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마츠리(여자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는 날)의 장식, 음식에 담긴 일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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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1

일본에는 여자아이의 날, 남자아이의 날이 따로따로~ 3월 3일 모모노셋쿠(모모절구)・ 히나마츠리, 5월 5일 탄고노셋쿠(단오절구)의 볼거리, 먹을거리를 들여다봅니다.

<내용 구성>

◆계절의 마디, 신에게 건강과 무탈을 기원하는 셋쿠(節句; 절구)

◆1, 3, 5, 7, 9월. 5개의 절구(節句), 고셋쿠(五節句・五節供)

◆히나마츠리, 히나닌교(히나인형) 장식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히나마츠리에는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계절의 마디, 신에게 건강과 무탈을 기원하는 셋쿠(節句; 절구)

일본에서 생활하다 보면 ‘OO셋쿠(節句; 절구)’라는 표현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어려운 이름의 무슨무슨 명절이겠거니, 그냥 넘기게 되기 쉽지만, 눈에 띄는 장식, 마츠리(축제), 먹거리와 연결되어 곳곳에 녹아들어 있어, 모른 채로 지나치기에는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번 기회에 간단히 개념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한국과는 다른 일본 문화를 꼼꼼히 즐겨볼까요?

‘셋쿠(節句)’의 ‘節’이란 ‘마디’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중국 당나라의 역법(달력)에서 ‘계절의 마디’가 되는 날을 지정했던 것이 ‘셋쿠’의 유래입니다. 

셋쿠의 날짜는 ‘홀수’와 관련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짝수를 ‘구수(偶数; 2로 나누어 떨어지는 수)’, 홀수를 ‘기수(奇数; 2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수)’라고 하고, ‘기수’를 발음이 같은 한자인 ‘기수(喜数)’, 즉 ‘기쁜 수’, ‘길한 수’로 여겼습니다. 

[참고] 예외적으로 ‘구수(짝수)’ 중에서 ‘8(八)’은 끝부분이 갈수록 넓어진다(末広がり; 스에히로가리)고 해 길한 숫자로 사랑받아왔습니다. 

1, 3, 5, 7, 9월. 5개의 절구(節句), 고셋쿠(五節句・五節供)

중국의 역법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일본의 전통적인 예법과 결합하게 됩니다. 길한 숫자인 ‘기수’는 ‘음양(陰陽)’ 중 ‘양(陽)’에 해당하지만 이 양이 겹치는 날짜들은 오히려 양의 기운이 ‘너무 세어’ 곧 ‘음’으로 바뀔 위험이 있는 날짜로 생각, 신(神)에게 공물(供え物; ‘장식’과 ‘음식’ 등)을 바치고 ‘무병식재(無病息災; 무뵤쇼쿠사이)’, 즉 ‘병에 걸리지 않고, 재해를 피하도록’ 기원했습니다. 처음에는 귀족들만의 문화였던 것이 에도시대에 막부에 의해 다섯 개의 날이 휴일로 제정되면서 서민들 사이에도 널리 보급되었는데요. 이를 ‘다섯 마디 공물의 날’이라는 의미의 ‘고셋쿠(五節供)’라고 불렀습니다(발음이 같은 한자를 사용해 ‘五節句’라고도 함). 국가 지정 공식 휴일이었던 ‘고셋쿠’는 메이지시대에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화로서 일상생활 속에 남아 있습니다. 

  • 1월 7일 나나쿠사노셋쿠(七草の節句): 7가지의 풀인 ‘나나쿠사(七草)’로 쑨 ‘나나쿠사가유(七草粥)’를 먹으며 건강 기원. 원칙대로는 1이 두 번 겹치는 ‘1월 1일’이어야 하나 이날은 ‘간지츠(元日)’라는 별도의 의미를 가지므로 1월 7일로 지정.

  • 3월 3일 모모노셋쿠(桃の節句): 여자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며 ‘히나닌교(雛人形)’를 계단식으로 장식함. ‘히나마츠리(ひな祭り)’라고도 불림.

  • 5월 5일 탄고노셋쿠(端午の節句): 남자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는 날. 같은 날에 국민 축일(휴일)인 ‘子どもの日(코도모노히)’를 제정. 계절 식물은 ‘창포(菖蒲; 아야메)’로, ‘아야메노셋쿠’로도 불림.’

  • 7월 7일 사사노셋쿠(笹の節句): 타나바타(七夕), 즉 ‘칠석’. ‘호시마츠리(星祭り)’라고도 불림. 가는 대나무인 ‘사사(笹)’에 소원을 담은 메시지를 매달고 기원하는 날.

  • 9월 9일 키쿠노셋쿠(菊の節句): ‘쵸요(重陽)’ 즉 ‘중양절’. 국화(키쿠)를 즐기는 ‘키쿠마츠리(菊祭り)’가 개최됨.

히나마츠리, 히나닌교(히나인형) 장식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신성한 나무로 여겨진 복숭아가 꽃피우는 계절, 양(陽)이 겹치는 3월 3일에 신에게 여자아이의 성장을 기원하는 날. 이날이 ‘히나마츠리(ひな祭り)’로 불리게 된 건, 말 그대로 ‘히나마츠리’가 치러졌기 때문인데요. 1629년 교토에서 천황이 자신의 딸을 위해 치러지면서 일본 전체에 ‘히나마츠리’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에도의 막부에서 같은 날을 ‘고셋쿠(5개의 절구)’의 하나인 ‘모모노셋쿠(桃の節句)’로 지정하면서 이벤트의 규모가 커지게 되었습니다. 

히나닌교(雛人形; 히나인형)

‘닌교(人形)’는 ‘인형’, 즉 사람을 본따 만든 것입니다. 본래는 풀로 사람을 본떠 만든 단순한 인형을 물가에 띄워보내며 딸아이의 건강을 지켜주십사 빌었던 ‘나가시비나(流し雛)’를 치렀지만, 에도시대의 ‘히나마츠리’의 보급과 함께 당시 발전된 인형 제작 기술을 총동원한 화려한 인형을 집 안에 장식하고 감상하는 ‘히나닌교(雛人形)’들이 등장했습니다. 

>> 지금도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는 ‘나가시비나(流し雛)’

궁중의 인물들을 인형으로 만든 ‘인형 세트’로, 가장 대표적인 인형이 천황과 황후 인형 세트인 ‘다이리비나(内裏雛)’입니다(천황의 궁전을 ‘다이리(内裏)’라고 하는 데서 붙은 이름). 이중 천황 인형을 ‘오비나(男雛)’라고 하고, 황후 인형을 ‘메비나(女雛)’라고 합니다. 이 두 인형만을 장식하는 것을 ‘신노카자리(親王飾り)’라고 합니다.

[참고] ‘오다이리사마(お内裏様)’는 천황 인형, ‘오히나사마(お雛様)’는 황후 인형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져 사용되고 있지만, 정식 표현으로는 각각 ‘오비나’, ‘메비나’고, ‘오히나사마’는 장식된 인형 전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계단식 단에 여러 인형을 장식하는 것을 ‘단(段飾り)’라고 합니다. 다이리비나(오비나와 메비나)의 아랫단인 두 번째 단에는 3인의 궁녀가, 그 다음 단인 세 번째 단에는 5인의 악인(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네 번째 단에는 고위 관료인 사다이진(左大臣)과, 우다이진(右大臣), 다섯 번째 단에는 호위무사 3인이 장식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형의 수가 변형되기도 합니다.

히나마츠리가 점점 화려해지면서 실제 사람 크기의 히나닌교까지 등장하자, 에도막부에서는 인형의 크기를 24cm 이하로 제한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장식하고 감상할 뿐 아니라 누구 히나닌교가 제일 예쁜가, 서로의 히나닌교를 자랑하는 ‘히나아와세(ひな合わせ)’, 가마 탄 히나닌교, 술, 떡을를 들고 친척 집을 방문하는 ‘히나노츠카이(雛の使い)’, 히나인형을 들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 산과 들로 나가 히나인형에게 세상구경을 시켜주는 ‘히나노쿠니미세(雛の国見せ)’ 등 다양한 방식으로 히나닌교를 가지고 놀았다고 합니다.

츠루시비나(つるし雛)

천으로 만든 작은 인형과 장식을 곶감처럼 주렁주렁 실로 매단 것을 ‘츠루시비나’라고 합니다(‘매달다’라는 뜻의 ‘吊るす’와 ‘히나’가 합쳐진 말). 고가의 히나닌교를 구할 수 없던 일반 서민 가정에서 엄마와 할머니가 오래된 옷을 잘라 생활용품, 음식, 꽃, 동물을 만들어 매달아 여자아이가 앞으로의 삶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색동저고리’ 정신으로 만든 여자아이를 위한 미니어처 커튼이라고 할까요? 의미를 알고 나니 더 예쁘게 느껴집니다. 

*暮らしの歳時記 <上巳:3月3日 桃の節句> http://www.i-nekko.jp/nenchugyoji/gosekku/jyoushi/

히나마츠리에는 어떤 음식을 먹을까?

히시모치(菱餅)

지역에 따라 색의 종류와 수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붉은색(복숭아색), 초록색, 흰색의 세 가지 색으로 만드는 떡으로, ‘히시가타(菱形)’, 즉 ‘마름모’ 모양으로 잘라 ‘히시모치’라고 불립니다.

원래 중국에서는 3월 3일에 쑥떡, 즉 초록색 떡만을 만들어 먹었다고 하는데요. 일본에 전래되면서 떡의 색과 종류가 추가된 것이 흥미롭습니다.

  • 초록색 떡: 좋은 향기로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요모기(ヨモギ, 쑥)’로 만든 떡.

  • 흰색 떡: 히시노미(菱のみ), 즉 히시의 열매를 넣은 떡. 히시는 연못 등 고인 물의 진흙에 뿌리를 내리는 부엽식물로 한국어로는 ‘마름’(물에서 자라는 밤이라는 뜻으로 ‘물밤’이라고도 불림). 혈압을 낮추는 효능이 있음. 에도시대에 추가됨.

  • 붉은색(복숭아색) 떡: ‘붉은색’은 대대로 악(액)을 물리치는 색으로 여겨짐. ‘구치나시(クチナシ)’ 즉 치자의 열매인 ‘구치나시노미(クチナシの実)’를 넣어 만듦(치자의 붉은 열매는 해독 효과가 좋다고 함). 메이지시대에 추가됨. 

삼색 떡을 쌓을 때 두 가지 방법으로 쌓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밑에서부터 초록색->흰색->붉은색으로 쌓아 눈 밑에서 싹이 터 꽃을 피운 모습을 나타내거나, 흰색->초록색->붉은색으로 눈 속에서 싹이 터 꽃을 피운 모습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참 시적이죠? 이 세 가지 색은 ‘히나마츠리 컬러’로 각종 장식에도 이용됩니다. 

히나아라레(ひなあられ)

‘뻥튀기’를 일본어로 ‘퐁카시(ポン菓子)’라고 합니다. 퐁카시에 설탕 등으로 달콤한 맛을 더한 과자가 ‘히나아라레’입니다. 간토 지방에서는 히나마츠리 삼색 컬러를 사용하지만, 간사이 지방의 히나아라레는 소금, 간장으로 맛을 내 달지 않고, 색도 흰색과 갈색입니다. 일반적으로 ‘아라레(あられ)’라고 하면 간사이 지방의 히나아라레와 비슷한 과자를 말합니다. 히시모치를 잘게 잘라 볶아 만든 것이 ‘히나아라레’의 시작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시로자케(白酒)

원래 모모노셋쿠 때는 복숭아꽃을 술에 담가 마시는 ‘토카슈(桃花酒)’를 마셨지만, 에도시대 때부터는 ‘시로자케(白酒)’를 마시는 것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시로자케는 소주나 미림에 찐 찹쌀이나 쌀누룩을 섞어 1개월 정도 숙성시킨 술입니다. 달달하기는 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10퍼센트 전후로 마시는 것은 어른들만. 술지게미를 사용하지 않고 밥에 쌀누룩을 섞어 하룻밤 두었다가 마시는 ‘히토요자케(一夜酒)’는 ‘사케(酒)’라는 이름과 달리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아 어린이들도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쌀에 엿기름(맥아)를 썩어 만드는 식혜(감주)와 비슷하죠? 

하마구리(ハマグリ, 蛤) 국, 치라시즈시(ちらし寿司)

대합(하마구리)를 사용한 국, 새우, 연근, 콩, 미츠바, 달걀, 당근 등을 화려하게 올린 치라시즈시도 히나마츠리의 단골 메뉴입니다. 사용되는 재료 하나하나에 여아의 건강한 성장을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치라시스시’란?

*暮らしの歳時記 <ひな祭りの行事食> http://www.i-nekko.jp/gyoujishoku/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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