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의 기본, 4컷 만화(네 컷 만화)와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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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8

신문에 연재된 4컷(네 컷) 만화? 그럼 시사 만화 아니야? 그런데 ‘사자에상’, ‘아즈망가 대왕’, ‘아따맘마(아타신치)’가 4컷 만화라고? ‘아톰’과 ‘도라에몽’ 작가도 ‘4컷 만화’로 데뷔를?

<내용 구성>

◆ 4컷 만화: 4コマ漫画(욘코마망가)란?

◆ 일본 국민 애니메이션 ‘사자에상(サザエさん)’, ‘아톰’의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의 데뷔작도 4컷 만화

◆ 1980년대 이후, 만화 잡지 연재에 따른 4컷 만화의 진화

◆ 23컷 만화 <아타신치(한국어 제목: 아따맘마)>

4컷 만화: 4コマ漫画(욘코마망가)란?

일본 만화의 ‘컷’, 시간표의 ‘구획’을 일본어로 ‘코마(コマ; 齣)’라고 합니다. 4컷만화는 따라서 ‘욘/코마/망가’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신문과 잡지의 한 코너로 연재되어왔고, 1980년대에는 <4컷만화 잡지(4コマ漫画雑誌)>도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한자 ‘만화(漫画)’의 뜻

‘気の向くままに漫然と描いた画(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그린 그림)’이라는 뜻. ‘漫然(만젠토)’라는 부사어는 ‘명확한 목적, 목적의식이 없는 상태’를 듯하는 말. 에도시대의 우키요에 화가인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호쿠사이망가(北斎漫画)』(1814)에서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음. 

자유 드로잉에 가까웠던 ‘만화(漫画)’는 1장의 그림이었다가, 점차 코마로 나뉘어그려졌습니다. 처음부터 4코마였던 것은 아니고, 2, 3, 6 등 다양한 코마 수로 그려졌는데요. 메이지시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1코마와 4코마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신문에 4컷 만화가 연재된 것은 1923년 도쿄아사히신문(東京朝日新聞)에 연재된 <쇼챵의 모험(正チャンの冒険)>이었습니다. 소년 ‘쇼챵’과 친구인 다람쥐의 모험담을 그린 만화로, 그림풍은 일본풍이라기보다는 유럽풍. 지금보아도 클래식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이 작품은 일본 최초로 말풍선인 ‘후키다시(吹き出し)’를 사용한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칸 밖에 설명문이 배치된 것도 특징적입니다. 

4컷 만화의 다양한 칸 배치 방식

4컷 만화는 한 칸씩 4열로 배치하는 세로 배치 방식, 두 칸씩 2열로 배치하는 방식(밭 전(田)자 스타일)부터 4칸을 1열로 배치하는 가로 배치 방식 등 다양한 배치 방식이 있습니다. 

일본 국민 애니메이션 ‘사자에상(サザエさん)’, ‘아톰’의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의 데뷔작도 4컷 만화

4컷 만화 <사자에상(サザエさん)>

쇼와(昭和) 시대 가정의 일상, 고도경제성장, 여성의 사회 진출 등 일본의 시대상을 잘 담아내 일본에서는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사자에상(サザエさん)>. 1946년 4월 22일, 후쿠오카의 지방신문 <석간 후쿠니치(夕刊フクニチ)>에 연재를 시작할 때 <사자에상>은 ‘4컷 만화’였습니다. 대사가 가타카나로 되어 있고, 무대는 후쿠오카의 하카타였습니다. 작가인 하세가와 마치코(長谷川町子) 씨가 1920년생이니 연재를 시작할 때는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 같은 해 여름 하세가와 씨는 도쿄의 출판사로부터 일자리를 제안받아 사자에상이 결혼하는 것으로 연재를 중단하고 도쿄 세타가야구의 사쿠라이초로 이사를 합니다. 그리고 약 반년 뒤인 1947년 1월 3일에 다시 연재를 재개합니다. 무대는 도쿄로 바뀌었고, 사자에상의 남편 마사오(マサオ)가 사자에 부모님 집에 함께 사는 설정이었습니다. 4컷 만화 <사자에상>은 중간중간 연재가 중단되고 연재처가 바뀌기는 했지만 1974년까지 연재를 계속, 6500화의 4컷 만화가 그려졌습니다. 직사각형 컷이 세로로 배치된 방식이었습니다.

하세가와 씨는 후쿠오카의 집을 판 돈으로 언니인 마리코(毬子)와 같이 출판사 ‘시마이샤(姉妹社; 자매사)’를 만들어 연재했던 <사자에상>을 단행본으로 출판합니다. 책의 사이즈로 인해 고생을 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으로 68권을 직접 출판해냈습니다.

테즈카 오사무의 데뷔작 <마아챵의 일기장(マァチャンの日記帳)>

‘아톰’의 작가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의 데뷔작으로 이야기되는 사자에상과 같은 1946년, 형식도 4컷 만화였습니다. 제목은 <마아챵의 일기장(マァチャンの日記帳; 마아챵노닛키쵸)>. 오사카마이니치신문(大阪毎日新聞)의 소학교 학생을 위한 신문에 연재되었습니다. 신문의 발행 지역이 한정되어 있어 오사카, 도야마현, 이사카와현 시코쿠 지방의 현들에서는 볼 수 있었지만 도쿄가 있는 간토 지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야구모자를 거꾸로 쓴 유치원 정도 되는 장난꾸러기 소년 마아챵(マァチャン)과 늘 같이 노는 친구 ‘톤챵(トンチャン)’의 일상을 그린 작품(세로 배치)으로, 당시 소학교 학생들이 가타카나를 먼저 배우는 것을 고려해 가타카나 표기를 사용했습니다. 연재 당시 오사무의 나이는 만 17세, 세는 나이로 19세였기에 “여러분과 같은 빡빡 머리에 19세 형이랍니다(みなさんと同じクリクリ坊主で十九歳のお兄さんです)”라고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코 후지오(藤子不二雄)’가 되는 두 만화가가 당시 도야마현의 소학교에 다니며 이 만화를 재미있게 읽었고, 테즈카 오사무의 ‘왕팬’이 되었다는 것도 운명적인 에피소드. 얼마나 팬이었는지 5년 뒤인 1951년에 같은 신문에 4컷 만화인 <천사 타마챵(天使の玉ちゃん)>을 연재했습니다.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가들의 시작이 모두 4컷 만화였다니, 일본 만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들을 찾아 일본어를 공부해보는 것도 좋은 학습법일 듯합니다.

*테즈카 오사무 공식 홈페이지 <マァチャンの日記帳> 소개: https://tezukaosamu.net/jp/manga/459.html

1980년대 이후, 만화 잡지 연재에 따른 4컷 만화의 진화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샐러리맨들을 주인공으로 한 4컷 만화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어딘지 비슷비슷하게 느껴진다는 평도 있었는데요. 기존 4컷 만화가 연재되던 신문이 아닌 잡지에 4컷 만화를 연재하며 좀 더 자유로운 소재와 스타일을 보여준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스토리 4코마(ストーリー4コマ; 스토리 욘코마)”

기본적으로 4컷 만화는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고, 마지막 컷에 웃음을 유발하는 결말인 ‘오치(オチ)’를 두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런데 만화 잡지가 성장하면서 신문이 아닌 잡지에도 4컷 만화를 연재할 수 있게 되고, 스토리 만화를 그리던 이들이 4컷 만화를 그리게 되면서 ‘스토리성’이 중시되는 4컷 만화들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오치’가 구사되었는지 구사되지 않았는지 알기 어려운 4컷 만화들도 4컷 만화라는 이름으로 연재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스토리 4컷 만화’들의 경우는 한 편에서의 웃음 요소보다 몇 편의 4컷 만화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스토리가 중요해집니다.

“부조리 4코마(不条理4コマ; 후죠리 욘코마)” <伝染るんです。(우츠룬데스。)>

작가는 요시다 센샤(吉田戦車). 1989~1994년에 연재. 특이한 취향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부조리 개그 만화. 4컷 만화지만 각 컷의 크기를 내용에 따라 다르게 하는 듯 좀 더 자유로운 배치. ‘오치(オチ)’에도 크게 집착하지 않는 등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 작품.

“모에 4코마(萌4コマ; 모에 욘코마)” <あずまんが大王(아즈망가 대왕)>

1999년, 오타쿠 문화가 4컷 만화계로 진입했습니다. ‘모에(萌え)’란, ‘애니메이션, 게임, 아이돌 등의 대상(주로 미소녀계의 캐릭터)에게 끌리는 감정’을 가리키는 서브컬처계의 용어인데요. ‘모에 4컷 만화’는 등장인물이 미소녀에, 모에 콘텐츠의 그림풍을 사용한 4컷 만화를 말합니다. 

<아즈망가 대왕>은 작가 아즈마 키요히코(東 清彦; あずま きよひこ)가 1999~2002년에 연재.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여고생들이 등장해 펼쳐지는 일상을 그린 작품. 등장인물들의 신장이 몇 센티인지까지 자세하게 설정되어 있음. 별 것 없는 일상을 다룬다는 뜻의 ‘공기계(空気系; 쿠키케)’, ‘일상계(日常系; 니치죠케)’라는 장르를 만들어내기도. 

23컷 만화 <아타신치(한국어 제목: 아따맘마)>

케라에이코(けらえいこ) 작가의 작품으로 한국에 ‘아따맘마’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었던 <아타신치(あたしンち)>. 4컷 만화는 아니지만 같은 사이즈의 칸 23개로 1화가 완성되는 ‘23컷(23コマ) 만화’입니다. 1994년부터 2012년까지 17년 동안 <요미우리신문 일요판(読売新聞日曜版)>에 연재되었습니다. 

만화 <아타신치>를 살펴보면, 첫 페이지에 화수 또는 타이틀과 만화 7컷, 두 번째~세 번째 페이지에 각 8컷으로 이루어져 총 23컷으로 되어 있습니다. 컷수가 많이 차이나기는 하지만 4컷 만화를 보듯, 부담 없이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이 신문을 보게 해서 신문의 4컷 만화만 보았다는 이들도 일본에 많다고 하는데요. 한국의 ‘시사 만화’, ‘풍자 만화’라고 생각해 멀리하셨던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4컷 만화’라는 풍요로운 콘텐츠를 일본어 공부에 활용해보시길 바랍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다 놓칠 뻔했던 단어와 표현들을 천천히 챙겨가면서 말이죠. 

일본 만화, 본격적으로 읽어보고 싶은 분들은 망가 대특집! <일본 망가 추천/필독 작품과 특징, 종류, 찾는 방법까지>를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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