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더 재밌는 일본 문화: 새해에 복을 부르는 칠복신(七福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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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8

칠복신, 복을 주는 일곱 신이라는 뜻입니다. 일본어로는 ‘시치후쿠진’. 그 이름을 외우지는 못해도 친근하고 재미있게 느끼며 즐기는 ‘칠복신 문화’를 살펴봅니다.

<내용 구성>

◆새해 첫 꿈 ‘하츠유메(初夢)’

◆‘칠복신’과 ‘보물선 그림’: 좋은 꿈을 꾸기 위해 필요한 것

◆좋은 꿈을 상징하는 세 가지: 후지산, 매, 가지

◆니혼바시 시치후쿠진메구리

새해 첫 꿈 ‘하츠유메(初夢)’

아케마시테 오메데토고자이마스(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고토시모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今年も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이미 공부하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일본의 새해 인사입니다. 한국에서는 음력설 아침 당일, 부모님들, 어르신들이 '좋은 꿈'을 꾸었는지 물으시죠. 일본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습니다. 구력이 아니라 신력으로 새해를 맞는 일본에서는 1월 1일 밤~2일 아침(경우에 따라 2일 밤~3일 아침)에 꾼 꿈을 가리켜 '하츠유메'라고 해서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상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으신가요? '새해 첫 꿈'이라면 12월 31일 밤~1월 1일 아침에 꾼 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에도시대에는 1) 12월 31일~1월 1일, 2) 1월 1일~1월 2일, 3) 1월 2일~1월 3일 세 가지 버전으로 하츠유메를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2)가 정착되게 된 것은 1)의 12월 31일~1월 1일의 경우는 자지 않고 밤을 새며 보내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3)의 경우도 있게 된 것은, '카키조메', '하츠우리' 등 새해를 기념하는 행사가 1월 2일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書初め(카키조메): 신년에 처음으로 붓으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의미. '킷쇼(吉書)'라고도 함. 일반적으로 1월 2일에 처음 길은 물인 '와카미즈(若水)'로 먹을 갈아, 길한 방향인 '에호(恵方)'를 향해 시가의 구절이나 좋은 말 등을 씀.

  • 初売り(하츠우리): 신년 첫 판매. 백화점 등에서는 '후쿠부쿠로(福袋)'를 하츠우리 날부터 판매. 첫 쇼핑을 '하츠카이(初買い)'라고 함.

<참고> 일본의 새해 연휴 ‘산가니치’

달력상으로는 1월 1일만이 ‘빨간날(공휴일)’로 되어 있지만, 1월 1일~3일, 즉 '쇼가츠산가니치(正月三が日)', 짧게는 '산가니치(三が日)'라고 해서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회사가 휴일로 보냅니다. 새해 첫 신사 참배인 ‘하츠모데(初詣)’를 이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칠복신’과 ‘보물선 그림’: 좋은 꿈을 꾸기 위해 필요한 것

난 아무 꿈도 안 꿀 것 같다. 혹시 새해 첫날부터 악몽을 꾼다면... 걱정되는 분들도 많으시죠? 일본에서는 이럴 때 '시치후쿠진(七福神; 일곱 복 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칠복신, ‘시치후쿠진(七福神)’

인도, 중국, 일본에서 복을 부르는 신으로 옛부터 숭상된 신들. 일본에서는 무로마치시대부터 약 500년간 받아들여져왔습니다. 에도시대에 들어 시치후쿠진을 모시는 절과 신사가 많이 세워졌고, 이곳들을 순례하는 '시치후쿠진메구리(七福神巡り)'가 유행했습니다.

  • ​恵比寿(에비스): 상업 번성의 신, 어업의 신. [오른손에 낚싯대, 왼손에 도미를 들고 있음]

  • 大黒天(다이코쿠텐): 풍년과 재운의 신 [왼쪽 어깨에 큰 주머니, 오른손에 작은 망치, 짚으로 만든 쌀통 위에 앉아 있음]

  • 毘沙門天(비샤몬텐): 승리의 신, 군신, 재물을 지키는 신 [갑옷을 입고 창을 들고 있음]

  • 布袋(호테이): 금전의 신 [배가 불룩하고 커다란 주머니를 메고 있음]

  • 福禄寿(후쿠로쿠쥬): 장수와 행복의 신 [학과 함께 하며, 키가 작고 얼굴이 길고 수염을 기르고 있음]

  • 寿老人(쥬로진): 장수의 신 [사슴과 함께 하며 얼굴이 길고 백발에 부채와 지팡이를 들고 있음]

  • 弁財天(벤자이텐): 예능의 신, 유일한 여성신 [비파를 켜고 있는 모습]

보물선 그림, ‘다카라부네노에(宝船の絵)’

하츠유메로 좋은 꿈을 꾸기 위해 시치후쿠진이 타고 있는 보물선 '宝船(오쿠부네)'가 그려진 그림에 와카(和歌)에서 따온 회문(回文: 앞에서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읽어도 발음이 똑같은 문장)이 쓰인 종이를 베개 밑에 두고 자기도 했다고~ 

なかきよの とおのねふりの みなめさめ なみのりふねの おとのよきかな

(옛날 노래: 나카키요노 토오노네후리노 미나메사메 나미노리 후네노 오토노요키카나)

長き夜の 遠の睡ねむりの 皆目醒めざめ 波乗り船の 音の良きかな

(현대음: 나가키요노 토오노네무리노 미나메자메 나미노리후네노 오토노요키카나)

[해석: 긴 밤 먼 잠 모두 깨어나 물결 탄 배 소리 좋구나!]

좋은 꿈을 상징하는 세 가지: 후지산, 매, 가지

그럼 일본인들은 어떤 꿈을 길몽으로 생각할까요? 황금? 돼지? 불?

하츠유메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보면 무척 좋은 길몽이라고 합니다.

一 富士、二 鷹、三 なすび(이치후지 니타카 산나스비)

[해석: 하나 후지, 둘 매, 셋 가지]

시치후쿠진의 믿음이 높아졌던 에도시대에 들어 생겨난 이 속담에 정답이 들어 있습니다. 후지산, 매, 가지. 왜 이 세 가지가 길몽의 상징이 됐을까요?

에도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성을 짓고 머물렀던 스루가노구니(駿河国)의 슨푸성(駿府城)에서 잘 보이는 후지산은 일본에서 제일가는 산, 그 산기슭에 사는 매는 일본에서 제일가는 매, 그 지역 특산물인 가지는 일본에서 제일가는 가지~ 이렇게 '최고'의 의미를 붙인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또 하나, 일본인들이 엔기모노를 판단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발음의 유사성입니다. 富士(후지)는 不死(후시), 즉 불사를 상징하며, 鷹(타카)는 高・貴(타카), 즉 높고 귀함을, 茄子(나스)는 成す(나스), 즉 '이루다'와도 연결되며, 열매를 잘 맺기도 하여 자손 번영을 의미한다고 뜻을 새기는 설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외에도 '四扇・五煙草・六座頭(시오우기(욘센)고타바코로쿠자토'라고 하여 부채, 담배, 머리를 깎고 비파를 연주하는 비파법사 '자토'도 길한 상징인 '엔기모노(縁起物)'로 여겨졌는데요. 후지산-부채는 끝으로 갈수록 펼쳐지는 '스에히로가리(末広がり)'로 복이 널리 퍼지는 엔기모노로 꼽히고, 매-담배(연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로 운세가 상승하는 것을 의미하며, 가지-자토는 '毛がない(케가나이)', 즉 털이 없는 공통점으로, 'ケガない(케가나이; 부상이 없다)'는 뜻을 가정이 안전할 것이라는 좋은 의미를 가졌다고 합니다.

꿈보다 해몽~ 그래도 혹 나쁜 꿈을 꾸었다면... 아침에 일어나 베개 밑에 넣어둔 다카라부네노에을 강에 흘려보내면 나쁜 운도 함께 흘러간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니혼바시 시치후쿠진메구리

시치후쿠진메구리 중 잘 알려진 도쿄의 ‘니혼바시 시치후쿠진메구리(日本橋 七福神めぐり)’. 7개의 신사에 7신이 모셔져 있고, 각 신사의 거리가 가까워 ‘메구리(순례)’를 하기에는 안성맞춤한 코스~ 니혼바시는 에도시대 서민문화가 번성했던 ‘시타마치(下町)’ 문화도 엿볼 수 있어 일본문화와 친해지기도 좋습니다. 

  • 카사마이나리 진자(笠間稲荷神社) - 쥬로진(寿老神)

  • 코아미 진자(小網神社) - 후쿠로쿠쥬(福禄寿)

  • 호죠벤자이텐 스이텐구 케이다이(宝生弁財天 水天宮境内) - 벤자이텐(弁財天)

  • 스에히로 진자(末廣神社) - 비샤몬텐(毘沙門天)

  • 스기노모리 진자(椙森神社) - 에비스 신(恵比寿神)

  • 마츠시마 진자(松島神社) - 다이코쿠 신(大国神) *일반적으로 시치후쿠진의 신은 ’다이코쿠텐(大黒天)’이라고 표기.

  • 챠노키 진자(茶ノ木神社) - 호테이 손(布袋尊)

메구리 기간 및 시간은 1월 1일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1월 1일~1월 7일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출발점과 도착점은 따로 설정되어 있지 않아 자유롭게 코스를 짜서 돌아다니면 됩니다.

메구리를 하면서 각 신사에서 도장을 받는 참배 증서, 참배용 다카라부네, 시치후쿠진상도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시치후쿠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참여해보세요~ 공식 홈페이지에 각 신사 정보와 지도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참고: 니혼바시 시치후쿠진메구리(日本橋 七福神めぐり) 공식 사이트 https://www.nihonbashi-shichifukujin.g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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