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단어와 표현, 뜻만 외우니? 난 ‘마지’, ‘야바이’로 일본 문화, 역사도 공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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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1

한번 듣고는 잘 외워지지도 않고 사용하기에는 의미를 잘 알고 있는지 확신이 없는 불안한 일본어 표현들. 그럴 땐 <일본어 단어>+由来(유래)로 검색해 이런저런 해석들을 읽어보세요. 일본인들도 잘 모르는 일본의 역사, 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찬찬히 모르는 용어들을 추가로 검색해보면 일본에 대한 이해가 몰라보게 깊어집니다.

<내용 구성>

◆ まったり(맛타리)와 헤이안 시대

◆ ‘센 척하는' 見栄っ張り(미엣파리)와 가부키의 ‘진짜 센’ 눈빛

◆ 화투 그림에서 비롯된 경찰 은어? シカト(시카토)

◆ 에도시대부터 사용된 マジ(마지)와 ヤバい(야바이)

まったり(맛타리)와 헤이안 시대

まったり: 한가롭고 편안한 상태, 유유자적

유의어: ゆったり(윳타리), のんびり(논비리)

한자도 없고, 비슷한 말도 들어본 적도 없고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말들이 일본어에는 참 많죠. 특히 부사의 경우는 ‘-り’로 끝나는 말이 유난히 많아서 비슷비슷한 말을 구분해서 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맛타리’의 경우만 해도 유의어인 ‘윳타리’, ‘논비리’들이 다 ‘리’로 끝나죠. 유의어들을 통해서 ‘なんとなく’, ‘얼추’ 그 의미를 이해해보긴 하지만, 꼭 ‘맛타리’를 쓰는 경우가 궁금해집니다. 외국어를 공부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말일수록 네이티브들에게 물어보아도 속 시원한 대답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한국어의 ‘대박’의 정확한 용법을 일본 친구가 물을 때, “대는 ‘큰 대(大)’, 크다는 의미... 박은…” 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그럴 땐 품이 들더라도 발달된 인터넷을 통해 직접 검색해가는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렇게 검색하다보면 함께 알게 되는 자잘한 지식들이 정말 많다는! 

원래는 맛을 표현하는 방언이었던 まったり 

‘まったり(맛타리)’는 긴키(近畿) 지방의 방언으로 맛을 나타내는 구루메 용어였다고 합니다. 부드러움 속에 코쿠(コク), 즉 농후함이 깃들어 있는 맛을 표현할 때 ‘まったり’라고 한다고 합니다.

긴키 지방이란, 일본의 지방을 8개로 나눌 때 그중 한 지방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미에현, 시가현, 효고현, 나라현, 와카야마현이 속합니다. 긴키 지방에 오사카부(府), 교토부(府)를 더해 ‘간사이(関西) 지방’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맛을 표현하는 말도 몇 가지 공부해둘까요? (일단 나누어 보기는 했지만, 모두 무겁지 않고 가벼운 맛을 뜻하므로 부드럽고도 진한 맛을 표현하는 ‘맛타리’와는 조금 다른 뉘앙스라고 하겠습니다.)

  • 뒷맛이 남지 않을 때 -> あっさり(앗사리)

  • 산뜻한 맛-> さっぱり(삿파리)

  • 잡맛이 없을 때 -> すっきり(슷키리)

헤이안 시대 귀공자가 사용해 새로운 뜻을 얻은 まったり

맛을 표현하던 ‘맛타리’가 기존의 의미와 다른 새로운 말을 얻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일본의 ‘와카모노(若者)’, 즉 젊은세대들에 의해서였습니다. (물론 여전히 부드럽고도 진한 맛을 뜻할 때도 쓰입니다.) 

1998년 10월, NHK 테레비 아니메(애니메이션) <おじゃる丸(오쟈루마루)>에서 헤이안시대(平安時代)를 표방한 세계에서 현대로 타임슬립한 주인공 ‘오쟈루마루’가 ‘まったり(맛타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 이것이 전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전파된 것인데요. 헤이안 현대인들에게 ‘유유자적’의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쓴 말이 실제로 현대에 전파된 것이 참 재미있죠?

*nep 캐릭터 페이지 <おじゃる丸> http://www.nhk-character.com/chara/ojaru/

여기서 잠깐>> 헤이안 시대(平安時代)란?

역사뿐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를 좋아한다면 꼭 알아두어야 할 ‘헤이안 시대’. 794년 헤이안(平安; 현재의 교토)에서 시작되어 ‘가마쿠라막부’가 들어선 1185년까지 약 390년간의 시대입니다. (한국은 통일신라~고려, 중국은 당나라) 외국인들도 알아두면 좋을 헤이안 시대의 기본 중의 기본은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가 쓴『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 헤이안 시대의 귀족 사회를 그린 장편 소설입니다. 작품의 키워드는 ‘#연애’, ‘#부귀영화’, ‘#권력투쟁’입니다. 일본 여자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며 히나인형(雛人形; 히나닌교)를 장식하는 ‘히나마쓰리(ひな祭り, 雛祭り)’도 바로 이 헤이안 시대에 시작되었습니다. 

>> 히나마쓰리(ひな祭り)

‘센 척하는’ 見栄っ張り(미엣파리)와 가부키의 ‘진짜 센’ 눈빛

見栄っ張り: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잘 보이기 위해 치장하는 사람, 또는 그런 행동.

동사형: 見栄を張る

일본어 중 또 어려운 것이 성격을 묘사하는 말들입니다. 그중 자주 듣게 되는 ‘見栄っ張り(미엣파리)’는 남들 앞에서 자신을 꾸며 내보이는, ‘있는 척’, ‘센 척할’ 때의 ‘척’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말입니다. 見栄를 見え라고 적기도 하는데요. 의미를 갖는 것은 ‘보이다(見える)’에서 나온 ‘見え’이고 ‘見栄’는 한자로 표현하기 위해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가져다 쓴 ‘아테지(あて字, 当て字)’입니다. 따라서 ‘栄’의 의미는 굳이 복잡하게 찾아보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張る)’는 태도 등을 강하게 나타낸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가부키의 강렬한 눈빛 연기, 見得を切る

그런데 이 ‘아테지’는 사용해도 되고 사용하지 않아도 되다 보니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센 척하는’ ‘見栄っ張り’와 가부키에서 나온 강렬한 눈빛인 ‘見得を切る’의 ‘미에(見え)’ 부분이 같은 한자라고 생각하곤 하는 것. 

사실 일본어 표현 중에는 가부키에서 비롯된 표현들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싼마이’라고 속어처럼 쓰는 표현도 사실은 가부키의 익살스러운 감초역을 맡은 배우의 얼굴을 광고판에서 세 번째로 내걸었다는 데서 비롯된 ‘산마이메(三枚目)’가 그 유래입니다. 

가부키에는 ‘見得(미에)’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배우들의 감정, 동작이 고양되어 정점에 달했을 때 일순 동작을 멈추고 일정한 자세를 취하는 연기’를 뜻합니다. 일종의 ‘눈빛 연기’, ‘포즈’라고 할까요? 고양된 감정으로 정지! 하는 것이니 매우 강렬한 눈빛임은 당연지사. 동사도 압도적인 그 눈빛에 걸맞게 ‘切る(키루)’를 사용합니다. ‘見得を切る(미에오키루)’.

이 말이 에도시대 후기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사용되면서 ‘자신을 과시하는 태도, 행동을 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見栄っ張り’, ‘見栄を張る’와 비슷하지만 한자가 다른 점, 잊지 마세요~  

화투 그림에서 비롯된 경찰 은어? シカト(시카토)

シカトする: (특정 사람을) 무시하다. 못 본 체하다. 딴청하다

1956년 책으로 출판된 <경찰은어류집(警察隠語類集)>에 ‘은어’로 실려 있던 것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도박꾼’, ‘야쿠자’들이 사용했던지라 경찰도 이 의미를 파악해두었어야 했던 거죠. 

그 유래는 ‘화투’에서 기원합니다. 화투는 일본어로 ‘花札(하나후다)’라고 하는데요. 하나후다에서 10월에 해당하는 그림이 ‘단풍(紅葉; 모미지)’과 ‘사슴(鹿; 시카)’인데요. 여기 그려진 사슴의 외면하는 듯한 시선에서 ‘무시하고 딴 데를 보다’, ‘무시하고 시선을 돌리다’는 의미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슴이 그려진 10월 카드를 뜻하는 ‘鹿十(しかとお; 시카토)’라는 말로 이를 표현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가타카나 표기로 ‘シカト’, ‘シカトする’라고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 생각해낸 사람이 누구인지, 꽤 기발하죠? 

에도시대부터 사용된 マジ(마지)와 ヤバい(야바이)

マジ: 진짜로, 정말로, 진심으로

ヤバい: ‘좋지 않은 상태’를 뜻하지만 뜻을 특정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의미로 사용

에도시대 ‘엔터’ 용어였던 ‘マジ’

젊으면 젊을수록 입에 착 달라붙는 ‘찰진’ 표현들이 있죠. 일본어의 ‘마지’와 ‘야바이’는 그 어감 자체도, 표기도 강렬하고 왠지 한국인의 풍부한 감정을 잘 드러내줄 듯해 반갑기도 합니다. 

현대에는 중고생들이 쓰는 속어, 이른바 ‘JK용어’의 수준을 넘어 일본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되었는데요. 이 두 말 모두 ‘에도시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먼저 ‘マジ(마지)’입니다. 에도시대 예인들의 대기실이었던 무대 장막 뒤의 공간, ‘가쿠야(楽屋)’에서 ‘真面目(마지메; 진실하다, 거짓 없다)’, ‘本気(혼키; 진심)’ 등의 의미로 즐겨 쓰였던 일종의 ‘예능업계 용어’였다고 합니다. 1800년대의 가부키의 대사에서도 이미 ‘마지’라는 표현이 보였다고 하니, 그 역사가 200년이 넘는 셈이죠. 감정 표현에 뛰어난 예능인들이 쓰던 말의 힘일까요? 1980년대에 들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은 “マジ”를 모르는 일본인이 없습니다. 

나쁜 상황에서 시작되어 좋은 상황에서도 쓰이게 된 ‘ヤバい’

‘ヤバい, やばい(야바이)’의 뜻은 뭐라고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요! ‘やばい! また遅刻だ(야바이! 마타 지코쿠다; 이런 망! 또 지각이다)!’ 등 기본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 내뱉게 되는 표현이지만, ‘やばいね(야바이네)!’, ‘ヤバくない(야바쿠나이)?’라는 말을 ‘짱이다!’, ‘끝내주지 않아?’ 등 ‘すごい(凄い)’의 의미로, 좋은 상황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20년 전쯤에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지만, 점점 긍정적인 상황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야바이’도 에도시대부터 사용된 말인데요. 그것도 좀 ‘야바이’한, 죄를 지어 ‘감방 생활’을 하는 분들이 처음 사용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에도시대의 형무소에 해당한 ‘로고쿠(牢屋; ろうごく)’와 간수를 ‘厄場(야바)’라고 불렀고, ‘로고쿠에 갈 상황’을 ‘야바이(やばい)’라는 말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옥 안에서 뭔가 들키면 안 되는 일을 벌이다가 간수에게 걸릴 듯한 상황에서는 서로 ‘야바! 야바!’ 하고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물론 말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기 마련. ‘야바이’가 ‘矢羽(야바)’, 즉 ‘화살’에서 비롯되었고, ‘화살에 맞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라는 뜻에서 사용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떤 설이 더 그럴 듯한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본 문화에 대해 배우게 되었으니, 이인쟈나이데스카(いいんじゃないですか; 좋지 않나요)?

오늘날 일상적으로 많이사용되는 '야바이'의 다양한 의미를 <야바이 뜻, 총 몇 개? 유명한 일본어 표현 예문으로 공부> 기사로 공부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번 기사에서 살펴보았듯 유행어는 오랫동안 쓰이기도 하고, SNS가 보급된 최근에는 빠르게 생겨났다 사라지기도 합니다. 일본의 최신 유행어에 담긴 시대, 감성, 사회상 등을 살펴보고 싶다면 <[일본 유행어 2022년 최신판] JLPT N1도 모를 수 있다! 일본 JK, 젊은 세대들의 일본어 표현> 기사도 읽어보세요!

<더 읽어보면 좋은 기사>

재밌는 말들이 만들어진 ‘에도시대’가 궁금하다면? -> 호쿠사이의 ‘파도’ 우키요에,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시타마치... 에도시대 문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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