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행사, 이벤트라는 이미지가 강한 일본의 마츠리. 생각보다 풍부한 볼거리를 갖고 지역 내 교류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행사로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츠리’ 하면 여름이 유명하지만 수많은 마츠리가 있는 일본인 만큼, 이번 기사에서는 ‘사계절’이라는 키워드로 독특한 일본 마츠리를 들여다봅니다. 기사를 읽고 나면 마츠리를 즐기는 법을 알게 되실 겁니다.
<내용 소개>
・온천에서 ‘물벼락’, ‘불구경’: 벳부 핫토 온센 마츠리(別府八湯温泉まつり)
・대형 인형 등롱들이 출렁이는 공중 무대: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青森ねぶた祭)
・진흙 괴물을 피해라!: 미야코지마 판투(パーントゥ)
・가마들의 격렬한 싸움: 나다 겐카 마츠리(灘のけんか祭り)[약칭: 나다마츠리(灘祭り)]
・이글루 속에서 도란도란~: 요코테 유키마츠리 ‘카마쿠라’(横手の雪まつり ‘かまくら’)
봄의 이색 마츠리
온천에서 ‘물벼락’, ‘불구경’: 벳부 핫토 온센 마츠리(別府八湯温泉まつり)
공식 홈페이지: http://beppu-event.jp/onsenmatsuri/info/info.html
약 100개 공동 온천 무료 개방! 밤에는 피어오르는 증기를 배경으로 분위기 있는 라이트업. 온천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솔깃하실 것 같습니다. 태국의 유명한 축제인 ‘송크란’처럼 ‘벳부 핫토 온센 마츠리’에서도 물벼락을 구경할 수 있는데요. 마츠리의 마지막날, 벳부역 앞 큰길에 일본의 마츠리를 상징하는 신사 가마인 ‘미코시(神輿)’들이 한데 모여 60톤이나 되는 뜨거운 물을 맞습니다. 길가에 물통과 국자가 준비되어 있어 보는 사람들도 함께 물을 끼얹으며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마츠리 기간 중 저녁 6시 30분부터 산 표면을 불 태우는 ‘오우기야마 히마츠리(扇山火まつり)’도 함께 진행되어 분위기를 돋웁니다. ‘물’과 ‘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멋진 봄 마츠리죠? 매년 4월경 개최됩니다.
[참고] 벳푸 핫토 온센 마츠리 실행위원회에서 제작한 ‘Beppu Hattou8 Dancing’. 총 4편이 올라 있는데 모두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느긋한 마음이 들어 온천과 온천 마츠리를 즐기러 가보고 싶습니다.
‘물 끼얹는 마츠리’는 이곳도 유명! 이와테현의 ‘다이토오하라 미즈카케마츠리(大東大原水かけ祭り)’
1657년 2월 11일에 에도에 큰 불이 난 이후, 그날을 화재 방지를 기원하는 날로 정해 액년(厄年)으로 나쁜 기운을 씻을 필요가 있는 남자들이 흰색 천만 두르고 거리를 질주, 마츠리 참여자들이 그들을 향해 물을 끼얹는 시원한 이벤트입니다.
*참고: 이와테현 관광 포털 사이트 いわての旅 <大東大原水かけ祭り>
추천 기사
여름의 이색 마츠리
대형 인형 등롱들이 출렁이는 공중 무대: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青森ねぶた祭)
공식 홈페이지(한국어 페이지): https://www.nebuta.jp/foreign/korea.html
여름하면 마츠리, 라고 할 정도로 여름은 마츠리 즐기기 좋은 계절~ 마음만 먹으면 근처에서도 ‘봉오도리(盆踊り)’ 등의 마츠리를 즐길 수 있는데요. 화려한 볼거리를 추구한다면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가 안성맞춤인 듯합니다.
‘네부타(ねぶた)’는 인형 모양의 등롱으로 너비 9미터, 높이 5미터의 초대형. 전국시대를 누빈 무사들이나 가부키의 등장인물 등 각각의 인형에는 모델이 있습니다. 7월 말~8월 초경에 약 일주일에 걸쳐 펼쳐지는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에서는 어린이 네부타(소형 네부타)가 15대, 대형 네부타가 15~20대가 세 차례에 나뉘어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이 메인 이벤트로, 마지막 날에는 아오모리항에서 화려한 하나비, 불꽃놀이가 펼쳐집니다.
>> 여름 마츠리의 즐거움 ‘봉오도리’, ‘하나비’, ‘야타이’
아오모리테레비의 드라마 <네부타가 없는 여름(ねぶたのない夏)>
2020년 여름, 코로나로 아오모리의 여름을 상징하는 네부타 마츠리가 중지된 때에 아오모리가 고향인 소녀가 대만 타이페이에 사는 청각장애인 소년에게 메시지로 자신의 일상과 네부타 마츠리에 대한 애정과 꿈을 들려주는 내용입니다. 소년은 답장에서 대만의 ‘타이베이 랜턴 페스티벌’에 대해 소개해주네요.
가을의 이색 마츠리
진흙 괴물을 피해라!: 미야코지마 판투(パーントゥ)
공식 홈페이지: https://www.miyakojima-style.jp/event/shimajiri-panto/
마츠리라고 해서 모두 ‘신사’나 ‘미코시’를 구경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키나와 미야코지마(宮古島)의 ‘판투(パーント)’는 완전히 색다른 마츠리의 대표격입니다.
1993년 일본 중요 무형 민속 문화재로 지정되고, 2019년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판투’는 미야코지마의 시마지리(島尻) 지역의 ‘판투푸나하(パーントゥプナハ)’와 노바루(野原) 지역의 ‘사티파로우(サティパロウ)’를 아울러 부르며, 매년 10월경 개최됩니다.
‘판투’의 특징은 가면을 쓴 진흙 괴물의 뛰어다니며 진흙을 묻히는 것. 미야코지마 방언으로 ‘먹다’라는 뜻의 ‘판(パーン)’과 ‘사람’이라는 뜻의 ‘피투(ピトゥ)’가 더해진 ‘판투’는 ‘도깨비’, ‘요괴’, ‘귀신’ 등을 뜻합니다. (참고로 ‘판투푸나하’의 ‘푸나하’는 ‘기원제’라는 뜻.) 시마지리 지역 사람들은 구력 9월(신력 10월)에 판투 신이 가면을 쓰고, 풀로 몸을 감싸고, 온몸에 냄새나는 진흙을 묻히고 찾아온다고 믿어왔습니다.
판투 신을 기리는 시마지리의 ‘판투푸나하’에서는 부모 판투, 중간 판투, 아이 판투 신들이 우물에서 나타나 마을을 뛰어다니며 남녀노소에게 무차별 진흙 공격을 가합니다. 진흙을 바르는 것은 나쁜 뜻이 아니라, 악령을 퇴치하고 나쁜 기운이 붙이 않도록 하려는 좋은 의도라고~ 그래서 새로 지은 집이나 새로 태어난 아기가 있는 집에 특히 열심히 진흙을 바른다고 하네요.
노바루 지역의 ‘사티파로우’는 시기와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구력 12월(신력 1월)에 판투 가면을 쓴 소년 한 명이 앞장 서고 풀관을 머리에 쓰고 허리에 풀띠를 두르고 양손에 나쁜 기운을 쫓는 가지를 든 여성들과 소년들이 뒤를 따르며, ‘호이호이!’하고 외치면서 마을을 돌아다니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일본 마츠리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와는 다르지만, 한국인으로서는 어딘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색 마츠리입니다.
*참고: 宮古島 Style https://www.miyakojima-style.jp/9-stories/episode-8/#shimajiri-panto
가마들의 격렬한 싸움: 나다 겐카 마츠리(灘のけんか祭り)[약칭: 나다마츠리(灘祭り)]
공식 홈페이지: https://www.nadamatsuri.jp/index.html
일본의 마츠리가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매년 10월 14일, 15일에 진행되는 효고현 히메지시(姫路市)의 ‘나다 마츠리’는 정식 명칭이 ‘나다 겐카 마츠리(나다 싸움 마츠리)’인 만큼, 큰 싸움이 벌어집니다. 사람들끼리 직접 싸우지는 않고 사람들이 들쳐 멘 가마들의 싸움~ 가마 싸움의 종류도 크게 두 종류로, 그중 북을 태운 화려한 가마인 ‘야타이(屋台)’를 7개 마을 단위로 출전시켜 겨루는 ‘야타이 네리(屋台練り)’가 큰 볼거리. ‘요~이야샤~(ヨーイヤサー)!’라는 힘찬 구령에 맞춰 가마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용감한 전사들을 방불케 합니다.
야타이 중 하나인 ‘시시 야타이(獅子屋台; 사자 야타이)’의 북소리는 ‘나다 겐카 마츠리의 단지리 북’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소리 풍경 100선(残したい"日本の音風景100選")’으로도 선정됐습니다(*).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때 들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일본의 소리 풍경 100선 중 66번: https://www.ince-j.or.jp/sound
겨울의 이색 마츠리
이글루 속에서 도란도란~: 요코테 유키마츠리 ‘카마쿠라’(横手の雪まつり ‘かまくら’)
공식 홈페이지: https://www.yokotekamakura.com/event/3-5/
겨울의 일본 마츠리,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눈’을 볼 수 있는 추운 지역에는 왠지 멋진 마츠리가 있을 것 같은데~ 한겨울 낭만적인 마츠리를 체험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겨울 마츠리, 아키타현 요코테시(横手市)의 눈 마츠리인 ‘카마쿠라(かまくら)’입니다.
‘카마쿠라’는 수신(물의 신)을 위해 정월 15일(小正月; 코쇼가츠)에 지내온 450년 전통의 마츠리입니다. ‘카마쿠라’라고 불리는 동그란 얼음집에 어린이들이 들어가 수신을 향해 ‘들어와주세요’, ‘수신님을 보내주세요’ 하면서 ‘오마에코(おまえこ)’라고 불리는 감주와 떡을 수신님께 바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가내 안전, 상업 번영, 풍년 등을 수신님게 기원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1936년, 카마쿠라를 본 독일 건축가인 브루노 타우트 씨는 자신의 책에서 그 동화 같은 아름다움을 절찬하기도 했다는데요. 당시에는 어린이들이 감주를 한 잔 하시라 권하면 어른들이 동전을 주었다고 합니다. 마치 어린이들이 천사라도 된 듯한 것이 ‘동화’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카마쿠라. 참고로 일본에서는 환상적인 동화를 ‘메르헨(メルヘン)’이라는 독일어 유래의 단어로 부릅니다.
카마쿠라의 형태는 안전과 교통량 증가 등의 이유로 설치 장소와 모양, 숫자가 변화해 왔습니다. 1971년에는 ‘미니 카마쿠라’를 만들자는 운동이 시작되어 관광용으로 위의 사진과 같이 미니 카마쿠라들을 많이 만들게 되었습니다. 새해, 기원의 마음을 담아 카마쿠라 사이를 걸어보고 싶어집니다.
남북으로 길어 지역별로 계절별 기후와 날씨가 크게 다른 일본. 일본의 계절별 기후, 날씨의 특징, 주의 사항을 담은 <일본 기후, 날씨 바로 알기: 여행 전에 계절별 날씨 체크>의 내용도 읽어두시면 일본 생활, 일본 여행에 폭넓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본의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마츠리(祭り)’를 여행 키워드에 포함시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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