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기에는 엄청나게 크기가 큰 것도 있고, 눈이 안 그려져 있기도 해서 무섭기도 한 달마(다루마). 일본에서는 ‘엔기모노’로 사랑받으며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도록 도와줍니다.
<내용 구성>
◆일본의 오뚝이 인형 ‘오키아가리코보시(起き上がり小法師)’와 다루마
◆다루마로 가득한 오사카의 절 '카츠오지(勝尾寺)'와 '카치다루마(勝ち達磨ダルマ)'
엔기(縁起)와 엔기모노(縁起物)
일본에서 참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바로 '엔기(縁起)'입니다. '엔기'는 '길흉의 전조'를 뜻하는 말로 '엔기가 이이(縁起がいい)', '엔기가 와루이(縁起が悪い)'와 같은 형태로 자주 사용됩니다. 각각 '길하다', '흉하다'라고 생각하면 될 듯한데요. 절기, 명절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늘 되도록이면 '엔기가 이이 모노', 즉 '길한 물건', '길한 것'을 지니거나 가까이 하려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네잎클로버'가 상징하는 '행운', '럭키'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봐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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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다루마)의 유래, 눈이 없는 이유
다루마(ダルマ). 일본에서는 연초나 수험 시즌에 특히 많이 접하게 되는 대표적인 '엔기모노'입니다.'다루마'는 소림사에서의 9년간의 면벽 좌선으로 유명한 중국 선종의 시조 달마(達磨)대사를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달마도'라는 족자를 통해 접하는 정도로, 그리 볼 일이 많지 않은 것에 비해, 일본에서는 어딘가에 올려두는 장식물, 열쇠고리로 제작되어 곳곳에서 판매되고, 일러스트에도 단골로 등장하며 일상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붉은색 옷을 입은 달마대사와 무시무시한 천연두
달마대사는 붉은색 옷을 입었다고 하는데요. 붉은색은 일본에서 '악을 쫓는 힘'을 가진 색으로 알려져 건강과 무탈을 기원하는 물건에 자주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붉은색만 아니라 다양한 색들의 다루마가 각 색의 의미를 담고(예. 금색은 '재물운') 등장하고 있지만, 기본은 역시 '붉은색 달마'입니다.
다루마에 눈이 없는 이유
그런데... 다루마의 눈이 없는 것을 조금 무섭게 느껴집니다. 소원을 빌면서 다루마의 오른쪽 눈을 칠하고, 소원이 이루어지면 왼쪽 눈을 칠한다고 합니다. 이 문화는 중국에서 '두창(천연두)'이 유행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천연두를 심하게 앓다가 실명하는 특히 많았다는 것. 달마대사에 눈을 그리면서 천연두를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하네요.
붉은색도, 눈이 없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건강・무탈'과 관련이 있는 것이니 요즘이야말로 꼭 필요한 다루마입니다.
[참고] 일본에는 다양한 종류와 이름의 다루마가 있습니다. 기원하는 내용에 따라 처음부터 양눈이 칠해져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일본의 오뚝이 인형 ‘오키아가리코보시(起き上がり小法師)’와 다루마
오랜 좌선으로 손과 발이 모두 썩어 없어진 달마대사.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손과 발이 없는 인형인 '오키아가리코보시(起き上がり小法師; 일어나는 작은 법사)'를 닮았다고 해서 ‘오뚝이 다루마’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오뚝이 인형은 넘어져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칠전팔기'의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다루마를 곁에 두고 자신이 꿈꾸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다루마가 '수험생 선물'로 인기 있는 이유입니다.
다루마의 구입과 처분 방법
다루마는 연초에 구입해 1년 정도 곁에 두었다 처분한다
한 해의 목표와 희망을 담기 위해 다루마를 연초에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 함께 생활하다 연말~연초에 처분하게 되는데요. 다루마를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고~ 공양(供養; 쿠요)을 하고 처분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대표적인 다루마 처분 방법>
1. 신사, 절에 가져간다(경내에 마련된 장소에 두기, 직접 스님에게 전하기, 'お焚き上げ(오타키아게; 신사 등에서 오마모리, 신사 용품 등 귀한 물건을 태우는 의식, 비용 있음)'를 신청)
2. 돈도야키(どんど焼き; 지역에 따라 신년 장식 등을 한 번에 모아 놓고 태우는 의식. 1월 15일 정도에 개최) 때 태운다(무료)
3. 다루마이치(だるま市; 다루마 시장)에 가져가 공양을 부탁한다(무료)
4. 가정용 쓰레기로 배출한다(깨끗이 씻어 소금을 뿌린 뒤 흰 종이나 천으로 싸서 크기에 따라 가연 쓰레기(가넨고미) 또는 대형 쓰레기(소다이고미, 비용 있음)로 배출
5. 불용품회수업자에게 의뢰한다(비용 있음)
6. 택배로 '오타키아게'를 의뢰한다(비용 있음)
처분 방법이 번거롭게 느껴지면 '다루마 오미쿠지'도 추천. 경내 곳곳에 두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네요. 중요한 건 '잘하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다루마이치(다루마 시장)
다루마를 판매하는 시장을 ‘다루마이치(だるま市)’라고 합니다. 절에서 치르는 큰 행사와 맞물려 성대하게 진행돼 전국에서 인파가 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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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쵸후시(調布市)'진다이지 다루마이치(深大寺だるま市)': 매년 3월 3일, 3월 4일 개최. 300여 개 점포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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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현 후지시(富士市) '비샤몬텐사이 다루마이치(毘沙門天祭だるま市)': 매년 2월 중순 개최. '비샤몬텐타이사이'와 함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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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마현 다카사키시(高崎市) '다카사키 다루마이치(高崎だるま市)': 2021년에는 1월 1일, 1월 2일 개최. 에도시대부터 약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다루마를 제작하는 '다루마지(達磨寺)'의 다루마이치
다루마로 가득한 오사카의 절 '카츠오지(勝尾寺)'와 '카치다루마(勝ち達磨ダルマ)'
다루마는 '단순히 소원을 이루어주는 물건'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해주는 존재'라고 인상적인 설명이, 다루마로 유명한 '카츠오지'라는 절의 홈페이지(*)에 올라 있습니다. '인생의 목적, 그리고 1년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결심과 함께 다루마를 구입하면 다루마에 '자신의 혼'이 깃들게 되고, 동시에 '말없이 지켜봐주는 다루마'를 곁에 두고 목표를 향해 걸어나갈 수 있다는 것. '스스로의 나약함을 이겨내고 성장한 자신을 느끼는 순간 다루마를 절에 가져가 바치는 것', '카치다루마(勝ち達磨ダルマ; 승리의 다루마)'의 의미가 멋지게 느껴집니다.
<카치다루마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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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구체적으로! 카치다루마의 등에 '1년간의 목표'를 적고, 바닥 부분에는 '인생의 목표'를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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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마음으로 먼저 기도한 후에, 목표 달성을 위한 일체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자기 자신에게 약속하며 다루마의 오른쪽 눈(자기 편에서는 왼쪽)을 그려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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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이루었을 때는 왼쪽 눈을 칠하고, 자신의 목표 달성을 '보고'한 뒤 절에 다루마를 바칩니다.
카츠오지의 홈페이지에는 다루마에 기원한 목표가 성취된 것을 보고한 내용들이 재미있게 편집되어 올라가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어떤 목표들을 가지고 있는지, 다루마가 이루어준 목표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일본어 공부 겸 살펴봐도 재미있습니다.
*카츠오지 홈페이지: http://www.katsuo-ji-temple.or.jp/worship/ **카츠오지 홈페이지('성취 보고'): http://www.katsuo-ji-temple.or.jp/comple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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