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소다, 커피젤리, 콘비프/가츠 산도! 일본 카페, 킷사텐의 역사와 문화

WeXpats
2020/06/05

조금은 어둑한 조명, 클래식하면서도 빈티지한 분위기의 일본 카페, 킷사텐(喫茶店). 알면 알수록 재미난 일본의 커피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내용 구성>

◆ 일본과 커피의 첫 만남: 나가사키, 하코다테, 요코하마

・나가사키의 “지유테이(自由亭、じゆうてい)”

◆ 일본 최초의 킷사텐은 복합문화, 휴식 공간

◆ 카페 하면 긴자(銀座)! 초창기 커피 문화를 이끈 긴자의 카페들

・따뜻한 우유를 팔던 밀크 홀(ミルクホール)

◆ 일본 카페의 매력, 모닝(モーニング), 게쇼쿠(軽食)

・카페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가장 높은 아이치현의 나고야

・일본 킷사텐의 대표 게쇼쿠(軽食), 산도잇치(サンドイッチ)

◆ 카페 일본어

일본과 커피의 첫 만남: 나가사키, 하코다테, 요코하마

일본의 3대 개항지 중 하나인 나가사키(長崎)의 인공섬 데시마(出島). 에도시대의 막부가 외국인 유입을 통제하며 네덜란드 무역을 한정적으로 허가했던 이곳에서 일본인이 커피를 처음 만났다고 전해집니다. 예상대로 “탄맛이 심해” 일본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3대 개항지인 나가사키, 하코다테(函館), 요코하마(横浜)의 서양 요리점들을 통해 일반 서민들에게도 커피가 소개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식으로 관세를 물고 커피가 수입된 것은 1877년. 이후 150년 만에, 커피는 일본의 확실한 기호 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나가사키의 “지유테이(自由亭、じゆうてい)”

에도시대 말기, 일본인 셰프에 의한 최초의 서양 레스토랑으로 문을 연 지유테이. 당시 메뉴는 비프테키(비프스테이크), 카레라이스, 커피, 스폰지케이크 등으로 전날 예약을 해야 했고, 1인 요금은 현재의 1만 3천엔 정도. 요금도 꽤 비쌌지만, 전화가 없던 시절, 전날 예약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무척 인기여서 1879년에는 시내로 진출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지유테이는 쇼와 49년에 현재 위치로 이전 복원된 것이라 합니다. 나가사키에 갈 일이 있으면 구라바엔(グラバー園) 내에 위치한 지유테이에서 커피 한 잔 해보세요!

*구라바엔(グラバー園) 홈페이지(한국어): http://www.glover-garden.jp/korean 

일본 최초의 킷사텐은 복합문화, 휴식 공간

카페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살롱’의 형태, 즉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장소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고, 일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식점에서 커피를 취급하던 것에서 본격적으로 커피를 취급하기 위한 카페, 킷사텐이 처음 생겨난 것은 1888년, 현재의 도쿄 우에노에 개점한 <가히사칸(可否茶館、かひさかん)>과 함께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가히’, ‘커피’를 이렇게 읽는 것도 참 새롭죠? 처음으로 커피를 메인으로 내세운 곳이긴 하지만, 지금의 카페보다는 복합문화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당구장, 트럼프, 크리켓, 바둑, 장기 등을 즐길 수 있고, 당시의 SNS라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붓과 벼루, 편지지와 봉투), 국내외 신문이나 잡지, 책, 그림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열람할 수 있었고, 탈의실, 화장실, 샤워실까지 완비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휴식 공간’의 한가운데에 ‘커피’가 있었던 셈이죠. 

블랙커피(ブラックコーヒー)는 당시 소바 한 그릇 가격의 1.5~2배였고, “우유를 넣은 커피(牛乳入りコーヒー)”는 이보다 소바 한 그릇 가격의 2배를 조금 웃도는 정도였다고 하니, 결코 저렴하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카페 하면 긴자(銀座)! 초창기 커피 문화를 이끈 긴자의 카페들

<가히사칸> 이후 10여 년이 지난 1910년대에는 이름에 당당히 “카페(カフェ)”를 내걸기 시작한 카페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장소는 오늘날 여행자들 사이에서 멋스러운 카페들이 있는 곳으로 연상되는 도쿄의 “긴자(銀座)”. <카페 프랑탕(カフェー・プランタン)>, <카페 파우리스타(カフェー・パウリスタ)>, <카페 라이온(カフェー・ライオン)>이 그 대표 주자들입니다. 프랑탕은 ‘최초의 회원제 카페’, 파우리스타는 ‘최초의 대중형 카페’, 라이온은 ‘최초의 메이드 카페(여자 종업원이 일본식 복장에 앞치마를 두르고 접객)’. 각각 ‘최초’라는 이름과 ‘특색’을 내세우며 카페 문화를 끌어나갔습니다. 관동 대지진의 이듬해인 1924년, 카페 라이온의 맞은편 건물에 <카페 타이가(カフェー・タイガー)가 입점하며 라이온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카페 하면 긴자’는 10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죠. 

따뜻한 우유를 팔던 밀크 홀(ミルクホール)

밀크홀을 아시나요? 이름처럼 우유를 제공하던 음식점으로, 1872년 처음 개점한 밀크홀. 일본인의 체질 개선을 목적으로 메이지 시대에 학생가, 역 주변 등에 다수 자리했다고 하는데요. 이 밀크홀에서 카스테라, 식빵, 콩과자 등을 쇼케이스에 진열, 판매했다고 합니다. 카스테라와 우유가 잘 어울리는 것을 아는 세대라면, 아하! 하고 재미있어 할 내용이죠. 학생가를 중심으로 한 장소 특성에 맞게 신문, 잡지 등도 비치해두었고, 커피도 제공했지만,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에는 본격 커피 전문점인 킷사텐의 전성 시대가 열리면서 밀크홀은 역할을 다하고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대는 돌고 도는 법! 그 귀여운 이름만큼, 레트로한 분위기를 살려 ‘밀크홀’이라는 이름을 달고 생겨난 현대의 바(BAR)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 카페의 매력, 모닝(モーニング), 게쇼쿠(軽食)

밀크홀에서 빵을 판매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커피와 빵, 과자가 잘 어울리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죠~ 일본의 카페는 특히 특색 있는 메뉴들로 손님들에게 어필합니다.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바로 “모닝(モーニング)” 세트. 즉, 오전 중에 판매되는 토스트류와 커피의 세트입니다. 일본식으로 읽으면 “모닝구”가 되죠.

카페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가장 높은 아이치현의 나고야

일본 킷사텐/카페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실. 아이치현의 나고야(名古屋)시는 킷사텐에서 지출하는 비용(연간)이 한 세대당 14,301엔으로 전국 평균인 5,770엔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더불어 킷사텐의 수, 킷사텐 종사자 수, 인구당 킷사텐 종사자 수도 상위에 링크되어 있는데요. 경쟁자가 많다 보니 다양한 서비스가 독자적으로 진화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나고야에 가면 카페에서 ‘모닝(モーニング)’ 서비스를 꼭 이용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러한 통계를 배경으로 한 것이죠.

일본의 킷사텐/카페에는 ‘모닝’ 말고도 ‘게쇼쿠(軽食)’, 즉 가벼운 식사가 제공되어 고민과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오후에는 조각 케이크와 음료를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함께 제공하는 ‘케이크 세트’ 등도 인기입니다.

일본 킷사텐의 대표 게쇼쿠(軽食), 산도잇치(サンドイッチ)

‘산도이치(サンドイッチ)’. 샌드위치보다 훨씬 귀여워서 빼앗아 쓰고 싶은 귀여운 단어죠. 일본에는 독특한 샌드위치들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가츠산도(カツサンド): 밥만 안 들었다뿐이지, 돈카츠 정식에 나올 만한 큼직한 돈카츠가 샌드위치 안에 먹음직스럽게 들어 있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됩니다.

  • 콘비프산도(コンビーフサンド): 염장한 고기인 ‘콘비프’를 사용한 샌드위치로, 상큼한 오이를 함께 넣은 별미 샌드위치입니다.

※일본 총무성통계국 2016년 5월 27일 발표 pdf p.11 <統計トピックスNo.95 経済センサスから分かる日本の「いま」> https://www.stat.go.jp/data/e-census/topics/pdf/topics95_2.pdf

카페 일본어 

일본 킷사텐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나서 자주 받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사토토미루쿠, 오츠케시마쇼카(砂糖とミルクお付けしましょうか)?’ 번역하면 ‘설탕이랑 우유, 추가로 제공할까요?’ 정도가 되는데요. 테이크아웃 형태의 카페에서는 직접 설탕, 시럽, 밀크(우유)를 챙기도록 비치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조금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일본 여행, 일본 생활의 즐거움이겠죠? 우리나라에는 쓰지 않는 용어, 추천 메뉴를 몇 가지 소개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 킷사텐에서 꼭 한 번 즐겨보세요!

  • 가무시롭푸(ガムシロップ): 일본에서는 뜨거운 음료에는 설탕을, 찬 음료에는 시럽을 넣어 먹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그만 캡슐형 시럽을 ‘가무시롭푸’라고 합니다.

  • 브렌도(ブレンド): 블렌드 커피. 일본에서는 ‘드립커피’를 ‘브렌도’라고 부릅니다. 

  • 코히젤리(コーヒーゼリー): 최근에 한국에서도 모 카페 체인에서 출시하며 인기를 모으게 된 커피젤리. 부드럽고도 진한 맛이 매력입니다.

  • 후로토(フロート)/ 코히후로토(コーヒーフロート): ‘플로트(float)’라는 단어 뜻처럼, 음료에 아이스크림을 띄운 것을 ‘후로토’라고 합니다. 커피 위에 아이스크림을 띄운 ‘코히후로토(커피플로트)’가 대표적입니다. 

  • 쿠리무소다(クリームソーダ): 한 번 보면 그 색 때문에 꼭 먹어보고 싶어지는 크림소다. 탄산수에 아이스크림을 띄운 플로트 계열이지만, 멜론 시럽을 넣어 초록색 빛을 낸 이 메뉴는 ‘크림소다’, ‘아이스크림소다’, ‘멜론크림소다’ 등으로 불립니다. 여름에 한 번쯤 꼭 먹게 되는 일본 킷사텐의 대표 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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