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바나의 세계로~ 일본 전통 꽃꽂이의 기본 지식, 용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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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5

일본 꽃꽂이를 ‘이케바나’라고 하던데? 관심이 있지만 장벽이 높게 느껴지는 이케바나. 기본 개념, 용어부터 찬찬히 알아봅니다.

<내용 구성>

◆이케바나(生け花)? 카도(華道)?

◆카도(華道) 유파 핵심 정리

◆茶花(차바나)와 자유로운 이케바나

◆이케바나와 일본어 표현

이케바나(生け花)? 카도(華道)?

일본은 꽃꽂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한번 배워보고 싶다! 일본 생활 중, 일본 여행 중에 듣고 접한 아름다운 일본 꽃꽂이에 관심을 갖게 되는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일본의 전통 꽃꽂이는 ‘이케바나(生け花)’라고 불리는데요. ‘이케루(生ける)’라는 동사와 ‘하나(花)’를 합한 합성어입니다. 그럼 ‘이케루’란 무슨 뜻일까요?

生ける(이케루)

꽃과 풀, 나무 등의 식물은 자연에서 채취한 뒤에도 물에 담거나 땅에 옮겨 심으면 그 생명이 일정 기간 이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케루’는 ‘살아 있다’라는 뜻을 가지는 동시에 이러한 식물의 특성을 반영해 ‘생명을 유지하도록 어딘가에 담아둔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동사로도 쓰입니다. 꽃꽂이와 관련해서는 ‘살아 있도록 꽃을 꽂다’라는 의미를 갖는 동사로 이해하면 무난할 듯합니다. 자연의 일부인 꽃을 꽃병으로 옮겨와 그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바로 ‘이케바나(生け花)’라고 할 수 있습니다.

華道(카도) 

‘이케바나’와 비슷한 의미로 ‘카도(華道)’ 또는 ‘카도(花道)’라는 표현도 자주 쓰입니다. ‘華(카)’는 ‘花(하나)’의 본래 글자로 역시 ‘꽃’을 의미합니다. ‘도(道)’는 ‘다도(茶道; 일본어로는 ‘사도’)’ 할 때의 ‘도’로, ‘카도(華道)’는 ‘이케바나’ 자체만이 아니라 이케바나를 통해 마음과 정신을 수양하고자 하는 흐름, 유파, 예법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일본의 전통 3도(三道)

자연에서 꽃을 따와 물을 담은 꽃병에 감상하던 것에 의미와 철학이 담겨 하나의 전통이 된 것이 ‘이케바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케바나=카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는 이케바나로 꽃의 색, 질감, 계절감을 표현해내는 데 있어서 ‘유파(流派)’에 따라 세부적인 규정을 두고, 이를 배우고 지켜내는 전통이 있습니다. 유파에 따라 사용하는 꽃병도 다르고, 꽃을 몇 송이 꽂는지, 꽃만 사용하는지 가지와 잎도 사용하는지 등등 다양한 차이가 생겨납니다. 정해진 틀을 자기 나름으로 이해하고 허용된 범위 안에서 표현을 해내는 것이 바로 이케바나의 어려움이자 즐거움이겠죠? 

자연미, 조형미 등을 고려해 꽃을 꽂은 뒤에는 꽃의 생명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고민하고 활용합니다. 자연을 일상으로 가져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으로 구현해내고, 자연의 생명력 또한 유지해내는 것. 이케바나(生け花)를 이렇게 정의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活花(이케바나), 挿花(소카)

‘이케바나’의 한자를 ‘活花’라고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활용하다’의 ‘활(活)’에 해당하는 한자로 꽃을 ‘활용한다’는 의미입니다. ‘生け花(자연을 담아내는 꽃꽂이)’가 기본적으로 불교에서 유래한 특정 스타일을 말한다면, 상대적으로 ‘活花’는 ‘꽃의 아름다움을 살린 꽃꽂이’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꽂다’라는 뜻의 ‘挿’을 사용한 ‘挿花(소카)’라는 표현도 ‘꽃꽂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카도(華道) 유파 핵심 정리

池坊(이케노보)와 立花(다테바나・릿카) 

카도, 이케바나를 확립했다고 불리는 무로마치시대의 승려, ‘이케노보(池坊)’. ‘供花(쿄카・쿠게)’라는 꽃을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해 바치는 불교의 오랜 전통인데요. 이케노보 승려는 ‘立花(다테바나・릿카)’라고 불리는 이케바나의 대표적인 스타일을 확립했습니다.

대지, 태양, 물의 도움으로 꽃이 피어야 할 때 피고 나무와 풀이 필요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를 꽃꽂이로 표현한 것이 바로 ‘다테바나(릿카)’. 

다테바나에서는 나무로 산을, 풀로 물을 표현해냅니다. 정통 다테바나의 경우 뼈대를 형성하는 나뭇가지, 꽃, 잎(役枝; 야쿠에다)의 수가 7개 또는 9개로 정해져 있고, 각각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1999년에는 현대의 공간에 어울리는 조금 더 자유로운 스타일의 다테바나를 이케노보 유파에서 발표했습니다. 각 가지가 전체 속에서 갖는 역할을 중시했던 전통적인 다테바나에 비해 초목의 역동적인 선이나 형태를 활용해 밝고 경쾌한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클래식과 변주의 차이랄까요? 

*참고: ‘池坊(이케노보)’ 공식사이트 ‘立花’ https://www.ikenobo.jp/ikebanaikenobo/rikka/

華道遠州(카도엔슈)와 生花(쇼카, 세카)

상류계급, 무가계급의 전유물이었던 카도가 서민들 사이에 널리 보급된 것은 에도시대. 에도시대 이케바나를 대표하는 스타일을 ‘生花(쇼카, 세카)’라고 합니다. 1~3종 정도의 꽃, 풀, 가지 등으로 꽃과 나무가 자라나는 ‘出生(슛쇼)’의 에너지를 표현해내는 것이 ‘쇼카’의 기본. 뼈대의 수도 더 많고 ‘삼라만상의 조화’를 담아내는 데 주력하는 ‘다테바나’보다는 좀 더 심플한 느낌으로 ‘꽃’, ‘나무’의 아름다움을 한껏 담아냅니다. 쇼카의 대표적인 유파로는 ‘카도엔슈(華道遠州)’(엔슈 카도)가 있습니다. 

‘카도엔슈’ 유파의 문을 연 것은 일본을 대표하는 차진(茶人; 차의 명인)으로 일본 정원 건축가로도 잘 알려진 ‘코보리 엔슈(小堀遠州)’입니다. 그가 차, 정원을 통해서도 보여준 ‘키레사비(綺麗さび)’라는 미감을 꽃으로 표현해낸 이케바나는 에도시대 후기(1804~1830년)에 크게 유행했습니다. 꽃, 꽃나무로 아름답고 유려한 곡선미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불교, 신도(神道), 와카(和歌) 등의 세계를 담아냅니다. 아름다움 안에 전통의 철학, 사상을 담아낸 스타일이라고 보면 되겠죠? 곡선(曲線)을 강조한 카도엔슈의 스타일은 ‘교쿠이케(曲生け)’라고도 불립니다.

가지에 칼집을 내어 별도의 가지에서 가져온 가지를 끼워넣어 놀라운 곡선을 만들어내는 ‘쿠사비타와메(くさび撓め)’ 등의 기술로 표현된 엔슈 스타일 이케바나는 판화 등을 통해 유럽으로도 전해져 인상파, 아르누보 등의 미술에 영감을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참고: ‘카도엔슈(華道遠州)’ 공식사이트 http://kadouenshu.com/
엔슈카도(遠州華道) 공식사이트 ‘くさび撓め’ https://www.ikebana-ensyu.com/feature3/

茶花(차바나)와 자유로운 이케바나

차의 명인으로 카도의 유파의 시조이기도 한 ‘엔슈’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듯, 차를 마시는 공간에서 감상하는 꽃꽂이, ‘차바나(茶花)’ 또한 일본에서는 매우 사랑받아왔습니다. 전통 일본 방에서 단을 한 단 높인 ‘도코노마(床の間)’라는 공간이 바로 이 차바나를 올려놓고, 그 뒤에 족자를 걸어 감상하기 위한 일종의 디스플레이 공간입니다.

花を入れる(하나오 이레루)

이케바나가 ‘이케루(生ける)’라는 동사를 사용한다면, 차바나에서는 ‘이레루(入れる)’라는 동사를 사용합니다. ‘이레루’는 ‘넣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동사인데요. 꽃이 주인공인 이케바나와 달리, 차바나에서 꽃은 차석의 한 구성 요소이자 도구이기 때문에 동사도 구분해서 ‘이레루’로 사용합니다. 편안하게 꽃을 꽃는다고 표현할 때는 ‘하나오 이레루’를 사용하세요~

자유로운 이케바나들

형식미, 조형미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살리는 이케바나의 스타일인 ‘나게이레바나(なげいれ花・抛入花)’는 차바나를 대표하는 스타일입니다. ‘抛’는 ‘휙 던지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로 자유로운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에도시대에 유행한 ‘쇼카(세카)’도 차바나로 각광받았습니다. 

자유로운 스타일의 ‘나게이레바나’는 이후 ‘모리바나(盛花)’, ‘나게이레(投入れ)’, ‘지유카(自由花; 자유화)’ 같은 스타일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모리바나’는 입구가 넓고 얕은 수반과 같은 화기에 펼치듯 꽃는 스타일로, 메이지시대, 서양 꽃이 도입된 시기에 서양의 꽃들을 활용하는 이케바나로 오하라 운신(小原雲心)에 의해 고안되었습니다. ‘나게이레’는 원통형 화기에 꽂아 간소한 느낌을 줍니다. 지유카(자유화)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참고: 四季のなげいれ花協会 https://www.nageirebana.com/blank-2

이케바나와 일본어 표현

  • 花材(카자이): 이케바나의 재료(소재)가 되는 나무, 꽃, 잎. 나무 소재를 ‘主材(슈자이)’, 꽃과 잎 소재를 ‘配材(하이자이)’라고 구분하기도 함.

  • 素材の取り合わせ(소자이노 토리아와세): 소재의 선택. 다양한 재료에서 사용할 소재를 선택하는 것.

  • 花器(카키): 이케바나에서 사용하는 화기. ‘花生け(하나이케)’라고도 함.

  • 剣山(켄잔): 사진 속의 화기 왼쪽에 보이는 도구. 두꺼운 바늘이 박힌 금속판. ‘모리바나’ 등에서 꽃과 가지를 고정하는 데 사용. ‘剣山留め(켄잔도메)’라고도 함. 

  • 花留め(하나도메): 꽃을 고정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 좁은 용기의 화기에도 사용할 수 있음. 금속이나 유리를 뜨개실 타래처럼 뭉쳐놓은 형태. ‘켄잔도메’도 넓은 의미에서는 ‘하나도메’에 포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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