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피운 큰 대(大)자 불, 하나비, 초칭, 물에 흘려보내는 등롱... 우리가 잘 몰랐던 일본의 오봉(お盆)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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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7

오봉? 추석이랑 비슷한 거 아닌가? 신년의 ‘오쇼가츠(お正月)’와 더불어 일본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오봉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조상님을 기리는 명절이지만 그 방식은 감탄이 나올 만큼 다른데요. 하나비대회(불꽃놀이)도 사실 이 오봉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는~ 일본의 여름이 다시 보이는 ‘오봉(お盆)’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내용 구성>

◆ 오봉(お盆)이란?

◆ ​오봉은 언제?

​◆ ​오봉 때 일본 사람들은 뭘 할까?

◆ ​오봉의 멋진 볼거리들  

오봉(お盆)이란?

구력(旧暦. 큐레키. "음력"과 비슷한 개념) 7월 15일을 중심으로 하는,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오는 조상님들의 영(祖霊. それい; 소레)을 기리기 위해 조상님들의 영을 위로하는 의식을 치르는 일본의 전통 행사입니다. 조상 숭배는 일본 조몬시대(縄文時代)부터 시작되어, 6세기 중반에 전래한 불교(일본에 들어온 것은 인도 발상의 불교가 중국・조선반도 지역의 유교 등의 영향을 받은 형태의 불교였습니다)와 절충되어, 지금의 오봉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이야기됩니다.

일본에서는 오봉 시기가 법률로 지정된 축일(祝日, 슈쿠지쯔. "공휴일" 개념)은 아니지만 "오봉 야스미(お盆休み)"로 휴가를 얻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 내용 참고: http://todaibussei.or.jp/asahi_buddhism/30.htm

​오봉은 언제?

오봉의 시기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七月盆("7월 오봉")>, 전국적으로는 <八月盆("8월 오봉")>으로 나뉩니다.

​<2023년의 7월 오봉>

7월 13일 ~ 7월 16일

​<2023년의 8월 오봉>

8월 13일 ~ 8월 16일

메이지시대 초기에 신력이 도입되기까지 오봉은 7월이었습니다. 신력으로 바뀐 뒤에도 오봉을 7월으로 할 경우, (구력 12월을 신력 1월로 지정하면서 1개월의 차가 발생하여) 구력상 6월에 오봉을 지내야 하는 셈이었는데요. 그 시기는 농사일로 매우 바쁜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신력의 8월(구력 개념의 7월)로 오봉을 옮겨서 지내자! 라는 "8월 오봉" 파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8월에 오봉을 지내는 지역이 더 많다고 합니다.

​오봉 때 일본 사람들은 뭘 할까?

각 가정의 조상님들이 "精霊(쇼료. "정령"이라는 뜻)"으로 돌아오는 것을 맞이하여 대접합니다.

>> 봉다나(盆棚)를 장식하고 초칭(提灯)을 밝힌다

조상님들의 영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위령(영혼을 위로함)하고, 조상님들의 영이 집과 가족을 지켜줄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초칭은 조상님들의 영혼이 길을 잃지 않기 위한 표식(目印; 메지루시)라고 이야기됩니다.

>> 입구 등에 카도구치(門口)에 무카에비(迎え火)와 오쿠리비(送り火)를 피운다

오하카마이리(お墓参り; "성묘")에서 조상님들을 공양한 뒤, 13일 저녁에 "무카에비(마중 불)"를 피웁니다. 무카에비는 조상님들의 영혼이 길을 잃지 않고 집에 돌아오게 하기 위한 역할을 합니다. 16일 저녁에는 정령이 밝은 길을 걸어 돌아가실 수 있도록 "오쿠리비(배웅 불)"을 피웁니다.

>> 꽃, 손수 만든 음식을 준비하고, "정령 말(精霊馬; 쇼료우마)"과 "정령 소(精霊牛; 쇼료우시)"를 장식한다

오이로 만든 정령 말, 가지로 만든 정령 소는 조상님들의 영혼이 이승에서 저승을 오고갈 때 탈 수 있는 탈것이 되어준다고 합니다. 말에는 발이 빠르니 "빨리 와주시기를!" 하는 바람이 담겨 있고, 소에는 "천천히, 마련한 음식(供え物; 소나에모노)을 많이 가지고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오봉의 멋진 볼거리들

7월부터 8월까지 일본에서는 다양한 여름 이벤트가 개최되는데요. 이것들은 오봉의 "조상의 영혼을 기린다"라는 의미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오봉은 조상님을 생각하는 마음, 일종의 신앙심(일본인은 지만) 같은 것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교토의 명물 "고산노오쿠리비(五山の送り火)"(교토부 교토시)

교토에서는 8월 16일에 "고산노오쿠리비"라는 이벤트가 개최됩니다. 교토를 둘러싼 5개의 산에 "다이몬지(大文字; 큰 대(大) 자)" "묘호(妙法; 묘법)", "후나가타(舟形; 배 모양)", "히다리다이몬지(左大文字; 좌대문자)", "토리이가타(鳥居形; 신사 입구의 토리이 모양)" 등이 순차적으로 점화되어 밤하늘로 불길이 치솟아 오릅니다. 교토 사람들은 이렇게 해서 자신들의 집에 찾아온 조상의 영혼을 배웅하는 것입니다.

*"교토 고산노오쿠리비" 내용 참고: https://souda-kyoto.jp/travel/life/gozan.html

>> 도쿄의 꽈리 시장 "호오즈키시(ほおづき市)"(도쿄도 신주쿠구 카구라자카)

도쿄의 카구라자카에서는 7월 하순에 호오즈키시, 즉 꽈리 시장이 개최됩니다. 일본 사람들은 여름하면 떠오르는 "나쯔노 후부쯔시(夏の風物詩)" 중 하나로 꽈리를 꼽는데요. 오봉 때 조상님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밝히는 초칭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생김새가 그럴 듯하게 닮았죠?)

>>물에 흘려보내는 등롱 "아라시야마 토로나가시(嵐山灯篭流し)"(교토부 교토시)

"토로나가시(灯篭流し)"는 불 밝힌 등롱을 오봉 음식, 장식과 같이 바다나 강에 흘려보내는, "오쿠리비(배웅 불)" 역할을 하는 행사입니다. 조상님들의 영혼이 등롱을 타고 강물을 타고, 바다로 흘러, 저승으로 돌아가시는 것이죠.

 

>>도쿄의 명물 하나비 "스미다가와 하나비타이카이(隅田川花火大会)"(도쿄도 스미다구)

일본인들에게 "하나비(花火; 불꽃놀이)"는 아름다운 놀이일 뿐 아니라 조상님의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鎮魂; 친콘)의 의미 또한 갖고 있습니다. 스미다가와 하나비타이카이가 시작된 것은 에도시대(1733년)으로, 당시 대기근과 역병의 유행으로 죽은 이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록페스티벌을 비롯한 여름 페스티벌(夏フェス; 나쯔페스), 마쯔리, 미코시(神輿; 가마행렬) 등 여름의 더위를 잊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들이 많이 있지만, "후제(風情; "정취" 정도의 의미)"를 즐기는 조용한 여름도 추천드립니다.

여기서 잠깐>> 후제(風情)란?

일본에서 옛부터 존재해온 미의식. 긴 시간 동안 자연의 변화로 인해 사물이 열화(劣化; "저하", "쇠함")를 뜻하는 "와비・사비(わび・さび)", 사계절의 변화가 빚어내는 <덧없음(儚いもの)>, <질박함(質素なもの)>, <공허함(空虚なもの)> 속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발견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

<관련 기사>

일본의 하나비 명소, 개최 시기 등과 하나비 관련 일본어 -> <하나비(花火): 일본 불꽃축제 유래, 전국 명소, 관련 일본어>

오봉 전에 보내는 여름 편지와 여름 선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 일본 문화 심화편: 일본식 인사, 여름에 보내는 편지와 선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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