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눈에 들어오는 일본의 겨울 문화. 그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소개합니다.
<내용 구성>
◆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케이크, 치킨,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
일루미네이션(イルミネーション)
반짝반짝 거리를 밝히는 전구들. 일본의 12월은 일루미네이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됩니다. 대체로 11월 초~중순 전후로 시작되어 1월 초~2월 정도까지 지속되는 일루미네이션은 크리스마스 즈음을 맞아 정점을 맞습니다. 일본에서 한 해, 두 해 겨울을 보내다 보면 일루미네이션 명소를 방문해 반짝거리는 전구들을 눈으로, 마음으로 즐기게 되는데요. 일본의 일루미네이션은 전구 수까지 공개하는 만큼, 규모와 화려함이 관람 포인트. 일루미네이션 명소로 잘 알려진 오사카성의 경우 2019년 약 300만 개의 전구를 밝혔고, 도쿄도의 미드타운 일루미네이션은 약 50만 개의 전구로, 저 멀리 붉게 반짝이는 도쿄타워와 함께 푸르게 반짝이며 장관을 이루었답니다. 디즈니랜드, 요미우리랜드 등의 테마파크의 경우도 멋진 일루미네이션을 자랑합니다.
<일루미네이션 키레이! 2023-2024 일본 전국 일루미네이션 명소 7곳> 기사에서 일본 일루미네이션 명소들을 구경하며 그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추천 기사
오세보(お歳暮)
오세보란, ‘연말 감사 선물’입니다. 일 년간 신세를 졌던 이에게 한 해(歳)가 저물어갈(暮) 때, 즉 연말에 보내는 선물인데요. 모든 풍습이 그러하듯, 선물의 종류와 보내는 시기 등이 어느 정도는 관례화되어 있습니다. 오세보를 보내는 시기는 시대마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관동(関東) 지방에서는 12월 초~12월 말에 받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관서(関西) 지방에서는 12월 13일(절기상 정월 관련 행사를 시작하는 날)~12월 말까지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선물의 종류는 우리나라의 명절 선물을 생각하면 크게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먹을거리, 조미료, 생필품, 꽃, 상품권 등이 인기 품목에 올라 있습니다. 각 백화점 등에서 11월 말부터 오세보 코너를 마련하고 부터 세일 등을 진행하니 관심을 갖고 구경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겠죠?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케이크, 치킨,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
오세보를 골라 보내고 나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는 충격적인 사실! 일본은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닌 평일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고 늦잠과 함께 여유 있게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일본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죠. 하지만 일본에서도 크리스마스이브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중요합니다. 디저트가 발달한 도쿄, 오사카 등의 대도시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케이크 가게의 케이크를 일찌감치 예약해두고 즐겁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하면 뭐니뭐니해도 치킨! 큼직한 닭다리를 구운 로스트 치킨도 왠지 새롭습니다. >> 콘비니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도!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한 재미있는 표현을 하나 소개합니다. “후쿠자와 유키치 씨로 필요한 거 사세요~”라는 메시지가 선물 관련해서 유행하고 있는데요, 어떤 의미인지 감이 오시나요?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는 서구 문명 도입을 주장한 에도・메이지 시대의 사상가입니다. 이 인물이 바로 일본의 1만 엔 권 지폐를 장식하고 있지요.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후쿠자와 유키치로~” 이제 그 이유를 아시겠죠?
연하장(年賀状)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거리와 문구・잡화점, 백화점과 쇼핑몰의 눈에 띄는 자리에 연하장 판매대가 자리잡습니다. 일본의 겨울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는 연하장. 한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전통이라 아쉽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카드의 형태가 아닌 엽서의 형태로 되어 있고, 따로 우표를 붙일 필요 없이 우표가 인쇄되어 있고, 2021년 우체국 연하장의 경우 한 장당 63엔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참고로 평소 국내 엽서 발송 가격은 63엔).
연하장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실은, 우체국을 통해 접수된 연하장이 1월 1일에 일시적으로 발송된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새해 첫날 연하장을 받아보게 되는 것이죠. 우체국의 공식 안내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에 발송되는 연하장의 경우, 2020년 12월 15일~2019년 12월 25일까지 우편함에 넣어야 확실하게 1월 1일 발송이 보장됩니다. 12월 26일 이후에 접수된 건은 물량이 많을 경우 1월 1일 배송이 어려울 수 있다는 뜻. 반대로 12월 14일 이전에 우편함에 넣은 연하장의 경우는, 통상적인 배송일을 따라 해당년도 내에 발송됩니다(※).
연하장의 디자인은 주로 앞면에 해당년도의 십이간지(2021년의 경우 소)를 활용한 그림이 새해 인사 등의 메시지와 함께 그려져 있고, 뒷면은 우표가 인쇄된 백지로, 내용 없이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만 적어 보내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 새해 메시지, 본인 주소를 인쇄한 연하장을 제작,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해 인사를 엽서로 대신하는 만큼, 보내야 할 수량이 굉장히 많아질 수 있는 것이 일본의 연하장 문화일 것입니다. 단순하고 평범하게도 가능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본인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것도 가능한 연하장. 익숙하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공부해가며 일본 생활 중 새로 사귄 일본 친구, 지인, 동료들에게 마음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연하장 쓰는 법'이 궁금하면 WeXpats Guide의 기사로 공부!
여기서 잠깐>> 연하장 하단의 오토시다마(お年玉)
오토시다마(お年玉)란, 새해 축하 선물이나 세뱃돈을 의미합니다. 연하장 하단에 오토시다마(お年玉)라는 글자와 함께 알파벳과 숫자로 이루어진 번호가 인쇄되어 있습니다(인쇄를 원하지 않으면 인쇄되어 있지 않은 연하장을 구입하면 됩니다). 이 번호는 일종의 행운권 번호로, 1월 중에 추첨을 통해 당선자를 선정 현금과 경품 등 다양한 선물이 주어집니다. 재미있는 이벤트죠? 오토시다마가 적힌 연하장을 받아두면 이 추첨날까지 잘 보관해두세요!
※ 일본 우체국「年賀状の引受は何日からですか?」https://www.post.japanpost.jp/question/140.html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와 조니(雑煮)
이제 연하장 발송도 마쳤고, 새해 전야와 새해 첫날을 기다리며 한 해의 일을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워봅니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대청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생활 공간을 깨끗히 정리하고, 깨끗해진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일본인들. 음력설 연휴가 따로 없고 양력설을 축하하는 일본의 경우, 새해 전야부터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는데요. 새해 전날에는 ‘오미소카(大晦日)’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일본의 대부분의 직장들이 연말연시 연휴를 가지므로, 오미소카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느긋하게 연휴를 시작하는 뜻깊은 날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미소카에는 전통적으로 두 가지 음식을 즐깁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떡국이 떠오르는 새해 맞이 소바,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에도시대부터 정착된 12월 31일 소바 먹기 풍습. 소바는 다른 면보다 쉽게 끊어진다는 점에서 한 해 동안의 나쁜 일들을 이로 자른다는 의미를 갖게 되어 풍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까지 먹어야 하겠죠?
토시코시소바를 먹으며 NHK의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戦)과 제야의 종(除夜の鐘)을 들으며 새해를 맞이합니다. 새해 아침에는 떡국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조니(雑煮)가 기다리고 있습니다(새해 전날부터 먹기도 합니다). 조니는 떡이 기본 재료지만, 그 밖의 재료는 지역마다 많은 차이를 보이는 따끈한 국물 요리입니다. 간장, 된장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팥으로 끓여 팥죽으로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니에 들어가는 떡을 가정에서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 이를 모치츠키(餅つき)라고 합니다. 손수 만든 떡의 맛을 자랑하며 이웃들과 나누기도 하죠. 말랑말랑하고 새하얀 떡을 후후 불어가며, 새해의 소망을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각 지역별 오조니'가 궁금하면 WeXpats Guide의 기사로 공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아케마시테오메데토고자이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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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연하장이 궁금하다면 -> 일본 문화 심화편: 일본식 인사, 여름에 보내는 편지와 선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