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 <문호 스트레이독스(문스독)>로 일본 소설가들과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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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8

일본에서 <분고스토레이독구스(文豪ストレイドッグス)>, 약칭 ‘분스토(文スト)’로, 한국에서 <문호 스트레이독스>, 약칭 ‘문스독’으로 사랑받고 있는 아사기리 카프카(朝霧カフカ) 원작의 일본 애니메이션.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일본의 소설가(문호)들이 ‘이능력’을 가지고 싸우는 액션 만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몇몇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능력(異能力)을 소개합니다~

<내용 구성>

◆ 모리 오가이(森鷗外)

◆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

◆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 이즈미 교카(泉鏡花)

모리 오가이(森鷗外)

“포트 마피아”라는 마피아 조직의 보스가 된 일본의 소설가 모리 오가이. 문학박사와 의학박사를 모두 가진, 소설가이자 군의관. 이 정도 정보만으로는 모리 오가이가 마피아 조직의 보스로 그려지는 이유를 잘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1862년에 태어나 1922년에 죽은 모리 오가이는 도쿄대학의학부를 졸업하고, 동기 8명 중 가장 먼저 육군 군의 본부에 배속된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습니다. 그가 위생 제도 조사를 목적으로 독일 유학생으로 파견된 것은 1884년. 배를 타고 독일로 가는 데만 넉 달이 걸린 시절의 일입니다. 4년 동안의 유학을 마치고 1888년 에 귀국해, 육군군의학사 교관, 육군대학교교관을 겸임한 당대 최고의 의학 인재. 그런 그가 귀국 이듬해에 요미우리 신문에 <소설론>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문필활동까지 시작한 것입니다. ‘포트 마피아의 보스’ 자질로 충분한 것 같죠?

*1905년의 모리 오가이. 사진 출처: 倉迫一朝 (1999) 病気を診ずして病人を診よ : 麦飯男爵高木兼寬の生涯, 宮崎市: 鉱脈社, pp. 429. 위키미디어 커먼스(일본 내 퍼블릭 도메인) 

모리 오가이와 엘리스 

문스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이능력(異能力), 자신만의 능력을 갖고 있는데요. 각 작가의 작품명을 능력으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모리 오가이의 이능력은 『비터 섹슈얼리스(ヰタ・セクスアリス)』. 1909년작 작품 이름으로, ‘성욕적 생활’이라는 뜻의 라틴어 ‘vita sexualis’에서 따온 것입니다. 주인공인 철학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의 성교육을 위한 자료로 삼고자 자신의 성적 체험을 정리한다는 내용인데요. 당시 군의총감(당시 일본 군의관 중 최고위직)으로 있던 모리 오가이의 신분을 고려하면 이런 테마의 작품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작품이 수록된 잡지 『스바루(スバル)』가 발매 1개월 만에 발매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또 하나, 모리 오가이를 둘러싸고 화제가 된 것이 대표작 『무희』의 주인공 ‘엘리스’의 모델이 되었다고 알려진 독일인 여성과의 로맨스인데요. 2010년 NHK에서 「모리 오가이의 연인~120년 후의 진실~」이라는 90분짜리 방송을 만들어 방영했을 정도로 학계는 물론, 일본의 대중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문스독에서도 모리 오가이가 엘리스를 늘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

문스독에서 미야자와 겐지는 밀짚모자를 목에 건 소년으로 그려집니다. 스카우트로 이능력 집단인 ‘무장탐정사(武装探偵社)’의 일원이 되지만, 그 전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살고 있었던 순수한 ‘겐짱(賢ちゃん)’. 한국에는 <은하철도 999>의 원작『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으로, 자칫 SF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 미야자와 겐지는 ‘순수’ 그 자체의 이미지입니다. 

아메니모마케즈(雨ニモマケズ)

한국에서는 동화작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일본에서 미야자와 겐지, 하면 많은 이들이 그의 시 ‘아메니모마케즈(雨ニモマケズ; 비에도 지지 않고)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문스독에서도 미야자와 겐지의 이능력은 ‘아메니모마케즈’~ 일본의 어린이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시를 줄줄 외우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시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미야자와 겐지의 사후에 발견된 ‘메모’입니다. 

 

* ‘아메니모마케즈’를 기록한 미야자와 겐지의 수첩. 사진 출처: 森荘己池『宮沢賢治』小学館、1943年1月30日, 위키미디어 커먼스(일본 내 퍼블릭 도메인) 

제목에 한자와 가타카나가 섞여 있는 것이 독특한데요. 당대의 문장 중에는 이렇게 섞여 쓴 것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雨ニモマケズ/風ニモマケズ(비에도 지지 않고 / 바람에도 지지 않고)’와 같이 대구를 활용해서 리듬이 잘 맞아 떨어져 암송하기에 더 쉬운데요. 전체적인 내용은 욕심 없이 소박하게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싶다는 개인의 바람이자 철학이 잘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 구절에 가서야 ‘サウイフモノニ/ワタシハナリタイ(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라고 하면서 ‘자신(私)’을 등장시키는 것이 정말 감동적입니다. 유튜브 등에 일본어 낭독 영상이 많이 올라 있으니 일본어 공부를 하는 분들은 한 번씩 찾아보세요~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이름만 들으면 일본 사람 이름인지 갸웃하게 되는 에도가와 란포. 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름을 듣고 추리소설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를 떠올리는 분들이 계실까요? 본명은 ‘히라이 타로(平井太郎)’. ‘에도가와 란포’는 펜네임입니다. 무역회사사원, 헌책방, 중국소바집을 거쳐 조선소전기부 서무과에 취직한 란포는 상사의 눈에 띄어 사내지 편집, 어린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임 개최 등을 맡게 되었고, 사내지에 일러스트도 싣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 탐정으로 활동한 경력도 갖고 있습니다. 문호 스트레이독스의 무장탐정사 멤버들 중에서도 명탐정으로 난제들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란포. 그의 이능력은 “초추리(超推理)”, ‘넘사벽’ 추리력입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서재

도쿄 이케부쿠로에는 란포가 1934년부터 70세로 세상을 떠난 1965년까지 약 30여 년 동안 살았던 집과 서고가 남아 있습니다. 란포는 ‘도조(土蔵、どぞう)’라고 하는 흙으로 된 창고 형태의 건축물을 아주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서고도 도조 형태의 건물로 되어 있습니다. 2002년 릿쿄대학에 양도된 란포의 서고를 매주 수, 금요일에 관람할 수 있습니다(예약 불요. 10:30~16:00. 휴일 제외)(*). 해외의 추리소설을 번역 소개한 추리소설의 번역자이자, 일본추리소설협회 초대 회장으로 유명 추리 작가들을 발굴, 육성한 란포의 서재. 궁금하시면 꼭 들러보세요~

*릿쿄대학 구에도가와란포저택 소개 페이지 https://www.rikkyo.ac.jp/campuslife/facilities/ikebukuro/edogawaranpo.html

이즈미 교카(泉鏡花)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인 이즈미 교카. 문스독에서는 암살 능력을 갖춘 고아 소녀 캐릭터로 등장하는데요. 사실 이즈미 교카는 남성 작가입니다. ‘에도’ 문학의 영향을 받아 요괴, 민담, 전통문화 등을 작품에 담아내며, ‘환상문학’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되는 독특한 문학 세계를 보여주었고, 탄생 100주년인 1973년부터 ‘이즈미 교카’ 문학상이 제정되어 요시모토 바나나, 유미리, 야마다 에이미, 다와다 요코, 오가와 요코, 기리노 나쓰오, 가쿠다 미쓰요, 가와카미 히로미 등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이 이를 수상했습니다. 

야샤시로유키(夜叉白雪)

문스독의 이즈미 교카는 어여쁜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며, 이능력은 <야샤시로유키(夜叉白雪)>입니다. 문스독 팬들 사이에서는 이 이능력이 이즈미 교카가 1913년 발표한 희곡 <야샤가이케(夜叉ケ池)>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됩니다.

‘야샤가이케’라는 연못의 주인이자 비와 물을 관장하는 류진사마(龍神様. 용궁에 사는 물의 신, 바다의 신으로 일본에는 ‘류진사마’가 함께 하는 ‘아메온나(雨女)’, ‘아메오토코(雨男)’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비가 온다고 말하곤 합니다.)의 이름이 ‘시로유키(白雪)’입니다.

시로유키 류진사마는 마을 사람들과 밤마다 세 번 종을 울리는 한 홍수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나가노현의 높은 봉우리에 사는 연인을 만나러 가고 싶지만 자신이 움직이면 대홍수가 일어나고, 종을 치는 한 인간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어 고민하고 있던 중,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류진사마에게 인간 공양제물을 바치기로 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빚어져 밤에 종을 울리지 못하게 되고, 결국 시로유키 류진사마는 연인을 만나러 날아가고, 마을은 대홍수에 잠긴다는, 비극적인 내용입니다. 줄거리만 보아도 문스독의 이즈미 교카 캐릭터와 이즈미 교카 문학의 특징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죠?

일본 근대 문학이 낯설고 나와는 인연이 없게 느껴졌다면, 탐정과 암살자들로 분한 소설가들과 먼저 친해져보는 건 어떨까요(*)? 일본 근・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와 대표 작품을 소개한 <일본 고전 문학&현대 문학: 겐지모노가타리~히가시노 게이고> 기사도 함께 읽어보세요!

*분고스토레이독구스(文豪ストレイドッグス) 공식 홈페이지 캐릭터 소개 페이지 http://bungo-stray-dogs.jp/character/

더 읽어보면 좋은 기사: 

도쿄의 모리 오가이 기념관, 나쓰메 소세키의 집 등을 찾아보고 싶다면? -> 도쿄 여행, 조용하고도 힙한 장소들: 모리 오가이 문학관, 나쓰메 소세키 고양이의 집, 도쿄도 사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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