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매번 일식만 먹으라는 법은 없죠? 중국음식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일본의 중화요리 “주카(中華)”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내용 구성>
◆일본 중국음식점 단골 디저트, 안닌도후(안닌두부, 행인두부)
탄탄멘(탄탄면)과 마보도후(마파두부)
종류도 많고, 가게도 많은 일본 중화요리. 뭘 먹어야 할지부터 고민됩니다. 그럴 때는 기본부터 확실히 잡고 들어가는 것이 좋겠죠? 일본에서 ‘중화요리 좀 한다’는 집에 갔을 때는 메뉴판에서 ‘탄탄멘’과 ‘마보도후’를 먼저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인 만큼 각 가게에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기 때문에 여러 가게에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
탄탄멘(担々麵), 시루나시탄탄멘(汁なし担々麵)
탄탄멘이 어떤 맛인지는 예상이 되시죠? 톡 쏘는 산쇼(山椒; 산초)의 자극적인 맛과 고소한 피낫츠(ピーナッツ; 땅콩)가 만들어내는 하모니! 일본에서는 ‘탄탄멘’ 앞에 ‘피리카라(ピリ辛; 톡 쏜느 매운맛)’이라고 빨간 고추 두세 개와 함께 표시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한국의 빨간 고추 아이콘과는 엄연히 다른 의미이니 걱정하지 않고 주문하셔도 됩니다. ‘특별히 매우니 주의’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에 따라 매울 수 있습니다’의 의미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탄탄멘은 알겠는데 ‘시루나시탄탄멘(汁なし担々麵)’은 뭐지? 시루(汁)는 국물, 나시(なし)는 없음. 즉, 국물 없는 탄탄멘이라는 뜻입니다. 면 밑에 깔린 양념과 면 위에 올린 고기와 야채를 비벼서 먹게 됩니다. 덥거나 국물이 부담스러운 때에는 산뜻하게 즐길 수 있는 별미입니다.
[별첨] 탄멘(タンメン), 마제소바(まぜそば), 츠케멘(つけ麺)
탄탄멘과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는 ‘탄멘’. ‘탄탄멘’과 ‘마보도후’가 있는 중국 레스토랑에 ‘탄멘’이 함께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도쿄가 속한 간토지방에서 자주 먹는데요. 탄탄멘에 비해 일본에 훨씬 더 정착되어 ‘주카(중국음식)’보다 ‘라멘’처럼 거의 ‘일본 요리’에 가까워진 면 요리입니다. 따라서 본격 중국 레스토랑보다는 ‘중화소바(中華そば)’, ‘중화면(中華麵)’ 등 라멘이 있는 가게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숙주, 양배추, 부추, 양파 등 야채가 듬뿍 들어 있는 느낌이지만 ‘차슈(돼지고기 편육 느낌)’를 더한 ‘차슈 탄멘’ 등 고기 토핑을 얹은 탄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마제소바(まぜそば)’는 2000년대 후반에 들어 보급된 비교적 최신 요리입니다. ‘타이완 마제소바(台湾まぜそば)’ 등으로도 불려 ‘대만 요리인가?’ 싶지만, 역사 면으로 봐도 그렇듯 일본에서 창작한 중화 요리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마제소바의 ‘마제루(混ぜる)’, 즉 ‘섞다, 비비다’에서 따온 이름처럼 매콤하게 양념한 민치(다진 고기)에 파, 부추 등을 넣고 비벼먹는 면이죠. 비벼 먹는 양념에 기름을 충분히 사용하기 때문에 ‘아부라소바(油そば)’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소바’라는 이름 때문에 한국에서 생각하는 메밀소바 면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소바’는 ‘중화소바’, 즉 ‘라멘’에 사용하는 ‘중화면’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마제소바는 중국음식점에서는 보기 어렵고 따로 전문점이 있는 편이고, 시루나시탄탄멘보다 조금 뒤 늦게 보급되었다는 점에서 시루나시탄탄멘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도 추정됩니다. 중화요리 느낌이 강한 탄탄멘보다는 완전히 일본 요리로 정착한 ‘츠케멘(つけ麺; 국물에 면을 찍어먹는 일본의 면 요리)’ 쪽과 더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마보도후(麻婆豆腐、マーボー豆腐), 스이교자(水餃子)
마파두부의 발음이 일본어로는 ‘마보도후’가 된다는 것만 알면, 워낙 클래식한 메뉴라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밥이 많이 필요한 분들은 ‘고항오카와리(ご飯お替り)’라는 단어가 필요하겠죠? 밥을 무료(無料; 무료)로 추가해주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음식점에 따라 ‘시센(四川)’, 즉 ‘사천’ 지방의 마파두부를 메뉴에 올린 가게들도 있습니다. ‘시센’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사천 음식보다는 훨씬 맛이 순하니 매콤한 걸 좋아한다면 걱정하지 말고 도전!
일본의 중국 음식점들에서는 스이교자(水餃子; 물만두)와 슈마이(焼売、シュウマイ)를 2개(2個)씩 판매하기도 하니 함께 즐겨보는 게 좋겠죠? 단, 야키교자(焼き餃子)의 경우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중국음식점의 만두는 ‘물만두’가 대세~ 라멘, 탄멘, 마제소바 집에서는 야키교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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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국음식 대표 식사 메뉴
일본에서 이왕 중국음식을 먹는다면 일본에만 있는 메뉴를 먹어보고 싶은데~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일본 중국음식점에서는 아주 대표적인 식사 메뉴 ‘칭자오로스’와 ‘호이코로’는 어떨까요?
칭자오로스(チンジャオロース、青椒肉絲)
모습을 보면 ‘고추잡채!’ 하는 반응이 나오는 칭자오로스. 고추잡채의 꽃, ‘꽃빵’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쉽겠지만, 일본에서는 밥과 함께 먹습니다. 한국의 고추잡채보다 조금 덜 맵고 순해서 밥과 잘 어울립니다. 피망과 돼지고기(소고기인 경우도 있을 수 있음)를 잘게 채썰어 볶은 요리입니다.
호이코로(ホイコーロー、回鍋肉)
중국 사천성 출신의 중화 요리사가 일본에 전파했다고 전해지는 호이코로. 중화풍 돼지고기 두루치기라고 생각하면 되는 요리로, 중국의 호이코로가 마늘쫑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양배추를 풍부하게 사용합니다. 양배추와 돼지고기가 모두 주연인 느낌으로 고기 기름에 볶아진 양배추가 별미. 매콤한 버전과 조금 덜 매콤한 버전이 있고, 역시 밥과 함께 먹습니다.
차항(チャーハン)
한국에서는 짜장면, 짬뽕에 밀리는 3인자지만, 일본 중화에서는 단연 인기인 차항. ‘볶음밥’입니다. 어느 가게에서든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달걀과 돼지고기를 사용한 심플한 차항과 에비차항(エビチャーハン; 새우볶음밥)이 인기지만, 가게에 따라 다양한 차항을 준비해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마치주카(町中華)’, 즉 ‘동네 중국집’에 해당하는 작고 오래된 중국집들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고급 중국 음식점・레스토랑과 ‘요리’보다는 ‘짜장면’, ‘짬뽕’이 메인인 중국집이 있죠? 이 ‘중국집’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마치주카’입니다. 마치주카 붐이 일면서 ‘마치주카 차항 4대 천왕’ 등의 리스트들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고모쿠앙카케야키소바(五目あんかけ焼きそ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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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쿠(五目): 새우, 돼지고기, 배추, 당근, 목이버섯, 잎채소(시금치, 양배추, 배추 등), 가마보코, 메추리알, 죽순 등 여러 재료를 골고루 볶아 넣은 야키소바나 차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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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케(あんかけ): ‘앙(あん、餡)’을 ‘카케루(掛ける; 끼얹다)’. 물이나 다시에 전분을 넣어 걸죽하게 만든 소스. ‘앙카케야키소바(あんかけ焼きそば)’란 야키소바 위에 앙을 끼얹은 야키소바. 일반적인 일본의 ‘야키소바’처럼 면에 양념이 되어 있지는 않아 짜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일본에서 급식 반찬, 에키벤이 된 딤섬, 슈마이
다진 돼지고기를 밀가루로 감싸서 찐 ‘딤섬(点心; 텐신)’을 일본에서는 ‘슈마이(焼売、シューマイ)’라고 부르며 즐겨 먹습니다. 광동어 발음에서 따온 외래어입니다. 1950년대 중반~1960년대부터 학교 급식으로 제공될 정도로 일본에서는 지명도가 높은데요. 에키벤 등의 벤토로도,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만화 <고독한 미식가>에 ‘슈마이 에키벤’이 등장합니다. 특이하게 줄을 당기면 증기가 발생해 10분 정도 만에 슈마이를 쪄먹을 수 있는 ‘가열식 슈마이 벤토’를 주인공 고로가 굉장히 민망해하며 먹죠.
일본 중국음식점 단골 디저트, 안닌도후(안닌두부, 행인두부)
일본 중국 음식점에서는 디저트로 ‘안닌도후(杏仁豆腐)’를 즐겨 먹는 이들이 많습니다. 콘비니(편의점) 푸링 옆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데요. 1367년의 문헌에 ‘안닌(杏仁)’이라는 표기가 등장했으니 역사가 꽤 길죠. ‘안닌’이란, ‘안즈(杏子; 살구)’의 씨로, 폐 기능을 좋게 하는 약재로 오랫동안 쓰여 왔습니다. 안닌도후에 쓰이는 살구는 약용 살구가 아닌 단맛을 내는 ‘텐쿄닌(甜杏仁)’이라는 살구입니다.
살구씨의 껍질을 벗기면 우윳빛의 뽀얀 알맹이가 나오는데요, 이것을 가루로 빻아 안닌도후를 만듭니다. 한천(젤라틴)을 물에 풀어, 우유, 물, 안닌소(杏仁霜)와 섞은 뒤 끓어오르기 직전까지 데우고, 설탕을 섞은 뒤, 얼음에 담긴 볼에 넣어 완전히 식히면, 우유푸딩 같은 안닌도후가 완성됩니다. 원래는 딱딱하게 만들어 과일과 시럽을 더해 프루츠 펀치 스타일로 차게 즐겼다고 하는데요.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중화 디저트로 보급되면서 푸링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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