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길? 중길? 말길? 일본에서 길흉을 점치는 오미쿠지는 일본 여행에서도 일본 생활에서도 재미있고 관심 가는 일본 문화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오미쿠지에 대해, 신사 오미쿠지와 절 오미쿠지의 차이, 오미쿠지의 내용 구성, 오미쿠지의 길흉을 제대로 읽는 법에 대해 소개드립니다. 길흉보다 더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까지! 이번 기사를 잘 읽고 오미쿠지를 즐겨보세요!
<내용 소개>
- 일본 신사에서 오미쿠지 뽑기
- 일본 절에서 오미쿠지 뽑기
오미쿠지(おみくじ)란?
‘오미쿠지’는 히라가나로 ‘おみくじ’라고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자로는 ‘御神籤’라고 씁니다.
‘쿠지(籤; くじ)’란, ‘사람의 직접적인 의사 표현이 아닌 방식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말하며, 한국어로는 ‘제비’, ‘제비뽑기’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神’는 ‘신’이라는 글자, ‘御’는 단어는 단어의 앞에 붙여 존경의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예전에는 마츠리의 주역을 선정할 때 신의 뜻에 맞는 인물을 뽑기 위한 절차로 오미쿠지를 뽑았지만, 오늘날에는 ‘길흉’을 점치는 도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길흉 제비’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오미쿠지 뽑기~ 기본 지식
오미쿠지는 ‘신사(神社; 진자)’와 ‘절(お寺; 오테라)’에서 뽑을 수 있습니다. 내용에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 신사에서 오미쿠지 뽑기
신사에서는 흰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은 ‘미코상(巫女さん)’들이 있는 곳에 가서 오미쿠지를 뽑는 경우가 많죠. ‘미코’, ‘오미코’, ‘오미코상’이라고 하는 이들인 신사의 여러 행사를 담당하는 신쇼쿠(神職)를 돕는 신사의 여성 직원들입니다. >> 일본 신사에 가면 '이것'이 있다
현재 오미쿠지의 종류는 신사별로 달라 다양하지만, 신사의 오미쿠지는 ‘와카(和歌)’라는 짧은 정형시로 생활 지침을 담는 것이 '한시'를 담는 절의 오미쿠지와 다릅니다.
일본 신사의 오미쿠지 내용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1) 길흉 판단(吉凶判断)
大吉(대길)・中吉(중길)・小吉(소길)・末吉(말길) 등
2) 생활 전반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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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運(금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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恋愛(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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失せ物(분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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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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待ち人(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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健康(건강)
3) 와카(和歌)
예) “冬かれて休みしときに深山木は花咲く春の待たれるかな”
(겨울 시들어 쉬는 깊은 산 나무들은 꽃 피는 봄을 기다린다네)
-> 멈추고 쉬는 겨울이지만, 봄은 곧 찾아옵니다
오미쿠지 뽑는 법과 가격
길흉 판단을 보고 일희일비하기 쉽지만, 바람이나 고민에 대한 대답은 와카나 해설 문장 속에 담겨 있으므로 그 부분을 잘 읽어보고 생활 지침을 의식하며 생활하는 것이 오미쿠지를 보다 잘 읽고 즐기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와카 부분을 세 번 이상 소리 내서 읽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람이 있을 때는 구체적으로 질문의 형식으로 던지고, 집중해서 오미쿠지를 뽑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 “●●에게 고백하고 싶은 데 잘 될까요?”
질문한 부분이 ‘연애’에 대한 내용이므로 오미쿠지의 ‘연애’ 관련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좋겠죠?
신사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신사에 참배를 한 뒤 오미쿠지를 뽑는 것이 권장됩니다.
오미쿠지는 그 내용 구성도 다양하지만 뽑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육각형의 오미쿠지 통에서 얇은 막대기를 꺼낸 뒤 거기 적힌 번호에 맞는 오미쿠지 종이를 받는 방법, 작은 흙인형(土人形)을 구입하면 그 속에 오미쿠지가 들어 있는 경우[아래 이미지참고], 동전 뽑기 기계처럼 뽑는 경우, 상자에 담겨 있는 경우, 자판기에서 뽑는 경우 등등.
같은 신사에서도 다양한 요금대의 오미쿠지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가격은 100엔~500엔으로 다양합니다.
신사의 경우 새해 첫 참배인 ‘하츠모우데(初詣)’ 때 한 해의 운세를 점치며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오미쿠지는 일 년 내내 판매되므로 언제든 뽑을 수 있습니다.
일본 절에서 오미쿠지 뽑기
묘호지의 웹사이트 설명에 따르면 천태종의 간산대사 ‘료겐(良源)’ 스님(912~985)이 관음보살에게 기도하여 받은 100가지 말이 오미쿠지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간산 대사 100쿠지(元三大師百籤 ; がんざんだいしひゃくせん; 간잔다이시햐쿠센)’가 일본 절의 오미쿠지의 원형이라고 하며, 에도시대에 처음 번호가 붙었고, 오늘날에는 100번 중 하나를 뽑는 곳도, 50번까지 중 하나를 뽑는 곳도 있습니다. (신사의 오미쿠지도 원래는 같은 내용이었다가 메이지 시대에 절과 신사의 신앙을 구별하게 되면서 신사의 오미쿠지에 와카가 독자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절의 오미쿠지도 신사의 오미쿠지와 같이 길흉 판단, 생활 전반에 대한 지침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생활 전반에 대한 내용 중에는 앞의 신사에서 소개한 내용들 외에도 訴訟(소송), 売買(매매), 建築・移転(건축・이전), 受験(수험) 등도 포함되곤 합니다.
예) 천태종 묘호지(妙法寺) 웹사이트(온라인 오미쿠지를 뽑아볼 수 있음)
1) 길흉 판단
2) 생활 전반
3) 한시(漢詩)
신사의 오미쿠지와 달리, 절의 오미쿠지에는 대체로 한시가 실려 있습니다. 주로 ‘오언절구(다섯 글자 네 줄로 이루어진 한시)’입니다.
예)
七宝浮図塔 칠보의 부처탑
高峰頂上安 높은 봉우리 정상에 평안하다
衆人皆仰望 세상 사람들 모두 우러르며 갈망하나
莫作等閑看 등한시해서는 안 되리라
-> 현재 높은 곳에 올라 모두에게 인정받지만 함부로 보고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겸손하라)
오미쿠지 뽑는 법과 가격
절의 오미쿠지의 경우도 역시 길흉 부분만 보기보다는 한시 부분의 문구를 마음에 잘 새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금은 100~500엔으로 다양합니다.
여기서 잠깐 일본어 공부>> ‘오미쿠지를 뽑다’ 일본어로?
おみくじを引く / おみくじをひく / 오미쿠지오 히쿠
오미쿠지 해석(대길~대흉 오미쿠지 순서)
오미쿠지는 대길, 말길, 흉 등 길흉 부분에 많은 관심이 모입니다. 오미쿠지 순서를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듯합니다. 대길~흉을 일렬로 세웠을 때 어느 정도 길한지, 어느 정도 흉한지를 점쳐보고 싶은 마음일 텐데요. 앞서 소개한 대로 오미쿠지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며, 때로는 ‘길흉’ 여부가 적혀 있지 않고 지침이 되는 오미쿠지 문구만 적혀 있기도 합니다.
길흉이 적혀 있는 경우도 그 구분 방식이 다양합니다. 오미쿠지의 길흉을 해석할 때의 핵심은 ‘吉凶悔吝(길흉회린)’이라는 역경의 원리를 바탕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길한 경우에도 태만하면 흉해지고, 흉한 경우에도 뉘우치면 길해진다’는 뜻입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대길~대흉까지의 대표적인 오미쿠지 순서를 따라가봅시다.
여기서 잠깐 일본어 공부>> 오미쿠지의 ‘길’, ‘흉’을 일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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吉 / きち / 키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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凶 / きょう / 쿄우: 흉
오미쿠지 “대길” / 大吉 [타이키치]
가장 좋은 운세. 단,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다는 뜻도 되므로 좋은 운세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
오미쿠지 “길” / 吉 [키치]
대길 다음으로 좋은 운세. 운이 더 좋아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안정적으로 좋은 운세라 할 수 있음.
오미쿠지 “중길” / 中吉 [주키치]
5가지로 나뉘는 길 중 한가운데. 노력으로 인한 운세 상승의 폭이 대길, 길보다도 큰 운세.
(신사에 따라 대길-중길-길의 순서로 보기도 합니다.)
오미쿠지 “소길” / 小吉 [쇼키치]
‘작게 길함’이라는 뜻처럼, 소소한 행복을 기뻐하면 좋은 운세.
오미쿠지 “말길” / 末吉 [스에키치]
길 중에 가장 끝에 있어 좋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末’라는 글자가 아래로 갈수록 퍼져나가는 이미지라 길하게 여겨짐.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강한 운세.
오미쿠지 “흉” / 凶 [쿄우]
‘흉’이라는 이름처럼 운세는 좋지 않음. 단, 행동을 조심하고 나쁜 점을 개선하면 앞으로 좋아질 운세이기도 함.
(신년에는 흉이 적게 나오도록 조정하는 신사들도 있다고 합니다.)
오미쿠지 “대흉” / 大凶 [다이쿄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 운세 중 가장 좋지 않은 운세. 단, 소위 ‘바닥’인 만큼 더는 내려갈 수 없는 점에서 마음을 굳게 먹고 조용히 기회를 기다릴 수 있는 운세.
[참고] 절의 경우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르기도 합니다.
大吉(대길)-> 吉(길)-> 小吉(소길)-> 半吉(반길)-> 末吉(말길)-> 末小吉(말소길)-> 凶(흉)
오미쿠지 묶는 이유
오미쿠지를 뽑고 쪽지를 접듯 나뭇가지나 줄에 묶는 모습을 보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おみくじ掛け(오미쿠지카케)’, ‘結びどころ(무스비도코로)’ 등으로 불리는 오미쿠지를 묶어두는 곳을 마련해둔 신사, 절들도 많습니다. ‘좋지 않은 오미쿠지는 가져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묶어두는 경우가 많지만, 묶을지 가져갈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고 이렇게 해야 한다 정해진 내용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미쿠지의 내용을 충분히 읽어 자기 것으로 하고 자신의 행동을 점검해보는 데 있다는 것이 신사 본청의 공식 설명(*)입니다. 충분히 읽었다면 좋은 운세여도 묶어두고 가도 좋고, 나쁜 운세여도 가져가 자주 보며 좋은 운세로 향해 가기를 바라도 좋은 것입니다. 단, 묶어두고 갈 경우에는 정해진 장소에 묶는 것이 매너입니다. 묶을 때는 오른손잡이는 왼손으로, 왼손잡이는 오른손으로 묶으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참고로 오미쿠지의 유효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연초에 뽑은 운세는 1년간, 다른 때에 뽑은 오미쿠지는 뽑기 전에 마음에 품은 바람이 이루어질 때까지 유효하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출처: 신사 본청
오미쿠지 번역 방법
외국인들의 경우 오미쿠지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싶어도 일본어를 몰라서, 또는 와카와 한시의 내용을 해석하기 어려워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이미지 번역 기능 등이 발달해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싶을 때는 인터넷 검색의 힘을 빌려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신사 이름+おみくじ”, “오미쿠지 문구의 일부분[일본어로]” 등을 입력해 검색해보거나, 절 오미쿠지의 내용이라면 “오미쿠지+상단에 쓰인 번호[일본어로]” 등으로 검색해보거나, 대표적인 오미쿠지의 내용을 소개한 웹사이트를 이용해 번역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예) ‘간산 대사 100쿠지(元三大師百籤)’를 소개한 오미쿠지 가이드(같은 ‘흉’이어도 내용이 다른 33가지 오미쿠지가 있음)
일본어 공부 겸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히 사전에서 찾아 살펴보는 것도 좋겠죠?
마무리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 신사와 절에서 일년 내내 뽑아볼 수 있는 길흉 제비, ‘오미쿠지’에 대해 소개드렸습니다. 오미쿠지는 ‘길흉’을 점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길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오미쿠지를 어떤 마음으로 뽑고 뽑은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해해고 오미쿠지 문화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민과 바람에 도움을 주는 어드바이스, ‘오미쿠지’를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뽑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