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겨울, 얼마나 추울지, 눈은 얼마나 올지 궁금합니다. 일본 생활, 일본 여행에서도 겨울 여행을 위해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듯한데… 일본 지리, 일본 기후 상식을 알아두면 일기예보를 들을 때도, 계절별 날씨를 예상할 때도 무척 도움이 됩니다.
<내용 구성>
일본 열도(日本列島; にほんれっとう)
일본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일본의 겨울 날씨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일본 지리에 대한 간단한 기본 지식을 확인해봅시다. 자주 듣는 ‘일본 열도’의 ‘열도’는 쉽게 말해 열을 지어 늘어서 있는 섬들을 말합니다. 그중 일본 여행을 위해 필요한 핵심 섬들의 이름은 알아두는 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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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 北海道 / ほっかいど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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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슈 / 本州 / ほんしゅ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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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 / 四国 / しこ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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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 九州 / きゅうしゅう
홋카이도, 시코쿠, 규슈가 ‘섬’이라니, 조금 와 닿지 않으셨던 분들도 많을 듯합니다. 특히 일본 열도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本州)는 다른 섬들보다 더 낯설게 느껴지는데요. 위의 이미지 중 맨 위의 초록색 섬이 ‘홋카이도’, 그 바로 아래에서 세로로 긴 붉은색+파란색 섬이 ‘혼슈’입니다. 혼슈의 파란색 부분 아래에 있는 조금 작은 섬이 ‘시코쿠’, 시코쿠의 왼쪽 부분에 있는 파란색 섬이 ‘규슈’입니다.
동일본 ‘히가시니혼(東日本; ひがしにほん)’ / 서일본 ‘니시니혼(西日本; にしにほん)’
홋카이도를 제외한 섬들은 ‘동일본’, ‘서일본’이라는 구분으로 자주 이야기됩니다. 위의 이미지에서 혼슈의 붉은 부분이 동일본, 혼슈의 파란색 부분+시코쿠+규슈가 서일본입니다.
OO지방(地方; ちほう)
일본 여행, 일본 생활과 관련해서 자주 듣게 되는 지리적 표현인 ‘OO지방(地方)’은 몇 개의 현을 묶어 부르는 단위입니다. 한국의 광역시나 도처럼 엄격한 행정 단위가 아닌, 관습적으로 불리는 이름으로, 크게 8개 정도로 나누어집니다. ‘긴키 지방’, ‘간사이 지방’ 등 같은 지역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도 참고로 알아둡시다.
이런 구분에 따라 말하면, 일본의 수도 도쿄(도쿄도)는 혼슈, 동일본, 간토지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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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후에 영향을 주는 일본해와 태평양
일본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정답부터 말하면 ‘일본해측(日本海側; にほんかいがわ)’, 즉 일본해 쪽입니다. 일본 열도의 위쪽에 있는 바다가 ‘일본해’이고 아래쪽의 바다가 ‘태평양(太平洋)’입니다. 태평양 쪽은 ‘태평양측(太平洋側; たいへいようがわ)’라고 합니다. 두 표현은 일본의 일기예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데, 특히 ‘눈’과 관련해서는 빠뜨릴 수 없는 개념입니다.
먼저 ‘일본해’, ‘태평양’에 면한 도도부현을 살펴봅시다.
일본해에 면한 도도부현
홋카이도부터 남쪽의 규슈까지 일본 열도의 한쪽 면이 전부 일본해에 면하고 있습니다. 47개의 도도부현 중 16개가 해당됩니다. 참고로 일본해의 남쪽 경계는 쓰시마해협(対馬海峡)까지로, 오키나와현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홋카이도 / 아오모리현 / 아키타현 / 야마가타현 / 니가타현 / 도야마현 / 이시카와현 / 후쿠이현 / 교토부/ 효고현 / 돗토리현 / 시마네현 / 야마구치현 / 후쿠오카현 / 사가현 / 나가사키현
태평양에 면한 도도부현
태평양에 면한 도도부현은 20개입니다.
홋카이도 / 아오모리현 / 이와테현 / 미야기현 / 후쿠시마현/ 이바라키현 / 치바현 / 도쿄도 / 가나가와현 / 시즈오카현 / 아아치현 / 미에현 / 와카야마현 / 도쿠시마현 / 고치현 / 에히메현 / 오이타현 / 미야자키현 / 가고시마현 / 오키나와현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은 도내, 현내에 일본해측과 태평양측이 모두 존재하므로 기후도 그에 따라 상이한 것을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홋카이도는 일본해, 태평양에 면한 지역 외에 일본 내에서 유일하게 오호츠크해(オホーツク海)에도 면해 있습니다. 홋카이도의 북동쪽 지역입니다. ‘소우야 해협(宗谷海峡)’까지가 오호츠크해이고 그 아래부터가 일본해입니다.
일본의 호설지대(豪雪地帯; ごうせつちたい)
‘호우주의보’, ‘폭설주의’라는 말은 많이 사용하지만 한국에서 ‘호설지대’라는 용어는 낯설게 느껴지죠. ‘겨울에 대량의 적설량을 보이는 지대’, 쉽게 말하면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호설지대 중에서도 매우 많은 양의 눈이 내리는 지역은 ‘특별호설지대(特別豪雪地帯)’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눈이 온다고 하면 ‘홋카이도’ 정도려나, 생각하기 쉽지만 호설지대는 ‘일본해측’의 지역들과 많이 겹칩니다. 이 지역들의 적설량은 일본 내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힙니다. 인구가 많은 곳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은 세계적으로 보아도 일본해측 지역들이 유일하다는 것. 어떤 지역들인지, 눈이 얼마나 내리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호설지대・특별호설지대 지정 지역(*)
호설지대・특별호설지대는 재난 대책을 세우고 생활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법령인 ‘호설지대 대책 특별 조치법(豪雪地帯対策特別措置法)’을 근거로합니다. 호설지대는 도부현(都府県)과 시정촌(市町村; しちょうそん. 도도부현에 속하는 하위 행정 단위)으로, 특별호설지대는 시정촌 단위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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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설지대: 일본 국토의 약 절반, 24개 도부현(都府県), 인구로는 일본 전체 인구의 15%인 1901만 명이 호설지대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대부분 일본해에 면한 지역으로, 태평양측에서는 혼슈의 북부인 이와테현과 후쿠시마현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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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호설지대: 호설지대로 지정된 도부현 내에서 눈이 특히 많이 내리는 지역은 ‘특별호설지대’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일본 국토의 약 20%, 201개 시정촌, 일본 전체 인구의 2.4%가 특별호설지대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전역이 호설지대로 설정된 10개 지자체(일본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홋카이도 / 아오모리현 / 이와테현 / 아키타현 / 야마가타현 / 니가타현 / 도야마현 / 이시카와현 / 후쿠시마현 / 돗토리현
*2021년 4월 1일 일본 국토교통성 <豪雪地帯道府県別市町村数> https://www.mlit.go.jp/common/001405713.pdf
일본해측 기후(日本海側気候)
태평양측과 일본해측의 기후상 특징 중 가장 쉽게 구별되는 것이 여름 강수량과 겨울 강수량(눈)입니다. 태평양측은 여름에 강수량이 많고 겨울은 적으며, 반대로 일본해측은 겨울에 강수량이 많고 여름에는 겨울보다는 적은 편입니다.
이러한 기후 차이의 원인이 되는 것은 바로 ‘몬순(モンスーン; monsoon)’, 즉 계절풍입니다. 몬순(계절풍)은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부는 바람으로, 여름에는 바다에서 대륙으로(남동쪽에서 불어오는 남동풍), 겨울에는 대륙에서 바다로 붑니다(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북서풍). 즉, 여름에는 태평양에서 일본 열도를 향해, 겨울에는 대륙 쪽에서 일본해를 지나 일본 열도를 향해 부는 것이죠.
바다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은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비나 눈이 많이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일본 열도에서는 ‘산맥’들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일본 열도의 산맥 위치에 따르면 일본해 쪽에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도 표고가 높은 산맥이 버티고 서 있어 넘지 못하게 되는 것. 일본해와 산맥 사이 지역에서, 습기를 품은 겨울 계절풍이 산맥을 타고 올라가다가 기온이 낮아져 비나 눈이 되어 내리는 것입니다.
<일본해측에 눈이 많이 오는 데 영향을 미치는 산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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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산맥(奥羽山脈): 도호쿠 지방 중앙부. 아오모리현~후쿠시마현~도치기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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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알프스(日本アルプス): ‘중부산악(中部山岳)’이라고도 함. 나가노현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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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쿠 산지(中国山地): 주고쿠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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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 산지(四国山地): 시코쿠 지방.
일본해측의 난류 ‘쓰시마 해류(対馬海流)’
일본해측 기후에는 ‘계절풍’, ‘산맥’과 함께 ‘해류’도 영향을 미칩니다. 해류는 일 년 중 거의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며 북극 부근에서 흘러오는 차가운 ‘한류’와 적도 부근에서 흘러오는 따뜻한 ‘난류’로 구별됩니다. 일본해 지역에는 한류인 ‘리만 해류(リマン海流)’와 난류인 ‘쓰시마 해류’가 흘러드는데, 이 ‘쓰시마 해류’가 일본해측의 높은 적설량의 원인이 됩니다. 난류는 그야말로 따뜻해서 뜨거운 음료처럼 습기가 증발되기 쉽기 때문. 증발된 대량의 습기가 대륙쪽에서 불어오는 겨울철의 계절풍에 올라타고, 다시 높은 산맥을 타고 올라가지만 결국 산을 넘지는 못하면서 일본해에 면한 지역(일본해측)에 많은 양의 눈이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 해류와 계절풍의 영향으로 여름철 강수량이 많고 겨울철에는 건조한 태평양측과 달리, 일본해측은 여름철 강수량도 그렇게 적은 편이 아닌데, 이것은 일본을 통과하는 태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눈 풍경
이제 일본의 어떤 지역에 어떤 이유로 눈이 많이 내리는지 알게 되셨나요? 완벽하게 이해되지는 않더라도 ‘일본해측에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린다’고 알게 되었다면 성공~! 수도 도쿄만을 생각할 때는 일본에 눈이 많이 오는 이미지가 아니었지만, 데이터로 보면 일본이 굉장히 눈이 많이 내리는 나라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눈 내린 풍경이 특별히 아름다운 일본의 명소들을 몇 곳 살펴봅니다.
[기후현] 시라카와고(白川郷; しらかわごう)
두 손을 모은 듯한 합장 구조(合掌造り; 갓쇼즈쿠리)의 건축 양식으로 유명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시라카와고. 기후현에 속해 있지만, 일본해측 현인 도야마현과 이시카와현에서 가깝습니다. 기후현도 호설지대, 특별호설지대로 지정되어 있으며, 시라카와고가 있는 지역은 특별호설지대. 산에 둘러싸여 있어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데, 2월에는 적설량이 170센티미터가 넘기도 한다고.
이러한 기후현에는 서일본 최대의 스키장인 '와시토피아'와 총 30여개의 코스가 있는 '타카스다이너'가 자리해 있습니다. 일본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겨보고 싶다면 <일본 스키장 추천! 일본 겨울 스포츠 11가지, 명소 소개> 기사 내용을 참고해 기후 여행을 계획해보세요.
*참고: 일반사단법인 시라카와고관광협회 <3分でわかる白川郷> https://shirakawa-go.gr.jp/highlights/
[후쿠시마현] 제1타다미가와 교량(第一只見川橋梁; だいいちただみがわきょうりょう)
이와테현과 함께 태평양측 지역 중 호설지대로 지정되어 있는 후쿠시마현에서 아름다운 눈풍경을 자아내는 제1타다미가와 교량. 앞에서 일본해측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산맥 중 ‘오우산맥’이 후쿠시마현에도 뻗어 있어 일부 지역이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해측 기후’를 보입니다. 제1타다미가와 교량이 위치한 오누마군(大沼郡)은 산맥 기준으로 일본해측에 가깝고, 호설지대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참고: やまふく <やまふくの人々> https://www.tif.ne.jp/yamafuku/people/okuta.html
[야마가타현] 우에스기 눈 등롱 축제(上杉雪灯篭まつり; うえすぎゆきとうろうまつり)
현의 전역이 호설지대로 지정되어 있는 야마가타현. 그중 특별호설지대로 지정되어 있는 요네자와시(米沢市)의 마쓰가미사키 공원(松が岬公園; まつがみさきこうえん)에서는 매년 2월 둘째 토요일, 일요일에 ‘우에스기 눈 등롱 축제’를 개최합니다. 약 300기(基)의 눈덮인 등롱(석등)에 촛불을 밝힌다니, 정말 환상적일 것 같죠?
*참고: 우에스기 눈 등롱 축제 공식 홈페이지 http://yukidourou.yonezawa-matsuri.jp/
일본 지리 상식이 일본 여행, 일본 생활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관련 기사>
‘설국’ 일본의 겨울 여행 명소 -> 겨울 일본 여행 명소에서 일본어 공부: 설국, 삿포로눈축제, 유빙과 수빙
홋카이도의 크리스마스 -> [홋카이도 여행] 크리스마스에 홋카이도에 가면~ 홋카이도의 겨울 볼거리(+홋카이도 겨울 기온, 벚꽃 시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