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보이들을 위한 잡지, 뽀빠이와 크리에이터들

WeXpats
2020/09/01

잡지 는 출판사 매거진하우스(マガジンハウス)에서 매월 10일 발행하는 ‘라이프스타일 정보지’입니다. 2020년 8월 6일 발매된 최신호의 가격은 860엔. 881호입니다. 일본의 서점에 가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놓여 있어 한 번쯤 볼 수 있는 잡지 <뽀빠이>와 잡지를 만든 크리에이터들을 소개합니다. 

<내용 구성>

◆ POPEYE: Magazine for City Boys: 여성지의 별책으로 시작된 마흔 살 넘은, 소년들을 위한 잡지

◆ 뽀빠이의 크리에이터 1. 로고 디자이너, 호리우치 세이이치(堀内誠一)

◆ 뽀빠이의 크리에이터 2. 아트디렉터, 마에다 아키노부(前田晃伸)

◆ 뽀빠이의 크리에이터 3. 편집자, 츠즈키 교이치(都築響一)

POPEYE: Magazine for City Boys: 여성지의 별책으로 시작된 마흔 살 넘은, 소년들을 위한 잡지

*뽀빠이 공식 홈페이지: https://magazineworld.jp/popeye/

뽀빠이는 1976년에 창간된, 꽤나 역사가 긴 잡지입니다. 잡지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1970년에 창간된 여성지 <앙앙(an・an)>(프랑스 잡지 와 제휴해 으로 시작, 1982년 이 창간되면서 <앙앙>으로 독립)가 별책으로 <멘즈 앙앙 뽀빠이(Men's an an POPEYE)>를 발행한 것이 잡지 뽀빠이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76년에 <뽀빠이>로 독립하게 된 것. 매거진 하우스는 뽀빠이 창간 이후 뽀빠이보다 조금 연령대가 높은 <브루타스(BRUTUS; ブルータス)>[1980년 창간],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잡지 <올리브(Olive)>[1982년 창간]를 연이어 창간하며 1980년대 잡지 전성기를 이끌어갑니다. (미국 만화 “뽀빠이”에서 이름을 차용한 만큼, 뒤에 출간한 여대생 잡지의 이름이 <올리브>인 것이 재밌습니다. “뽀빠이”의 여자친구죠.)

<뽀빠이>의 부제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지만 뽀빠이는 ‘시티 보이들’의 라이프스타일, 패션, 문화, 여행, 구루메 등을 제안하고, 담아내는 잡지입니다. 창간호의 목차를 보면 일본 잡지인지, 미국 잡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영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스케이트보딩, 조깅, UCLA, 캘리포니아 등 스포츠와 미국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초창기에는 “뽀빠이 소년”이라고 불리기도 한 “시티 보이(CITY BOY)”은 도회적 감성을 지향하는 ‘오샤레한(お洒落な)’ 젊은 남성들입니다. 일본어 ‘오샤레’는 ‘세련되다’의 의미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요. 요즘의 ‘힙한’이라는 표현이 담고 있는 분위기도 어느 정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름은 ‘소년’이지만, 어른이 되어서 다시 예전을 추억하는 키덜트들에게도 잘 맞는 테마와 내용을 자랑합니다. 

*마이니치 신문 2016년 6월 9일 자 기사 <マガジンハウス 「POPEYE」40周年 創刊号の復刻版が付録に> https://mainichi.jp/graphs/20160608/hpj/00m/040/006000g/2

뽀빠이의 크리에이터 1. 로고 디자이너, 호리우치 세이이치(堀内誠一)

잡지 뽀빠이는 독자 ‘소년들’ 뿐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잡지이기도 합니다. 편집자(에디터), 아트디렉터,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까지 <뽀빠이>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준 이들이 현재 일본의 크리에이티브 감성을 갱신해나가고 있다고 할까요?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그래픽디자이너, 그림 작가인 ‘호리우치 세이이치’(1932~1987)입니다. 그가 매거진하우스 출판사의 전신인 ‘헤이본출판(平凡出版)’의 디자이너로 디자인한 『an・an』『POPEYE』『BRUTUS』『Olive』의 로고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호리우치 세이이치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 <ぐるんぱのようちえん(구룬파 유치원)>(1965년)은 일본에서는 롱셀러로 유명합니다. 뽀빠이 로고의 팬이라면 한 권 구해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뽀빠이의 크리에이터 2. 아트디렉터, 마에다 아키노부(前田晃伸)

2012년 뽀빠이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합니다. 리뉴얼의 결과는 성공적으로 평가되는데요, 다른 잡지에 비해 충실한 정보들을 담은 내용도 성공의 이유지만, 아트디렉터 ‘마에다 아키노부’의 지면 디자인(본문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팝하면서도 어딘가 살짝 기가 빠진 부분이 있어 독자를 안심시킨다’는 평. 마에다 아키노부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뽀빠이>를 읽으면서 작은 칼럼 등에 섞여 있는 문화나 디자인 정보의 존재에 처음 눈을 떴다고 하는데요. 편집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전공한 것도 아니고, 대중적인 것을 만드는데 그렇게 흥미가 없었던 데다, 팔릴 것을 만들 자신도 없었는데 10만 명 이상을 상대하는 잡지를 만들고 있다니 시대가 바뀐 것인지 자신이 바뀐 것인지 어리둥절하다고 합니다. (지금의 <뽀빠이>의 디자인도 처음부터 지금 같은 형태로 하자! 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반년 정도 버틸 수 있을까’ 불안한 상태로 시행착오를 한 결과라고. 2012년의 리뉴얼 이후에도 미묘하게 3단계 정도 디자인에 변화가 있었다고 하네요.) 에디토리얼 디자인의 역할이란 “좋은 분위기로 만들어 정리하는 것 뿐”이고, 보는 사람도 그렇게 심각하게 디자인에 대해 요구하지 않으므로 “기분 좋게” 일하면 된다고 하는 데서 <뽀빠이>의 디자인이 겹쳐지는 듯합니다. 대형서점은 물론, 해외에도, 작은 동네의 편의점에도 한 권쯤은 놓여 있는 잡지이니, 시골 구석에서 괴로워하며 돌아다니는 이들이나, 길가에서 흐느적거리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 있는 선택지 ‘이외’도 있다고, 그런 메시지를 전할 마음으로 디자인하고 있다는 말에서는 ‘뽀빠이’ 디자이너로서의 역할, 책임감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the fashion post 2018년 2월 8일  내용 참조 https://fashionpost.jp/portraits/51329
*마에다 아키노부 홈페이지 http://www.akinobumaeda.com/

뽀빠이의 크리에이터 3. 편집자, 츠즈키 교이치(都築響一) 

잡지 <뽀빠이>의 전성기에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한 츠즈키 교이치 씨. 한국에 『권외편집자(圏外編集者)』라는 저서가 소개되어 있기도 합니다. 1975년에 대학에 입학, 1976년에 창간된 <뽀빠이>를 당시 관심사였던 스케이드 보드와 관련해서 보기 시작했고, 편집부에 엽서를 보냈더니 대학생들 사이에서 뭐가 유행하는지 알고 싶어하던 편집부에서 ‘편집부에 한번 놀러와라’라고 해서 아르바이트로 잡지 제작을 도우며 <뽀빠이> 편집부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영문과였던 터라 현지(미국)의 잡지를 번역하기도 하고, 번역하는 것보다 직접 쓰는 게 빠를 것 같아 라이터로 기사를 쓰기 시작한 것. ‘시급 얼마’에서 ‘원고료 1매당 얼마’의 세계로 들어서 편집부에 자리도 하나 받아 편집부 일을 돕고 라이터로 기사를 써나갔습니다. 이렇게 발을 들였기 때문에 현재까지 한 번도 ‘취직’의 형태로 고용되어본 적이 없이 ‘편집자’ 생활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뽀빠이>에서 5년, 같은 출판사의 잡지 <부루타스(BRUTUS)>에서 5년. 도합 10년을 회사에 자기 책상은 있지만 월급은 없고 대신 쓴 만큼 원고료를 받는 생활을 계속한 츠즈키 교이치. 10년 만에 기자로 중도채용 권유를 받았지만, 일은 프리에게 맡기고 월급만 많이 챙기는 사원들이 싫어서 정사원이 되지 않고 계속 프리랜서로 남았습니다. 라이터가 아니라 ‘자신이 기획해서 실현하는’ 편집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밝히는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흔들려서 ‘뭐든지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장기적으로 일이 안 들어온다”고 말합니다. “이 분야는 ‘그 사람한테는 절대 못 당해’라는 강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나이에 관계 없이 일이 들어온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 특기 분야를 철저히 파고드는 것이죠(*).” <뽀빠이>에는 좋아하는 것들, 잘하는 것들로 무장한 편집자들의 세계가 펼쳐져 있겠군요!

*DIAMOND online 2018년 5월 2일, <なぜ一度もサラリーマン編集者になることなく、仕事を続けたか――都築響一の場合。【前編> https://diamond.jp/articles/-/168876

DIAMOND online 2018년 5월 5일, <一生フリーで生きていくために、自分でメディアを作った――都築響一の場合。【後編】> https://diamond.jp/articles/-/168882

*츠즈키 교이치가 운영하는 유료 메일 매거진 https://roadsid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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