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춤 중 하나인 “아와오도리 阿波踊り(あわおどり)”.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예능인 동시에, “춤추는 바보 보는 바보 같은 바보라면 안 추면 손해(踊る阿呆に見る阿呆(アホウ) 同じ阿呆なら踊らにゃ損損)”이라는 가사에 담긴 것처럼 오늘날의 “파리피(パリピ)[‘파티를 즐기는 사람’을 뜻하는 약칭, 속어] 문화”에도 닿아 있습니다.
“본래, 유행의 최첨단을 도입하는 정신이 바로 “아와오도리이즘(阿波踊りイズム)”이었습니다.”
아와오도리 집단 “다카라부네 寶船(Takarabune)”의 대표, 와타루 요네자와(米澤渉)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세계 21개국 무대를 열광시킨 아와오도리 세계의 톱러너입니다.
다카라부네의 퍼포먼스는 한눈에도 대단히 참신하고 파격적. 예를 들어, 2023년 봄에 공연된 “SHIBUYA AWA DANCE RUNWAY”는 패션쇼와 아와오도리의 콜라보레이션. 하이브랜드의 옷을 입고 트럼펫에 맞춰 추는 춤은 스탠더드한 아와오도리에서는 훌쩍 벗어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와오도리의 400년 역사에는 여성용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춤추는 남성을 “이키 粋(いき)”[에도시대에 유행한 ‘세련되고 관능적인 스타일’ ]로 보거나, 당시의 트렌드였던 즉흥연주를 춤에 도입한 시대도 있었습니다.
전통을 재해석해 최첨단 문화로 세계에 발신하는 다카라부네. 그들이 “최강의 문화”라고 이야기하는 아와오도리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2023년 3월에 열린 패션 브랜드 “HARE”와의 콜라보 퍼포먼스 “SHIBUYA AWA DANCE RUNWAY”. 시부야 히카리에(渋谷ヒカリエ)의 통로를 지나며 공연되어, 시설의 일반 손님들을 차례로 참여시키며 비오는 날 같지 않은 열광적인 분위기를 빚어냈습니다.
아와오도리=디톡스!? 춤추는 바보 되기의 매력
――해외 무대에서 MC를 맡는 기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아와오도리를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매력을 전하고 계신가요?
심플하게 “저희가 생각하는 최강의 문화다”라고 전합니다. 그러고는 실제로 춤을 춰보시게 하는 게 빠릅니다. 누구라도, 언제나, 언어가 안 통해도 딱 5분이면 출 수 있게 되는 게 아와오도리의 최대 매력이라고 스스로 체감할 수 있거든요.
――그렇군요. 정말 “모두가 같은 춤을 춘다”는 체험 그 자체에 가치가 있는 것이겠네요.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다카라부네가 생각하는 아와오도리의 매력은 “쌍방향성(Interactive)”, “다양성(Diversity)”, “비언어성(Nonverbal)”의 세 가지 요소입니다.
먼저 “쌍방향성(Interactive)”. 저희는 참여자분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습니다.
400년 이상 계속된 아와오도리의 가치관이 “춤추는 바보 보는 바보 같은 바보라면 안 추면 손해(踊る阿呆に見る阿呆(アホウ) 同じ阿呆なら踊らにゃ損損)”. 아와오도리는 신분제도가 확고한 시대에 탄생한 서민문화라, 춤추는 사람도, 그것을 보는 사람도, 교양이나 지위의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같은 바보니까 부끄러워하지 말고 같이 즐기자는 것이죠.
오락이 적었던 옛 서민들에게 아와오도리 마츠리는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는 대형 이벤트였습니다. 머리를 비우고 땀과 눈물과 함께 자신을 힘들게 하는 감정을 배출하는, 이른바 마음의 디톡스였다고 할까요.
오늘날에도 마음놓고 바보가 될 수 있는 기회라는 건 별로 없지요.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전 세계 어디에 가도 “다들 지쳐 계시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았어서……。그래도 춤춘 뒤에는 정말 개운한 표정이 됩니다.
춤추자! 소리 지르자! 땀 흘리자! 하고 권하면서 참여자분들 안에 쌓여 있던 무거운 감정을 토해내는 것이 “춤추는 바보”인 저희의 사명이 아닐까 합니다.
――“쌍방향”이란 말씀은, 다카라부네로서도 참여자분께 뭔가 받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저희도 다른 분들과 마음이 하나된 순간에 큰 감동을 느낍니다.
코로나로 스트리밍 라이브나 온라인 워크숍을 시작했는데요, 하면 할수록 “현장에서 춤추고 싶다”는 기분이 강해졌습니다. 역시 물리적으로 같은 장소를 공유하고, 몸과 몸이 만나는 감동은 대체하기 어려웠습니다. 저희 본능이 원하는 것이 드러난 3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
――두 번째의 “다양성(Diversity)”이란?
우선은 “누구나 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와오도리 마츠리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참가하기에, 다양한 사람들이 출 수 있도록 안무가 무척 간단합니다.
그에 더해 “문화적인 다양성”도 아와오도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의 아와오도리는 정말로 자유롭고 잡다하고, 좋은 의미에서 난장판이었습니다. 바이올린에 맞춰 추든, 최근 패션쇼를 도입하든, 일단 즐거우면 OK. 본래 유행의 최첨단을 도입하는 정신이 “아와오도리이즘(阿波踊りイズム)”이었으니까요.
현재, 주류 아와오도리는 “이렇게 추자” 하는 내용이 확립되어 있어, 예를 들어 남성이 추는 “남자 춤”과 여성이 추는 “여자 춤”은 안무가 다릅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와오도리가 관광산업화된 이후인 1960년대에 확립된 비교적 새로운 문화입니다. 다카라부네에서는 주류 스타일에 국한하지 않고, 외부 문화를 다양하게 섞어서 전통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신체의 성별로 안무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젠더 다양성”과도 연결되네요. 그리고 세 번째는 “비언어성(Nonverbal)”인가요?
아와오도리의 안무는 무척 간단하기에, 언어 없이 동작을 보여주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영어권 나라에서 퍼포먼스를 가진 다음 날, 프랑스어권 나라에서 춥니다. 이탈리아어권 나라에서 포르투칼어권 나라로. 그렇게 전 세계에서 같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퍼포머로서 대단히 자랑스럽습니다.
전통 예능을 미래로 연결하는 “NEO아와오도리”
――다카라부네 멤버 중에는 해외 출신 분도 계신가요?
지금 정말로 활약하고 있는 스페인 출신 멤버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프랑스 출신 멤버가 유학 중에 참가해주었고, 벨기에나 캐나다 출신 멤버도. 한 멤버는 “일본 전통문화란 조용하고 엄격한 이미지였는데, 이렇게 힘 좋고 텐션 높은 단체도 있네요” 하는 말도 하더군요(웃음)
――지금까지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종교 대립으로 내전이 계속되던 나라에서 가진 퍼포먼스가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주류 종교가 다른 다양한 지역에서 춤을 추었는데, 어디에 가도 무척 환영해주셨습니다. 사상이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춤을 추고, 똑같이 웃는 얼굴이 되는 그 광경은 정말이지 감격스러웠습니다.
말이 있어 논쟁이 생기고, 그래서 대립이 과격화되어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일단 모두 말을 잊고 춤추자고” 하고 말할 수 있는 바보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조금이라도 평화에 공헌할 수 있다면,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느낍니다.
――전통 예능을 미래에 전하는 역할을 맡고 계신데요. 어떤 미래를 그리고 계신가요?
저희는 “NEO아와오도리 집단(NEO阿波踊り集団)”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는데요. 아와오도리의 역사를 미래로 연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와오도리란 것은 말하자면 트렌디한 파리피(パリピ; パリピープル[party peple]의 약자)이거든요. 그 정신은 클럽 문화, 시부야 할로윈 등등 현대의 젊은 세대 문화로 확실히 계승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아와오도리가 전통문화의 위치에 있지만, 예전에는 “풍기가 문란해지므로” 하며 금지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아와오도리는 전통적이고 멋지지”만이 아니라, “아와오도리는 유행의 최첨단”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맞는 제철 문화로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 역할입니다. 그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전통 예능의 가능성에 도전해나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