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사랑받는 와가시 중 대표적인 것이 ‘다이후쿠(大福; だいふく)’라고 하는 외관상 찹쌀떡처럼 생긴 와가시입니다. 큼직한 딸기 하나가 쏙 들어가 있는 ‘이치고 다이후쿠(いちご大福)’는 딸기가 맛있는 철이 되면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 와가시 전문점 등에서 팬들을 설레게 하는 인기 와가시. 이번 기사에서는 ‘이치고 다이후쿠’와 그 베이스가 된 ‘다이후쿠’, 다이후쿠의 종류 등을 중심으로 와가시와 친해져봅니다.
<내용 소개>
다이후쿠(大福)란?
이치고 다이후쿠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찹쌀떡을 닮은 다이후쿠 이야기부터~
‘다이후쿠’는 팥소(앙, 앙꼬)를 찹쌀가루로 만든 피로 감싼 와가시로 ‘다이후쿠모치(大福餅; 大福餅)’라고도 합니다.
그 시작은 ‘우즈라(鶉; うずら; 메추라기)’를 닮은 떡인 ‘우즈라모치’. 형태도 메추라기처럼 배 부분이 볼록하고 무엇보다 포만감을 주는 떡이라 ‘腹太餅(はらぶともち)’[배 뚱뚱이 떡], ‘大腹餅(だいふくもち)’[큰 배 떡]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후자인 ‘大腹’에서 배를 뜻하는 ‘腹’를 같은 발음에 ‘복’을 뜻하는 ‘福’로 바꾸면 ‘大福’가 되지요. 또 일본어 중에는 ‘아주 부유한 사람’을 뜻하는 ‘大福長者(だいふくちょうじゃ)’라는 표현도 있어 그 표현에서 다이후쿠라는 이름을 따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러한 다이후쿠는 이미 에도시대 중반에 행상이 직접 구우면서 팔러 다니는 형태로 크게 유행했다고 합니다.
[정리] ‘다이후쿠’의 이름 뜻은? >> ‘배가 든든해진다(大腹)’는 의미라는 설, 발음이 같으면서 ‘큰 복’, ‘부자’를 뜻하는 ‘大福’라는 설이 있다.
다이후쿠와 찹쌀떡, 모찌의 차이는?
찹쌀떡이라고 하면 ‘떡’이니 찹쌀을 물에 불려 찜기 등으로 찐 뒤 떡메를 쳐서 만든 떡으로 팥소를 감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본의 ‘다이후쿠’는 쪄서 만들지 않습니다. 찹쌀가루를 물에 가라앉혀 말린 ‘백옥분(白玉粉)’[한국에서는 ‘찹쌀가루’라고 하기도 합니다]에 설탕과 물 등을 섞어 열을 가한 ‘규히(求肥; ぎゅうひ)’라는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찹쌀을 쪄서 만든 찹쌀떡과는 식감에서 차이가 납니다(더 말랑말랑하고 이로 잘 끊깁니다).
현대의 간편한 조리법으로는 찹쌀떡은 밥솥에 찌고, 다이후쿠는 전자렌지에 가열해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에도 ‘모찌’, ‘찹쌀 모찌’, ‘일본식 찹쌀떡’ 등의 이름으로 전자렌지를 사용한 레시피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요. 참고로 ‘모찌’는 일본에서 ‘떡’을 의미하는 일반 명사인 ‘餅(もち; 모치)’로, ‘다이후쿠=모찌’는 아닌 점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규히’는 일본의 ‘와가시’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설탕이 수분을 많이 함유하면서 촉촉한 식감인 규히를 사용한 와가시를 ‘나마가시(生菓子)’라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한국의 ‘찰떡 아이스’는 일본어로?
‘유키미 다이후쿠(雪見だいふく; ゆきみだいふく)’입니다. ‘유키미’는 ‘눈구경’이라는 뜻. 1981년 10월에 롯데에서 발매(한국에서는 1986년에 롯데제과에서 출시)된 아이스크림으로, 실제로 아이스크림을 규히로 감싼 것이니 ‘규히’의 느낌을 잡기에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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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후쿠의 다양한 종류
다이후쿠는 안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무척 다양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다이후쿠를 알아볼까요?
마메 다이후쿠(豆大福)
‘마메’는 ‘콩’이라는 뜻. 규히에 콩이 들어간 다이후쿠입니다. 엔도마메(えんどう豆; 완두콩)를 삶아 하룻밤 식힌 뒤 쪄낸 뒤 물기를 빼고 소금으로 간한 뒤에 규히에 섞은 뒤 이것으로 앙(앙꼬; 팥을 삶아 으깬 것)을 감싸면 완성. 소금간한 콩의 짭조름한 맛이 팥의 단맛과 조화를 이루고 콩 자체의 단맛과 식감도 어우러져 팬들이 많습니다.
엔도마메(완두콩)하면 초록색이 떠오르지만, 갈색으로 보이는 것은 ‘아카엔도마메(赤えんどう豆; 붉은완두콩)’를 사용한 것입니다.
쿠사 다이후쿠(草大福), 요모기 다이후쿠(よもぎ大福)
‘쿠사’는 ‘풀’, ‘요모기’는 ‘쑥’을 뜻합니다. 소금물에 가열한 쑥을 찬물에 식힌 뒤 물기를 빼고 잘게 저민 뒤에 규히에 섞어 반죽한 뒤 앙을 감싸면 ‘요모기 다이후쿠’ 완성. 이렇게 요모기(쑥)를 사용한 것을 ‘쿠사 다이후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단 ‘쿠사모치(草餅; くさもち)’는 요모기를 넣어 ‘쪄낸’ 떡으로 ‘쿠사 다이후쿠’와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다른 떡이라는 것을 알아두세요~
커스터드 다이후쿠(カスタード大福), 초코 다이후쿠(チョコ大福), 커피 다이후쿠(コーヒー大福)
댤걀, 설탕, 우유로 만든 커스터드를 규히로 감싼 ‘커스터드 다이후쿠’, 생초코나 가나슈(초콜릿에 생크림을 더해 가열한 것)를 식힌 뒤에 초콜릿을 더해 규히로 감싼 ‘초코 다이후쿠’, 시로앙(흰팥 앙금)에 커피를 섞어 규히로 감싼 쌉쌀달콤한 ‘커피 다이후쿠’ 등 속재료를 다양하게 하고 규히에도 속재료를 섞어 넣기도 합니다.
후르츠 다이후쿠(フルーツ大福)
과일 다이후쿠는 그 종류가 과일의 종류만큼 다양합니다. 딸기, 사과, 귤, 키위, 파인애플, 멜론, 복숭아, 포도, 오렌지, 블루베리, 드래곤후르츠… 얼마든지 속에 넣을 수 있습니다. 칼로 잘라내면 눈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쿠리 다이후쿠(栗大福)
‘쿠리’는 ‘밤’, 밤 다이후쿠입니다. 삶은 밤을 설탕과 꿀을 넣은 물에 조려[‘칸로니(甘露煮)’] 팥으로 감싼 뒤 다시 규히로 감싸서 만듭니다.
이치고 다이후쿠: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와가시
역사가 깊고 종류가 다양한 다이후쿠들 가운데 단연 인기를 모으는 것이 바로 ‘이치고 다이후쿠(いちご大福; イチゴ大福; 苺だいふく)’, 딸기 다이후쿠입니다. 2020년 5000명에게 좋아하는 와가시에 대해 물은 LINE의 조사에서 종합 1위에 오른 와가시가 바로 ‘이치고 다이후쿠’(*). ‘마메 다이후쿠(豆大福)’가 6위에 올랐으니 다이후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참고로 2위는 달달한 간장 소스를 바른 꼬치 타입의 당고인 ‘미타라시 당고(みたらし団子)’, 3위는 콩가루를 뿌리고, 흙설탕을 끓인 쿠로미츠를 찍어 먹는 ‘와라비모치(わらび餅)’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NHK 조사, ‘일본인이 좋아하는 과일’ 1위는? ‘이치고’!
NHK방송문화연구소에서 2007년 전국 300지역, 16세 이상 국민 3,600명을 대상으로 일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조사한 결과 ‘좋아하는 과일(好きな果物)’ 1위는 ‘이치고’로 75%가 좋아한다고 응답했습니다. 2위는 ‘미캉(みかん; 귤)’, 3위는 ‘모모(桃; 복숭아)’. 1983년 같은 방식으로 조사했을 때도 역시 1위는 ‘이치고’였습니다.
와가시는 ‘계절감’이 중시되는 만큼, 이치고 다이후쿠는 ‘봄의 와가시’로 딸기가 맛있는 철에 등장하는 느낌으로 이 시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11월~5월 정도로 판매하는 가게들도 있지만, 1월~3월까지 한정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딸기의 철은 5~6월이지만, 3월 정도가 딸기의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때가 오히려 이치고 다이후쿠를 즐기기 좋은 시기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2020년 6월 15일 リサーチノート powerd by LINE <みんなが好きな和菓子ランキング> https://research-platform.line.me/archives/35340863.html
이치고 다이후쿠의 시작, 다양한 종류
다이후쿠가 에도시대 초~중기에 시작되었다면, 이치고 다이후쿠는 비교적 최근인 1980년대 중후반에 처음 등장했다고 이야기됩니다. 앞에서 소개한 대로라면 딸기를 팥으로 감싸고 다시 규히로 감싼 것일 것 같은데, 그런 경우가 있지만, 마메 다이후쿠에 딸기를 넣은 버전, 팥 없이 딸기만 넣은 버전, 딸기와 크림을 더한 버전 등 다양한 버전이 존재합니다.
비교적 빠른 시점에 이치고 다이후쿠를 내놓은 와가시 전문점들의 이치고 다이후쿠를 중심으로 이치고 다이후쿠의 다양한 버전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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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우치야(金内屋): 가장 심플한 형태의 이치고+팥+규히의 ‘이치고 다이후쿠’. 규히에 분홍빛으로 딸기의 색감이 비치는 것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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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미 타마야(大角玉屋): 신선한 딸기를 홋카이도 특산 팥을 사용한 앙으로 감싼 뒤 다시 콩을 넣은 규히로 감싼 ‘이치고 마메 다이후쿠’를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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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야 혼케(とらや本家): 흰팥인 ‘시로앙’을 사용한 것이 특징. 파인애플, 밤+팥, 바나나, 거봉, 배 등을 넣은 다이후쿠도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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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이도(欣榮堂): 홋카이도산 팥을 단맛을 줄인 시로앙으로 만들어 딸기 본래의 풍미를 살리는 데 주력한 ‘이치고 다이후쿠’, 딸기와 생크림을 넣은 ‘유키코마치(雪こまち)’를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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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토키와도(松田常盤堂): 딸기+시로앙을 분홍색 규히로 감싼 ‘이치고 다이후쿠’ 외에 맛차와 생크림을 초록빛이 도는 규히로 감싼 ‘맛차 밀크 다이후쿠(抹茶ミルク大福)’, 생크림과 흑깨를 넣은 ‘쿠로고마 다이후쿠(黒胡麻大福)’, 커피와 생크림을 넣은 ‘커피 다이후쿠’ 등도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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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점했지만 이치고 다이후쿠로 유명했던 ‘이치후지(一不二)’에서는 설탕에 조린 완두콩인 ‘우구이스마메(うぐいす豆)’를 앙에 더한 이치고 다이후쿠를 판매했습니다.
[정리] ‘이치고 다이후쿠’의 종류가 다양하다? >> 붉은팥을 사용한 ‘아즈키앙’, 흰팥을 사용한 ‘시로앙’이 다르고, 팥 외에 크림을 함께 넣기도 하고, 콩을 넣은 규히로 감싸기도 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앙을 빼고 딸기만 넣기도 하고… 종류가 참 다양하네요!
이치고 다이후쿠 맛있게 먹는 법
이치고 다이후쿠는 보존 기간을 3일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그 안에 먹지 못할 때는 랩으로 하나씩 싸서 보존 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해야 하는데, 이치고 다이후쿠에 사용되는 규히는 얼려도 딱딱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지만 냉동한 경우 1주일 안에 먹어야 본래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이야기됩니다. 해동할 때는 자연 해동이나 냉장고 해동이 좋습니다.
상온보다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먹는 것이 이치고 다이후쿠의 규히에 찰기가 더해져 더욱 맛있다고 이야기되는데요. 반해동 상태로 살짝 샤베트 느낌으로 먹는 것을 추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치고 다이후쿠와 어울리는 음료는?
함께 먹는 음료에 따라 이치고 다이후쿠의 맛이 달라질 수 있겠죠? 홍차, 녹차, 커피 등이 모두 잘 어울린다는 평. 앙을 사용해 단맛이 풍부한 경우는 쌉쌀한 녹차나 씁쓸한 커피가, 상큼한 딸기의 맛이 강하거나 생크림이 들어간 경우라면 홍차도 꽤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취향에 따라, 이치고 다이후쿠의 종류에 따라 음료도 잘 맞춰 즐겨보세요!
정리
우리가 잘 아는 찹쌀떡과 비슷해보이지만 보다 말랑말랑한 식감으로 와가시 재료로 사용되는 규히를 사용한 와가시 ‘다이후쿠’. 속재료도, 규히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해 취향에 따라 맛있어 보이는 다이후쿠를 골라 먹기 좋습니다.
일본인들이 와가시 중 가장 좋아한다고 꼽는 ‘이치고 다이후쿠(딸기 다이후쿠)’ 역시 단순히 딸기+팥뿐 아니라 딸기의 종류, 팥의 종류(달기), 생크림과 연유 등의 사용, 규히의 색 등으로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해줍니다. 일본 문화, 특히 와가시를 즐기기 위해 좋은 시작이 되어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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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치고(딸기)의 예쁜 이름들 -> 귀여운 일본어 닉네임을 찾아서: 이치고(いち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