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설날은 간지츠(1월 1일) 하루? '카가미모치', ‘카도마츠’로 보는 일본의 연말연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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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일본의 연말연시 분위기는 어떨까? 공식 공휴일은 1월 1일뿐인데… 연말연시의 상징인 ‘카가미모치(鏡餅)’와 ‘카도마츠(門松)’를 통해 일본의 연말연시를 들여다봅니다.

<내용 구성>

◆카가미모치(鏡餅)란?

◆12월 28일, 카가미모치 만드는 날

◆간지츠~1월 7일 또는 1월 15일, 마츠노우치(松の内)

◆1월 11일 또는 1월 15일, 카가미모치 깨는 날

카가미모치(鏡餅)란?

일본에서 눈사람 비슷한 떡을 보았다. 아니다, 내가 본 건 떡이 아니라 플라스틱이었다. 위에 귤이 올라가 있더라.... 모두 귀여운 모습을 한 일본의 명절 떡, '카가미모치(鏡餅)'에 대한 이야기~

둥글고도 평평한 떡을 2개 겹쳐 놓아 꼭 눈사람 같은 카가미모치. 이러한 형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둥근 것은 '원만함'을, 평평한 것은 '태평함', '평안함'을 상징하고, 이렇게 길한(縁起がいい; 엔기가이이) 떡을 두 개 겹쳐서 길함을 더 배가한 것(평화롭게 나이를 먹어감(年を重ねる)를 의미한다고도)이 지금의 카가미모치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큰 떡과 작은 떡으로 태양과 달을 표현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죠. ‘어느 순간 태양과 달이 겹치게 될 때면~~~’ 하는 인디뮤지션의 노래 가사가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맨 위에 올리는 '귤'의 의미는? 이 귤은 일본에서는 '다이다이(ダイダイ)'라고 불리는 종류의 귤. 맛이 있어서 즐겨 먹는 귤이라기보다는 쓴 맛이 강해 먹기 힘든 귤이라는 인상이 강하기도 하다는데~ 왜 이 귤을 선택했을까요? '대대손손'할 때의 '대대(代代)'의 발음이 '다이다이'이기 때문입ㄴ디ㅏ. 자손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셈이죠. 이렇게 발음의 유사한 것을 연결하는 언어유희를 '語呂合わせ(고로아와세)'라고 합니다.

왜 ‘거울(카가미) 떡’인가?

'카가미모치'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일본의 역대 천황들 사이에서 이어져오는 세 가지 보물, '산슈노진기(三種の神器)' 중 하나인 '카가미(거울)'의 둥근 모양을 본따 만든 떡이라는 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신에게 바치는 떡인 만큼 신성한 것을 본떠 만든 것이죠.

12월 28일, 카가미모치 만드는 날

일본에서는 연말에 집집마다 떡을 찌어서 새해가 되어 '오조니(お雑煮)'라는 떡국에 해당하는 떡을 넣은 나베요리를 만들어 먹습니다. 떡을 찧는 것을 '모치츠키(餅つき)'라고 하는데요. 한국의 경우 떡국용 떡을 집에서 쪄서 만들지는 않게 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가정에서 직접 떡을 찌어 오조니를 만드는 인상입니다.

이렇게 떡을 찌으면 둥글평평하게 카가미모치를 빚습니다. 카가미모치 빚는 날은 12월 28일이 일반적이라고 하는데요. 29일은 ‘9’의 발음이 ‘고통’, ‘괴로움’을 상징하는 '苦(く)'와 발음이 같아 피하고, 31일은 신년에 각 가정을 찾아오는 신인 '토시카미(年神)'라는 신을 맞이하는 날로, 신에게 바치는 카가미모치를 하룻밤만 장식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여 피한다고 합니다. '8(八)'은 끝부분이 넓어져 길한 숫자로 불리니 가능하면 28일이 좋겠죠? 카가미모치를 사서 장식하는 경우에도 28일에 사서 장식하면 됩니다.

카가미모치, 어디에 두나?

카가미모치를 두는 장소는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곳으로 거론되는 곳은 '도코노마(床の間)', 현관, '카미다나(神棚)', 부엌 등으로, 큰 카가미모치를 도코노마나 현관에, 작은 카가미모치를 카미다나나 부엌, 각 방에 나눠 두기도 합니다.

*도코노마(床の間): 일본식 방에서 방바닥을 한 단 높여 벽에 족자를 걸도록 만든 공간.

*가미다나(神棚): 신도의 신을 모시기 위한 목제 제단. 미니사이즈 가미다나, 현대적인 디자인의 가미다나도 있음.

간지츠~1월 7일 또는 1월 15일, 마츠노우치(松の内)

카가미모치를 장식하고 신에게 바치고 나면 이 떡에 신이 깃든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래전부터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카가미모치는 먹되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한다는~ 만드는 날도 숫자에 의미를 두었듯, 먹는 날도 숫자가 매우 중요하겠죠? 먹는 날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한 가지 아이템을 더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카도마츠(門松)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려서 배워 쓰시는 일본어 말 중 ‘카도’라는 표현이 있죠. ‘코너’, ‘모서리’에 해당하는 말인데요. 한자로는 ‘角’라고 씁니다. 소개드리려는 ‘카도마츠(門松)’의 카도는 ‘門’, 즉 ‘문’이라는 뜻. ‘카도마츠’는 ‘문 앞에 두는 소나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는 가운데 삐죽 솟아난 세 대의 대나무가 더 인상적이라 ‘대나무’로 기억될 수 있는데요. ‘소나무’도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년’을 상징하는 장식이죠.

앞에서 소개한 신년의 신 ‘토시코시 사마’께서 방문하실 때 집을 잘 찾아오시라고 두는 ‘표식’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다면 왜 ‘소나무와 대나무’일까요? ‘소나무는 천 년을 약속하고 대나무는 만 년을 약속한다’는 말이 있다고 하여, 두 나무가 합체하면 ‘영원’을 의미한다고~

원래는 소나무만 장식해 ‘카도마츠’라고 불렸던 것인데,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 이후에 대나무도 함께 장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방마다 모양에 차이가 있다고 하네요?

  • 간토 지방(도쿄 등): 세 대의 대나무를 중심으로 야트막하게 어린 소나무를 장식하고 밑 부분을 짚으로 감는다. 

  • 간사이 지방(오사카 등): 세 대의 대나무를 중심으로 앞쪽에 하보탄(葉牡丹; 꼭 양배추처럼 보이는 ‘모란채’)을 장식(실제로는 보라색과 흰색이지만 홍백을 상징)하고 대나무 뒤쪽으로 어린 소나무를 장식하고, 밑 부분을 대나무로 감는다.

기본은 이런 정도이지만, 호화롭게 다른 꽃을 더하는 경우도 있고, 더 단출하게 인쇄하여 현수막처럼 거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츠노우치(松の内)

이 카도마츠를 설치하는 것도 기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설치는 12월 13일 이후에 하도록 되어 있고, 역시 29일은 ‘9’가 ‘고통(苦)’과 발음이 같아 피합니다. 앞의 카가미모치도 그렇지만, 특히 카도마츠의 경우 ‘苦松(쿠마츠)’, 즉 ‘고통의 소나무’로 읽히니 더욱 조심! 30일이나 31일도 신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급한 느낌이 있으니 피해서 좀 여유 있게 날을 고르는 것이 권장됩니다. 

카도마츠를 장식하는 기간을 ‘마츠노우치(松の内)’라는 별칭으로 부릅니다. 전통적으로 간지츠(元日, 1월 1일)부터 1월 15일까지 보름이었는데요. 요즘 들어서는 도쿄가 속한 간토 지방에서 1월 7일까지로 마츠노우치가 일주일 정도 짧게 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6일 저녁이나 7일, 또는 15일에 카도마츠를 치우는 것을 ‘마츠오쿠리(松送り; 카도마츠를 보내다)’, ‘마츠오사메(松納め; 카도마츠를 수납하다)’, ‘마츠오로시(松下ろし; 카도마츠를 내리다)’ 등으로 부르고, 카도마츠를 치운 이후를 ’마츠스기(松過ぎ; 마츠노우치가 지났다)’라고 하는 것도 상식으로 알아둡시다~

카도마츠를 태우는 행사를 ‘돈도야키(どんど焼き)’ 등의 마츠리 행사로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신형코로나바이러스로 2021년에는 돈도야키가 거의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 하는 분들은 카도마츠에 소금을 뿌린 뒤, 가연 고미로 배출하면 된다고~

1월 1일만 빨간색으로 되어 있지만, 전통과 문화에 따르면 이 ‘마츠노우치’ 기간을 ‘새해맞이’ 기분으로 보낸다고 생각해도 좋겠죠?

1월 11일 또는 1월 15일, 카가미모치 깨는 날

앞에서 살짝 소개드렸지만, 토시코시 사마는 카도마츠를 표식 삼아 각 가정을 방문해 마츠노우치 기간 동안 머물러 있게 되는데요. 신이 머물러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카가미모치 안’입니다. 신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만큼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무사하길 기원하면서 이 떡을 먹게 되는데요. 한국의 ‘음복 문화’와도 비슷하게 느껴지죠? 

장식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 떡을 남기지 않고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일본에서는 카가미모치를 먹을 때 ‘카가미비라키(鏡開き)’를 진행합니다.

카가미비라키(鏡開き)

‘카가미(鏡)’는 ‘거울’, ‘히라키(開き, 단어 뒤에서는 ‘비라키’로 발음)’는 ‘열기’라는 뜻, 합하면 ‘거울 열기’라는 뜻이 되는 카가미모치 깨기는 마츠노우치가 끝나고 진행됩니다. 간토 지방에서는 1월 7일에 끝나고 1월 11일에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 두 자리 이상 숫자에서 같은 숫자가 반복되는 것을 조로메(ゾロ目)라고 해서 역시 운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간사이 지방에서는 마츠노우치가 끝나는 1월 15일 또는 1월 20일에 진행하는데요. 단, 교토에서는 1월 4일에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혹시 궁금해지는 분은 없으신가요? 떡을 자른다고 하지 않고 왜 자꾸 ‘연다’고 할까? 카가미모치를 먹을 때는 칼로 잘라 먹는 것이 아니라 나무망치로 깨서 먹습니다. ‘자른다’에 해당하는 ‘切る’, ‘割る’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대신 사용한 단어가 ‘열다(開く)’인 것입니다. ‘開’도 마지막 부분이 넓어지는 것에서 좋은 글자로 여깁니다.

카가미모치 깨기에 도전!

떡을 자르는 건 쉽지만, 깨는 건 그리 쉽지 않겠죠? 한 번도 떡을 ‘깨본’ 적 없어서 한 번 도전하고 싶다~ 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카가미모치를 깰 때는 떡이 바짝 건조된 상태여야 합니다. 나무망치(또는 금속망치)로 조금씩 두드리면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요. 금이 간 뒤에 망치로 힘껏 치면 떡이 깨진다고~ 애매하게 건조되었을 때는 노력해도 깨지지 않을 수 있으니, 그럴 때는 반일 정도 물에 불렸다가 내열 용기에 넣어 전자렌치에 ‘칭!’ 해서 손으로 먹기 좋게 잘라도 무방합니다. 슈퍼마켓이나 100엔 숍에서 산 플라스틱 모양의 용기에 담긴 카가미모치의 경우에는? 아랫 부분의 시트를 가위로 둘레를 잘라가며 제거한 뒤, 내열 용기에 거꾸로(밑면을 위로) 해서 1분 정도 데운 뒤, 윗면 부분의 용기를 눌러 가면서 떡을 빼냅시다. 생각보다 까다로울 수 있으니 화상 등을 조심하면서 진행해주세요~ 

카가미모치로 만든 요리들

열심히 만들고 깬 카가미모치, 맛있게 먹고 싶은데… 딱딱한 카가미모치는 ‘하가타메(歯固め)’, 즉 치아를 단단하게 해준다고 해서 딱딱한 채로 즐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떡은 ‘말랑말랑’, ‘모치모치’한 게 맛있겠죠? 물에 적셔 전자렌지에 말랑말랑하게 데워 먹거나, 오조니(떡국), 오시루코(떡을 넣은 팥죽)로 즐겨도 ok~

그런데, 한국에는 좀처럼 없지만 일본에선 잘 알려진 ‘카키모치(かき餅)’라는 게 있다는데! 카가미모치를 잘게 깨어 튀긴 것으로 ‘오카키(おかき)’라고도 합니다. 취향에 따라 소금이나 간장을 뿌려 먹는 단순한 조리법. 그런데, 바삭바삭 고소하고 맛있을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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