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츠나베, 요세나베, 밀푀유나베… 뜨끈뜨끈 나베 요리에 담긴 일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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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뜨끈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가을~겨울에 특히 사랑받는 나베 요리. 가족, 친구들과 둘러 앉아 먹는 요리인 만큼, 일본 영화, 소설, 드라마 등에 자주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찬찬히 구경해보며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익혀볼까요?

<내용 구성>

◆나베 요리(鍋料理)의 기본

◆일본의 다양한 나베 요리

◆독특한 나베 요리

◆나베 요리의 마무리, ‘締め(시메)’

◆나베모노 지수(鍋物指数), 지역별 나베 요리

나베 요리(鍋料理)의 기본

‘나베(鍋)’란, 일본어로 ‘냄비’라는 뜻입니다. 즉, ‘나베 요리’라고 하면, ‘냄비째 내놓는 요리’를 통틀어 가리킵니다. 경우에 따라 ‘오나베(お鍋)’, ‘나베모노(鍋物)’라고도 합니다. 

<나베 요리를 즐기기 위한 기본 용어>

  • 卓上コンロ(타쿠죠콘로), カセットコンロ(카셋토콘로): ‘부르스타’, 휴대용 가스렌지.

  • ポン酢(폰즈): 레몬, 라임, 유자, 스다치(スダチ), 카보즈(カボス) 등 감귤류의 과즙으로 산미를 더한 일본 요리에 자주 쓰이는 조미료. 폰즈에 간장, 식초, 미림, 가쓰오부시, 다시마 등으로 맛을 더한 ‘ポン酢醤油(폰즈쇼유)’를 ‘폰즈’라고 간단히 부르는 경우가 많음. 나베 요리의 재료를 폰즈쇼유에 찍어 먹는 경우가 많음. 

  • タレ(타레): 진하고 점성이 있는 조미료를 말함. 두 개 이상의 조미료를 섞은 것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음. 야키토리의 ‘타레(간장 베이스의 양념)’처럼 조리시에 사용하는 경우 외에 각자 취향대로 찍어 먹는 것은 ‘츠케타레(付けたれ, つけたれ)’라고 함. 폰즈가 식초를 더한 맛이라면, 기본적으로 타레는 식초의 상큼한 맛을 뺀 소스라고 생각하면 ok. 한국어 중 가장 비슷한 단어로는 고추장, 된장, 양념장 등의 ‘장(醤)’. 

  • 小鉢(코바치): ‘종지’, 즉 폰즈나 타레를 개인 분량으로 담는 작은 그릇. 한쪽 부분이 손잡이 처럼 튀어나온 코바치를 ‘呑水(톤스이)’라고 함. 

  • ちゃぶ台(챠부다이): 한국의 ‘밥상’에 해당. 챠부다이를 중심으로 둘러 앉게 되므로 상석, 말석 등이 없는 것이 특징. 일본에서는 쇼와 시대 초기(1926년~1940년경)에 들어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1960년대 다이닝 테이블이 보급될 때까지 챠부다이에서 식사를 하는 생활이 일반적이었음. 

  • 土鍋(도나베): 일본 나베 요리에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도기로 된 나베. 

  • 具材(구자이): ‘재료’라는 뜻의 ‘자이료(材料)’라는 단어도 있지만, 나베 등 요리에 쓰이는 재료를 ‘구자이’라고 함.

  • 煮込む(니코무): ‘익히다’라는 뜻의 ‘니루(煮る)’에 ‘앞에 붙은 동사의 정도를 충분히/가능한 한 최대로 한다’는 뜻의 ‘込む’가 붙은 표현. 즉 ‘푹 삶다’, ‘푹 익히다’, ‘푹 끓이다’.

  • 出汁(다시): 昆布(콘부; 다시마), 가쓰오부시 등을 끓여 낸 국물. ‘煮出汁(니다시지루)’, ‘出し汁(다시지루)’ 등도 같은 말.

  • 煮汁(니지루): 나베 요리의 국물을 말함. ‘니지루’ 자체에 간을 하는 경우와, 간을 하지 않고 폰즈, 타레 등에 찍어 먹는 경우가 있음.

  • 肉団子(니쿠당고), 魚団子(사카나당고), つくね(츠쿠네), つみれ(츠미레): ‘동그랑땡’, ‘완자’ 느낌으로, 고기, 생선살 등을 다져서 당고(団子)처럼 동글동글하게 빚은 것이 ‘니쿠당고’, ‘사카나당고’. ‘츠쿠네’는 닭고기를 다져 빚은 것인데 완자처럼 동글게 빚기도 하고, 핫도그처럼 봉 모양으로 빚기도 함. ‘츠미레’도 비슷한 개념으로, 대나무 통인 ‘다케즈츠(竹筒)’에 담겨 나온 것을 ‘헤라(ヘラ; 작은 주걱)’로 밀어 넣어 끓기도 함. 

일본의 다양한 나베 요리

요세나베(寄せ鍋)

육수(汁)를 넣은 나베에 야채, 어패류, 고기류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끓이는 나베. 지역마다 육수의 맛과 재료의 종류가 매우 다양함.

스키야키(すき焼き)

얇게 썬 소고기, 파, 배추, 쑥갓, 표고버섯, 후(麩; 밀가루의 글루텐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유부와 같은 형태와 식감) 등의 재료를 간장, 설탕, 술 등으로 양념을 넣고 철나베에 볶은 뒤, 야채에서 나온 수분으로 자작하게 끓이듯 하여 먹거나, 취향에 따라 다시마 육수, 물, 술 등을 더해 끓여 먹음. 대체로 달걀에 고기를 찍어 먹음.

모츠나베(もつ鍋), 호르몽나베(ホルモン鍋)

곱창 전골. 돼지나 소의 내장을 넣은 나베 요리.

이소나베(磯鍋)

해물 나베. ‘이소(磯)’는 돌이 많은 해안가를 뜻함. 

오뎅(おでん)

한국에서는 ‘오뎅’이라고 하면 ‘어묵’만을 뜻하지만, 일본의 ‘오뎅’은 생선살을 다져 튀긴 ‘사츠마아게(さつま揚げ)’, ‘한펜(はんぺん)’, ‘치쿠와(竹輪)’를 비롯, 곤약, 무, 규스지(牛すじ; 소의 아킬레스), 삶은 달걀, 아츠아게(厚揚げ; 두부를 두껍게 썰어 튀긴 것) 등을 넣은 나베 요리를 말함. 

유도후(湯豆腐; 유두부)

두부, 물, 다시마를 담백하게 끓여 양념인 츠케다레에 찍어 먹는 두부 전골. 

미즈타키(水炊き)

물, 닭고기, 야채 등을 넣고 끓인 나베 요리.

지리나베(ちり鍋)

생선을 토막썰기 해 배추 등의 야채, 두부 등으로 국물 있게 끓인 나베 요리. 지리나베의 생선으로 대표적인 것이 ‘후구(ふぐ)’, 즉 ‘복어’. 한국의 ‘복지리’는 ‘지리나베’와 관련이 있었던 것.

샤부샤부(しゃぶしゃぶ)

얇게 썬 고기를 다시 국물에 넣어 익혀 고마타레(ゴマダレ; 깨소금을 갈아 넣은 타레) 등에 찍어 먹는 요리. 소고기를 주로 샤부샤부로 먹지만, 돼지고기나 닭고기, 복, 문어, 방어, 도미, 게 등도 샤부샤부로 먹을 수 있음. 샤부샤부한 고기를 식혀 야채를 곁들여 내는 ‘레샤부(冷しゃぶ)’도 있음. 

독특한 나베 요리

밀푀유나베(ミルフィーユ鍋)

부타바라(豚バラ), ‘삼겹살’과 하쿠사이(白菜), ‘배추’를 겹겹이 포개(重ね) 끓이는 밀푀유 나베. 일본에서는 ‘豚バラと白菜の重ね鍋(부타바라토하쿠사이노카사네나베)’라고도 부릅니다. 프랑스어로 ‘1000’을 뜻하는 ‘mille’과 ‘잎’을 뜻하는 ‘feuille’이 더해진 ‘밀푀유’는 바삭바삭한 얇은 파이가 겹겹이 층을 이루는 과자를 부른 이름인데, 한국과 일본에서는 ‘밀푀유 나베’가 유행, 어엿한 나베 요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소고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돼지고기 삼겹살로 만드는 것이 기본~ 일본에서는 2010년 다시 제품의 CM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도테나베(土手鍋)

나베의 안쪽 가장자리에 된장을 발라, 굴(カキ), 두부, 야채 등을 넣고 끓이는 나베. 히로시마(広島)현의 나베 요리로 유명합니다. 본래는 굴을 넣은 ‘カキの土手鍋’를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된장으로 맛을 낸 나베를 ‘도테나베’, ‘도테나베풍(土手鍋風)’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먹기 전에 된장을 입맛에 맛게 조금씩 국물 안으로 넣는 것이 특징! 

창코나베(ちゃんこ鍋)

스모(相撲) 선수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스모베야(相撲部屋)’의 식사를 ‘창코(ちゃんこ)’라고 합니다. 그중 나베 요리가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창코나베’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들어지는데요.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중시하는 스모 선수들이 먹는 주요 음식인 만큼, 일반인들 몸에도 좋은 것은 당연합니다. 스모 경기가 열리는 ‘료고쿠고쿠기칸(両国国技館)’ 근처에 창코나베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여럿 있습니다.

야미나베(闇鍋)

각자 가져온 독특한 재료로 어둠 속에서 나베를 만들어 먹는 나베 파티를 ‘야미나베’라고 합니다. 맛보다는 재미를 위한 일종의 ‘게임’ 같은 느낌. 일단 자기 그릇으로 옮긴 것은 전부 먹어야 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오늘날의 예능 게임의 ‘복불복’ 같은 느낌이지만 그 전통은 천 년도 더 전인 헤이안 시대(平安時代)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나베 요리의 마무리, ‘締め(시메)’

국물을 먹고 그대로 끝내기엔 뭔가 아쉽죠. 나베 요리의 마무리로 여러 재료를 넣어 먹는 것을 ‘시메(締め, 〆)’라고 합니다. 우동, 소면, 하루사메(春雨; 전분으로 만든 면), 중화면(라멘, 야키소바에 쓰이는 면) 등의 면, 떡, 후(麸) 등을 넣어 먹기도 하고, 한국의 ‘죽’처럼 ‘밥’과 ‘달걀’을 넣어 끓여먹는 ‘조스이(雑炊)’도 시메 메뉴로 인기입니다.

나베모노 지수(鍋物指数), 지역별 나베 요리

쌀쌀해지면 생각나는 나베 요리. 하지만 어떤 나베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땐 일본기상협회(日本気象協会)의 나베모노 지수(鍋物指数)가 참고가 될 듯합니다. 그날그날의 기온과 풍속, 체감온도, 습도 등을 계산해 각 지역별로 나베 지수를 나타내는데요. 나베 지수가 가장 높을 때는 ‘기온이 낮고 공기가 건조할 때’라고 합니다. 제안되는 나베들이 일본 각 지역의 ‘향토요리(郷土料理)’로 꼽히는 나베 요리들이라 일본 나베 요리에 대한 지식도 섭렵할 수 있습니다. 

<나베모노지수에 소개된 일본 나베들(예)>

  • 이바라키(茨城)현의 앙코나베(あんこう鍋): 니시니혼, 즉 일본의 서쪽 지방들에서 ‘후구지리’, 즉 ‘복어’을 사용한 나베를 즐겨 먹는다면, 히가시니혼, 즉 동쪽 지방들에서는 ‘앙코’, ‘아귀’를 사용한 나베 요리를 즐겨 먹는다고~

  • 시가(滋賀)현 카모스키(鴨すき): 카모(鴨; 오리)를 주재료로 한 나베. 

  • 후쿠이(福井)현의 카니나베(かに鍋): 카니(かに; 게)를 주재료로 한 나베.

  • 야마나시(山梨)현의 호우토우나베(ほうとう鍋): 두께가 두껍고 짧은 밀가루 면을, 호박 등 야채를 넣은 된장 국물에 넣어 끓인 나베. 일종의 된장 칼국수.

  • 아키타(秋田)현의 키리탄포나베(きりたんぽ鍋): 멥쌀을 다져 막대에 감아 만든 떡을 구운 ‘탄포모치(たんぽ餅)’를 먹기 좋게 자른 ‘키리탄포(きりたんぽ)’를 닭육수에 넣고 끓임. 

  • 홋카이도(北海道)의 이시카리나베(石狩鍋): 주재료는 연어(鮭), 된장으로 맛을 냄.

  • 아이치(愛知)현의 카시와노히키즈리(かしわのひきずり): 닭고기를 사용한 스키야키. ‘카시와(かしわ)’는 ‘닭고기’를 뜻하고, ‘히키즈리(ひきずり)’는 ‘스키야키’라는 의미로 쓰임.  

*일본기상협회 홈페이지 ‘나베모노 지수’ 코너 https://tenki.jp/indexes/hot_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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