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 형태의 시장 골목을 따라 가게들이 주르륵 늘어선 이미지의 “쇼텐가이(상점가)”. 한국의 시장과 비슷하기도 한데,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한 데다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열리기도~ 일본의 유명한 상점가들을 알아보고 일본 여행 때 상점가에 꼭 들러보세요~
<내용 구성>
・일본에서 가장 긴 상점가, 天神橋筋商店街(텐진바시스지 상점가)
・“OO銀座” 1호, 戸越銀座(도고시긴자)
・야네센 산책의 시작, 谷中銀座(야나카긴자)
・阿佐ヶ谷パールセンター(아사가야 파루센터)와 다나바타마쓰리
・할머니들의 하라주쿠, 巣鴨地蔵通り商店街(스가모지조도리 상점가)
일본 상점가의 대표 주자 “아케이드 상점가”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왕국(王国)』은 주인공이 할머니와의 오랜 산속 생활을 원치 않게 끝내고 도시로 내려오면서 시작됩니다. 그런 주인공이 산속 생활의 아름다움 대신 즐기게 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商店街(쇼텐가이)’, 일본의 상점가입니다.
일본 생활을 하다보면, 퇴근길 역에 내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다코야키나 카레빵 등을 사기도 하고, 상점가 안의 가게에서 맥주 한 잔에 혼밥을 하고 돌아가게도 되는데요. 우리나라의 전통시장 중에도 아케이드 형태의 시장들이 있는 것과 비슷하게, 일본의 상점가도 ‘아케이드’로 되어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이런 인상 때문에 ‘상점가=아케이드 상점가’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아케이드가 없는 상점가도 있으니, 상점가의 한 유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긴 상점가, 天神橋筋商店街(텐진바시스지 상점가)
2020년 현재, 일본에서 가장 긴 상점가로 알려진 오사카의 텐진바시스시 상점가도 아케이드 상점가입니다. 2.6km의 길이를 자랑하는데요.
길이만큼 역사도 길어서 에도시대인 1653년, 2.3km에 달하는 청과물 시장이 자리잡은 것이 이 상점가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이후 이 상점가가 “오사카텐만구(大阪天満宮)”의 오모테산도(表参道; 신사 등에 이르는 산도(参道)들 중 정면에 위치한 길)로 번영하게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청과물 시장에서 시작된 것처럼, 여전히 청과물 시장이 강세라고 합니다.
일본 생활에서 상점가와 더불어 많이 이용하게 되는 쇼핑 플레이스에 대해서는 <일본 쇼핑 가이드: 백엔샵, 드럭스토어, 쇼핑몰, 상점가!> 기사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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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상점가와 “OO銀座”
내가 본 상점가에는 거의 “銀座”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눈썰미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눈치챘을 만큼, 일본의 상점가에는 “OO銀座”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 많습니다. 그 시작은 도쿄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戸越銀座(도고시긴자)” 상점가입니다.
“OO銀座” 1호, 戸越銀座(도고시긴자)
도쿄의 긴자(銀座)는 쇼핑가로 유명한데요. 그중에서도 ‘긴자’ 하면 고급스러운 부티크, 바(BAR), 스시집 등이 늘어서 있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서민적인 상점가에 ‘긴자’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한국에서 마치 전통 시장에 ‘OO청담’ 정도를 붙이는 느낌이려나요?
그런데 역사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심지어 감동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는 1923년. 일본을 뒤덮은 간토 대지진(関東大震災)의 충격으로 도쿄 도내는 크게 파괴되었고, 긴자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파괴된 렌가(レンガ), 즉 벽돌을 아스팔트로 교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도고시긴자가 위치한 지역은 저지대로,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어버릴 정도로 배수가 좋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긴자의 부서진 렌가를 기증받아 도로에 깔고 배수 및 하수 공사에도 활용했다고 합니다. 도고시 지역 사람들은 긴자에서 기증받은 렌가로 빠르게 지역을 정비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하며, 상점가를 조성하며 ‘도고시긴자(戸越銀座)’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야네센 산책의 시작, 谷中銀座(야나카긴자)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는 ‘야나카긴자(谷中銀座)’ 상점가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고독한 미식가>에 등장한 만주집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170미터 남짓한 비교저거 짧은 골목에 60여 개의 상점이 정겹게 늘어선 야나카긴자는 ‘센창(千ちゃん)’이라는 귀여운 고양이 마스코트도 갖고 있습니다. 도쿄의 레트로한 아기자기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야나카(谷中)와 네즈(根津), 센다기(千駄木)의 인근 지역들은 ‘야네센(谷根千)’ 지역이라고 하여 조용한 산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케이드 상점가와는 또 다른 상점가 거리를 체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축제와 이벤트의 무대가 된 상점가
일본의 상점가는 지역 경제의 중심이자, 각종 축제와 이벤트의 무대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일본의 ‘다나바타마쓰리(七夕祭り)’로 유명한 阿佐ヶ谷パールセンター(아사가야 파루센터)가 있습니다.
阿佐ヶ谷パールセンター(아사가야 파루센터)와 다나바타마쓰리
‘七夕’라는 한자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다나바타는 음력 7월 7일 ‘칠석’입니다. 일 년에 한 번, ‘히코보시(彦星、ひこぼし; 견우)’와 ‘오리히메(織姫、おりひめ; 직녀)가 만나는 날로, 일본에서는 색색의 종이와 소원을 적은 ‘단자쿠(短冊)’를 길게 늘여뜨려 장식하고 화려한 장식을 즐기는 다나바타마쓰리가 전국적으로 펼쳐집니다.
다나바타마쓰리의 상점가 버전이 잘 알려진 도쿄도 스기나미구의 아사가야파루센터(阿佐ヶ谷パールセンター)를 무대로 펼쳐지는데요. 이곳은 전통적인 장식뿐 아니라, 그 해의 트렌드를 반영한 초대형 인형 장식물인 ‘하리보데(ハリボテ)’을 상점가 천장에 매달아 장식하고, 수상자를 가리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인파를 헤치며 마쓰리 음식 골라 먹으랴, 먹으면서 천장에 달린 인형들 품평하랴, 재미가 쏠쏠하다 못해 땀이 나지요.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아케이드 상점가에서 진행되므로 유카타를 입어도 입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여기서 잠깐>> 하리보데(ハリボテ)란?
나무로 축을 세우고, 철사인 하리가네(針金)로 형태를 만든 뒤, 종이 뒤 그 를 바른종이를 다양하게 색칠하는 구조물인 하리보데. 아사가야의 상점가에선 비수기라고 할 수 있었던 8월에 손님들을 모을 수 있는 아이디어로 ‘다나바타 마쓰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리보데를 만드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상점가의 사람들.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고, 이때 상점가의 경험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관광 자원으로 각광받는 상점가
야나카긴자의 고양이 마스코트 ‘센창’이나 아사가야 상점가의 ‘다나바타마쓰리’ 개최에서도 알 수 있듯, 지역 주민의 생활 기반인 상점가를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중 최근 떠오르고 있는 곳이 巣鴨地蔵通り商店街(스가모지조도리 상점가)입니다.
할머니들의 하라주쿠, 巣鴨地蔵通り商店街(스가모지조도리 상점가)
붉은색 간판에서부터 이미 남다른 포스가 느껴지는 건, ‘할머니의 하라주쿠(おばあちゃんの原宿)’라는 명성 때문일까요? 상점가 간판 아래로 크게 보이는 ‘とげぬき地蔵尊本堂入口’라고 쓰여 있는 것에도 알 수 있듯, 이곳에는 ‘とげぬき地蔵尊’이라고 불리는 지장보살을 모신 절인 고간지(高岩寺)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절이 고령자들 사이에서 영험하다고 소문이 나 참배객들이 많아지면서 상점가도 함께 번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놀랍고 부러운 건, 실제로 이용자들이 고령자들인 만큼, 상점가 내의 카페, 이자카야, 병원 등이 휠체어를 타고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배리어프리(バリアフリー)’ 환경이라는 것. 그리고 자주 이용한 이들에 따르면, 오랫동안 고령자들에게 익숙한 상점가 상인들이 고령자들에게 ‘고령자라고’ 벽을 치지 않고 반갑게 대하는 정서적 배리어프리도 함께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50대에게는 50퍼센트, 60대에게는 60퍼센트 할인을 해주는 놀라운 네일숍도 있다고 하니, 분위기가 잘 전해지죠? 매월 4일, 14일, 24일에는 지역 음식점, 술집들이 노점을 내 고간지 경내의 참배객들이 길가에까지 늘어서는 장관이 연출된다고 합니다. 속히 그 장관이 재현되기를 기원합니다.
일본에 살면서, 일본을 여행하며 쇼핑을 하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일본 쇼핑 가이드: 옷, 화장품, 전자제품, 가구, 기념품> 기사도 함께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