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상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도쿄 근교 여행지. 가마쿠라, 에노시마, 요코하마, 하코네는 한 번씩 가봤고... 조금 색다른 근교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하루 한 곳,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도쿄 근교 여행 추천지를 소개합니다.
<내용 구성>
◆ 사이타마현-무민 테마 파크 "metsa(メッツァ)", 가와고에
사이타마현-무민 테마 파크 "metsa(メッツァ)", 가와고에
2019년 3월에 개장하여 곧 1년째를 맞이하는 무민 테마 파크 "metsa(メッツァ)". 도쿄의 근교인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metsa는 미야자와코(宮沢湖)를 중심으로 넓게 자리잡고 있어, 높은 빌딩과 만원 전철에 지친 이들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핀란드의 작가 토베 얀손의 유명한 작품 <무민>은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왔고, 일본에서도 그 인기가 대단한데요. metsa에 가면 그 인기를 더욱 실감할 수 있습니다.
도쿄에서는 이케부쿠로에서 세이부이케부쿠로선(西部池袋線)을 이용해 한노역(飯能駅)까지 50분, 한노역 북쪽출구의 1번 승강장에서 メッツァ행 버스를 갈아 타고 13분을 더 가면 도착합니다. 정류장에 내려 metsa로 들어가는 길은, 도쿄에서 1시간 반 거리임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자연’ 그 자체입니다. 커다란 나무들과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울창한 수목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 사이사이로 북유럽 마을에 온 것 같은 귀여운 무민 마을의 조형물들이 눈에 띄어 기분이 더욱 밝아집니다.
metsa는 ‘무민 밸리 파크’와 ‘metsa 빌리지’로 크게 나눠집니다. 무민 밸리 파크에서는 무민 작품에 등장하는 실제 장소들을 돌아보며, 놀이기구 형태의 어트랙션을 즐기고, 관련 캐릭터 상품 등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metsa 빌리지’는 북유럽의 자연주의적인 음식과 디자인 상품들을 구입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전시와 워크샵 등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으니 미리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보고 예약, 참여하는 것도 좋겠죠?
당일치기라도 조금 더 알차게 보내고 싶거나, 사이타마에서 1박을 할 수 있다면, ‘코에도(小江戸、작은 에도)’로 불리는 ‘가와고에(川越)’에 들러도 좋습니다(같은 사이타마 현이라고 해도 교통편이 편리하지 않고 꽤 떨어져 있으니 계획을 짤 때 참고하세요).
이름만큼 에도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가와고에의 거리.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가와고에는 특히 맛있는 먹거리들로 유명합니다. 장어 덮밥과 빙수가 특히 가와고에의 명물. 한국에도 소개되어 있는 일본의 맥주 ‘COEDO’가 바로 이 가와고에 지역의 맥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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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나시현-가와구치코, 후지큐하이랜드
일본의 상징 후지산을 보고 싶다! 후지산 하면 하코네가 대표적으로 떠오르는데요, 그보다 훨씬 더 가깝게 후지산을 느끼고 싶다면, 야마나시현의 가와구치코(河口湖)를 찾아보길 권합니다. 신주쿠 버스터미널에서 직행 버스로 약 2시간 정도면 가와쿠치코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인 가와구치코역에 도착할 수 있으니 당일 여행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가와구치코는 후지 5대 호수(富士五湖) 중 야마나카코(山中湖)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호수입니다. 가와구치코역에서 15분 정도 평지를 걸으면 넓다란 가와구치코가 나타납니다. 덥지 않을 때에는 호수를 천천히 일주하면서 호수를 배경으로 한 후지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호수에서는 오리 보트도 탈 수 있으니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죠?
가와쿠치코 주변의 레스토랑에서는 이 지역의 향토 음식인 ‘호토(ほうとう)’를 즐길 수 있습니다. 칼국수의 두툼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솥에 담긴 뜨끈한 국물에 면과 된장, 호박, 산채, 버섯 등을 넣어 끓여 내 속이 편안해지는 따뜻한 요리입니다.
가와구치코역의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는 ‘후지큐하이랜드(富士急ハイランド)’라는 테마파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근처에 가기만 해도 알 수 있듯, 어마어마한 높이와 규모의 롤러코스터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인 롤러코스터만 해도 총 4개인 “절규 머신(絶叫マシン)”의 성지이지만, 기차 토마스의 “토마스 랜드”, “리사와 가스파르 타운” 등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후지산 근처의 지역인 만큼, 온천들도 있으니 부지런히 움직여 아기자기한 여행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나가와현 기타가마쿠라-엔가쿠지, 메이게츠인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진 가마쿠라. 에노덴(江ノ電) 패스로 에노시마와 함께 가마쿠라를 즐겼다면, 이번에는 가마쿠라의 또 다른 모습을 보기 위해 ‘기타가마쿠라(北鎌倉)’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JR요코스카선(横須賀線)의 가마쿠라역의 바로 다음역이 기타가마쿠라역입니다.)
가마쿠라의 대형 청동 불상인 “가마쿠라 대불(鎌倉大仏)”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가마쿠라는 불교 문화가 융성했던 곳입니다. 그 흔적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기타가마쿠라. 신주쿠 기준으로 1시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는 JR요코스카선의 기타가마쿠라역. 조용한 간이역과 같은 운치 있는 풍경을 뒤로 하고 역 밖으로 나서면 곧바로 엔가쿠지(円覚寺)가 나옵니다. 가마쿠라 시대의 후반인 1282년에 세워진 역사 깊은 선종 사찰인 만큼 경내는 조용하고 깊은 사색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엔가쿠지는 참선/좌선으로 유명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가 이곳에서 참선을 했던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경내에 자리한 범종은 간토(関東) 지역에서 가장 크기가 큰 범종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영화 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郎). 영화 <도쿄 이야기(東京物語)>, <꽁치의 맛(秋刀魚の味)>, <만춘(晩春)>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그의 무덤이 바로 이 엔가쿠지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무덤은 그 묘비명으로 유명한데요. “無”라는 강렬한 문자가 묘비석에 커다란 글씨로 새겨져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사색에 잠기게 합니다. 오즈의 팬이라면 시간을 내어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불교 문화에 특별한 애정을 느끼고 있다면, 엔가쿠지만큼의 규모를 자랑하는 또다른 사찰 메이게츠인(明月院)도 찾아보길 권합니다. 엔가쿠지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메이게츠인은 ‘깨달음의 창’이라는 뜻을 가진 ‘사토리마도(悟り窓)’와 꽃창포철과 단풍철에만 제한적으로 입장이 허가되는 후원이 유명합니다. 수국철에는 3000여 그루의 탐스러운 수국들이 경내 가득 들어차 일본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한편에 대나무 숲도 자리하고 있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
마음 먹고 일일 순례를 하고 싶은 이들은 메이게츠인에 이어겐초지(建長寺)를 지나, 언덕길을 내려가 가마쿠라의 유명한 신사 츠루오카하치만구(鶴岡八幡宮)까지도 걸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절 사이에 버스도 운영하고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순례의 여정을 마련해보면 어떨까요?
가나가와현 즈시, 하야마-바다의 집, 후지산 전망
가마쿠라의 해안들도 아름답지만, 보다 조용한 바닷가를 찾고 싶습니다. 그럴 땐 가마쿠라에서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즈시(逗子)와 즈시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는 하야마(葉山)로 향해봅니다.
즈시는 해안을 따라 늘어선 바다의 집, 우미노이에(海の家)로 유명합니다.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을 위한 일종의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다의 집은, 기본적으로는 여름 해수욕 시즌에 숙박, 탈의, 휴게, 식사 등을 위해 마련된 시설이지만 그 밖의 계절에도 식사와 이벤트 등으로 이용됩니다.
하야마는 인구 약 3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예전부터 고급 별장들이 들어서 있는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황실 별장 고요테이(御用邸) 중 하나가 자리한 곳으로 일본인들이라면 여러 번 귀에 담았을 곳이지요. 1926년 다이쇼(大正) 천황이 붕어한 곳이기도 합니다. 즈시만큼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바다의 집도 이용할 수 있으며, 유명 휴양지인만큼 예쁜 카페와 세련된 레스토랑들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야마를 찾는다면 ‘가나가와 근대미술관 하야마관’도 찾길 권합니다. 시간이 없어 전시를 둘러보지 못하더라도 근사한 미술관 건축을 감상하고, 정원을 산책하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는 개수공사로 인해 전시가 휴관합니다.)
하야마의 ‘하야마 마리나’에서는 후지산을 보며 에노시마 주변까지 다녀오는 크루즈를 탑승할 수도 있습니다. 잇시키카이간(一色海岸)에 위치한 하야마 시오사이 공원(葉山しおさい公園)에서는 일본식 정원을 산책하고, 해안 쪽의 흑송림(黒松林)에서 후지산과 이즈반도를 전망하며 휴식을 취하면서 도시에서의 피로를 조용히 달래보며 도쿄 근교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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