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속마음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듯합니다. 관련해서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속마음’과 ‘실제 표현’을 나누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혼네’와 ‘다테마에’를 구분하는 일본인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데… 그 배경에는 어떤 생각이 숨어 있을까요?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인과 관계를 쌓기 위해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혼네’와 ‘다테마에’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내용 소개>
◆‘혼네’, ‘다테마에’를 구분하는 일본인의 속마음은?
◆이런 마음을 이렇게 표현! ‘혼네’와 ‘다테마에’의 구체적인 예
◆‘혼네’, ‘다테마에’를 구분하는 일본인과 이야기하고 사귀는 법
‘혼네’, ‘다테마에’의 뜻
‘혼네(本音)’는 ‘실제로 마음속으로 하는 생각’, ‘본래의 마음’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다테마에(建前)’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지 않도록 말을 맞추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다테마에’는 ‘우소(嘘)’, 즉 ‘거짓말’과는 다릅니다(‘우소’란 ‘상대를 속여 곤경에 빠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다테마에’에는 ‘상대가 불쾌하지 않도록, 보조를 맞추려는 마음’,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마음’ 등 상대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고 이야기됩니다.
추천 기사
‘혼네’, ‘다테마에’를 구분하는 일본인의 속마음은?
일본인이 ‘혼네’, ‘다테마에’를 구분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 상하지 않게’를 의식하며 서로 대립,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려 하면서 ‘혼네’ 대신 ‘다테마에’를 말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일본인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혼네’와 ‘다테마에’를 구분한다고 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회.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의 마음을 살피며 ‘혼네’를 ‘다테마에’로 표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속마음을 전하려니 심적 부담이…’
일본인들은 ‘혼네’를 전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딱 잘라 거절하는 것, 생각한 것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것을 ‘상대에 대한 실례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많은 것인데요. ‘좋은 분위기를 깨뜨리는 것’에 대한 심적 부담으로 ‘혼네’ 대신 ‘다테마에’를 말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대립, 충돌을 피하고 싶다,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상대와의 대립, 충돌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혼네’를 직접 내뱉지 않는 속마음 중 하나입니다.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테마에’를 말하면서,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고 바라는 이들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내가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만큼, 상대도 자기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혼네’, ‘다테마에’를 구분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이렇게 표현! ‘혼네’와 ‘다테마에’의 구체적인 예
일본인들은 ‘혼네’를 ‘다테마에’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구체적인 예를 알아두면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NO’인 경우에도 ‘검토해보겠습니다(検討します)’라고 말한다(‘이 자리를 좋게 마무리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혼네’가 ‘NO’인 경우에도 ‘다테마에’로 ‘검토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정치나 비즈니스 상황에서 자주 사용되는데요.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야 이후의 업무, 안건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원만하게 상황을 마무리짓는 말로 ‘다테마에’를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몸이 안 좋다’, 하지만 ‘괜찮다(大丈夫)’고 말한다(‘상대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다…’)
일본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괜찮습니다(大丈夫です)’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혼네’는 ‘몸이 안 좋다, 쉬고 싶다’지만, 상대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다테마에인 ‘괜찮다(大丈夫)’를 말하는 것인데요. 이런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상대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릴 수 있겠죠?
하고 싶지 않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頑張ります)’라고 말한다(‘분위기를 밝게 하자…’)
‘혼네’는 ‘하고 싶지 않다’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頑張ります)’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해야 한다’고 느껴지는 상황이나 환경에서 상대에게 어찌 보일지 생각하게 되는 것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일본에서는 ‘좋은 인간관계’, ‘좋은 분위기’를 생각하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도 ‘죄송합니다(すみません)’라고 말한다(‘서로 사과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
‘혼네’와 ‘다테마에’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이야기되는 예입니다. ‘자기가 잘못한 상황이 아닌데도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을 반사적으로 말하는 것을 일본 문화로 설명하는 것인데요. 이 부분은 ‘오타가이사마(お互い様)’ 문화와 관련지어볼 수 있습니다. 양자가 같은 상황이나 처지에 있다는 말로, 한쪽이 잘못했을 때 다른 한쪽이 잘못한 쪽을 배려해 ‘오타가이사마(서로 같은 처지)’라고 말해주는 미풍양속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 따지기를 꺼리고, 서로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서로 사과하며 기분 좋게 상황을 마무리하자는 생각이 반영된 것입니다 즉, ‘잘못 없는 쪽의 스미마셍’에는 ’누가 잘못했든 얼른 이 상황을 좋게 마무리하자’는 생각이 담겨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이건 좀 실례인데…’라고 생각하지만 ‘고맙습니다(ありがとう)’라고 말한다(‘상대를 민망하게 하기는 싫어서…’)
일본인은 실제로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고맙다(ありがとう)’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리가토(ありがとう)’는 감사의 뜻을 전하는 유명한 일본어 표현이죠. 그런데 ‘아리가토’는 ‘다테마에’이고 ‘혼네’는 그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맙지만, 조금 실례(ありがたいけれど、本心は迷惑)’라고 생각하는 ‘아리가타메이와쿠(ありがた迷惑)’ 상황. 필요 이상으로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거나 불필요한 선물을 주거나 해서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혼네’는 ‘고맙지만, 조금 불편하다’지만 ‘다테마에’는 ‘고맙다’고만 말하는 것.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서 잠깐>> ‘메이와쿠(迷惑; めいわく)’란?
일본의 인간관계, 사회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가 ‘메이와쿠(迷惑; めいわく)’입니다. 한자 그대로는 의미가 잘 와 닿지 않는데요. 한국어로 풀이하면 ‘어떤 행동이 원인이 되어 다른 사람이 불이익을 받거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어로는 ‘민폐가 되는 것’, ‘피해를 끼치는 것’ 정도의 의미로 번역하는 것도 가능할 듯합니다.
긴죠가쿠인대학(金城学院大学) 다원심리학과의 기타오리 미쓰타카(北折充隆) 교수는 『메이와쿠 행위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迷惑行為はなぜなくならないのか?)』라는 책에서 ‘메이와쿠 행위(민폐를 끼치는 행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1) 명문화된 룰이나 법률을 위반한 행위
2) 룰이 되어 있지는 않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
3) 실제 피해는 없지만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
법률, 사회의 상식으로 결정되는 1), 2)에 비해 3)의 경우는 옳고 그름이 개인의 생각이나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의 ‘아리가타메이와쿠(ありがた迷惑)’도 3)에 해당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1)은 담배꽁초 불법 투기, 2)는 공공장소 전화 통화 정도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기타오리 교수는 개인적으로 3)을 메이와쿠라고 확신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참고: 2014년 2월 27일 WEDGE Infinity <人はどのような行為を「迷惑」と感じるのか>
‘혼네’, ‘다테마에’를 구분하는 일본인과 이야기하고 사귀는 법
‘일본인은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 이 말만 들었을 때와 ‘혼네’, ‘다테마에’를 구분하는 이유, 그 예에 대해 살펴본 지금, 혹시 생각이 조금 달라지셨나요? 여전히 일본인의 속마음은 알기 어렵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선 나도 ‘혼네’를 말하지 못하겠는데… 하고 ‘혼네’, ‘다테마에’를 구분하는 상황에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혼네’, ‘다테마에’를 구분하는 일본인과 이야기하고 사귀기 위해서는 이 둘을 구분하는(‘다테마에’를 사용하는) 일본인이 ‘좋은 인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일본인 친구를 만들고 싶은 경우라면 ‘다테마에’를 ‘속마음과 다른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거나 ‘혼네는 뭐냐’ 하고 추궁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테마에를 말하는 이유’를 상황을 고려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자연스럽게 ‘혼네’도 알게 될 것입니다.
정리: 일본 밖에서도 사용되는 ‘다테마에’
‘다테마에’는 일본인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해가면서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노력해서 얻어야 할 숙련된 커뮤니케이션 기술. 자신의 생각을 소중히하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지 않는 차원에서 ‘혼네’와 ‘다테마에’를 현명하게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관련 기사>
일본 친구와 더 친해져보자 -> 아리가또! 기무 상, 야사시이(やさしい)~ 일본 친구와 더 친해지는 일본어 회화
비즈니스 상황에서 사용하기 좋은 일본어 표현 -> "스미마셍"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 회사 생활은 물론 알바, 워킹홀리데이에도 필요한 비즈니스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