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여행 가면 꼭 오미야게를 사는 것 같은데… 너무 흔한 것은 사기 싫고.... 뭘 골라야 할까?
일본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오미야게(お土産, おみやげ), 그 유래와 역사가 오미야게를 고르는 데 힌트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오미야게 과자들도 살짝 들여다봅니다.
<내용 구성>
◆[참고] 도쿄, 오사카, 교토 추천 오미야게 '과자' 편
오미야게(お土産、おみやげ)란?
일본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더라도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면 알고 사용하게 되는 ‘오미야게’라는 단어. ‘여행지에서 사서 선물하는 기념품’ 정도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으실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여행 선물/여행 기념품이라고 하면 해외 여행과 관련된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일본에서 생활하다 보면 여행은 물론 출장, 귀성을 갈 때도 오미야게를 구입해 가족, 친구, 지인들과 나누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일본오미야게학회(日本おみやげ学会)에서는 ‘오미야게’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물품을 전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번 참고해볼까요?
<오미야게의 조건 by 일본오미야게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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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입수: 인간의 이동에 따라 물품을 입수할 것(오미야게를 주는 사람이 오미야게가 있는 장소에 이동할 필요가 있음. 즉, 통신판매 등으로 산 특산물은 오미야게로 인정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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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제3자에게 제공할 것(단, 물품을 입수하면서 자신의 정서 상태를 기억하고 나중에 회고, 감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에게 주는 경우는 오미야게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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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 정보의 전달을 동반할 것(“OO에 다녀왔다”는 식의 정보가 동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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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그 자체에 지역적인 특이성이 있을 것(특정 장소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품인 것이 기본이지만, 입수한 경위, 정서적인 의미 등을 부여할 경우에는 슈퍼에서 산 볼펜이나 그 지역에서 주운 돌 등도 ‘오미야게’로 인정)
추천 기사
오미야게 문화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오미야게의 역사
오미야게학회의 정의에 따르면 오미야게의 역사는 아주 오래 전, 수렵 채집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문헌에 기록이 확인되는 것은 헤이안 시대라고 합니다.
현대에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관광과 결부된 오미야게의 경우, 일본에서는 초기의 관광 형태인 신사나 사찰 참배, 경승지 방문 등과 관련되어 시작되었습니다.
서민문화가 꽃피웠던 에도시대에는 관광의 발달과 함께 ‘관광 오미야게(観光土産; 칸코우미야게)’가 발달했습니다. 단, 당시에는 교통수단이 지금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집까지 가져갈 목적으로 작고 가볍고 유통 기한이 길어야 하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사에서 참배자들에게 발행하는 ‘오후다(御札)’, ‘고신사츠(御神札)’나 그림 등으로 품목이 제한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물품들을 가족들에게 전한 것을 오미야게의 기원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일본오미야게학회(日本おみやげ学会) <おみやげの定義> https://sites.google.com/site/nipponomiyagegakkai/opportunity?authuser=0
오미야게와 이세신궁 순례 ‘이세마이리(伊勢参り)’
여기서 잠깐>> ‘土産’를 ‘미야게(みやげ)’라고 읽는 이유
‘오미야게(お土産)’의 ‘土産’. ‘土地の産物(토지의 산물)’을 뜻하는데요. 한국식 독음으로는 ‘토산’으로 읽히는데, 일본에서도 왜 ‘도산(どさん)’이나 ‘토산(とさん)’이라고 읽지 않고 ‘미야게(みやげ)’라고 읽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宮笥(미야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미야케’는 신사를 참배할 때 공양물을 넣던 그릇이나, 신사에서 받은 토기 그릇 등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세신궁 순례 ‘이세마이리(伊勢参り)’
오늘날의 형태에 가까운 오미야게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신사.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인생에 한 번은 이세 순례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한 ‘이세신궁’입니다.
‘이세마이리(伊勢参り)’, ‘이세산구(伊勢参宮)’라고 하는 이세신궁 참배는 일반인은 물론 황족도 개인 참배를 제한받았을 정도로 쉽지 않았는데, 에도시대에 들어서면서 일반 민중들의 참배가 가능해지면서 크게 성행했습니다.
단, 여비가 만만치 않았던 탓에 마을 사람들로 결성된 모임인 ‘오이세코우(お伊勢講)’에서 돈을 모아 제비뽑기로 당첨된 대표자가 마을 사람들을 대표해 참배를 하기도 했다고. 이때 마을 사람들은 대표자에게 여비 등을 쥐어주며 자신의 기원을 대신 빌어달라고 부탁했고, 대표자는 신사에서 ‘미야케(宮笥; 신사에서 참배의 기념으로 받은 물품)’나 ‘오후다(御札)’, ‘고신사츠(御神札)’등을 구입했습니다. 단, 이세마이리의 유행으로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신사에서 수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지자 이를 대신할 만한 물건들을 신사 앞에서 판매하는 가게들에서 ‘오미야게’를 사서 돌아갔다고 합니다.
참고로, 에도시대에는 60년에 한 번 특별한 해(‘오카게도시(お陰年)’)에 참배하는 것이 특별한 효험이 있다고 여겨지면서 대규모 집단 참배인 ‘오카게마이리(お蔭参り)’도 행해졌습니다. 수백만 명 규모로 일어난 대규모 참배였다고 하니 대단한 풍경이었겠죠?
이세신궁(伊勢神宮)의 명물 과자, ‘아카후쿠모치(赤福餅)’
‘아카후쿠모치(赤福持)’, ‘아카후쿠(赤福)’라고 불리는 미에현 이세시의 명물 오미야게. 와가시 가게로 3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후쿠(赤福)’에서 판매하면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떡을 부드러운 팥 앙꼬인 ‘코시앙(漉し餡)’으로 감싼 것으로, 많은 인파에게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빠르게 만들 수 있는 형태로 고안되었다고 합니다. 손가락 세 개로 꾹 눌러 모양을 낸 듯한 심플한 외관이 특징적입니다.
여기서 잠깐>> 참배객들의 규모를 느끼게 해주는 국물 없는 ‘이세우동(伊勢うどん)’
이세시에는 ‘이세우동’이라는 명물 요리도 있습니다. 직경 1센티 전후의 두꺼운 면(아주 부드럽고 쫀득하다고)을 1시간 정도 푹 삶아 간장을 베이스로 한 타레를 끼얹은 우동인데, 국물이 없어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참배객들이 몰리는 이세신궁 앞 가게들 입장에서 딱 알맞았다고 합니다.
오미야게로 인기 있는 일본 과자 랭킹
일본에서 생활하시는 분들, 특히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처음에는 낯설고, 곧 적응하게 되는 오미야게 문화. 어딜 다녀오면 간단한 먹을 거리를 사와 직접 들고 회사 안을 돌면서, ‘~에 다녀왔습니다’ 하고 보고 하면서 나눠 먹는 문화가 일본에서는 무척이나 일반적입니다.
그런지라 여행지에 가면 오미야게로는 ‘과자’를 고르는 것에 익숙해지는데요. 일본의 통신회사 LINE에서 <전국의 좋아하는 오미야게 과자 랭킹>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오미야게로 인기 있는 과자들을 정리해 소개드립니다.
<전체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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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い恋人 (67.6%) / 시로이코이비토 / 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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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つ橋 (55.6%) / 야츠하시 /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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もみじ饅頭 (51.3%) / 모미지만쥬 / 히로시마현 이츠쿠시마(厳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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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崎カステラ (51.1%) / 나가사키 카스테라 / 나가사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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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京ばな奈 (47.7%) / 도쿄바나나 / 도쿄도
10대 1위, 20대 2위, 30대 3위의 ‘야츠하시(八つ橋)’
한국 분들의 입맛에는 ‘너무 달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일본의 10~20대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교토의 명물 ‘야츠하시’. 특히 10대 학생들에게는 수학여행 장소로 유명한 ‘교토’에서 처음 사본 오미야게라 익숙할 것이라는 설명이 와 닿습니다.
메이지 시대, 교토역에서 판매했던 것을 계기로 지명도를 얻고 인기를 끌게 된 야츠하시는 쌀가루・설탕・육계(肉桂; 일본어로는 '닛키(ニッキ)', 계피・시나몬과 비슷)를 섞은 뒤 쪄서,
그 반죽을 얇게 펴서 구운, 딱딱한 구운 전병의 일종입니다. ‘내가 먹은 건 말랑말랑하고 삼각형에 안에 팥 같은 게 들었었는데?’ 하는 분들은 ‘나마(生)’ 야츠하시를 드셨을 확률이 높습니다.
야츠하시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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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하시: 위에 소개한 딱딱한 전병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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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야츠하시(生八つ橋): 재료를 섞고 쪄서 반죽을 얇게 펴는 것까지는 같지만 굽지 않고 일정한 사이즈로 자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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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야츠하시를 자르지 않고 속재료를 넣어 삼각형 만두처럼 싼 것. 속재료가 ‘OO入り(OO이리; OO가 든)’ 등으로 표기되어 있음.
반죽은 가장 기본인 계피 외에 맛차나 깨를 섞은 것이 있고, 속재료를 넣는 경우 기본인 츠부앙(つぶあん, 팥을 삶아 으깨지 않은 것) 외에 과일이나 초콜릿을 넣기도 합니다.
그냥 먹기도 하지만, 일부 음식점에서는 전채나 술안주, 요리 재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10대 4위, 10~50대 TOP 10 진입, 30~40대 여성에게 인기 있는 신겐모치(信玄餅)
야마나시현의 명물로, 일본 전국시대의 명장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이 그 맛을 절찬했다고 해서 이름을 따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찹쌀에 물과 설탕을 넣어 가열한 ‘규히(求肥)’에 찹쌀을 더해 만든 떡에 콩가루를 뿌린 형태로, 흑설탕을 녹여 진하게 끓인 ‘쿠로미츠(黒蜜)’를 끼얹고 포장 안에 들어 있는 ‘요지(이쑤시개; 楊枝)’를 사용해 먹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작은 두부 패키지처럼 된 패키지에 직사각형의 떡이 들어 있는데, 한정된 점포에서는 한텐의 양을 많이 넣어 꼭 물방울처럼 보이는 동그란 ‘미즈신겐모치(水信玄餅)’[아래 사진]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물방울떡’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30~50대 TOP 10 진입, 50대 6위 ‘하기노츠키(萩の月)’
미야기현 센다이(仙台)의 과자로 유명한 ‘하기노츠키’. 노란 빛깔이 보름달을 닮았죠? 커스터드크림을 부드러운 카스테라로 감싼 것입니다. 통풍이 좋은 25도 이하의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이라면 상온에서도 유통기한이 12일 정도됩니다. 냉장은 약 2주, 냉동은 2주~1개월 정도 보관할 수 있습니다.
10~20대에서 TOP 10 진입, 젊은이들에게 인기인 ‘친스코(ちんすこう)’
밀가루, 설탕, 라드(식용유지)를 사용한 구운 과자. 기본 맛 이외에도 베니이모(紅芋), 파인애플 등 오키나와의 특산물을 사용한 다양한 맛 친스코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여행을 해보신 분들은 친스코와 함께 ‘베니이모타르트(紅いもタルト)’도 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역시 10~30대의 젊은 층에서 TOP 10에 진입했습니다.
30대를 제외하고 모든 세대에서 TOP 10에 진입, 우나기 파이(うなぎパイ)
페이스트리 과자로 길쭉한 모양이 장어를 닮았을 뿐 아니라 실제로 우나기 엑기스 분말이 들어 있습니다. 1961년에 시즈오카현 하마마츠시의 과자회사 '슌카도(春華堂)'에서 프랑스 과자인 팔미에 파이(Palmier Pie)를 기본으로 개발을 시작,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한 끝에 현재 판매되고 있는 형태의 우나기 파이를 완성했습니다. 우나기에 타레를 발라 '테리야키' 방식으로 구운 '우나기카바아키(鰻蒲焼)'를 참고해, 실제로 갈릭 소스와 우나기 엑기스 분말로 만든 타레를 발라 구워냈습니다.
여기서 잠깐>> 테리야키(照り焼き)란?
간장을 베이스로 한 단맛이 나는 소스(타레)를 발라 굽는 조리법. 타레 안에 든 당분으로 인해 표면이 반짝반짝 윤기가 나 광택을 뜻하는 '테리(照り)'라고 표현함.
우나기 파이는 발매와 동시에 전철의 매점을 통해 판매되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즉각 대량 생산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품절이 되지 않도록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우나기 파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기에 박차를 가한 것이 '밤의 과자(夜のお菓子; 요루노오카시)'라는 캐치프레이즈였습니다. 고도 경제 성장기에 접어들며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저녁을 먹기 어려워지면서 '가족들이 단란하게 우나기 파이를 즐기며 한때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만든 카피라고 하는데요. 당시 하마마츠초의 번화가에서는 '정력 증강'과 맞물려 해석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파이 6개에 카바야키 100g분의 비타민A가 함유되어 있어 피로 회복, 여름 건강, 눈 건강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참고: 슌카도 홈페이지 https://www.shunkado.co.jp/sweets/unagipai/tanjyohiwa.php
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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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3위에 랭크된 '하토 사브레(鳩サブレ)'.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에 본점을 두고 있는데요. 노란 패키지와 큼직한 비둘기 모양의 과자가 귀엽습니다. 한 개 크기가 엄청 커서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좋습니다. 귀여운 굿즈들도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참고: '하토 사브레' 굿즈 사이트 https://www.hato.co.jp/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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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9위에 랭크된 '쟈가폭쿠르(じゃがポックル)'. 현지에 가지 않고 '물산전(物産展)' 등에서 사본 적 있는 과자로는 전체 5위에 랭크된 홋카이도 과자입니다. '쟈가'는 '감자'라는 뜻의 '쟈가이모(じゃがいも)'에서 따온 것, '폭쿠르(ポックル)'는 아이누말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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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오미야게 과자'로는 40대, 50대에서 10위. 현지가 아닌 곳에서 사본 적이 있는 과자로는 전체 2위에 랭크된 '마루세이 버터샌드(マルセイバターサンド)'. 홋카이도 오비히로시의 '롯카테이(六花亭) 제과'의 간판 상품입니다. 속재료는 화이트초콜릿, 레이즌(건포도), 버터를 더한 크림입니다.
흔한 기념품을 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오미야게 가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실 텐데요. 일본의 오미야게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나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명물’ 오미야게를 골라 여행 사실을 전하며 나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2021년 8월 5일 LINE <全国の好きなお土産菓子ランキング> https://research-platform.line.me/archives/38412879.html
[참고] 도쿄, 오사카, 교토 추천 오미야게 '과자' 편
・'콘페이도'(별사탕) 외에도 선물하기 좋은 귀엽고 예쁜 사탕들이 많습니다. <긴타로 아메, 콘페이토... 일본 사탕에 담긴 일본 문화>에서 살펴보세요~
・일본 여행 중에 자신을 위해, 또는 가족과 친구를 위해 쇼핑을 하고 싶은 분들은 <일본 쇼핑 가이드: 옷, 화장품, 전자제품, 가구, 기념품> 기사도 함께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