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쿠사이의 ‘파도’ 우키요에,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시타마치... 에도시대 문화 여행

WeXpats
2020/07/14

일본 생활을 하다보면 ‘에도(江戸)’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게 됩니다. 딱딱한 역사는 어렵게 느껴지고… 호쿠사이, 우키요에, 마쓰오 바쇼, 하이쿠… 이런 문화 키워드로 에도시대를 들여다보는 건 괜찮을 것 같죠? 따닥따닥, 게타 소리와 함께 활기찬 에도시대로 떠나볼까요?

<내용 구성>

◆ 에도시대(江戸時代)란?

◆ 지금 봐도 멋진 디자인! 에도시대의 삽화 소설

◆ 마쓰오 바쇼와 하이쿠, 에도시대의 여행

◆ 우키요에: 호쿠사이 파도 그림

◆ 시타마치(下町), 에도의 분위기들이 남아 있는 곳

에도시대(江戸時代)란?

에도(江戸)라는 지명과 장소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에도시대(江戸時代)’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와 함께 시작됩니다. 에도시대의 이전 시대인 전국시대(戦国時代;센고쿠지다이). 천하통일을 놓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와 힘을 겨루던 대표적인 인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도요토미로부터 간토 지방의 영지를 받게 되자 에도에 자신이 머물 성을 마련하는데요. 그러면서 강을 메워가며 땅을 넓혀 성 주변에 자신의 가신들과 영지의 거주민들이 살게 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은 뒤인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막부의 쇼군이 되면서, 에도는 에도막부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에 에도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네요. 

여기서 잠깐>> 에도코(江戸っ子)란? 

‘에도코’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본래 의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의 에도에서 태어난 주민을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의 에도는 그 시대에 주목할 만한 ‘대도시’였습니다. 상공업이 발전하고, 이런 직업에 종사하며 에도문화를 즐기는 도시주민들을 ‘쵸닌(町人)’들, 도시인들이 에도의 거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 시대 에도의 서민들을 ‘에도코’라고 불렀던 것인데요. 이후 ‘에도코’는 특정한 성격을 표현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서울사람은 깍쟁이’ 등의 표현을 쓰듯이) ‘에도코’라고 하면 ‘돈 잘 쓰고, 자잘한 일은 신경 안 쓰고, 고집 세고, 싸움 잘하고, 말장난은 좋아하지만 의논은 못하고, 인정 많고 정의로운’ 이미지라고 합니다. 힘찬 상인의 이미지랄까요? 

메이지 시대의 이후 도쿄에는 전국에서 도쿄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에도에서 3대가 나고 자란’ 본래 의미의 ‘에도코’와 조금 다른 ‘도쿄코(東京っ子)’들이 생겨났습니다. 

지금 봐도 멋진 디자인! 에도시대의 삽화 소설

북적북적 많은 이들이 모여 사는, 상공업이 발전한 대도시. 여기까지 그려지셨나요? 그럼 자연스럽게 ‘문화’ 또한 발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죠? 에도시대의 성인 남성의 식자율(識字率), 즉 문자를 읽고 쓰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70%를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같은 시기 영국의 런던은 식자율 20%, 파리는 10% 미만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글 잘 읽는 ‘쵸닌(에도시대 서민)’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 속에서 문화생활을 열심히 즐겼습니다. 

여기서 잠깐>> 구사조시(草双紙)란?

아주 오래된 책인 건 분명한데... 꼭 요즘 만화책 같다! 에도시대의 책들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입니다. 에도시대 중기 이후 에도의 서민들 사이에서 유행한 그림(삽화)가 들어 있는 소설을 ‘구사조시’라고 합니다. ‘아카혼(赤本)’, ‘구로혼(黒本)’, ‘아오혼(青本)’, ‘기뵤시(黄表紙)’... 각각 빨강, 검정, 연두, 노랑… 표지색에 따라 내용과 독자층이 달랐다니 정말 재밌죠? 

이중 본격적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삽화 소설은 노란 표지의 ‘기뵤시’였습니다. 

기뵤시의 대표작인 조선후기의 <구운몽>(1687년 창작. 1725년 간행)을 떠올리게 하는 <金々先生栄花夢(긴킨 선생의 영화로운 꿈)>(1775년 간행)을 보면 펼침 페이지로 큼직하고 대담하게 그려진 삽화와 여백에 깨알같이 쓰인 글씨가 멋지게 ‘디자인’되어 눈을 즐겁게 합니다. 

[그림] 주인공이 몸속에 악의 왕이 들어와 성격이 바뀌었다가 도리선생(道理先生)의 가르침으로 다시 착해진다는 이야기의 기뵤시 책 <신가쿠하야소메구사(心学早染草)>(위키미디어 커먼스)

마쓰오 바쇼와 하이쿠, 에도시대의 여행

일본문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하이쿠(俳句)와 ‘하이쿠의 성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바쇼가 에도시대 전기에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우아한 ‘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하이쿠의 ‘하이(俳)’는 ‘익살, 장난, 패러디’ 등의 의미로, 하이쿠의 핵심은 바로 ‘유머’에 있었다고 합니다. 함축적인 내용으로 철학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에도시대의 ‘생활감’이 느껴지는 것이 ‘하이쿠’의 특징으로 꼽힙니다. 마쓰오 바쇼는 전국 각지를 여행 다니며 하이쿠를 지었으니, ‘김삿갓’ 이미지라고 할까요? 약 5개월 동안 500리(약 2400킬로미터)를 여행하며 「오쿠노호소미치(おくのほそ道; 오쿠로 가는 작은 길)」라는 기행문을 남겼습니다. 

여기서 잠깐>> 에도시대의 몰래여행, ‘오카게마이리(お蔭参り)’와 이세신궁(伊勢神宮)

에도시대에는 각 번 단위로 통행 도장 없는 서민들의 일반 여행을 법으로 금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병이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치료 여행’은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하고, 특히 미에현에 있었던 ‘이세신궁(伊勢神宮)’은 일본 황실에서 조상신을 섬기는 신사로, 이세신궁을 참배한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국에서 사실은 ‘여행’이 목적이고 참배는 ‘좋은 구실’인 ‘이세신궁 참배’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요. 이 참배를 ‘오카게마이리(お蔭参り)’, 일반적으로 '이세마이리(伊勢参り)'라고 합니다. ‘카게(蔭)’는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 ‘사람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의 뜻이라고 하니, ‘몰래여행’에 꼭 알맞는 이름이죠? 

[그림]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가 그린 <이세신궁・미야카와노와타시(伊勢神宮・宮川の渡し)>(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우키요에: 호쿠사이 파도 그림

에도시대의 예술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빨간 후지산, 거센 파도… 만화 같기도, 일러스트 같기도 한, 대단히 현대적인 그림, ‘우키요에(浮世絵、うきよえ)’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서민들의 문화가 꽃을 피운 에도시대 초기부터 성행한 회화 장르인 우키요에는 육필화와 판화 두 종류로 제작되었는데요. 특히 판화를 사용한 우키요에들은 복제가 가능해 서민들에게 널리 퍼진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다양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미인화’, ‘약샤화(약샤에(役者絵). 가부키배우인 가부키약샤와 가부키 관련 도구, 가부키를 즐기는 사람들을 그림)’, 명소를 그린 ‘명소화(名所絵)’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키요(浮世)’란 ‘괴롭고 덧없고 무상한 이생’ 정도의 의미라고 합니다.

에도시대판 애니메이션 원화가, ‘에시(絵師)’

에도시대에 우키요에를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화가들, 특히 우키요에 목판의 원화를 그리는 이들을 ‘에시(絵師)’라고 불렀습니다. 현대의 애니메이션, 게임 원화가들의 선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래서 오늘날 일본의 서브컬처계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에시’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

우키요에 에시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겠죠? 빈센트 반고흐 등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후지산 도판 화집으로 호쿠사이의 명실상부한 대표작인 『후가쿠산쥬록케이(冨嶽三十六景; 후지산 36경)』(1831~1834). 총 46개의 그림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파도 그림은 21번 「神奈川沖浪裏(가나가와오키나미우라)」, ‘아카후지(赤富士)’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붉은 후지산 그림은 33번 「凱風快晴(가이후카이세)」. 상식적으로 알아두어도 좋을 듯합니다. 판화인 만큼 몇 개의 미술관에서 소장되어 있습니다. 

호쿠사이 파도 그림

호쿠사이 후지산 그림

호쿠사이는 요괴 그림을 그린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우키요에(浮世絵)로 그려진 요괴들에 대해 소개한 <궁금한 일본 문화: 일본 요괴와 친해지기(유령과의 차이, 유명한 요괴들과 그림, 책 소개)> 기사도 읽어보세요!

시타마치(下町), 에도의 분위기들이 남아 있는 곳

에도의 매력은 그림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스쳐 지가나가는 거리에도 남아 있습니다. 도쿄의 ‘야마노테’와 ‘시타마치’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에도시대 초기, 에도성 주변과 그 서쪽 고지대인 야마노테 지역은 쇼군의 신하들인 ‘막신(幕臣)’들을 위한 거주지가 들어섰고, 저지대인 시타마치(下町)에는 상대적으로 평민들이 살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도쿄의 대표적 시타마치 지역 

니혼바시(日本橋), 교바시(京橋), 간다(神田), 시타야(下谷), 아사쿠사(浅草), 혼죠(本所), 후카가와(深川)

조금 더 깊이 있게 도쿄를 즐기고 싶다면 시타마치 지역을 산책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산책 코스를 정할 때 <도쿄 시타마치의 대표 주자, 아사쿠사(浅草)와 센소지> 기사를 참고해보세요.

*에도의 문화와 역사, 니혼바시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는 ‘도쿄 니혼바시’ 사이트(한국어) https://nihombashi-tokyo.com/kr/

일본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다면, 일본의 역사 시대 구분과 그 특징을 총 정리한 <일본 역사, 복잡한 시대 구분 쉽게 외우는 방법(각 시대의 특징 핵심 정리)> 기사도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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