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배우는 일본 문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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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0

일본어는 몰라도 <이웃집 토토로>가 일본어로 ‘토나리노 토토로’라는 것은 아시는 분. 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분.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가 만든 수많은 콘텐츠들은 일본어, 일본문화와 친해지는 좋은 계기가 되어줍니다. 그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특히 일본의 전통 신앙과 신들의 세계를 독특하고 흥미롭게 펼쳐 보입니다. (사진 (C) 2001 Studio Ghibli・NDDTM)

<내용 구성>

◆스튜디오 지브리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

◆千と千尋の神隠し(센토 치히로노 카미카쿠시)와 일본의 신들

◆‘센(千)’과 ‘치히로(千尋)’라는 이름

◆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스튜디오 지브리. 일본어로는 ‘스타지오지브리(スタジオジブリ)’라고 발음합니다. 지브리의 첫 작품은 1985년작인 <천공의 성 라퓨타(天空の城ラピュタ)>로, 2020년인 올해는 35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984년작인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지만 제작을 지브리 이전의 ‘톱그래프트(トップクラフト)’에서 맡았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홈페이지의 작품 정보에는 ‘나우시카’를 포함해 총 24개의 작품 목록이 올라 있습니다.

지브리의 작품들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동원 관객 수, 영화 정보 사이트들의 스코어(평점) 기준 등 다양한 기준으로 지브리의 베스트 작품들이 선정되는데요. 흥행, 평가 면에서 최고의 인기 작품으로 꼽히는 작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2001)입니다. 흥행 수입은 2020년 8월 2일 현재 308억 엔으로 일본 역대 흥행 1위(*), 내년으로 개봉 20년이 되는 동안 한 번도 깨지지 않은 기록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제5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 제75회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2020년 8월 2일 발표 자료 CINEMAランキング通信 <歴代興収ベスト100> http://www.kogyotsushin.com/archives/alltime/

千と千尋の神隠し(센토 치히로노 카미카쿠시)와 일본의 신들

‘카미카쿠시(神隠し)’의 의미

한국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소개되었지만, 원제는 센과 치히로의 ‘카미카쿠시(神隠し)’입니다. ‘카미(神)’는 ‘신’이라는 뜻인데요. 그래서 작품 속에는 일본의 신, 종교(일본의 ‘신도(神道)’)와 관련한 다양한 신들이 등장합니다. 

영어 제목은 ‘Spirited Away’. ‘스피리추얼(spiritual)에 의해 사라진’ 정도의 의미를 갖습니다. ‘카미카쿠시(神隠し)’는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으로, 일본에서는 신의 영역으로 이야기되는 산이나 숲에서의 행방불명된 것을 ‘신이 데려갔다’, ‘신이 숨겼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온천장을 찾은 신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온천숙박시설 ‘아부라야(油屋)’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인간들의 세계와 다른 이세계(異世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온천의 경영자의 이름은 ‘유바바(湯婆婆)’. ‘유(湯)’는 ‘뜨거운 물’을 뜻하고, ‘바바(婆)’는 ‘노파’, ‘할머니’라는 뜻입니다. 이등신에 엄청나게 큰 얼굴을 가진 정체불명의 마법사입니다.

이 온천장을 찾는 손님들은 신들, ‘카미사마(神様)’들입니다. 일본에서는 신을 부를 때 ‘사마(様)’라는 호칭을 붙여 부르곤 하는데요. <센과 치히로>의 손님 중에는 무 신(농업의 신)인 ‘오시라사마’, 병아리 신인 ‘오오토리사마’, 나라(奈良)의 신사인 ‘카스가타이샤(春日大社)’의 신 ‘카스가사마’, 사슴뿔을 단 ‘우시오니’, 나마하게의 모습을 한 ‘오나마사마’와 같은 신들이 있습니다. 

나마하게(なまはげ) 

나마하게(なまはげ) 이미지

(사진은 나마하게 행사 사진) ‘나마하게’는 1년에 한 번 인간 세계를 방문하는 신으로, 아키타현(秋田県)에서는가면을 쓰고, 지푸라기로 만든 옷을 입은 ‘나마하게’가 집집마다 방문해 게으름뱅이들을 혼내준다는 설정의 행사를 200년 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센(千)’과 ‘치히로(千尋)’라는 이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인공은 10세 소녀 ‘치히로(千尋)’. 부모님과 함께 이세계로 ‘카미카쿠시’되어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려 원래 살던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합니다. ‘센’과 ‘치히로’라고 하면 서로 관련 없는 이름인 듯하지만, 일본에서는 ‘치히로’의 한자 ‘千尋’에 ‘센(千)’이라는 한자가 들어 있어 연관성을 갖습니다. 치히로(千尋)는 아부라야에서 원래 이름의 두 글자 중 한자를 뗀 ‘센(千)’으로 불리게 됩니다. 본인의 이름이 ‘치히로’라는 것도, 자신이 ‘치히로’였다는 것도 잊어버리게 되죠.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아니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꽤나 깊은 의미를 갖습니다. ‘센’이 아부라야에서 경험한 것들도 현실 세계가 아닌 이세계에서지만 분명 ‘일어난’ 일이고, 따라서 ‘치히로’만큼이나 중요한 이름이자 존재인 것이죠. 주인공 소녀를 지칭할 때는 ‘치히로’가 아니라 ‘센과 치히로’라고 해야 분명한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하쿠(ハク)’

온천장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유바바’의 마법으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여자 모습을 한 이들은 ‘나메쿠지(민달팽이)’, 남자 모습을 한 이들은 ‘카에루(개구리)’였습니다. 그중 가장 지위가 높은 종업원이자 유바바의 제자인 ‘하쿠’는 인간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백룡(白龍)’입니다. 흰색을 뜻하는 ‘백(白)’을 ‘하쿠’라고 읽는 것에서 이름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쿠는 본래 치히로가 살던 동네 근처의 ‘코하쿠(コハク)’라는 강을 관장하는 신이었습니다. 

류진(龍神)

일본에서는 용 신인 ‘류진’을 ‘물의 신’과 ‘바다의 신’ 등 ‘물’과 연결지어 생각해왔습니다. 그 예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비가 오는 일이 많은 사람들을 ‘아메온나(雨女)’, ‘아메오토코(雨男)’라고 부르며 ‘류진사마’, 즉 용신님이 늘 함께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다

강의 신(河の神), 오쿠사레사마(オクサレ神)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철학적’이라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야오의 대표작인 <센과 치히로와의 행방불명> 역시, ‘소녀의 성장’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 듯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작품의 중요한 사건인 ‘오쿠레사마의 방문’을 살펴볼까요?

<센과 치히로>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신 중 하나인 ‘오쿠사레사마’는 강의 신입니다. ‘쿠사레(腐れ)’란 ‘썩은 것’을 의미하는 말로, 실제로 작품 속에서 엄청난 악취를 풍기는 진흙으로 뒤범벅된 손님으로 등장합니다. ‘사장님’ 유바바는 센을 이 엄청난 손님을 모시는 담당자로 지명하고, 센은 어렵사리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 손님의 몸에 ‘토게(トゲ)’, 즉 ‘가시’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 가시는 사실 ‘자전거 핸들’로, 힘을 합쳐 이 토게들을 떼어내자, 다른 쓰레기들이 떨어져나오면서 냄새 나는 ‘오쿠사레사마’의 실제 모습이 드러납니다. 인자한 ‘강의 신’이 인간들이 더럽힌 오물로 악취와 이상한 모습을 갖게 되었던 것이죠. 

쓴당고(苦団子)

강의 신은 자신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있는 힘껏 도와준 치히로에게 쓴당고(苦団子; 니가당고)를 선물합니다.「양약은 입에 쓰다(良薬口に苦し)」라는 속담처럼 쓰지만 큰 도움이 되는 당고입니다. 나쁜 것을 빼내는 해독 작용을 갖고 있어, 유바바가 하쿠에게 걸었던 마법을 빼내, 하쿠의 생명을 살리게 됩니다. 가오나시(カオナシ; ‘가오(얼굴)’가 ‘나시(없음)’)가 종업원들을 삼켜버리자, 가오나시에게도 쓴당고를 먹여 토해내게 하죠. 

오쿠사레사마에서 본래의 모습인 강의 신으로 돌아온 것, 쓴당고로 하쿠와 가오나시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인 듯합니다. 

자기 확인,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의 의미 

이런 점에서 보면, 부족하고 연약했던 소녀가 경험을 통해 강인해진다는 성장기와는 어딘지 다르게 느껴집니다. 본래 강하고 당당한 소녀는, 시련 속에서도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았고, 결국 그 모습을 간직한 채로, 더 강해져서 본래의 모습(치히로)으로 돌아옵니다. 강의 신도, 하쿠도 결국 달라진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내면에 본래의 자신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죠. 없던 것을 배우거나 갖추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던 것을 발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작품은 가르쳐주는 듯합니다.

그야말로 일본의 전통을 배경으로, 가장 현대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애니메이션 이미지 출처: 스튜디오 지브리 공식 사이트 제공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 작품 스틸컷 (C) 2001 Studio Ghibli・NDDTM http://www.ghibli.jp/works/chihiro/#f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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