 구분하기 위해 ‘이요(伊予) 마쓰야마성’이라고 부르기도 함. ‘이요’는 에히메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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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지마성(宇和島城): 에히메현 우와지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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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가메성(丸亀城): 가가와현 마루가메시
일본 성 둘러보기 2: 여행 중에 찾기 좋은 성들
구마모토성(熊本城)
‘축성의 명수(城の名手)’로 불리며 나고야성(名護屋城), 에도성(江戸城), 나고야성(名古屋城) 건축에 관여했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가 짓고 성주가 되었던 구마모토성. 가토 기요마사 성의 최대 특징인 곡선미를 자랑하는 높은 이시가키를 비롯해 많은 볼거리를 간직한 성입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고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요하는 복원 작업에 돌입, 2021년 천수 복원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전체 복원에서 천수 복원은 약 20%로, 복원이 모두 완료되는 것은 2037년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천수 등의 관람은 특별 공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참고: 구마모토성 홈페이지
오사카성(大阪城)
1583년, 직접 개수한 히메지성에 머물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오사카성으로 거처를 옮기고 1598년까지 약 15년간 오사카성을 지어나갑니다. 현재 남아 있는 오사카성의 4~5배 규모로 금빛으로 빛나는 천수를 자랑하던 오사카성은 1615년 도요토미 가문의 멸망과 함께 불타 없어졌습니다. 이후 도쿠가와(徳川) 막부에서 10년에 걸쳐 재건했으나 다시 불타 없어졌습니다. 오사카성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재건되어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습니다.
*참고: 특별사적 오사카성공원 <大阪城の歴史>
니조성(二条城)
교토시 나카쿄구 위치. 에도시대에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교토 방문할 때 사용할 목적으로 지은 성입니다. 성 전체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고, 니노마루고덴(二の丸御殿)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암살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마루바닥을 ‘새의 울음 소리’처럼 삐걱대게 설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코성(赤穂城)
영화 등을 통해 외국에도 알려진 ‘47로닌(47浪人)’, ‘추신구라(忠臣蔵)’의 고향으로 효고현 아코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많은 역사 팬들이 찾는 곳으로,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에도성(江戸城)
국가 중요문화재이자 특별 사적으로 지정된 에도성은 도쿄도 치요다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쿄(皇居)가 있는 곳입니다.
도쿄의 지역 구분으로 널리 사용되는 ‘시타마치’와 ‘야마노테’는 에도성을 중심으로 평민들이 사는 지역, 쇼군의 신하들이 사는 지역으로 성립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슈리성(首里城)
1429년부터 1879년까지 450년간 존재한 류큐왕국(琉球王国)의 역사를 대변하는 오키나와 나하시에 위치한 성입니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와 활발하게 교류한 류큐왕국의 정치, 외교,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2000년에는 ‘류큐왕국의 구스쿠 및 관련 유산군(琉球王国のグスク及び関連遺産群)’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2019년 10월, 화재로 인해 정전(正殿)을 비롯한 9개 시설이 불에 탔습니다. 2022년 정전의 본체 공사에 착수, 2026년 완성을 목표로 복원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참고: 슈리성공원 <首里城について>
다케다 성터(竹田城跡)
남아 있는 성과 천수도 멋지지만, 성터(城跡; じょうせき; 죠세키) 중에도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표고 353.7미터의 산 정상에 지어진 산성(山城)으로, 산들에 둘러싸인 풍광이 특별한 효고현 아사고시의 다케다 성터(竹田城跡)도 그중 하나입니다. 온전히 남아 있는 이시가키(성벽)로는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합니다.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가을에는 성 아래로 구름이 바다처럼 펼쳐져 ‘천공의 성(天空の城)’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참고: 다케다성터 홈페이지 <【秋】天空の城>
정리
전국 각지에서 일본의 성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어진 당시의 모습으로 현재까지 남아 있는 성도 있지만,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다시 지어지면서 형태가 바뀌어온 성들도 많습니다. 일본 역사에 해박하지 않더라도, 기본 지식을 갖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성을 감상해보세요!
일본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다면 <일본 역사, 복잡한 시대 구분 쉽게 외우는 방법(각 시대의 특징 핵심 정리)>로 입문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