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차? 맛이 있는 차라는 뜻인가? 일본어를 잘 모르는 때에는 감이 잘 오지 않는 일본 차 문화의 핵심 키워드, 맛차(抹茶). 맛차의 기본을 알고 즐기며 일본 생활의 즐거움을 누려볼까요?
<내용 구성>
맛차(抹茶)란?
먼저 맛차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맛차와 녹차, 색도 비슷하고 비슷한 차 아닌가? 생각하기 쉬운데요, 먼저 맛차의 정확한 정의와 맛차를 즐기는 두 가지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맛차와 녹차, 같은 차? 다른 차?
맛차와, 녹차는 같은 차일까요? 다른 차일까요? 정답부터 말하면 ‘맛차는 녹차의 일종’입니다. 녹차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그중 맛차는 ‘덴차(碾茶)’를 갈아서 만든 분말차입니다. 녹차는 주로 잎차의 형태로 거름망 등으로 우려 먹지만, 분말차인 맛차는 더운 물에 풀어서 먹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맛차를 즐기는 두 가지 방법-코이차(濃茶), 우스차(薄茶)
맛차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맛차의 종류, 완성된 차의 묽기, 마시는 법 등에서 모두 크게 구별됩니다.
먼저 이름처럼 진하게 즐기는 ‘코이차(濃茶、こいちゃ)’입니다. ‘오코이차(お濃茶、おこいちゃ)’라고도 합니다. 코이차 분말은 우스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맛이 강하고 쓴맛이 적은 차로 만들어집니다. 완성된 차의 묽기가 우스차의 3배 정도로 진합니다. 차라고 하기보다는 스프에 가까운 진하기로,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죠. 마시는 방법도 개별적으로 차완(찻사발)을 들고 마시게 되는 우스차와 달리, 하나의 차완을 여러 명이 돌려가며 마시게 됩니다. 이렇게 마심으로써 차세키(茶席), 즉 차를 마시는 모임의 일체감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우스차(薄茶、うすちゃ)’, ‘오우스(お薄、おうす)’라고 하는, 코이차에 비해 묽게 풀어 마시는 차입니다. 코이차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일본차 카페 등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맛차로, 일상적으로 보고 접하는 ‘맛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맛차 문화의 시작, 센노리큐
맛차를 이해하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이름이 ‘센노리큐(千利休, 1522~1592)’입니다. 일본의 사도(다도)를 정립한 인물로, 어둡고 고요한 가운데 몸과 마음을 집중하며 검소하게 차를 마시는 ‘와비차(侘び茶、わびちゃ)’의 문화를 완성했습니다. 이 와비의 전통은 일본의 미의식으로 투박함, 조용함, 단순함, 불완전함 등에 가치를 부여하는 ‘와비사비(わびさび)’로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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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간단히 즐기는 맛차
2019년에 제작, 개봉된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에는 맛차를 즐기기 위한 ‘사도(茶道、さど)’의 풍경을 잘 그려져 있습니다. 차 맛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부터 외부 세계의 미묘한 표정과 변화까지 음미하는 사도. 그래서인지 10년, 20년… 나아가 평생에 걸쳐 사도를 배워나간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기모노를 입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을 추구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것이 물론 사도의 기본이지만, 일상 생활에서 맛차를 즐기는 즐거움 또한 포기할 수 없겠죠? 집에서 가볍게 맛차를 즐기며 일본 문화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맛차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抹茶を点てる”: 맛차를 즐기기 위한 준비물
‘맛차를 타다’를 일본어로는 ‘抹茶を点てる(まっちゃをたてる)’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도구들 중 기본적인 몇 가지를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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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레(茶入れ): 맛차가 들어 있는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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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샤쿠(茶杓): 맛차를 차완에 담기 위한 얇고 긴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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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완(茶碗): 맛차를 타기 위한 사발. 계절감을 살린 그림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기도 하고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형태를 띠기도 합니다. 차를 마시기 전 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사도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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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센(茶筅): 맛차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섞고 거품을 내기 위한 대나무 솔.
맛차의 거품은 선택?
‘맛차’ 하면 표면에 크리미하게 올라온 거품을 떠올리는 분이 계신가요? 맛차의 거품, 즉 ‘아와(泡)’는 사도를 본격적으로 배우는 이들에게는 자신이 따를 유파를 결정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센노리큐의 전통을 이어받은 사도유파(茶道流派)인 ‘산센케(三千家)’. 이중 차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을 기회가 있는 유명한 사도의 유파가 ‘오모테센케(表千家、おもてせんけ)’, ‘우라센케(裏千家、うらせんけ)’인데요. 이 두 유파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거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모테센케는 우라센케에 비해 더 보수적이라고 평가받으며, 차의 도구와 차를 타는 방식도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합니다. 우라센케는 도구에 있어서 새로움과 화려함을 인정하고, 차를 타는 방식도 혁신적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우라센케는 차센을 차완에 꽂아 넣듯이 넣어, 앞뒤로만 차센을 힘차게 움직여 거품을 풍부하게 만들어내, 마치 카푸치노 거품처럼 거품이 차 표면 전체에 올라 있는 특징을 갖습니다. 반면 오모테센케는 부드럽게 차센을 움직여 거품을 많이 내지 않아, 표면의 일부분에만 살짝 거품이 있는 형태를 띠게 됩니다. 어떤 방식이 차 맛을 즐기는 데 좋은지에 대한 연구이자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이죠.
집에서 가볍게 맛차를 즐길 때는 차센의 횟수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궁금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팁을 드리면, 1)왼손으로 차완을 잡고, 오른손으로 차센을 쥔다. 2) 위아래 10번 정도, 손목으로 차센을 움직여 거품을 낸다. 이렇게 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오른팔을 몸통에 붙인다는 느낌으로,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팔에, 이어 손목에 기운을 집중한다는 느낌으로! 한번 해볼까요?
이게 없으면 서운하다! 와가시(和菓子)
사도는 맛차를 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살린 일본의 전통 과자 와가시(和菓子)와 함께 차를 즐기는 것이 격식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봄에는 벚꽃 모양을 형상화한 와가시, 여름에는 물양갱인 미즈요우칸(水羊羹、みずようかん), 가을에는 호박, 고구마, 밤 등을 사용한 킨츠바(きんつば)와 만주(まんじゅう), 겨울에는 눈(雪)을 형상화한 흰색의 유키모치(雪餅、ゆきもち)…. 먼저 눈으로 형태를 즐기고 입으로 맛보며 계절의 아름다움을 또 한 번 음미하는 와가시의 세계.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수없이 많은 종류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과자들이 맛차 문화를 든든히 수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쿠로모지(黒文字)와 카이시(懐紙)
와가시를 잘라 먹을 수 있도록 함께 제공된 이쑤시개를 ‘쿠로모지요지(黒文字楊枝、くろもじようじ)’라고 하는데, 나무줄기에 검은 반점이 있는 녹나뭇과의 쿠로모지(黒文字)’로 만들어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나무 이름인 ‘쿠로모지’ 자체로 요지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와가시를 제공할 때 밑에 까는 종이를 ‘카이시(懐紙)’라고 합니다. 품(懐)에 품고 다니는 종이라는 뜻이죠. 흰 와시(和紙)를 반으로 접어서 사용합니다.
>> '와가시'의 다양한 종류와 이름이 궁금하다면? WeXpats Guide의 기사로 공부!
함께 즐기는 꽃, 글, 풍경
영화 <일일시호일>에는 주인공이 차를 즐기는 방(茶室、ちゃしつ)에 놓인 꽃과 족자,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도의 일부이기 때문인데요. 맛차 문화의 일부인 차시츠 안의 풍경을 휘리릭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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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코노마(床の間): 일본식 방에서 방바닥을 한 단 높여서 벽에 족자를 걸도록 만든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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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케지쿠(掛け軸): 도코노마에 거는 족자. 사도는 선(禅)의 영향을 받아 관련한 문구를 족자에 써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실에 들어서면 먼저 이 도코노마에 걸린 가케지쿠를 한 번 바라보세요~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문구, 차진(茶人)이 남긴 말, 일본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문구, 차 모임의 주최자나 강습을 주도하는 선생님이 전하는 메시지 등 내용은 다양합니다. 일본인이라도 처음 보는 문구들이 많아 알지 못하고 바라보는 것이 창피한 일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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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花), 하나이레(花入れ): 도코노마의 바닥에 장식된 꽃과 꽃을 넣은 용기에 해당하는 하나이레(花入れ). 사도에서는 센노리큐의 가르침에 따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을 이 하나와 하나이레로 표현합니다.
잘 몰랐던 맛차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들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맛차와 와가시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두려움 없이 조용한 여유를 즐겨보세요! 실내의 풍경, 창 밖의 풍경, 마음의 풍경을 함께 둘러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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