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비하인드 스토리

WeXpats
2020/12/02

<이웃집 토토로(원제: となりのトトロ)>는 1988년 일본에서 개봉, 한국에서는 2001년에 개봉했습니다. 일본 개봉으로부터는 32년, 한국 개봉으로부터도 내년이 되면 20년을 맞이하는 장수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본어, 일본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 꼭 보게 되는 필수 애니메이션이기도 하죠. 그런데 혹시, 이런 부분도 알고 계셨나요? (상단 타이틀 및 내용 이미지 (C) 1988 Studio Ghibli)

<내용 구성>

◆토토로 옆의 이 소녀는 누구?

◆그림책 원고로 시작, 주인공은 자매가 아닌 '소녀 1명'

◆토나리노 토토로(이웃집 토토로)의 제목 뜻

◆사츠키, 메이, 5월

◆토토로자와(토코로자와), 토로루(트롤), 토토로

토토로 옆의 이 소녀는 누구?

토나리(となり)의 뜻, 토토로(トトロ)의 뜻. 모두 한 번씩 찾아보게 되죠. 이전에 기사로 소개 드렸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원제: 千と千尋の神隠し)'처럼, 오늘도 제목을 통해, 그리고 일본 문화를 통해 영화의 의미를 새겨보려고 합니다.

<이웃집 토토로> 일본 개봉 당시 포스터입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부터. 토토로의 왼쪽에 있는 소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스튜디오 지브리 공식 사이트 제공 <이웃집 토토로> 작품 스틸컷 페이지 상단 참고 http://www.ghibli.jp/works/totoro/#frame

병아리색 셔츠에 오렌지색 멜빵 치마. 자매 중 언니인 '사츠키'의 옷이 분명한데... 포스터 속 토토로 옆의 소녀는 머리를... 동생인 '메이'처럼 양갈래로 질끈 묶고 있네요? 머리를 자르기 전의 사츠키로 보기에는, 영화의 중간에 등장하는 명장면이다보니 뭔가 맞지 않는데요. 포스터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요?

그림책 원고로 시작, 주인공은 자매가 아닌 '소녀 1명'

<이웃집 토토로>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아니라 그림책 원고로 기획되던 중에, 애니메이션으로 발전되었습니다. 그림책 원고일 때 주인공은 자매가 아닌 '소녀 1명'이었는데요. 그 소녀의 모습이 바로 포스터에 있는 사츠키의 복장+메이의 용모를 한 소녀입니다.

그랬던 것이 애니메이션 기획서를 제출한 1986년 12월에 소학교 3학년생인 사츠키와 5세 메이 자매가 주인공인 것으로 조정되어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시간은 60분으로 기획되었지만 <반딧불이의 묘(원제: 火垂るの墓)>와 함께 개봉하기로 하며 두 작품 모두 90분에 가깝게 시간을 늘여서 제작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습니다.

이왕 자매를 주인공으로 하기로 했으면 포스터에도 자매가 등장하게 하면 좋았을 것을, 왜 개봉 시점에도 소녀 1명을, 그것도 사츠키도 메이도 아닌,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소녀의 모습으로 토토로와 나란히 서게 한 것일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작품 내용에 맞게 사츠키와 메이를 토토로와 함께 세우는 시안이 검토되었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나오지 않았다고. 그래서 원톱 소녀를 내세워 포스터를 제작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토토로와 소녀'가 나란히 앞을 보며 서 있는 장면에 꽤나 의미를 두었던 것입니다.

토나리노 토토로(이웃집 토토로)의 제목 뜻

이 이야기를 듣고 다시 제목을 떠올려보면 '토나리(となり)'라는 일본어 표현이 더욱 와닿습니다.

隣(となり)/ 토나리 [출처: goo辞書]

1 並んで続いているもののうち、最も近くにあること。また、そのもの。「隣の席」「隣町」

(나란히 계속된 것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함. 또는, 그 대상. 「옆 자리」「옆 마을」)

2 左右両側にある家。また、その家の人。「隣に留守をたのむ」

(좌우 양쪽에 있는 집. 또는, 그 집의 사람. 「옆집에 집을 봐달라고 부탁하다」)

한국어 제목 <이웃집 토토로>의 경우 사전의 두 번째 의미, 즉 '이웃집', '옆집'을 택해 번역되었는데요. 일본어 원제는 사전의 첫 번째 의미, 즉 '나란히 가장 가까이 서 있는'의 의미로 해석해도 무난합니다. '5세 소녀의 가장 옆에 서 있는 토토로'. 하야오가 그림책 원고 단계부터 추구했던 이미지는 이렇게 '나란히, 가장 가까이'였기에, 두 명의 소녀가 토토와 나란히 선, 즉 세 명의 존재가 서 있는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작품을 그려나가는 와중에 아주 지혜로운 답을 찾아냅니다. 

사츠키가 메이를 업고 있어, 결국 ‘토토로와 소녀가 나란히’ 있는 이미지가 완성되었습니다. 2001년 <이웃집 토토로> 한국 개봉 당시 포스터에도 이 이미지가 사용되었습니다.

버전 2 포스터에 차용된 이미지, 즉 두 소녀가 토토로와 함께 '네코버스'를 기다리는 장면. 토토로 팬들에게는 소녀의 빨간 우산이 없이는 상상이 되지 않는 명장면이지만, 실제로 하야오 감독은 우중 버스 정류장 신이 아닌, 낮 장면도 상상했다고 하네요. 무척 고민했다고 하는데, 더 아름다운 장면이 가능할지 상상해보게 됩니다.

<이웃집 토토로> 일본 개봉 당시 포스터의 문구

このへんないきものは、まだ日本にいるのです。たぶん。

(이 이상한 생물은, 아직 일본에 있답니다. 아마도요.)

사츠키, 메이, 5월

사츠키(皐月)와 메이(May)는 일본어와 영어로 각각 '5월'을 뜻합니다. 이사한 뒤 전학한 학교에 다녀온 사츠키가 아빠가 있는 서재로 들어오는 장면. 서재의 달력이 바로 5월입니다. 히사이시 조(久石譲)의 <이웃집 토토로> OST의 두 번째 곡으로 이사 장면에 쓰인 곡명도 <五月の村(오월의 마을)>입니다. 자매들이 이사한 것은 역시 5월로 생각되는데요. 어떤 눈 밝은 토토로 팬(*)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캘린더와 칠판에 쓰인 날짜 등을 가지고 작품의 배경을 추리해 자신만의 답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야오 감독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라고 밝힌 것은 '1953년'. 이 팬은 아빠의 서재에 있는 5월 달력이 (31일이 아닌) 30일까지밖에 없다는 것, 이후의 달력이 1953년의 달력을 그대로 따른 것이 아니라 1950년대의 몇 해의 달력에서 날짜를 따온 듯하다는 것에 주목, 토토로의 세계가 현실 세계 그 자체가 아니라, “もうひとつの現実世界(또 하나의 현실 세계)”라고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꿈과 환상의 세계가 아니다. 실제 사회라는 흔들기 어려운 세계와 또 다른, 그러나 실제 사회와 같은 정도의 실체감을 동반하는 또 하나의 현실 세계(けれど、それは夢まぼろしの世界ではない。実社会という揺るがしがたい世界とは別の、しかし実社会と同じくらい実体感をともなう「もうひとつの現実世界」)”라고 말이죠.

‘토토로가 존재하고, 하룻밤에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계', '5월 31일이 없어도 이상하지 않은 세계', ‘단지 조금 '이상한(へんな)' 세계’, ‘어려움이 있을 땐 (누군지 몰라도) 반드시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는 세계’. 그런 세계에 많은 이들이 위로받고 있습니다.

*내용 참고: 2011년 3월 28일 <となりのココロの里山ブログ by 周> 블로그 <『となりのトトロ』 の舞台はいつ?> http://shusan0630.cocolog-nifty.com/blog/2011/03/post-10d7.html

토토로자와(토코로자와), 토로루(트롤), 토토로

'토토로'는 무슨 뜻? 하야오 감독은 2018년 출간된 책 <トトロが生まれたところ(토토로가 태어난 곳>에서 사이타마현의 ‘토코로자와(所沢)’를 작품의 무대라고 말했습니다. '토코로자와'라는 지명을 어린 소녀가 '토토로자와'라고 했다는 데서 '토토로'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하는데요. 토코로자와는 하야오 감독의 자택이 있는 곳으로, 2020년 11월 4일 시 설립 70주년을 기념하며 '토토로 모뉴먼트'를 설치했습니다. '토토로가 태어난 곳(トトロの生まれたところ)'으로 알려진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토토로 팬들이 이곳을 찾게 되겠지요?

<토나리노토토로> 모뉴먼트

세이부철도신주쿠센(세이부신주쿠센)・이케부쿠로센 토코로자와역(所沢駅) 동쪽출구(東口) 로터리 내에 위치

*사진 출처: 2020년 11월 5일 토코로자와나비(所沢なび) <「となりのトトロ」モニュメントが所沢駅ロータリーに!> https://tokorozawanavi.com/news-myneighbortotoro20201105/

털복숭이의 거대한 몸집을 가진 '이상한 생물'. 이런 거대함에도 전혀 해롭지 않고, 귀엽기까지 한 것이 보면 볼수록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웃집 토토로> 애니메이션에서 사츠키와 메이가 토토로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림책에 나오는 트롤(絵本に出てたトロルのこと)?" 하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트로루'도 역시 '토토로'와 조금 발음이 비슷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거대한 몸집, 털북숭이의 이미지입니다. 일본에는 1965년에 <三びきのやぎのがらがらどん(세 마리 염소 가라가라돈)>(Marcia Brown 그림, 瀬田 貞二 번역, 福音館書店)이라는 그림책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옛이야기 "De tre bukkene Bruse"에서 비롯되어 민화집에 수록된 것이 그림책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웃집 토토로>의 마지막에서 엄마가 자매에게 <三匹の山羊(세 마리의 산양)>이라는 그림책을 읽어주는데요.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트롤'의 존재에서 왠지 <세 마리 염소>와 관련이 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림책은 32페이지, 길어도 48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분량이 대부분이죠. 토토로를 좋아하는 분들은 물론 애니메이션을 보고 좋아하게 되셨겠지만,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초 기획이었던 '그림책 원고'를 한 번 상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이웃집 토토로>를 그림책으로 만든다면, 어떤 장면만을 추리고, 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이웃집 토토로> 이미지 출처: 스튜디오 지브리 공식 사이트 제공 <이웃집 토토로> 작품 스틸컷 http://www.ghibli.jp/works/totoro/#f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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