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전통 모양이 있습니다. 기모노, 테누구이 등 친근한 것들부터 신사나 사찰의 문살이나 장지의 모양으로도 오래 사랑받아왔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 전통 모양의 유래와 역사, 종류와 의미에 대해 상세히 소개합니다. 알면 더 재밌는 일본 전통 모양의 매력을 즐겨보세요~
<내용 소개>
일본 전통 모양 기본 지식
일본 전통 모양은 역사와 관련이 깊어 옛부터 일본 문화에 깊이 뿌리내려 왔습니다. 그 종류도 식물이나 동물, 자연을 모티브로 한 것 등 무척 다양합니다. 먼저 모양(模様; 모요우)과 비슷하게 사용되는 ‘문양(紋様、文様; 몬요우)’의 뜻과 함께 전통 모양의 역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문양’에 해당하는 두 표현 ‘紋様’와 ‘文様’
두 표현 모두 발음은 ‘몬요우(もんよう)’로 같습니다. 뜻도 ‘직물이나 공예품 등에 사용되는 모양’으로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紋様’는 ‘파도의 문양(波の紋様)’, ‘나비 날개 문양(蝶の羽の紋様)’ 등 자연에서 오는 모양으로, 가문의 문양인 ‘카몬(家紋)’ 등 고정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文様’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같은 도안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으로, 기모노에 많이 사용됩니다.
[참고] 모양과 관련해서 자주 사용되는 ‘柄(가라)’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주로 기모노나 직물의 모양을 말합니다.
전통 모양의 역사
전통 모양은 아스카 시대(飛鳥時代; 592년~710년)에 중국과 조선에서 전래되어 이후 일본의 독자 모양으로 변화했습니다.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년~1185년) 이후에 일본의 전통 모양의 기원이 된 디자인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됩니다. 에도 시대(江戸時代; 1603년~1868년)가 되면 색이 다른 사각형을 교대로 나열한 ‘市松模様(이치마츠모요우)’가 가부키 의상에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쏜 화살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이라는 의미를 더해 신부의 기모노에 화살깃 모양인 ‘矢絣(야가스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전통 모양이 계속 이어져 최근에는 동물이나 식물, 자연을 모티브로한 모양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참고] ‘市松模様(이치마츠모요우)’의 사노가와 이치마츠와 <귀멸의 칼날>의 가마도 탄지로
‘이치마츠모요우’는 ‘체크 무늬’(체스판 모양에서 유래), ‘바둑판 무늬’에 해당합니다. 최근에는 만화・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모은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에서 주인공 가마도 탄지로가 입은 하오리(羽織; 기모노 위에 입는 하의)의 무늬로 유명해졌습니다. 탄지로의 경우는 검은색과 녹색의 사각형이 교대로 나열된 모양이죠.
이 ‘이치마츠(市松)’라는 이름은 에도시대의 유명한 가부키 배우 ‘사노가와 이치마츠(佐野川市松)’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미소년이나 여성의 역할을 즐겨 맡았던 그가 <신쥬우만넨소우(心中万年草; 심중만년초)>라는 가부키 작품에서 흰색과 감색(곤색)의 바둑판 무늬를 입고 나온 것이 에도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그의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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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 모양에 담긴 의미
일본의 전통 모양은 건강, 장수, 자손 번영 등의 의미가 담긴 것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깃쇼우몬요우(吉祥文様; 길상 문양)’라고 불리는 모양들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모양으로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 1185년~1333년)의 무사들과 에도시대의 서민들이 번영, 장수를 나타내기 위해 널리 사용했습니다. ‘행운의 모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대표적인 길상 문양들을 소개합니다.
아사노하(麻の葉) / 마의 잎
‘아사노하(麻の葉)’는 몇 개의 삼각형을 조합한 정육각형 모양입니다. 생명력 강한 마(삼)의 잎을 본땄습니다. 마는 곧고 크게 자라는 성질이 있어 성장과 건강을 빌며 아기가 첫 신사 참배 때 입는 기모노인 우부기(産着)나 어린아이의 기모노에 자주 사용되는 길상 문양 중 하나입니다. 헤이안 시대에는 불상의 장식에 마의 잎 모양이 사용되어 장지나 벽지 등에도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참고] ‘후스마(襖; ふすま)’와 ‘장지’, ‘맹장지’
일본 전통 건축에서는 ‘건구(建具; 다테구)’라고 하는 창과 문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관련해서 대표적인 것이 ‘후스마’로 한국어 ‘장지문’에 해당됩니다. 장지문에 바르는 종이를 ‘장지’, 안과 밖에 두꺼운 종이를 겹바른 장지를 ‘맹장지’라고 합니다.
가라쿠사(唐草) / 당초(담쟁이, 덩굴)
‘가라쿠사(唐草)’는 ‘츠타(蔦)’, 즉 담쟁이・덩굴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본뜬 모양입니다. 츠타는 생명력이 강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에서 장수와 번영을 상징하는 길상 문양으로 사랑받았습니다. 당초 모양의 원형은 그리스 신전 등의 유적에 그려진 풀의 모양으로,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에서 일본에 전해졌다고 합니다. 초록 바탕에 흰색 당초 모양이 그려진 후로시키(風呂敷)는 마츠리에서 사자무(獅子舞; 시시마이)를 출 때 뒤집어 쓰는 것으로도 익숙합니다.
킷코우(亀甲) / 귀갑(거북등)
‘킷코우(亀甲)’는 거북의 등딱지를 본뜬 육각형을 나열한 모양입니다. 거북은 옛부터 장수의 상징으로 길한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헤이안 시대에는 귀족들이 장신구, 도구, 건축에 즐겨 쓴 ‘유우소쿠몬요우(有職文様)’ 중 하나로 킷코우가 각광받았습니다. 카몬(가문의 문양)에도 자주 사용된 모양입니다. 킷코우 모양에는 육각형의 안에 꽃잎을 더한 ‘킷코우하나비시(亀甲花菱)’, 3개의 킷코우를 조합한 ‘비샤몬킷코우(毘沙門亀甲)’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코우지츠나기(工字繋ぎ)
‘코우지츠나기(工字繋ぎ)’란 ‘코우(工)’라는 글자(字)를 규칙적으로 나열한 모양입니다. ‘츠나기(繋ぎ)’란 ‘연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스듬히 기울여 반복되는 모양이 도중에 끊어지는 것 없이 길게 계속된다는 점에서 장수를 상징하는 길상 문양으로 사랑받았습니다. 기모노 옷감의 바탕 무늬로 자주 사용됩니다.
싯포우(七宝) / 칠보
‘싯포우(七宝)’란, 한국어로는 ‘칠보’에 해당하는 모양입니다. 같은 크기의 원을 4분의 1씩 겹쳐, 겹친 부분이 꽃잎처럼 보이고, 원의 중앙 부분은 별 모양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원이 끊이지 않고 연결되며 이어지는 것에서 원만함, 인연, 자손의 번영 등을 상징해왔습니다. 고대 이집트나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사용되었고, 일본에서는 헤이안 시대에 ‘와치가이(輪違い)’라는 이름의 ‘유우소쿠몬요우(有職文様)’로 귀족의 의상이나 도구에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싯포우(칠보)’는 불교 용어로 ‘일곱 가지 보배’를 나타냅니다. 금, 은, 수정, 유리, 마노(등고선 모양의 광물), 산호, 거거(대왕조개)의 일곱 가지가 보배로 여겨졌습니다. 대한민국 국보 제95호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의 무늬로 기억해두어도 좋겠습니다.
일본 전통 모양이 담긴 물건, 장소
일본 전통 모양은 신사나 사찰 등의 장식에 사용되는 한편 기모노, 테누구이 등의 모양으로도 사용되어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기모노(着物)
‘쇼우치쿠바이(松竹梅)’, 즉 ‘송죽매(소나무, 대나무, 매화)’는 경사 때 입는 모양으로 기모노에 자주 사용됩니다. 소나무는 추위에 강하며 초록빛을 잃지 않고, 대나무는 똑바로 뻗고, 매화는 많은 꽃을 빨리 피워내는 것에서 인내력, 번영 등을 상징하는 길상 문양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카이아와세(貝合わせ)’라는 모양은 ‘카이’, 즉 ‘조개’가 다른 조개와 맞물려도 절대 맞지 않는 것에서 부부 사이의 원만함을 상징하는 모양으로 쓰였습니다. 조개가 여러 개 그려진 모양입니다.
그 밖에 접이식 부채 모양을 모티프로 한 ‘센스(扇子)’, 많은 보물이 모인 모양을 한 ‘다카라즈쿠시(宝尽くし)’는 결혼식, 오미야마이리(お宮参り; 생후 1개월 정도된 아기가 처음 신사를 방문하는 것), 성인식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자주 볼 수 있는 모양입니다. ‘센스’는 끝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번영’을 상징해왔습니다.
[참고] 다카라즈쿠시 모양에 담긴 10가지 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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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기(鍵): 창고 열쇠. 앞부분에 뇌문(雷文), 즉 ‘번개 무늬’가 있음. 복을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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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도우(分銅): 저울의 추. 철이나 진유(놋쇠)로 만들어짐. 가운데가 잘록한 것이 아름답게 여겨져 기모노의 모양으로 자주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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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칸(宝巻)・마키지쿠(巻軸): 경이 쓰인 두루마리가 ‘호우칸’, 비전 등 중요한 내용이 쓰인 두루마리가 ‘마키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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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쥬(宝珠): 보주(보배 구슬). 둥근 구슬에 윗 부분은 뾰족하고, 그 위에 화염이 그려져 있음. 소원을 생각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신기한 구슬로 ‘여의보주’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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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포우(七宝)・하나와치가이(花輪違い): ‘싯포우(칠보)’ 모양 안에 꽃 모양이 들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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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데노코즈라(打ち出の小槌): 원하는 것이 뚝딱 나오는 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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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우지(丁字): 예전에는 귀했던 향신료 ‘정향(클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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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챠쿠(巾着): 오마모리(お守り), 돈, 향료 등을 넣는 비단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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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쿠레가사(隠れ笠): 쓰면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삿갓(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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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쿠레미노(隠れ笠): 입으면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일종의 ‘투명 망토’. 짚으로 만든 도롱이 모양. 붉은 얼굴에 피노키오 같이 높은 코를 한, 깊은 산에 사는 신통력 있는 괴물 ‘텐구(天狗)’의 소유물로 유명.
이 열 개의 보물들이 들어 있는 ‘다카라즈쿠시’ 모양은 다른 모양들과 섞이기도 하고, 숨은 그림 찾기처럼 되어 있기도 하는 등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테누구이(手ぬぐい)
일상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수건 ‘테누구이’에도 길상 문양이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나미치도리(波千鳥)’는 ‘나미(파도)’와 ‘토리(새)’의 무리를 조합한 모양으로, ‘세상의 풍파를 함께 이겨나간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부간의 원만함, 가내 안전 등을 상징합니다.
가부키 의상으로 사용되는 ‘이치마츠모요우(市松模様)’도 테누구이에 자주 사용됩니다. 앞에서 배웠듯 ‘번영’의 의미가 있습니다.
카레산스이(枯山水) / 고산수
물을 사용하지 않고 모래와 돌로 자연의 풍경을 표현한 일본 정원의 양식을 ‘카레산스이(枯山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고산수’라고도 하죠. 흰 모래에 새겨진 모래의 모양은 ‘사몬(砂紋)’이라고 불리며, 물을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교토 료안지(龍安寺)의 카레산스이는 흰 모래에 크고 작은 15개의 돌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어떤 위치에서 보더라도 14개밖에는 보이지 않는 독특한 배치로 유명합니다.
나가노현 코우젠지(興禅寺)는 ‘칸운테이(看雲庭)’라고 불리는 규모 있는 카레산스이로 유명합니다. 흰 모래로 운해(구름 덮인 바다)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키소(木曽)의 산들이 이 운해의 배경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졌는데, 이러한 조경 방식을 ‘착경(借景; 샷케이)’이라고 합니다.
실내 장식
일본의 전통 모양은 후스마(장지문)나 장지 등에 널리 사용되어 왔고, 최근에는 호텔, 료칸, 상업 시설 등의 실내 장식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세이가이하(青海波)’는 푸른 바다의 물결을 모티프로 한 모양. 은은한 물결이 계속 이어지는 것에서 영원히 계속되는 행복, 평화로은 삶을 상징하며 후스마에 많이 사용됩니다. 또한 마름모꼴인 ‘히시(菱)’, 삼각형을 나열한 모양인 ‘우로코(鱗)’는 벽지나 커튼에, ‘산쿠즈시(三崩し)’라고 불리는 3개의 짧은 막대 모양의 선을 바둑판 모양으로 나열한 모양은 바닥재나 타일에 자주 사용됩니다.
정리
어떠셨나요? 일본의 전통 모양은 행복과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 ‘길상 문양’을 위주로 기모노, 테누구이, 실내 장식 등에 널리 사용되어왔습니다. 그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 좋은 의미를 담으면서도 보았을 때 아름다운 패턴을 함께 고려한 것이 매력적입니다. 앞으로 일본 생활, 일본 여행중에 곳곳에서 전통 모양을 발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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