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50주년, 도라에몽 결말과 도시전설

WeXpats
2020/09/23

도라에몽을 본 사람도 안 본 사람도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도라에몽 연재에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작가 버전’의 ‘정식’ 결말과, 독자들이 만든 ‘도시전설 버전’의 ‘소문으로 들은’ 결말에 대한 이야기, 그 주고받음을 담아보았습니다.

<내용 구성>

◆ 도라에몽의 첫 독자들, 그리고 작가

◆ 연재 독자를 위한 <도라에몽>의 두 가지 ‘결말’

◆ 돌아온 도라에몽

◆ 도라에몽 도시전설

도라에몽의 첫 독자들, 그리고 작가

1970년, 1971년 소학교 4학년들이 첫 독자 

1969년 <신(新)연재 예고>가 실리고 1970년부터 본격적인 연재가 시작된 <도라에몽>. 도라에몽 연재의 ‘첫 독자’들은 1970년, 1971년에 각각 소학교 4학년이 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출생년도로 따지면 1959년~1961년에 해당되었는데요. 2020년 기준 환갑을 전후한 연배의 분들이 유명한 만화의 당대 독자였다니, 도라에몽의 역사가 실감나는 대목입니다. 

도라에몽이 처음 연재된 잡지는 소학관 출판사의 학년별 학습잡지. 한국으로 따지면 학년별로 보는 ‘전과’와 비슷한 개념으로, 월별로 발행되었습니다. 일본의 각 학년이 4월에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해당 학년의 마지막 잡지는 3월호가 되겠죠?

도라에몽의 작가는?

도라에몽의 작가 이름은 좀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명과 필명이 있는 데다, 처음에는 콤비를 이루어 활동하다 나중에 독립했고, 독립한 뒤에도 한 차례 펜네임을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50년 도라에몽 역사를 일부라도 살펴보려면 간단히 정리해두는 게 좋겠죠?

본명

후지모토 히로시(藤本 弘)

아비코 모토오(安孫子素雄)

1951년

<천사 타마짱(天使の玉ちゃん)>으로 데뷔.

 

1953년

<후지코 후지오(藤子不二雄)>라는

공동의 펜네임을 사용하며 콤비로 활동 시작

(함께 만든 작품, 각각 만든 작품이 있는데 

발표시에는 공동의 펜네임으로 발표하는 개념). 

1964년

후지코 후지오(藤子不二雄)

<주간 소년 선데이>에 <오바케의 Q 타로

(オバケのQ太郎)> 연재 개시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작품)

1970년

후지코 후지오(藤子不二雄)

<소학관 소학교 4학년>에

<도라에몽> 연재 개시

(후지모토 히로시 작품).

 

1987년

(콤비 활동 종료)

후지코 후지오 Ⓕ(藤子不二雄Ⓕ)로 활동 시작

 

후지코 후지오 Ⓐ(藤子不二雄Ⓐ)로

활동 시작

1988년

후지코 에프 후지오(藤子・F・不二雄)로

이름 변경(따라서 이후 <도라에몽>의

작가를 찾으면 <후지코 에프 후지오>로 나옴)

 

후지코 후지오 Ⓐ

1996년

 

후지코 에프 후지오가 세상을 떠남.

후지코 에프 후지오 프로덕션

(藤子・F・不二雄プロ)에서 2004년까지

<대장편 도라에몽> 시리즈의 속편 집필.

후지코 후지오 Ⓐ로

계속 활동을 이어나감

연재 독자를 위한 <도라에몽>의 두 가지 ‘결말’

1971년 3월, 1972년 3월. 소학관 <소학교 4학년>의 독자들은 5학년이 됨과 동시에 도라에몽과 이별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렇게 3월에 연재가 끝나는 소년소녀 잡지가 많았기에 작가들은 3월호에 ‘최종회’ 느낌이 나는 작품들을 실었다고 하는데요. 도라에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라에몽의 결말은, (계속 작품을 그려나갈 계획이 있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하면) 작가에게는 다음 시즌을 예상하는 시즌의 최종회였을 것이고, 학년별 연재물을 통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졸업’과 같은 느낌이었을 텐데요. 실제로 작가가 그린 결말은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작가가 그린 결말 1) 「도라에몽 미래로 돌아가다(ドラえもん未来へ帰る)」/ <소학교 4학년(小学四年生)> 1971년 3월호

어느 날 밤, 공부방에서 자고 있던 노비타 앞에 잡음이 들려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벽을 투명인간처럼 통과해 방으로 들어오더니 다시 벽을 통과해 사라진다. 이들은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들로, 단순히 과거 세계를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노비타 집에서 갖가지 소동을 피운다. 흉악범까지 나타나 미래에서온 경찰에게 가까스로 체포되어가기에 이르는데… 결국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래 세계에 ‘시간여행 규제법’이 제정되고, 도라에몽은 이 법에 따라 미래 세계에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노비타는 가지 말라고 도라에몽을 붙잡고 도라에몽은 “이제부터 혼자 해낙나다! 너라면 할 수 있어!” 하고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노비타랑 헤어지는 거 정말 싫네” 하며 울면서 미래로 돌아간다. 

혼자 남은 노비타는 평범해진 책상 서랍을 열 때마다 도라에몽을 추억한다. 

작가가 그린 결말 2) 「도라에몽이 떠나버린다고!?(ドラえもんがいなくなっちゃう!?)」/ <소학교 4학년(小学四年生)> 1972년 3월호

친구와 자전거를 타러 가기로 약속하지만 자전거를 못 타는 노비타는 도라에몽에게 자전거 탈 수 있게 되는 도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지만 도라에몽은 “칭얼댈 시간 있으면 연습을 하시지!!” 하고 호통을 친다. 도라에몽은 노비타의 독립을 위해 미래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그러나 노비타에게 이를 말하지 못해 결국 “고장”을 이유로 돌아가기로 한다. 노비타는 이 거짓말을 진짜로 믿고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말하고, 도라에몽은 진실을 말해주지만 노비타는 용기를 내어 도라에몽과의 이별을 받아들인다. 도라에몽은 미래 세계에서 타임 테레비를 통해 혼자서 계속 넘어져가며 자전거 타기를 연습하는 노비타를 따뜻하게 지켜본다. 

돌아온 도라에몽

1973년 3월 <재개 예고>, 4월 <소학교 6학년>으로 돌아온 도라에몽

혼자서 자전거를 연습하면서 독립심을 키우는 노비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도라에몽과 이별하고 소학교 5학년이 된 독자들은, 소학교 6학년 진학을 앞둔 1973년 3월. 도라에몽의 귀환을 그린 두 페이지짜리 예고편을 같은 잡지를 통해 접하게 됩니다. 1973년 4월, 기존의 <소학교 4학년>뿐 아니라 <소학교 5학년>, <소학교 6학년>에도 도라에몽이 연재되게 되어 4학년 때 도라에몽과 이별한 학생들이 6학년 잡지에서 다시 도라에몽을 만나게 된 것. 따라서 도라에몽은 필연적으로 다시 귀환해야만 했던 것이죠. 다시 1년간 신나게 도라에몽의 이야기를 읽었던 소학교 6학년 학생들은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인 1974년 3월, 이제는 정말로 잡지 속 도라에몽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어야 했는데요. 이별 장면은 없었습니다. 연재 범위가 확대된 이후에는 3월에도 4월에도 ‘이별’, ‘재회’ 버전이 아닌 평범한 에피소드가 연재되었기 때문이죠. 

이 두 가지 결말은 2009년 <후지코 에프 호지오 대전집>이 간행되기까지는 단행본 등에 수록된 적이 없었던, ‘전설의 결말’로 회자되었다고 합니다. 

작가가 그린 결말 3) 「안녕, 도라에몽(さようなら、ドラえもん)」/ <소학교 3학년(小学三年生)> 1974년 3월호

도라에몽 앓이는 독자에게뿐 아니라 작가에게도 만만치 않게 작용했던지,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시작한 후에도 도라에몽과 쉽게 이별하지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도라에몽과의 이별을 또 한 번 그리게 되는데요. 이 세 번째 결말을 1974년 3월에 <소학교 3학년> 잡지에 발표합니다. 

>> 언제나처럼 친구와의 싸움에서 지고 돌아온 노비타에게 도라에몽은 자신이 미래로 떠나야 하는 상황을 전하고, 노비타는 혼자 남은 뒤를 걱정하며 도라에몽을 붙는다. 헤어지기 전날 밤, 둘은 잠들지 못하고 함께 밤산책을 나서고, 도라에몽은 눈물을 보이기 싫어 잠시 사라지고, 혼자 남은 노비타는 밤거리에서 늘 싸움이 붙는 친구를 마주쳐 다시 싸우게 된다. 도라에몽이 안심하고 미래로 떠날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끝까지 싸운 끝에 처음으로 승리를 거둔 노비타. 잠든 노비타의 곁에서 눈물을 흘리던 도라에몽은 밤사이에 떠나고, 아침에 홀로 남은 노비타는, 쓸쓸하지만 앞으로 혼자서 잘 해나가야 한다고 다짐한다. 

이 결말을 읽고 4학년이 된 학생들은 <돌아온 도라에몽(帰ってきたドラえもん)>을 읽으며 이번에는 둘의 이별 장면을 보지 않고, 6학년이 되어 소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도라에몽, 노비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후지코 에프 호지오 대전집> 제1기 전 33권 중 <도라에몽 (1): 1959~1961년도 출생들의 학년지 게재집> http://www.shogakukan.co.jp/fzenshu/1st_lineup/dora01.html
<도라에몽 (4): 1959~1961년도 출생들의 학년지 게재집> http://www.shogakukan.co.jp/fzenshu/1st_lineup/dora04.html

도라에몽 도시전설

작가가 그린 결말은 ‘도라에몽과 노비타의 이별’, 애독자 입장에서 보면 ‘새드엔딩’에 가까운데요. 도라에몽의 인기와 함께 독자들은 직접 결말을 창작하기도 하고, 작품에 드러나지 않은 설정을 상상해 소문을 퍼뜨리며 2차 창작을 시도하게 됩니다. 이를 ‘현대판 설화’라고 할 수 있는 ‘도시전설(都市伝説; 도시덴세츠)’라는 용어를 사용해 ‘도라에몽 도시전설’이라고 부릅니다. 

도라에몽과 관련한 유명한 도시전설로는 ‘노비타 식물인간설’이라는 꽤나 자극적이고 슬픈 가설이 있습니다. 1986년에 어린이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나간 도시전설로, ‘모든 이야기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노비타의 꿈’이었다는 가설인데요. 이 소문이 얼마나 거셌는지 작자가 직접 게재지를 통해 “도라에몽은 그런 결말을 취하지 않는다, 더 즐거운 결말로 할 것이다(ドラえもんはそんな終わり方をしない、もっと楽しい終わり方にする)”라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관련해서 도라에몽이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사용해 노비타를 살려내고, 살아난 노비타는 움직이지 않는 도라에몽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에 도라에몽이 부활하며 끝이 나는 ‘노비타 식물인간설 감동의 해피엔딩 버전’도 존재합니다.

*<요미우리신문> 1986년 11월 13일 석간 15면 <도라에몽 기절초풍 「결말」 소문이 저절로 걸어 전화 쇄도 게재지에 부정하는 기사(ドラえもん仰天 「終わり」のうわさ一人歩き 電話殺到 掲載誌に否定記事)>

독자가 그린 결말, 2차 창조임을 밝혔지만 팬들의 심금을 울리며 퍼져나간 전설적 도시전설 

도라에몽에 관한 도시전설 중에는 <도라에몽의 개발자는 노비타설>, <전지 나감설>로 이야기되는 전설적인 도시전설이 있습니다. 도라에몽 팬이 ‘자신이 마음대로 생각한 도라에몽 최종회(가)’라고 분명히 밝히고 최종회를 자기 웹사이트에 올린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설이 된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내용>>

어느 날 갑자기 움직임을 멈춰버린 도라에몽. 미래 세계에서 온 ‘도라미’가 원인을 살펴본 결과 전지가 나간 것이 원인. 그러나 그대로 전지를 교체하면 도라에몽의 기억이 모두 삭제되어버린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에, 노비타는 큰 고민에 빠진다(다른 고양이 로봇들의 경우 귀에 백업 가능한 장치가 있지만 도라에몽은 귀를 잃었기에 백업이 불가능한 것.

고민 끝에 도라에몽을 옷장 속에 숨기고 모두에게 ‘도라에몽은 떠났다’라고 밝히는 노비타. 도라에몽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한 노비타는 맹렬히 공부하여 탑 클래스의 로봇 공학자로 성장한다. 시즈카와 결혼한 노비타가 시즈카의 눈앞에서 도라에몽의 기억을 유지한 채로 전원을 켜는 데 성공, 부활한 도라에몽은 “노비타 군, 숙제는 다 했고?” 하고 한 마디. 도라에몽의 개발자가 분명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노비타가 도라에몽 개발자였던 것이다... 

전설이 되어 일파만파 퍼져나가자 이 도시전설의 창작자는 작가와 팬들에게 죄송하다, 모두 자기 책임이라고 하며 사이트의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1959년생으로 도라에몽을 ‘본지 사수’한 소학교 4학년 학생들, 전설이 된 2차 창작을 만든, ‘팬픽’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어느 도라에몽 팬. 그 밖에도 수많은 ‘도라에몽 에피소드’들이 50년이라는 역사를 수놓고 있겠지요? 훌륭한 콘텐츠에는 훌륭한 작가뿐 아니라 훌륭한 독자들이 있는 법인 듯합니다.

*도라에몽 공식 사이트 https://dora-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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