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연말에 크리스마스카드, 연하장을 사기 위해 문구점, 서점 등을 찾으면 작고 귀여운 봉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미니 사이즈 봉투로 컬러도 디자인도 가지각색. 괜히 하나 사두고 싶은데요. 일본의 새해 용돈, ‘오토시다마(お年玉)’에 대해 알아봅니다.
<내용 소개>
◆포치부쿠로(ポチ袋), 신사츠(新札)... 오토시다마 매너
오토시다마(お年玉)란?
봉투의 앞면에는 'お年玉', 'おとし玉', 'おとしだま' 등이 써 있습니다. '오토시다마'라고 읽지만 간단히 '토시다마'라고도 합니다. 신년에 윗사람이 아랫사람, 특히 어린이들에게 주는 용돈으로, 한국어의 '세뱃돈'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새해 용돈, 선물을 드릴 때는 '오넨가(お年賀)'라는 별도의 표현과 봉투를 사용합니다. 참고로 일정 금액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매달 받는 용돈은 '오코즈카이(お小遣い)'라고 합니다.
오토시다마의 유래: 신의 혼(이 머물렀던 떡)을 자손들에게 나누어주던 신년 전통
오토시다마는 '御歳魂(おとしだま ; 오토시다마; 토시카미의 혼)'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12월 31일~1월 1일에 '토시카미(年神、歳神)'라는 신이 복을 주러 각 가정을 찾아온다고 생각했고, 이 신이 집을 잘 찾아오시도록 '카가미모치(鏡餅)'라는 떡을 준비해 집을 장식합니다. 신의 혼이 카가미모치에 머물다 떠난다고 생각해, 새해가 되어 신이 떠나면 이 떡을 남김 없이 나누어 먹습니다. 한국에서 제사 때 음복을 하듯, 1년 동안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안의 어른이 카가미모치를 자손들에게 나누어주던 것이 '토시다마(오토시다마)'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예전에는 무가에서는 칼을, 일반 가정에서는 부채를, 의사들은 환약 등 물건을 나누어주었다고 하는데요. 1950년대 후반부터 오토시다마로 현금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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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치부쿠로(ポチ袋), 신사츠(新札)... 오토시다마 매너
현금을 그대로 건네는 것은 실례인 일본 문화. 귀여운 '포치부쿠로(ポチ袋)'에 넣어 건넵니다. '포치(ポチ)'에는 '작다'라는 의미가 들어 있어 '얼마 안 되지만...'의 겸손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일본어>> 간사이벤, 간토벤에서 ‘아주 조금’을 의미하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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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지방 방언 ‘간사이벤(関西弁)’: ぽちっ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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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 지방 방언 ‘간토벤(関東弁)’: これっぽっち
작고 귀여운 포치부쿠로도 좋지만,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포장지, 색과 문양이 고운 와시(和紙)로 돈을 감싸서 건네도 좋습니다.
안에 넣는 돈은 새 지폐, 즉 '신사츠(新札)'를 넣는 게 매너. 우연히 신사에서 만난 지인의 아이에게 급하게 주는 경우에는 '새 지폐가 아니라 미안하다'라는 말을 전하고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인사를 건넨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일반 봉투 크기의, 지폐를 접지 않아도 되는 큰 봉투도 판매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의견으로는 ‘일부러 마련한 새 지폐를 접는 것이 아깝다’, ‘새 지폐를 접지 않고 받으니 더 기쁘다’ 등 좋은 점도 있다고 합니다.
[참고] 작은 봉투에 돈을 넣을 때는 3등분으로 접어서~
인물 초상이 있는 지폐의 앞면을 위로 했을 때 1) 왼쪽부터 3분의 1을 뒤쪽으로 접고, 2) 다시 오른쪽부터 3분의 1을 그 위에 덮듯이 접습니다. 이렇게 지폐의 3분의 1크기로, 인물 초상이 거꾸로 되지 않게 바로 해서 포치부쿠로에 쏙~
지폐가 여러 장일 때는 겹친 다음에 1)의 3분의 1 접기를 하는 게 매너~ 한 장씩 접어서 넣는 것은 매너에 어긋난다고 한네요.
봉투의 앞면에는 ‘OOちゃんへ’, ‘OO君へ’ 등으로 용돈을 받게 될 아이의 이름을 적고, 뒷면에는 OOより라고 보낸 사람을 적습니다. 포치부쿠로이니만큼 풀네임으로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동전을 같이 넣어도 괜찮습니다.
참고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리본 모양의 매듭과 그 옆의 육각형 장식은 경조사와 관련된 일본의 봉투, 포장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미즈히키(水引; みずひき)’ 매듭과 ‘노시(熨斗; のし)’ 장식입니다. 미즈히키 위에 ‘お年玉’라고 세로쓰기로 쓰고, 이름은 미즈히키 아래에 쓰면 ok~
>> ‘미즈히키’와 ‘노시’
오토시다마, 얼마나 줄까?
모두가 한 번씩 고민하게 되는 용돈의 금액. '얼마를 주는 게 적당할까?' 일본에서는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부담감을 가지고 용돈을 받는 이들(어린이의 경우 부모님들)이 많다고 합니다. 결혼 축의금처럼 언제,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는지 기록해두기도 한다는데요. 그래서인지 어린이들에게 용돈을 줄 때도 가능하면 부모들에게 얼마를 주는 게 적당할지 사전에 상담을 하기도 한다고.
관계나 지역 등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균적인 용돈 금액을 발표한 것이 있어 참고로 소개합니다.
[참고] 오토시다마 시장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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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어린이:1,000엔 전후. (현금 대신 과자나 장난감을 주어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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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소학교) 저학년: 3,000엔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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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 3,000엔~5,0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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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이상: 5,000엔~1만 엔
*2018년 12월 31일 トクバイニュース <【お年玉の悩み解決】正しい入れ方は?金額相場や新札がない時、いつまで渡すかを解説> https://tokubai.co.jp/news/articles/2104
2020년 신년에는 '봉투당 담기는 오토시다마의 평균 금액이 4,470엔'이라는 조사도 발표되었습니다. 1940년대에 비하면 6배가 증가한 금액이라고. 응답자수가 가장 많았던 금액은 '5000엔이었습니다. 직접 금액을 적는 방식으로 앙케트 조사를 했지만, 실제로는 1,000엔, 2,00엔, 3,000엔, 5,000엔, 10,000엔 등으로 끊기 좋은 금액을 주는 경향이 있고, 조사 결과 그래프에서도 그런 경향이 드러납니다(*).
*2020년 1월 16일, SankeiBiz <お年玉の平均額は4,470円、1940年代から約6倍に増加。『お年玉実態調査2020』を発表> https://www.sankeibiz.jp/business/news/200116/prl2001161022038-n1.htm
오토시다마, 얼마나 받을까? 어디에 쓸까?
그렇다면 일본의 어린이(초, 중학생)들은 한 해에 오토시다마를 얼마나 받을까요? 2020년 1월에 발표된 <소중학교 오토시다마에 관한 의식 조사>(*)에 따르면 오토시다마 총액의 평균 금액은 ‘2만 5594엔’(한화 약 25만원 상당). 학년별로는 다음과 같이 조사되었습니다.
<오토시다마 총액 평균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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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2학년 평균: 19,4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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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4학년 평균: 21,136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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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6학년: 26,991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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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31,765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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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평균: 25,594엔
일본의 어린이들은 이렇게 받은 새해 용돈을 어디에 사용할까요? 먼저 새해 용돈 전액을 자유롭게 쓰는 어린이들의 비율은, 초등학생 중 27.2%, 중학생 중 48% 수준. 나머지는 쓰더라도 뭔가 제약이 따른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금액이 ‘제로’라는 비율은 초등학생 14.8%, 중학생 7.3%. 물론 자유롭게 쓸 수는 없다고 답한 경우에도 부모님이 ‘회수’하는 경우, 다달이 용돈으로 받는 경우, 은행에 저금해놓고 필요한 물건이 있는 경우에 꺼내 쓰는 경우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어린이들의 ‘오토시다마 사용처’
용돈이 없어진 어른들에게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용돈의 사용처죠. 전체/초등학교/중학교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모든 조사에서 사용처 1위에 오른 것은 ‘저금(貯金; ちょきん)’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권유(설득)에 의한 것일 수도, 컴퓨터나 스마트폰, 고급 자전거 같은 큰 돈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한 저축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체 2위는 ‘게임기・게임 소프트’. 다음으로는 ‘완구・카드게임’, ‘음식물(과자, 주스 등)’의 순으로 사용한다고 조사되었습니다. 음식물의 경우 비싼 것보다는 좋아하는 과자를 ‘원 없이’ 먹을 것으로 예상~
귀여운 것은 초등학생들은 ‘완구・카드게임’이 2위, ‘게임기・게임 소프트’가 3위로 전체 순위와 순위가 살짝 뒤바뀌어 있는 것. 초등학생 용돈으로는 게임기를 사기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완구나 카드게임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인지, 통계상으로는 확인되지 않지만 학년별 차이도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또한 중학생의 경우, ‘게임기・게임 소프트’는 4위로 내려가 있고, 상위에는 ‘음식물’, ‘문방구, 잡화’ 등이 올라 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것을 재구입하거나, 실컷 사보거나, 좀 더 좋은 것을 사보거나 하는 것이 아닌지 추측되는 가운데, 게임기 같은 비싼 것에는 돈을 쓰고 싶지 않은 ‘현금 보유 의지’가 살짝 엿보인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오토시다마의 사용처를 통해 일본 어린이들의 소비 심리 등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2020년 1월 6일~8일 소학교 또는 중학교 아이를 둔 보호자 90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조사. 2020년 12월 29일 YAHOO! ニュース <小中学生はもらったお年玉を何に使っているのかをさぐる(2020年公開版)> https://news.yahoo.co.jp/byline/fuwaraizo/20201229-00213621
오토시다마, 언제 주고받을까?
한국에서는 음력설 때 세배를 하고 직접 세뱃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일본에서는 간토 지역은 1월 7일까지, 간사이 지역은 1월 15일까지를 신년을 기념하는 기간, '마츠노우치(松の内)'로 보내기에, 이 기간에 오토시다마를 건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직접 방문하지 못할 경우, 현금을 보낼 수 있는 우편인 '現金書留(げんきんかきとめ; 겐킹카키토메)'나 은행 계좌이체인 '口座振込(こうざふりこみ; 코자후리코미)'로 보내기도 합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연말연시에 귀성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리모토 오토시다마(リモートお年玉; 원격 오토시다마)'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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