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金木犀), 일본 이름 ‘킨모쿠세이’를 만나러 갑니다

Dami Kim
2023/09/01

한국 이름은 '금목서(金木犀)', 일본 이름은 '킨모쿠세이(金木犀; キンモクセイ)'. 꽃이 보이기 전 어디선가 문득 풍겨오는 달콤한 향기로 향기를 따라 꽃을 찾아보게 하는 꽃나무. 이제 가을이 오려나 싶은 여름의 끝, 가을의 초입에 아주 짧게 피어나 만나면 더욱 반가운 꽃입니다. 일본에서는 사람 이름에도 많이 사용되고, 방향제(포푸리), 차, 시럽, 향초 등을 만드는 데도 좋은 꽃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의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금목서와 일본의 유명한 금목서 나무들, 금목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스팟들을 소개드립니다. 

<내용 소개>

◆‘금목서’의 일본 이름은 ‘킨모쿠세이’

◆금목서 꽃 피는 시기: 9월 중순~10월 하순(일본 간토 지방 기준)

◆금목서 꽃말: 겸손, 고귀한 사람, 진실

◆금목서는 중국에서 유래한 꽃, 삼향목(三香木) 중 하나

◆금목서, 두 번 피었다 지기도

◆일본의 유명한 금목서 나무들 & 일본 금목서 명소

◆마무리: 일본에서 친근한 가을꽃 금목서

‘금목서’의 일본 이름은 ‘킨모쿠세이’

‘금목서’의 일본 이름은 ‘킨모쿠세이’ 이미지

(한자: 金木犀 / 가타카나 표기: キンモクセイ)

금목서, '킨목쿠세이'는 물푸레나무과 목서속의 상록소고목(常緑小高木)입니다. 키는 보통 3~6미터 정도. 꽃은 오렌지색인데요. 꽃이 흰색인 은목서(銀木犀), 일본어로 '긴모쿠세이(銀木犀; ギンモクセイ)'도 있습니다. 흰색을 '은', 오렌지색을 '금'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단, 식물학적으로는 ‘금목서’가 ‘은목서’의 변종이라고 합니다. 

은목서 이미지

킨모쿠세이는 사람 이름에도 많이 사용되는 꽃이름입니다. 일본 남자 이름으로 많이 사용되는 '一犀(잇세이)', 여자 이름인 '犀香(세이카・사이카)'가 바로 '킨모쿠세이(金木犀)'의 한자를 사용한 이름. 한자 '犀'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무소(코뿔소)', '박씨'(박 속의 씨) 등의 의미가 찾아지는데요, 일본 이름 글자에서는 '금목서'라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잘한 오렌지색 꽃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향기'의 이미지, ‘가을’의 이미지가 담긴 예쁜 이름인 듯합니다('犀香'의 '香'는 '향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일본에서는 남자 이름, 여자 이름에 꽃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WeXpats Guide의 인기 기사이기도 한 <예쁜 일본 이름 응용편: 꽃 이름을 사용한 일본 남자 이름, 여자 이름> 기사에서 다양한 꽃 이름이 어떻게 사람 이름에 활용되는지 살펴보세요. 

금목서 꽃 피는 시기: 9월 중순~10월 하순(일본 간토 지방 기준)

금목서 꽃 피는 시기: 9월 중순~10월 하순(일본 간토 지방 기준) 이미지

금목서는 절기상으로는 10월 한로(寒露; 칸로) 무렵에 피는 꽃입니다. 한로는 추분에서 15일째 되는 날로 2023년에는 10월 8일. '한로(寒露)'라는 '한로'는 '찬 이슬'이라는 뜻으로,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걸쳐 들풀에 맺히는 차가운 이슬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일본에서는 9월 중순에 '아키노 나가아메(秋の長雨)'라고 불리는 가을비가 내리는데, 이 비가 내리면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됩니다. 이때 피는 킨모쿠세이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 중 하나입니다. 단, 기온이 높으면 꽃이 피는 시기가 늦어진다고 하니, 꽃을 보러 가실 때는 참고해주세요. 

금목서 꽃말: 겸손, 고귀한 사람, 진실

금목서 꽃말: 겸손, 고귀한 사람, 진실 이미지

향기는 강렬하지만 꽃은 의외로 작고 소박한 금목서. 그래서 생긴 꽃말이 '겸손'입니다.

그럼에도 고급스러움은 숨길 수 없는 꽃으로 '고귀한 사람'이라는 꽃말도 갖고 있습니다. 같은 지역의 나무가 거의 함께 꽃을 피웠다가 함께 꽃이 떨어지는 모습, 4~5일에 걸쳐 작은 꽃들이 일제히 피어났다가, 2주 정도 지나면 꽃이 일제히 떨어져 오렌지색 융단을 깐 듯한 풍경을 연출하는데요. 이렇게 떨어지는 모습이 '품위 있고 깔끔한' 인상을 줍니다.

그렇다면 '진실'은? '천리향'이라는 별칭을 가진 만큼, 몇 킬로 밖까지 향기가 전해지는 것에서 '피어 있는 것을 숨길 수 없다'라는 의미에서 '진실', '진실한 사랑' 등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금목서는 중국에서 유래한 꽃, 삼향목(三香木) 중 하나

금목서 천리향 별칭 이미지

금목서의 원산지는 중국. 한국에서 '목서', 일본에서 '모쿠세이'라고 부르는 꽃들을 중국에서는 '계화(桂花)'라고 부릅니다. 그런 이유로 '금목서'를 '금계'라고도 합니다.

'계(桂)'는 금목서(계화)의 원산지인 중국의 '계림(桂林; 구이린)'에서 따온 글자. 계림의 이강(漓江) 지역에는 '계화수'라고 하는 '금목서 나무'가 무척 많이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계화', '금계'가 일본으로 유래되면서 '犀'라는 글자를 쓰게 된 것은, 줄기의 표면이 코뿔소(犀; サイ)의 피부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금목서는 3대 향기 좋은 나무, '삼향목(三香木)' 중 하나로도 유명합니다. 다른 두 나무는? 치자(梔子)나무인 '쿠치나시(梔子; くちなし)', 서향(瑞香)나무인 '진초우게(沈丁花; じんちょうげ)'입니다.

금목서의 향기는 서향나무와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꽃을 보기 전에 향기부터 맡게 된다면 초봄에는 2~4월에 꽃을 피우는 서향나무, 초여름에는 6~7월에 꽃을 피우는 치자나무, 초가을에는 9~10월에 꽃을 피우는 금목서, 이렇게 구분해보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삼향목'은 '3대 향 좋은 나무'라는 의미. 나무 자체가 향기를 풍기는 '향목(香木)'들과는 다릅니다. 대표적인 향목으로는 '백단(白檀; 뱌쿠단)', '침향나무(沈香; 진코우)'가 있습니다. 향의 종류로도 유명하죠.

진하고 달콤한 금목서 향은 관능적인 느낌도 드는데요. 그래서 꽃말 중에는 '도취'라는 꽃말도 있습니다. 한번 맡으면 잊을 수 없는 향기라는 뜻에서 '첫사랑'이라는 꽃말도. 실제로 향기는 편안하고 안심되는 향. 진정 효과가 높아서 불안감이나 짜증을 달래준다고 합니다.​

*내용 참고: 2018년 10월 5일 暮らしの歳時記 <金木犀(きんもくせい)>

금목서, 두 번 피었다 지기도

금목서, 두 번 개화 이미지

금목서는 9월에 한 번 피었다 지고, 10월에 다시 한 번 피었다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도쿄, 가나가와현 등 일본의 많은 지역에서 짧은 개화 기간에 두 번 꽃이 피었다 지는 현상이 자주 관찰되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궁금해 전문가에게 질문을 올린 분도 있었습니다(*). 2011년 와카야마대학 시스템 공학부와 와카야마 삼림국의 공동 연구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실험이 있었고, 관련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금목서가 꽃을 두 번 피우는 것이 최근의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외부 기온보다 3도 높은 환경에서 금목서를 키우며 관찰한 것입니다. 이렇게 온도를 높인 환경에서는 꽃이 피는 시기가 지연되었고, 개화 기간이 장기화되었고, 기와 중에 2, 3번 꽃을 피운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꽃을 복수 회 피운 경우는, 같은 집단 내에서, 동일 개체 내에서, 동일 개소 내에서 환경에 따라 꽃눈의 생장이 차이를 보이며 꽃을 피우는 시기에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참조: 2021년 10월 6일 일본 식물 생리학회 웹사이트 <キンモクセイの二度咲きについて>

일본의 유명한 금목서 나무들 & 일본 금목서 명소

피었다 약 일주일 정도면 다시 지는 꽃, 그래서 더 반가운 금목서를 만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합니다. 혹시 시기를 놓치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 않도록 볼거리가 많은 공원들을 위주로 골라봤습니다. 

[도쿄] 히비야 공원(日比谷公園)

2020년에는 10월 4일에 80% 정도 개화되었다고 공원 공식 트위터 계정에 사진이 게시되었습니다. 

[도쿄] 도립 요요기공원(都立代々木公園)

시부야하루오가와 플레이파크(渋谷はるのおがわプレーパーク) 부근, 요요기 국립경기장 제1체육관(代々木国立競技場第一体育館) 건너편과 공원 곳곳에 금목서, 은목서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쿄] 도립 진다이 식물 공원(都立神代植物公園)

[도쿄] 히카리가오카 공원(光が丘公園)

버드 생추어리(バードサンクチュアリ)[조류보호구역] 앞 보도에 300미터 정도 금목서 가로수길(並木; 나미키)가 이어집니다. 금목서 향을 맡으며 천천히 산책해보기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꽃이 떨어진 모습도 무척 멋있을 듯하죠?

[도쿄] 국영 소화 기념 공원(国営昭和記念公園)

공원 한가운데의 너른 들판인 ‘민나노 하랏파みんなの原っぱ’ 동쪽 공원로 주변, 어린이 숲(こどもの森; 코도모노모리), 화목원(花木園) 등 공원 곳곳에서 금목서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17년 공식 트위터 정보에 따르면 공원 내에 모두 497그루의 금목서 나무가 있다고! 커다란 나무들이 많다고 하니 꼭 찾아가보세요~ 

[도쿄] 도립 고가네이 공원(都立小金井公園)

공원 내에 자리한 ‘에도도쿄 건축원(江戸東京たてもの園)’ 앞, ‘완파쿠 광장(わんぱく広場)’의 건강놀이기구 옆, 츠즈지야마 광장(つつじ山広場) 동쪽의 코스모스 밭 위쪽을 찾아보세요~ 

[도쿄] 히에신사(日枝神社)

히에신사 금목서 이미지

‘산노마츠리(山王祭)’로 유명한 히에신사도 금목서 향기가 그윽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시즈오카현] 미시마신사(三嶋神社)

미시마신사 금목서 이미지

수령 1200년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미시마신사의 금목서 나무. 1년에 두 번 개화합니다. 

[교토] 교오 고코쿠지(教王護国寺) 

교오 고코쿠지 도지 금목서 이미지

진언종의 총본산으로 ‘도지(東寺)’라고 불리는 교오 고코쿠지에도 금목서 나무가 있습니다. 커다란 수양 벚나무 주변에서 향기를 따라가보세요. 

참고로 교토, 오사카 등의 간사이 지방에서는 금목서가 10월경에 개화한다고 합니다. 

[오사카] 오사카성 공원 내 ‘니오이노 모리(においの森)’

오사카성 공원 니오이노 모리 금목서

‘니오이노 모리’란, ‘냄새의 숲’이라는 뜻. 오사카성 공원 내에 앞에서 소개한 꽃향기 좋은 나무들인 삼향목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가을엔 금목서~

[에히메현] 오지모리지(王至森寺)

일본 환경부에서 인정하는 ‘향 풍경 100선(かおり風景百選)’으로도 선정된 금목서 명소. 추정 수령 천 몇백 년 이상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금목서 나무가 있습니다. 높이 약 16미터, 뿌리 둘레 약 4미터의 거목입니다. 

[구마모토현] 아소우바루(麻生原)의 금목서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금목서 나무로 높이 18미터의 늠름한 거목. 구마모토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40분을 가야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서 가장 큰 금목서 나무라고 하는 만큼,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참조: 코사마치(甲佐町) 웹사이트

마무리: 일본에서 친근한 가을꽃 금목서

일본에서 친근한 가을꽃 금목서 이미지

일본에서는 거리에서도 골목에서도 길을 가다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금목서. 향기에 기분 좋게 위로 받고, 오렌지빛 융단처럼 떨어져 깔린 작은 꽃들을 보면 왠지 가을이 시작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일본에서는 ‘천연 방향제’라고도 불리며, 실제로 방향제 향으로도 많이 배합되어 사용된 익숙한 향기의 꽃나무입니다. 향수, 차, 와가시(화가자) 등으로도 일상에서 가깝게 즐기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 알아본 금목서 기본 지식을 참고로, 기회가 된다면 금목서 명소에도 찾아가보세요!

라이터

Dami Kim
2018년 4월에 도쿄에 왔고, 일본어학교에서 1년간 열심히 공부해 N1 만점을 받았습니다. 일본 소설과 소설에 나올 것 같은 장소를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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