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카페와 잡화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잡은 ‘북유럽(北欧; 일본어 발음 ‘호쿠오’)’. 노르웨이의 숲, 다자키 쓰쿠루의 노르웨이부터 무민과 카모메 식당의 핀란드, 삐삐의 스웨덴… 북유럽 4개국을 일본의 카페들에서 느껴봅니다.
<내용 구성>
도쿄, 하루키, 노르웨이
관련 도서>>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ノルウェーの森)>(1987)
<상실의 시대>의 일본어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ノルウェーの森)>.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이 작품을 대학노트에 볼펜으로 쓰기 시작했을 때 원고에는 <빗속의 정원(雨の中の庭)>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습니다. 1986년 11월, 그리스령 미코노스섬에서의 일입니다. 하루키는 이듬해인 1987년 1월부터 한 달 동안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서 작품을 계속 이어 썼고, 다시 로마로 이동, 3월 7일에 아침부터 장장 17시간 동안 쉬지 않고 써서 초고를 완성합니다. 그리고 원고를 퇴고해 4월 초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최된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 출장을 온 고단샤 출판사 직원에게 원고를 전달합니다. 그 원고에는 하루키가 이틀 전에 고쳐 붙인 <노르웨이의 숲(ノルウェーの森)>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습니다(*).
*『遠い太鼓(한국어판 제목: 먼 북소리)』고단샤, 1990, 209-210쪽 참고.
처음 붙인 제목인 <빗속의 정원(雨の中の庭)>은 드뷔시의 피아노곡집 <판화(版画)>에 수록된 <Jardins sous la pluie(비의 정원)>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제목을 고민하는 와중, 초고를 읽은 아내의 제안과 주변인들의 의견에 따라 ‘노르웨이의 숲’으로 제목을 고치게 되었습니다. 비틀즈의 곡명인 <Norwegian Wood>을 번역한 것입니다.
도쿄의 노르웨이 카페: 푸글렌 도쿄, 오슬로 커피
>> 푸글렌 도쿄(FUGLEN TOKYO) http://fuglen.com/
그러니까 ‘노르웨이의 숲’은 사실 비틀즈와 영국에 더 가까운 것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들에게는, 노르웨이는 하루키의 도쿄와도 연결이 되기도 합니다. 도쿄에 있는 노르웨이 카페. 어쩐지 가보고 싶은 기분도 들고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노르웨이의 카페 ‘푸글렌(FUGLEN)’의 도쿄점인 ‘푸글렌 도쿄(FUGLEN TOKYO )’에는 한국인들에게도 큰 인기입니다. 지금 들리는 저 말이 ‘노르웨이’ 말인 것 같고, 노르웨이에 살다 온 것 같은 패셔너블한 힙스터들이 즐겨 찾는, 드립커피로 유명한 곳입니다.
>> 오슬로 커피(Oslo Coffee) http://www.oslo-coffee.com/
일본에선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북유럽 스위츠(北欧)’를 2종류의 스페셜 커피와 만날 수 있는 ‘오슬로 커피’의 스위츠 메뉴를 소개해봅니다.
- Ostkaka [오스트카카(스웨덴어로 ‘오스트’는 치즈, ‘카카’는 케이크: 북유럽 치즈 케이크]
- Cheese Cake with North European Berry [북유럽 베리를 더한 치즈 케이크]
- Sachertorte with Frensh Cream [생크림을 더한 자허토르테]
- Crème brulée with Caramel Apple [캐러멜 사과 크림 브륄레]
- Semla [세믈라: 아몬드&크림 브리오슈]
- Apple “Pepparkaka” [사과 “페파르카카”: 북유럽풍 타르트 타탱]
- Strawberry Princess Cake [딸기 프린세스 케이크]
- Coffee Cream Puff [커피 크림 퍼프]
추천 기사
FIKA, 말괄량이 삐삐, 스웨덴
소박하면서도 균형 잡힌 생활을 뜻하는 ‘라곰(Lagom)’에 이어 사랑하는 이들과 대화하며 차와 과자를 즐기는 ‘피카(FIKA)’를 생활에 중심에 놓는 생활 방식, 코로나에 대처하는 독자적인 방식 등, 한국에서도 점점 스웨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죠.
이케아(IKEA)에서 맛볼 수 있는 ‘미트볼’ 말고는 아직 떠오르는 스웨덴 음식이 없다면, ‘링곤베리’와 ‘프린세스케이크’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스웨덴은 헌법에 인간의 기본 권리로 ‘자연향유권’을 명시하고, 누구의 땅이든 자연이 주는 혜택은 마음껏(대신 책임감 있게) 즐길 수 있는 나라인 만큼, 과자, 케이크, 차 등에 야채와 열매 등을 풍부하게 사용합니다.
>> 릴라 카텐(Lilla Katten) https://lillakatten.com/
스웨덴 하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과 ‘말괄량이 삐삐’가 떠오른다는 분들은 스웨덴 과자&그림책을 즐길 수 있는 가나가와현의 릴라 카텐에서 스웨덴의 빈티지 그림책, 동화책들을 구경하고 스웨덴 과자, 케이크를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한두 종만 준비한 것이 아니라 쿠키만 10종, 케이크가 8종. 스웨덴 유학파로 스웨덴어 교실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이 스웨덴 레시피로 직접 만든 것입니다. 그림책, 동화책은 일본어가 아닌 스웨덴어. 스웨덴어를 모르더라도 그 빈티지한 디자인으로 한 권쯤 나의 유년을 추억하기 위해 소장하고 싶어집니다. 우표, 카드, 엽서도 판매하는데 모두 빈티지 그 자체. 스웨덴에 가지 않고도 스웨덴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합니다.
다자키 쓰쿠루, 카모메 식당, 핀란드
관련 도서>>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色彩を持たない多崎つくると、彼の巡礼の年)>(2013)
관련 영화>> 오기나미 나오코 감독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2006)
하루키 팬들은 분명 북유럽도 좋아하게 될 것 같은 것이, 2013년 외워지지 않는 긴 제목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주인공(다자키 쓰쿠루)가 이제는 ‘정말로’ 북유럽 땅을 밟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핀란드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우리에게 핀란드를 알린 일본 영화가 있었죠? <카모메 식당>입니다. 무레 요코(群ようこ)의 소설을 원작으로 ‘힐링 영화’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서도 이 영화로 인해 핀란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 때문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울 수도!
>일본 사이타마현의 무민 테마 파크 ‘무민 밸리 파크’
도쿄의 핀란드 카페: 이스툿(istut), 무민 베이커리&카페・무민 스탠드
>> 이스툿(istut) https://istut.shop-pro.jp/
도쿄 스기나미구 오기쿠보(荻窪)의 주택가에 위치한 istut. 깨끗한 화이트, 예쁜 파랑, 깔끔한 글자들. 홈페이지만 봐도 ‘북유럽 감성’이 제대로 전해져오는 카페 istut. 북유럽의 대표 도자기 브랜드인 Arabia의 그릇, 꽃병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에도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을 위해 특별 제작, 판매하는 예쁜 에코백에는 핀란드어로 “pidetään kahvitauko”라고 쓰여 있는데요. ‘근데 우리 커피라도 한잔 할까?”라는 말이라네요. 북유럽의 여유가 전해져오는 듯합니다. 핀란드의 도너츠인 ‘뭉키(munkki)’를 정성스럽게 내린 드립 커피와 함께 즐기며 핀란드의 고운 감성을 느껴보면 좋겠죠?
>> 무민 베이커리&카페・무민 스탠드 https://www.moomin.co.jp/spot/moomin-cafe
그래도, 핀란드 하면 ‘무민’이지~ 하시는 분들은 사이타마의 무민 테마 파크를 찾지 않더라도 도쿄 돔시티의 ‘라쿠아’에 입점된 ‘무민 베이커리&카페와 도내에 몇 개의 점포를 두고 있는 ‘무민 스탠드’를 방문해 다양한 핀란드식 음식을 즐기고 카페 한정 음료, 다양한 무민 굿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라테파파, 휘게, 덴마크
>> 노르딕스(nordics) https://metsa-hanno.com/guide/1173/
스웨덴에 ‘라곰’이 있다면 덴마크에는 를 뜻하는 가족, 친구, 동료들과 보내는 ‘아늑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뜻하는 ‘휘게(hygge)’가 있죠. 안데르센의 나라로 유명했다가 최근에는 ‘라테파파’로 더 유명한 덴마크. 사이타마의 ‘무민 밸리 파크’에 자리한 <노르딕스(nordics)>에서는 핀란드의 ‘무민’과 함께 덴마크 음식도 즐길 수 있습니다. 4개월마다 기간 한정으로 2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덴마크의 왕실 전용 그릇 ‘로열 코펜하겐’을 비롯 ‘이탈라(ittala)’, ‘아라비아(Arabia)’ 등의 북유럽 그릇에 요리를 담아낸다고 합니다.
>> 츠바키야 커피(椿屋珈琲) https://www.towafood-net.co.jp/tabid/281/Default.aspx
도쿄의 커피 체인인 <츠바키야 커피(椿屋珈琲)>에서도 로열 코펜하겐 잔에 커피를 낸다는 정보! 덴마크의 잔을 사용하지만 카페는 다이쇼(大正; 1912~1926년) 시대의 로맨틱함을 컨셉으로 하는 중후한 ‘킷사텐’의 분위기.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 듯합니다.
<관련 기사>
‘도쿄’의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궁금하다면? -> 도쿄 여행, 조용하고도 힙한 장소들: 모리 오가이 문학관, 나쓰메 소세키 고양이의 집, 도쿄도 사진 미술관(일본 문학, 일본 사진을 좋아한다면 강추!)
일본의 카페, 킷사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 크림소다, 커피젤리, 콘비프/가츠 산도! 일본 카페, 킷사텐의 역사와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