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하고 근사한 곳 없을까? 코로나로 도심 속 가볼 만한 곳 정보가 늘어나 멋진 곳을 발견하는 재미가 더 커졌습니다.
<내용 구성>
현지인보다 멋지게, ‘아나바(穴場)’ 여행
일본 여행 재미있게 하는 방법. 일본인들이 추천하는 비밀 장소, ‘아나바(穴場)’를 찾아가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구멍’을 뜻하는 ‘아나(穴)’에 ‘장소’를 뜻하는 ‘바(場)’가 합해진 ‘아나바’는 ‘낚시 등에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놓치는 좋은 장소’를 의미하던 말로,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장소’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구글(Google) 검색창에 여행하고 싶은 지역의 일본어 지명에 ‘穴場巡り(아나바 순례)’, ‘穴場スポット(아나바 스팟)’, ‘穴場ツアー(아나바투어)’, ‘穴場カフェ(아나바 카페)’를 더해 검색하면 일본 블로거들이 소개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볼 만한 장소를 소개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도쿄의 도심 중 ‘오샤레(オシャレ)’한 장소로 유명한 ‘메구로구’와 ‘세타가야구’의 ‘아나바’들 중 몇 곳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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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구로구/ 메구로천공정원(目黒天空庭園)
일본 전국 최초로 고속도로 분기점인 정크션(ジャンクション) 위에 만들어진 옥상 공원, ‘메구로천공정원(目黒天空庭園; 메구로텐쿠테이엔)’입니다.
수도고속도로(首都高速道路)의 노선인 3호시부야선(3号渋谷線)과 중앙환상선(中央環状線)을 연결하는 오오하시정크션(大橋ジャンクション) 위에 도넛 모양의 타원형 공원이 펼쳐집니다. 지상에서 높이가 11~35m, 전체 길이는 약 400m, 루프 구조로 되어 있는 독특한 공원입니다. 잔디밭을 기본으로 30여 종의 수목과 꽃을 심어놓았고, 남쪽에 엘레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접근 가능합니다.
두 개의 도로를 연결하는 데 있어 높이차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 고속도로가 지나는 도심, 녹지가 적은 곳이라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킨 이 공원은 2013년 3월 말에 개원, 그해 굿디자인상을 수상, 도시공원콩쿨에서 국토교통대신상을 수상했습니다(*).
공원에는 벤치가 잘 마련되어 있어 도심의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쉬기에도 좋고, 메구로하면 빼놓을 수 없는 ‘메구로가와(目黒川)’도 내려다보입니다. 강변을 거닐며 벚꽃 사진을 찍어도 예쁘지만, 하나미 시즌에는 사람이 정말 북적거리죠. 아래로 펼쳐지는 벚꽃을 비교적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아나바, 알아두면 좋을 듯합니다.
놀라운 것 또 한 가지. 이 공원에서는 공원의 이름인 ‘천공정원’이라는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한 포도로 실제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는 것. 9월경 수확을 하고 11월경에 열리는 축제에서는 와인, 공원에서 재배한 야채, 허브를 사용한 요리도 즐길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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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東京都目黒区大橋一丁目9番2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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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03-3464-1612(자동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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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이용: 도큐덴엔토시센(東急田園都市線) 이케지리오오하시역(池尻大橋駅)에서 도보 5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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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시간: 오전 7시~오후 9시(악천후 등에 의해 입장이 제한될 수 있음)
*메구로구 홈페이지 2021년 3월 22일 <目黒天空庭園・オーパス夢ひろば> https://www.city.meguro.tokyo.jp/shisetsu/shisetsu/koen/tenku.html
메구로구/ 가톨릭 히몬야 교회(カトリック碑文谷教会)
전주의 전동성당,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예쁜 성당을 방문하면 기분이 차분해지죠. 메구로구에도 작지만 아름다운 성당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대리석을 사용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하얀 외벽, 높이 36미터의 종루, 유럽의 성당을 방불케하는 스테인드글라스와 벽화가 아름다운 내부, 파이프오르간. ‘가톨릭 히몬야 교회’입니다. ‘살레지오 교회(サレジオ教会)’라고도 불립니다.
1954년에 ‘에도의 산타마리아성당(江戸のサンタ・マリア聖堂)’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이 성당에는 에도시대에 일본에 와 순교한 이탈리아 선교사 조반니 바티스타 시도치(Giovanni Battista Sidotti)가 가져온 이탈리아 종교화가 카를로 돌치(Carlo Dolci)의 성화 ‘슬픔의 성모(悲しみの聖母)’(별칭 ‘에도의 산타마리아’)의 복제본이 걸려 있습니다(*). 원본은 중요문화재로 지정, 국립서양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번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싶을 때 찾아보면 좋을 아나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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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東京都目黒区碑文谷1-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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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03-3713-7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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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이용: 도큐도요코센(東急東横線) 가쿠게다이가쿠역(学芸大学駅) 또는 도리츠다이역(都立大駅)에서 도보 15분
*가톨릭 히몬야교회 홈페이지 <サレジオ教会について> http://himonya-salesio.jp/about.html
세타가야구/ 토도로키 계곡공원(等々力渓谷公園)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백사실계곡. 도심에 숨은 수려한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세타가야구의 토도로키 계곡공원(等々力渓谷公園). 한 번 찾아본 사람은 꼭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정도로 도심에서 손꼽히는 아나바입니다.
도쿄23구 내의 유일한 계곡. 강에 걸린 빨간 다리인 ‘고루후바시(ゴルフ橋)’ 옆의 계단을 내려가면 강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한 여름에도 서늘한 계곡 안에는 느티나무, 가시나무, 참나무, 야마자쿠라 등의 수목이 우거져있고, 강의 새소리를 들으며 도심 속에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수 있는 장소입니다.
산책로 하류로 내려가 환상8호선(環状8号線) 도로 밑을 지나면 고분시대(3세기~7세기경) 말기~나라시대(710년~794년)의 ‘요코아나보(横穴墓)’라는 독특한 무덤 양식을 볼 수 있습니다(‘等々力渓谷三号横穴’). 경사면에 구멍이 뚫린 모습! 이제 도심에서 벗어난 것만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도 멀리 떨어져볼 수 있습니다.
계곡의 남쪽으로는 일본정원, 서원, 벚꽃 명소인 ‘토도로키후도손(等々力不動尊)’이 있습니다. ‘부동명왕’이 있는 사찰이죠. 이 사찰에서 계곡 쪽으로 내려가면 ‘후도노타키(不動の滝)’라는 폭포가 있습니다. 옛부터 폭포의 줄기를 맞으며 수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찾아왔다고. ‘토도로키’라는 이름은 이 폭포의 소리가 계곡에 울려퍼졌다(일본어로 ‘토토로쿠(轟く)’)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이곳은 꼭 보는 것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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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東京都世田谷区等々力1丁目22番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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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이용: 도큐오오이마치센(東急大井町線) 토도로키역(等々力駅) 하차 고루후바시 계곡입구(ゴルフ橋渓谷入口)까지 도보 5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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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3월~10월), 오전 9시~오후 4시 30분(11월~2월), 연말연시 휴원(12월 29일~1월 3일). 비가 많이 오면 강물이 불어나므로 강 가까이에 가지 말아주세요. 야간에 조명이 없는 곳이 있습니다.
*2020년 8월 18일 세타가야구 홈페이지 <「等々力渓谷」パンフレットをご利用ください>(PDF その1) https://www.city.setagaya.lg.jp/theme/kanko/002/003/003/d00040624.html
**세타가야구 홈페이지 <等々力渓谷公園> https://www.city.setagaya.lg.jp/mokuji/kusei/012/015/001/004/d00004247.html
***세타가야구 홈페이지 <토도로키 계곡공원 안내도(等々力渓谷公園案内図)> https://www.city.setagaya.lg.jp/mokuji/kusei/012/015/001/004/d00004247_d/fil/annaizu.pdf
세타가야구/ 노가와료쿠도(野川緑道)
도쿄에는 녹지가 많다고 하던데, 도심 속의 쉼터 같은 곳 없을까? 그런 분들은 앞서 소개한 토도로키 계곡과 함께, 역시 세타가야구에 속한 신기한 산책로, ‘노가와료쿠도(野川緑道)’를 추천합니다.
‘료쿠도(緑道)’란, ‘도심부에 위치한 보행로, 자전거 도로 등을 중심으로 한 녹지대’라고 합니다. 세타가야구를 흐르는 강인 노가와(野川)를 따라 718미터 일직선으로 뻗은 산책로인 ‘노가와료쿠도’. ‘양재천’, ‘홍제천’ 등의 천변 길을 생각하면 그 정취가 그려지는데요. 노가와료쿠도에도 산책로를 따라 길게 벚나무, 버드나무, 철쭉 등이 심겨 있습니다. 강에 걸린 다리 위에서 강을 내려다보면 커다란 잉어도 보이고, 산새, 들새들을 관찰하기도 좋다네요.
그야말로 현지인처럼, 벚꽃 나무 아래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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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東京都世田谷区喜多見9丁目25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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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이용: 오다큐센(小田急線) 키타미역(喜多見駅) 하차 도보 4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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