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다, 여행. 세 단어의 뒤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 아마도 “오키나와”의 이미지에 가까울 듯합니다. 푸른 바다를 닮은 아와모리 한 잔과 함께 다양한 오키나와 요리의 면면을 들여다봅니다.
<내용 구성>
◆ 우미부도(海ぶどう), 모즈쿠(もずく), 아사(アーサ)
◆ 아와모리(泡盛), 시콰사 사와(シークァーサーサワー)
◆ 스팸 오니기리(スパムおにぎり), 타코라이스(タコライス)
◆ 사타안다기(サーターアンダギー), 블루실(ブルーシール) 아이스크림
찬푸르(チャンプルー)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근한 오키나와 요리 중 하나가 바로 ‘찬푸르(チャンプルー)’가 아닐까 싶습니다. 야채, 두부, 돼지고기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볶음 요리인데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미국의 영향을 받은 오키나와의 식문화를 잘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이 ‘찬푸르’입니다. ‘짬뽕’과 같은, ‘이것저것 마구 섞임’을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찬푸르의 대표 주자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긴 ‘고야(여주)’를 채썰어 넣은 ‘고야찬푸르(ゴーヤチャンプルー)’. 오키나와 요리의 대표 메뉴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을 듯합니다. 가열되어도 비타민 C가 파괴되지 않아 찬푸르에 자주 쓰이게 된 것이라 합니다. 고야의 씁쓸한 맛이 조금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해 비교적 덜 알려진 다른 종류의 참푸르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먼저 ‘후찬푸르(フーチャンプルー)입니다. ‘후(麩、ふ)’란 밀가루의 글루텐으로 된 가공 식품으로, 건조된 후를 물에 불려 미소시루나 스키야키에 고명으로 넣어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오키나와에서는 ‘구루마부‘(車麩、くるまぶ)’라는 기다란 후를 사용해 맛있는 후찬푸르를 만듭니다. 유부처럼 보이지만 두부가 아닌 밀가루라는 사실을 알고 독특한 후의 맛~ 한번 빠지면 중독될지도 모릅니다. 고단백질, 저칼로리로 건강에도 좋습니다.
난 두부가 좋은데! 하는 분은 두부를 넣은 ‘토후찬푸르(豆腐チャンプルー)’를, 참기름에 무친 고소한 소면을 즐기고 싶은 분은 ‘소멘찬푸르(そうめんチャンプルー)’를 주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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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소바(沖縄そば)
‘소바(蕎麦、そば)’라고 하면 메밀면으로 된 소바만 생각하는 분들~ 오키나와에서는 소바도 독창적인 맛을 자랑합니다. 소바를 시켰는데 우동보다는 얇고, 라면보다는 두꺼운 굵은 면발의 요리가 나옵니다. 실제로 메밀가루는 전혀 쓰지 않고 밀가루를 쓴 중화면으로 만드니 오키나와 소바, 하면 돼지고기를 넣은 라면, 느낌을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메뉴판에 ‘소키 소바(ソーキそば)’와 ‘야에야마 소바(八重山そば)’라고 쓰여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소바들도 ‘오키나와 소바’들입니다. 소키(ソーキ)는 뼈가 붙은 돼지의 갈비로, 소키 소바는 맑은 국물의 뼈해장국, 감자탕의 이미지랄까요? 야에야마 소바는 오키나와 남쪽의 야에야마 제도(여러 섬들이 모인 지역. 이시가키지마, 다케토미지마, 이리오모테지마 등의 섬들이 속함)에서 먹는 소바입니다. 다시에 조린 돼지고기를 넣어 살짝 단맛이 감도는 것이 매력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얇게 썬 가마보코도 넣습니다.
우미부도(海ぶどう), 모즈쿠(もずく), 아사(アーサ)
아니, 이 미니 포도 같은 건 뭐야? 처음 보면 도무지 무슨 맛인지 상상이 되지 않는 이 음식은 이름은 ‘우미부도(海ぶどう)’. 바다에서 나는 해조류입니다. 정식 명칭은 ‘쿠비레즈타(クビレズタ). 모양도 모양이지만, 해조류답게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니 ‘그린캐비어’라고 불리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알알이 터지는 식감이 일품으로, 유자향이 감도는 폰즈에 찍어 먹으면 술안주로 그만입니다. 냉장고에 넣으면 시들어버린다고 하니 신선한 우미부도를 만나면 꼭 맛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즈쿠(もずく)’는 알고 계시나요?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에서도 오키나와가 생산량 1위를 자리하는 만큼, 오키나와 요리에 자주 등장합니다. 끈끈한 점성이 있는 해조류로, 오키나와에서는 미소시루에 넣기도 하고, 낫토처럼 밥 위에 얹어먹기도 합니다. 갈색에 끈끈해 보이는 면처럼 생긴 것이 음식에 들어 있다면 바로 모즈쿠입니다.
‘아사(アーサ)’라는 해조도 역시 미소시루 등에 넣어 자주 먹습니다. 김을 풀어놓은 것 같은 모습입니다. 그 자체로 덴푸라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아와모리(泡盛), 시콰사 사와(シークァーサーサワー)
맛있는 요리에 술이 빠질 수 있나요? 오키나와, 하면 ‘오리온(Orion) 맥주!’ 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이번 글에서는 조금 더 딥(deep)한 ‘아와모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로 종류가 무척 다양합니다. 25~40도 정도 되는 높은 알콜 도수에 겁이 나 시도해보지 않은 분들도 계실 텐데요. 다양한 칵테일의 베이스로도 즐기고, 물이나 탄산에 섞어 마시는 미즈와리(水割り)、탄산와리(炭酸割)도 있으니 기회가 되면 오키나와 음식과 함께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시콰사 사와(シークァーサーサワー)’도, 오키나와의 명물입니다. ‘사와(サワー)’란, 증류주에 감귤류의 주스, 설탕 등을 넣어 만든 새콤달콤한 칵테일을 말하는데,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는 ‘레몬사와’가 유명하죠. 그런데 오키나와에서는 초록색 레몬 같이 생긴 ‘시콰사(シークァーサー;히라미 레몬)’로 만든 시콰사 사와가 더 유명합니다. ‘시(シー)’는 오키나와 방언으로 ‘산(酸)’을, 콰사(クァーサー)는 ‘먹이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비타민과 카로틴을 풍부하게 섭취시켜주어서일까요? 술인지 음료수인지 잘 모를 정도로 술술~ 넘어갑니다!
스팸 오니기리(スパムおにぎり), 타코라이스(タコライス)
한낮에도 구르메는 계속됩니다. 오키나와에서는 오니기리도 특별한데요. 스팸 무스비, 스팸 오니기리, 포크 다마고 오니기리(ポーク玉子おにぎり), 포타마(ポーたま), 오니포(おにポー) 등으로 불리는, 스팸과 달걀부침이 들어간 오니기리는 어떨까요? 오키나와에서는 스팸(SPAM)이나 런천미트는 ‘포크(ポーク)’라고 불리며 일상적으로 애용됩니다. 태풍이 많았던 지역이라 비상식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하네요.
타코라이스(タコライス)는 어떨까요? 타코, 하면 ‘문어’가 떠오르는데, 타코라이스의 타코는 ‘타코미트(タコミート)’, 즉 조미료와 향신료로 양념한 간 쇠고기입니다. 1984년 오키나와에서 탄생한 이 요리는 1990년대부터 일본 급식의 인기 메뉴로 급부상했다고 합니다. 이름에 라이스(ライス; 밥)이 들어가는 만큼, 채썬 치즈와 레터스, 토마토 살사를 흰 밥 위에 얹은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사타안다기(サーターアンダギー), 블루실(ブルーシール) 아이스크림
오키나와식 디저트도 혹시 있느냐고요? 물론입니다. 다양한 열대과일이 유명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야말로 ‘오키나와’만의 디저트로 사타안다기(サーターアンダギー)가 있습니다. 오키나와 슈리 방언으로 사타(サーター)는 설탕을, 안다기(アンダギー)는 기름에 튀긴 것을 의미하는데요, 모양을 보면 동그란 옛날식 도너츠 같습니다. ‘행운’을 상징한다고 하여 결혼식 과자로도 자주 제공되는 사타안다기. 흰설탕을 사용한 것은 ‘시로(白)’ 오키나와의 명물 중 하나인 흑당(黒糖、こくとう;고쿠토)으로 만든 것은 ‘쿠로(黒)’라고 불립니다. 설탕이지만 칼슘, 철분, 칼륨, 비타민 B1, B2가 풍부하고 흰설탕보다 칼로리도 낮다고 합니다.
보라색 사타안다기를 본 적이 있다고요? 오키나와의 디저트에서 선명한 보라색을 발견했다면 ‘베니이모(紅芋)’, 즉 ‘자색고구마’일 것입니다. ‘무라사키이모(むらさきいも)’라고도 불리죠.
오키나와의 아이스크림 체인인 ‘블루실(ブルーシール;BLUE SEAL) 아이스크림’에서도 베니이모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습니다. 실컷 땀을 흘리고 나서는 유명한 오키나와 소금으로 만든 ‘소금 캐러맬 맛’ 아이스크림으로 체력을 보충해보세요!
오키나와 요리는 일본의 다양한 지역에서 개최되는 '오키나와 물산전'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양하고 독특한 음식 문화가 기다리는 오키나와 지방 여행을 계획할 때는 WeXpats Guide의 다음 기사들을 참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