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심화편: 일본 임신~출생~백일까지 아기를 위한 이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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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일본에선 출산 선물로 뭘 주면 좋을까? 태어난 아기를 위한 백일, 돌잔치 같은 이벤트도 있을까? 일본에서 전통적으로 기념해온 아기들을 위한 이벤트들을 알아봅니다.

<내용 구성>

◆ 일본의 순산 기원 전통: 帯祝い / 오비이와이 / 복대 축하

◆ 아기 이름 발표회: お七夜 / 오시치야 / 일곱 번째 밤

◆ 첫 신사 방문: お宮参り(오미야마이리)・初宮参り(하츠미야마이리)

◆일본의 백일 행사: お食い初め / 오쿠이조메 / 첫 식사

일본의 순산 기원 전통: 帯祝い / 오비이와이 / 복대 축하

2018년 5월,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회사 베이비캘린더(株式会社ベビーカレンダー)에서 '오비이와이(帯祝い)'에 대한 인식에 대해 앙케이트 조사를 하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비이와이(帯祝い)'란 '帯(오비)'와 '祝い(이와이)'를 합한 말로 '오비 축하' 정도의 의미입니다. '오비'란 일반적으로 일본 기모노의 허리에 두르는 띠를 말하지만, 순산 기원 이벤트와 관련해서는 ‘복대(하라오비, 닌푸오비)’를 뜻합니다. '오비이와이' 대신 '안잔키간(安産祈願; 안전한 출산을 기원)'이라는 말도 쓰입니다.

조사 시점에서 2년 이내에 임신・출산을 경험한 약 870명을 대상으로 '순산 기원 풍습을 남기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순산 기원 풍습을 남기고 싶은가요?>

1위 형태는 조금 바뀌어도 남기고 싶다 / 55.2%

2위 지금 그대로 남기고 싶다 / 28.1%

3위 어느 쪽이든 괜찮다 / 16.1%

4위 시대에 맞지 않으므로 없애는 게 좋다 / 0.4%

5위 기타 / 0.2%

전통적인 방식의 '오비이와이'는 임신 5개월 이후의 첫 번째 '이누노히(戌の日)'에 신사나 절을 찾아 '고키토우(御祈祷)', 즉 '기도'를 신청해서 받고, '하라오비(腹帯)', 즉 '복대'를 감는 것을 말합니다.

​이누노히(戌の日)

간지(干支)에 따른 날로, 간지가 12간지이니 12일에 한 번씩 돌아오게 됩니다. 간지로는 '戌'라는 글자가 '이누(犬)', 즉 '개'를 상징합니다. 개가 다산과 순산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누노히'에 순산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아래> 순산을 상징하는 오마모리(お守り; 지킴이)로 사랑받아온 '이누바코(犬張子)'

고키토우(御祈祷)・키토우(祈祷)

특별한 목표, 기원 등을 갖고 있을 때 신사나 절에 신청해 일정한 기도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기도를 말합니다.

실제로 순산 기원 기도를 받으러 신사나 절을 찾는지 물은 질문에 대한 결과, 약 88.2%가 다녀왔다고 답변했습니다. 언제 다녀왔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전통을 따라 '임신 5개월 이누노히'에 다녀왔다고 답한 비율이 59.6%, '이누노히가 아닌 주말 및 휴일'이 18.7%, '임신 5개월이 아닌 다른 달의 이누노히'가 11.9%였습니다.

​하라오비(腹帯)

‘하라오비(腹帯)’는 복대입니다. 이누노히에는 순산 기원 기도를 받는 의식을 치릅니다(액을 쫓고 정결하게 하는 의미로 '오하라이(お祓い)'라고도 합니다). 이 의식 때 기도를 받은 하라오비를 '사라시오비(さらし帯)'라고 합니다. 사라시오비를 집으로 가져와 배에 두르게 됩니다.

전통적으로는 홍백의 비단으로 만든 하라오비가 각 1개씩, 보통 때 쓸 수 있는 흰색 면으로 된 하라오비가 1개, 총 3개의 하라오비를 산모의 친정에서 보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신사나 절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하라오비에 기원을 담기도 하고, 각자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편한 하라오비 미리 준비해 가져가 기도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임부용 복대(妊婦帯; 닌푸오비)의 종류>

  • 하츠오비(初帯) 또는 이와타오비(岩田帯): 천을 몸에 감아 사용하는 타입.

  • 하라마키(腹巻) 타입: 허리에 끼우는 타입.

  • 팬티(パンツ) 타입: 배를 덮는 거들 타입.

​그런데 이 '하라오비'를 배에 감는 의식에 대해서는 산모들의 생각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 것이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습니다. 결론적으로 '배에 감지 않았다'고 하는 산모들이 많았던 것.

​<하라오비를 감았는가?>

1위 가져는 갔지만 감지 않았다 / 27.7%

2위 가져가지도 않았고 감지도 않았다 / 26.6%

3위 집에서 감은 뒤에 (신사, 절에) 갔다 / 19.8%

4위 기타(기도받을 때 받았지만 감지 않았다 등) / 17.8%

5위 집에서 가져가거나, 현지에서 받아서 나중에 감았다 / 13.1%

​하라오비를 감았다는 산모는 13.1%이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전통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답변은 참고로 0건이었습니다.

순산 기원 오마모리 '安産御守り(안잔오마모리)'

하라오비는 두르기 싫어도, 순산을 기원하는 오마모리를 몸에 지녔다는 산모는 약 92%, 그중 66%는 2개 이상 갖고 있었다고. 자신이 구입한 경우는 49.5%, 가족이나 친지 등에게 받은 경우는 50.5%. 주변에 임신한 일본 친구가 있다면 선물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내용 참고: 2018년 5월 23일 ベビーカレンダー <現代における『安産祈願(帯祝い)』の常識とは? 2年以内に妊娠・出産を経験した約870人に実態調査> https://corp.baby-calendar.jp/information/262

아기 이름 발표회: お七夜 / 오시치야 / 일곱 번째 밤

아기가 태어난 뒤 일주일이 된 일곱 번째 밤, 아기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행사를 가지는 전통이 있습니다(지역에 따라 3, 5, 6, 8, 11, 14일로 다르게 치르기도 합니다). 이날과 이날의 행사를 '오시치야(お七夜)'라고 하는데요. 전통적으로는 할아버지가 주최자가 되어 많은 이들을 초대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부모만, 또는 부모와 조부모만 정도로 단출하게 치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물론 아기의 건강과 산모의 회복이 최우선인 시기이므로 행사를 생략하거나 날짜를 연기하기도 한다고.

이 날의 메인 행사는 '이름 발표회(명명식)'. 일본어로는 '命名式(메이메이시키)'라고 합니다. '이름 붙이는 기념일'이라는 뜻의 '名付け祝い(나즈케이와이)'라고도 부릅니다.

정성스럽게 지은 이름을 종이에 곱게 적어 신단(神棚; 카미다나)이나 토코노마(床の間) 같은 집안의 중요한 장소에 붙이고, 축하의 식사 자리를 가지며 아기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는 행사입니다.

첫 신사 방문: お宮参り(오미야마이리)・初宮参り(하츠미야마이리)

중요한 날 신사를 찾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은 일본. 한국의 백일잔치, 돌잔치 같은 개념으로 아기가 무사히 태어난 것에 대해 감사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것을 기원하기 위해 신사를 찾습니다. 이를 '오미야마이리(お宮参り)', 또는 '하츠미야마이리(初宮参り)'라고 합니다. 주로 생후 1개월 정도 되었을 때 진행합니다.

돌잔치도 장소를 빌리고 음식을 마련하는 등 행사 진행을 위한 비용이 들 듯이, 신사에서 진행하는 오미야마이리의 경우도 비용이 소요됩니다.

  • 初穂料(하츠호료): '初穂(하츠호)'란 가을 이삭을 수확하기 전에 신에게 바치는 벼이삭을 말합니다. 오미야마이리를 진행하는 신사에 '하츠호료'라는 이름으로 사례금을 지불합니다.

  • 白羽二重(시로하부타에), 祝い着(이와이기) 등 기모노 구입 또는 렌탈 비용: 깨끗한 비단으로 만든 속에 입는 옷입니다. 고가이기 때문에 보통 드레스를 입는 경우도 많다고. 그 위에 '祝い着(이와이기)' 또는 '産着(우부기)'라고 부르는 기모노를 입는데, 엄마나 아빠가 아기를 안은 뒤 아기와 함께 두르는 듯 입습니다. 아기가 쓰는 '보우시(帽子; 모자)'와 '요다레카케(よだれかけ; 턱받이)'도 참 귀엽네요.

  • 식사비 및 사진 촬영비 등 

경우에 따라 차이가 크겠지만 하츠호료와 기모노 비용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부담하고, 식사 및 사진 촬영비를 엄마 아빠가 부담하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위의 비용 부담 외에도 5000엔~1만 엔 정도의 축하금을 아기에게 축하의 의미로 준다고 합니다. 

가까이서 접하기 어려운 일본의 순산 기원, 출산 축하 행사. 조금 알게 된 듯해 뿌듯한 마음입니다. 

일본의 백일 행사: お食い初め / 오쿠이조메 / 첫 식사

일본에서도 아기의 백일을 기념합니다. '백일 축하'라는 뜻의 '百日祝い(햐쿠니치이와이・모모카이와이)' 외에도 '오쿠이조메(お食い初め)'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관련해서 아기의 첫 식사 의식을 치릅니다.

백일 아기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좋은 의미를 가진 음식을 차려놓고 젓가락으로 아이의 입에 세 번씩 대는 식으로 치러지는 행사가 '오쿠이조메'. 어떤 음식들을 준비할까요?

- 鯛 / 타이 / 도미. ‘경사롭다’는 뜻의 ‘메데타이(めでたい)’와 발음이 겹침.

- 赤飯 / 세키항 / 찹쌀에 팥, 동부콩 등을 더해 찐 밥.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먹음.

- お吸い物 / 오스이모노 / 다시에 소금, 간장, 된장 등으로 맛을 더한 츠유(つゆ)에 어패류, 야채 등을 더해 마실 수 있도록 한 것. 국 종류라고 생각하면 ok.

- 煮物 / 니모노 / 조림 요리

- 香の物 / 코우노모노 / 야채를 소금, 누카 등으로 절인 요리. '츠케모노(漬物)'라고도 함.

- 梅干し / 우메보시 / 매실장아찌. 아기의 장수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

- 歯固め石 / 하가타메이시 / '이를 단단하게 하는 돌' 이라는 뜻. '오쿠이조메' 행사에서 치르는 '하가타메' 의식을 위해 1~2개 정도 준비하는 작은 돌멩이. 신사에서 가져올 수도, 강에서 주워 깨끗히 소독하거나, 오쿠이조메 세트를 주문할 때 받은 것을 사용하는 등 다양하게 마련함. 지역에 따라 문어, 전복, 밤, 바둑돌, 홍백의 떡 등으로 대체하기도.

'하가타메' 의식은 아기가 건강한 이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 이가 건강하면 장수한다는 생각으로 아기의 건강한 성장을 바라며 치르는 의식으로, 하가타메이시에 젓가락을 댄 뒤 아기의 잇몸에 부드럽게 갖다대면 ok.

행사가 끝난 뒤에는 신사나 강에서 가져온 돌은 다시 돌려놓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오쿠이조메의 음식들은 붉은 옻칠을 한 그릇(남아), 또는 안쪽은 붉게, 겉은 검게 옻칠한 그릇(여아)에 준비하고, '야시나이오야(養い親)' 역할을 하는 연장자(남아의 경우 할아버지, 여아의 경우 할머니 등)가 아기에게 젓가락으로 집어 3번 정도씩 입에 가져다 대는 식으로 '밥 먹는 흉내'를 냅니다. 밥 한 번, 반찬 한 번... 이런 식으로 실제로 식사를 하듯이 말이죠. 단, 아기가 불편해하는 경우는 횟수를 간소화해도 무방~ 행사 후에는 어른들이 음식을 먹게 되는데, 요즘에는 음식의 종류 자체를 색다르게 하거나, 과자로 대신 준비하기도 한다고. 모든 게 아기의 건강을 위한 것이니 편안하게 기쁜 마음으로 치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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