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스즈메가 우연히 만난 ‘토지시(閉じ師; 문을 닫는 역할을 맡는 이)’ 소타와 함께 재난을 일으키는 문을 닫기 위해 분투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스즈메의 문단속>.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등 다양한 히트작들을 만들어낸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입니다. 한국에서도 개봉 직후면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요. 작품 속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본어 인사말, “타다이마”, “오카에리”, “잇테라샤이”에 대해 공부한다면 작품의 의미가 더욱 깊이 다가올 것입니다. 먼저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작품 속에서 갖는 의미도 소개드립니다. (영화와 관련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끝까지 읽어봐주세요~)
<내용 소개>
타다이마 뜻과 예문 [ただいま, 只今, 唯今]
“ただいま帰りました(타다이마 카에리마시타=지금 돌아왔습니다)”가 생략된 표현
“타다이마”는 “今(이마=지금)”에 “ただ(타다)”를 붙여 “이마”의 의미를 더욱 강조한 형태로, 외출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는 인사말입니다.
외출에서 집에 돌아왔을 때 인사말(“다녀왔습니다” 일본어 표현)
자녀「お母さん、ただいま」(오카상, 타다이마=엄마, 다녀왔습니다)
어머니「おかえり。学校は楽しかった?」(오카에리. 각코와 타노시캇타?=어서 와. 학교는 재밌었어?)
「타다이마」라고 상대가 말하면 「오카에리(おかえり)」, 또는 보다 정중한 표현인「오카에리나사이(おかえりなさい)」라고 대답합니다.(아래의 “오카에리 뜻과 예문”에서 자세히 설명)
“今(이마)”보다 정중한 표현
또한, “타다이마”는 비즈니스 상황, 고객 응대 상황에서 “지금(今ちょうど)”, “지금 바로(これからすぐに)”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가족, 친구 등에게 말할 때는 “今(이마)”를 사용)
“지금” 일본어 표현
비즈니스 상황에서 업무를 볼 때, 전화의 부재중 메시지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예문.1・비즈니스 상황】
A:「お忙しいところ恐れ入ります。鈴木さんはいらっしゃいますか?」
(오이소가시이토코로 오소레이리마스. 스즈키상와 이랏샤이마스카?=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스즈키 씨 계실까요?)
B:「鈴木はただいま外出中です。すぐに戻りますので、少しお待ちいただけますか?」
(스즈키와 타다이마 가이슈츠츄데스. 스구니 모도리마스노데, 스코시 오마치이타다케마스카?=스즈키는 지금 외출중입니다. 곧 돌아오니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예문.2・전화의 부재중 메시지】
「ただいま電話に出ることができません。ピーッという発信音の後に、お名前とご用件をお願いいたします」
(타다이마 뎅와니 데루코토가 데키마셍. 핏토이우 핫신옹노 아토니, 오나마에토 고요켄오 오네가이이타시마스=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핏(삐)’하는 발신음 후에 이름과 용건을 부탁드립니다)
비즈니스 상황, 부재중 전화 메시지에서는 아무것도 붙이지 않은 「今(이마)」보다 「ただいま(타다이마)」를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지금 바로” 일본어 표현
고객 응대, 극장, 영화관의 안내 방송에서 자주 접하는 표현입니다.
【예문.1・음식점 입구에서】
고객:「予約をしていないのですが、入れますか?」
(요야쿠오 시테이나이노데스가, 하이레마스카?=예약을 안 했는데요, 들어갈 수 있나요?)
점원「1名様ですね」
(이치메사마데스네=한 분이신가요?)
고객:「はい」(하이=네)
점원:「ただいまお席をご用意します」
(타다이마 오세키오 고요이시마스=지금 바로 자리를 준비하겠습니다)
【예문.2・극장에서 공연 시작 알림】
「ただいまより開演いたします」
(타다이마요리 카이엔이타시마스=지금부터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외근 후 직장으로 복귀할 때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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ただいま帰りました(타다이마 카에리마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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ただいま戻りました(타다이마 모도리마시타)
의미는 둘 다 “지금 돌아왔습니다”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돌아오는 상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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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かえりなさい(오카에리나사이): 어서 오세요(*음식점 등의 환영 인사인 “어서 오세요”는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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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疲れ様でした(오츠카레사마데시타): 수고하셨습니다.
이 두 가지 표현으로 받으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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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에리 뜻 [おかえり]
위에서 소개드렸듯, 일본에서는 “타다이마” 하며 돌아오는 사람을 “오카에리”, 또는 “오카에리나사이”로 반갑게 맞이합니다. “집에 돌아오다”의 의미를 가진 동사 “카에루(帰る)”가 사용된 표현이지만, 인사말로 사용될 때는 한자 없이 모두 히라가나로, “おかえりなさい”, “おかえり”로 표기합니다.
“무사히 잘 돌아오셨습니다(よくご無事でお帰りなさりました)”에서 유래
「お帰りなさりました(오카에리나사리마시타)」->「お帰りなさいました(오카에리나사이마시타)」로 변화->「おかえりなさい(오카에리나사이)」로 생략한 표현으로, 집, 직장에서 모두, 상대의 지위와 연령과 관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사말입니다.
단, 짧게 줄인 “오카에리”는 캐주얼한 표현으로, 경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가족, 연인, 친구에게 사용됩니다. 호텔이나 료칸 등 좀 더 정중하게 접객을 하는 곳에서는 “おかえりなさいませ(오카에리나사이마세)”라는 표현도 접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오셨어요”, “왔어?”
일본 생활을 하다보면 “타다이마도” 그 대답인 “오카에리”, “오카에리나사이”도 아주 자주 사용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상대에게 하는 인사이지만, 집에 도착하면 자동적으로 “아~ 집에 왔다”는 의미로, “타다이마~” 하는 인사를 하고 싶어지고, 그렇게 들어온 누군가에게 “오카에리”라고 말할 때는 “오늘도 수고했어” 하는 따뜻한 격려의 마음을 듬뿍 담게 됩니다.
즉, 한국에서는 집을 나가고 들어올 때 “신호”와 같이 하는 인사지만, 일본에서는 “안도”의 마음이 조금 더 진하게 묻어나오는 듯합니다.
잇테키마스 뜻 [いってきます・行ってきます]
“타다이마”와 “오카에리”가 집에 돌아와 주고받는 인사라면, 집을 나설 때 주고받는 인사도 있습니다.
“잇테키마스(いってきます)”, “잇테랏샤이(いってらっしゃい)”: “약속”과 “기원”의 의미가 담긴 인사
한자로 쓰면 “行って来ます”로, “行きます(が、必ず帰って)来ます[갑니다(하지만, 반드시 돌아) 옵니다]”에서 유래한 말. 에도시대에 이미 “行って参ります(잇테마이리마스)”라는 형태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여행, 밤길이 위험했던 시절에 사용된 “잇테마이리마스”는 그래서 형식적으로 주고받는 인사가 아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소중한 사람에게 “약속”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인사말입니다.
“잇테키마스”라고 약속을 하며 떠나가는 사람에게 답으로 말하는 인사 “잇테랏샤이(いってらっしゃい)”는 그래서 “다녀오세요”라는 의미에 더해 “기원”, “바람”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無事に)行って、(帰って)いらっしゃい=(무사히) 갔다가, (돌아)오세요”.
한국어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와”가 일상적인 차원의 인사라면, “잇테키마스”, “잇테랏샤이”는 상황과 마음에 따라 “약속”과 “기원”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인사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내용 참고: 2022년 4월 8일 欲しかった暮らしラボ <思いを重ねる言葉 「いってきます」と「いってらっしゃい」>
“나는 지금 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다”를 실감하게 하는 인사말
“잇테키마스”와 “잇테랏샤이”는 인사를 주고받는 대상 면에서도 특징적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들 사이에서 많이 주고받는 인사말이고, 그렇기에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곤니치와(こんにちは=안녕하세요)”보다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느끼게 해주는, “함께”라는 느낌이 드는 따뜻한 인사말인 것인데요. 이러한 배경 지식을 알면 <스즈메의 문단속>의 인사말이 더욱 깊이 다가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속 “잇테키마스”, “오카에리”
©2022「すずめの戸締り」製作委員会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 지방을 강타한 진도 9의 동일본 대지진. 이 재난으로 15,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을 바탕으로 구상되어 쉽지 않은 소재를 전면적으로 작품으로 풀어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작품의 클라이막스에 “잇테키마스”라는 대사를 배치했습니다(스즈메의 목소리로). 그 장면을 보는 관객들에게 “잇테키마스”는 큰 의미를 가진 메시지로 다가오게 되는데요. 집으로 돌아가 “타다이마”를 말하기 위해서는 “돌아갈 집”, “맞아줄 사람(집에서 기다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과 동일본 대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들의 마음과 함께 그 의미를 새겨보게 됩니다.
“오카에리”라는 인사도, 아주 중요한 대목에서 주인공 스즈메의 목소리로 건네집니다. 다행히도 누군가가 스즈메에게 “타다이마”라고 말하며 돌아와주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스즈메의 인사는 앞에서 소개한 대로 “돌아와준 이에 대한 감사와 안도”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잇테키마스”도 “오카에리”도 기본적으로 가까운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인사말, 특히 “오카에리”는 “타다이마”라고 말하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전할 수 없는 인사말입니다. 이런 의미들을 여러 번 곱씹어보면 <스즈메의 문단속>의 메시지가 더욱 깊이 있게 느껴지고, 또 다른 포스터에 적힌 “오카에리나사이(おかえりなさい)”의 “감사와 안도”의 의미도 고스란히 마음에 담아볼 수 있습니다.
©2022「すずめの戸締り」製作委員会
[보너스] <스즈메의 문단속> 일본어와 일본 문화
<스즈메의 문단속> 주문 대사 발음과 뜻
<스즈메의 문단속>의 주인공인 토지시(閉じ師; 문 닫는 역할을 맡은 이) 소타의 주문. 일본어로도 조금 어려운 표현인데요. 어려운 이유는 일본의 '신도(神道)'과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여기서 잠깐>> 일본어로 '주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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呪文(じゅもん; 쥬몬): 주문. 주술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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御呪い(おまじない; 오마지나이) 또는 呪い(まじない; 마지나이): 주술. 기원이나 기도를 위해 사용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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祝詞(のりと; 노리토): 신도의 제사에서 신에게 올리는 말.
<스즈메의 문단속> 예고편을 통해 주문의 일본어 원문(전체 문장)을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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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映画『すずめの戸締まり』公式 (@suzume_tojimari) November 10, 2022
「謹んで #お返し申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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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画『#すずめの戸締まり』
草太の「#戸締まり」シーン
新規映像を公開!!🎬
いよいよ公開まで
1時間を切りました!⌛️#新海誠 監督集大成にして
最高傑作の本作
ぜひ劇場でご堪能ください!🪑#新海誠 #原菜乃華 #明日公開 pic.twitter.com/0vKUEJynH9
かけまくしもかしこき日不見(ひみず)の神よ。
카케마쿠시모 카시코키 히미즈노 카미요.
(소리 내어 말함도 송구합니다, 히미즈의 신이여.)
遠つ(とおつ)御祖(みおや)の産土(うぶすな)よ。
토오츠 미오야노 우부스나요.
(머나먼 선조님들의 토지 신이여.)
久しく拝領つかまつったこの山河(やまかわ)、
히사시쿠 하이료 츠카마츳타 코노 야마카와,
(오랜 세월 맡겨주셨던 이 산하,)
かしこみかしこみ、謹んで・・・・・
카시코미카시코미, 츠츠신데・・・・・
(신앞에 깊이깊이 머리 숙여, 삼가・・・・・)
お返し申す!
오카에시모우스!
(돌려드립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신 분들이라면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곳의 '우시로도(뒷문)'가 열려 '미미즈(지렁이)'가 출현해 재난을 일으키고, 소타는 '우시로도'를 닫아 재난을 막는 '토지시' 임무를 맡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 텐데요. 이 우시로도가 있는 토지를 원래의 주인인 토지 신에게 돌려드린다는 내용의 주문을 외우며 문을 봉쇄하게 됩니다.
이중 '히미즈의 신'의 '히미즈'에 대해 일본 팬들은 몇 가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1. '日不見(또는 日見ず)', 즉 '태양을 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히듯, '히미즈'라는 종류의 일본 고유종 '두더지'의 신을 가리킨다. ('두더지(모구라)'는 '지렁이(미미즈)'의 천적이기도 하므로.)
<스즈메의 문단속> '미미즈'의 의미: 지렁이는 토양 생물로 좋은 땅을 만들어 식물이 잘 자라게 만들어주는데요. 작품 속에서도 기본적으로 미미즈(지렁이)는 땅의 나쁜 기운을 흡수해 정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러한 정화 능력이 약해져 닫혀 있던 우시로도가 열려버리면 밖으로 나와 재난을 일으키고 맙니다.
2. 神(카미)=火水(카미, 히미즈)
옛 신도에서는 '신'이라는 일본어 단어의 '神(かみ)'='火(カ)水(ミ)', 즉 신은 불(태양, 빛, 하늘), 물(대지, 바다) 등의 대자연이라고 이해했다고 합니다. 이런 뜻에서 '히미즈의 신'은 '대자연의 신', '삼라만상의 신'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3. 日不見=ひふみ(히후미) 주문
'日不見'는 '히후미'라고도 읽을 수 있어 재난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온다고 믿으며 진혼에 사용했던 신도의 '히후미 노리토(ひふみ祝詞)'와 관련 짓는 이들도 있습니다. '언령(言霊)', 즉 말에 깃든 힘을 이용한 노리토(주문)로, '히', '후', '미'로 시작됩니다. 노리토에 사용된 각각의 말에 의미와 힘이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
"장소를 정화하고 애도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_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뭔가가 시작할 때는 '지친사이(地鎮祭)', 즉 '고사'와 같은 의식을 갖는데, 뭔가가 끝났을 때는 왜 어떤 의식도 없는 건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장례식이 있지만, 토지(땅)이나 거리를 위한 의식은 없다. 그러면 토지와 거리를 정화하고 애도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하고 수년간 계속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스즈메의 문단속>의 두 주인공, 소타와 스즈메는 많은 이들을 대신해 재난이 일어난 토지의 '정화'를 기원하고 깊이 '애도'하는 마음으로 토지의 신께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것입니다.
'카시코미카시코미 츠츠신데 오카에시모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