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자이(漫才)'는 ‘만담’과 같은 것일까? ‘오와라이(お笑い)’는? 일본 문화와 관련해 자주 들리는 ‘보케’와 ‘츳코미’, ‘네타’의 정확한 의미는? 만자이와 이야기 예술의 전통과 변천, 용어를 소개합니다.
<내용 구성>
◆ 일본의 전통 이야기 예술 '하나시게(話芸)': 코단, 라쿠고, 로쿄쿠, 만자이
◆ ‘만자이’ 변천사: 음악을 사용한 '만자이(萬歳・万才)'에서 재밌는 대사를 주고 받는 '만자이(漫才)'로
◆ 만자이의 두 가지 역할 보케(ボケ)와 츳코미(ツッコミ)
◆ 그 밖에 알아두면 좋은 만자이, 오와라이(お笑い) 용어
‘요세’에서 펼쳐지는이야기들
‘만자이’는 '2명 내지 그 이상의 복수로 구성된 요세(寄席) 연예(演芸)의 일종'입니다. 그에 비해 ‘만담’은 한 사람이 진행하는 장르~ '연예계', '연예인'이라는 한국어 단어에서도 자주 보는 '연예(演芸)'란, '대중 앞에서 음악, 무용, 만담, 마술, 쇼 따위를 공연함. 또는 그런 재주[표준국어대사전]'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요세(寄席)'란 무엇일까요? ‘만자이’의 세계를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요세(寄席)란?
일본의 도시에 있는 코단(講談), 라쿠고(落語), 로쿄쿠(浪曲), 만자이(萬歳・漫才) 등의 연예를 관객에게 보이는 흥행 시설을 '요세(寄席)'라고 합니다.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관객들을 향해 앉아 간소한 마이크, 부채, 방석 등을 소품으로 기예를 펼치는 '무대'가 있는 공연장 정도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진 속의 건물은 신주쿠에 있는 요세 '스에히로테(末廣亭)'입니다. 요세에서 연기자가 앉는 자리는 객석보다 한 단 높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코자(高座)'라고 불립니다. 요세의 무대=코자인 셈이죠.
추천 기사
일본의 전통 이야기 예술 '하나시게(話芸)': 코단, 라쿠고, 로쿄쿠, 만자이
코단(講談)
'샤쿠다이(釈台)'라고 불리는 작은 탁자 앞에 앉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부채인 '하리오우기(張り扇)'를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면서 일본 전국시대의 명장이나 다이묘(무사인 지방의 영주)들의 무공을 이야기로 풀어낸 '군키모노(軍記物)'를 이야기하는 전통예능. '코단'을 들려주는 예인을 '코단시(講談師)'라고 함. '토가키(ト書き)'라고 하는 '인물의 동작이나 장면을 설명하는 문장'을 치밀하게 엮어나가는 것이 '코단'의 핵심. 지금과 같은 코단의 공연 형태는 에도시대부터 유래된 것으로 이야기됨.
[참고] '코단시'인 '6代目神田伯山(6대째 칸다 하쿠잔)'이 '코단'에 관한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yAXZHJ-iFto
라쿠고(落語)
에도시대부터 시작되어 전승되고 있는 '이야기를 연기하는' 전통 예능. ‘라쿠고카(落語家)’들에 의해 공연되며, 혼자서 몇 개의 역할을 동시에 연기해내는 것이 특징. 자부통(座布団), 즉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센스(扇子; 부채), 데누구이(手ぬぐい; 수건) 정도의 간단한 도구를 사용해가며 연기합니다. 도구로 표현이 되지 않는 경우는 팬터마임처럼 몸짓으로 없는 물건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동작을 ‘시구사(仕草)’라고 합니다.
[참고] 라쿠고 7대째 다테카와 단시(7代目立川談志)가 공연한 라쿠고의 고전 『쥬겐무(寿限無)』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Mfnjo6urmsA
로쿄쿠(浪曲)
메이지시대부터 시작된 전통 예능. '나니와부시(浪花節)'라고도 불림. '로쿄쿠시(浪曲師)'가 샤미센(三味線) 반주에 맞춰 한 편당 30분 정도 이야기를 펼침. 라쿠고, 코단과 함께 '일본 3대 이야기 예술(話芸; 하나시게)'로 꼽힘.'코에(声; 발성)', '후시(節)'와 '탄카(タンカ)'라는 이야기 기술 등을 활용해 '로쿄쿠시' 개개인의 독자적인 무대가 펼쳐짐.
[참고] 로쿄쿠시 미나토야 코류(港家小柳)의 퍼포먼스가 담긴 영화 <미나토야 코류 IN-TUNE> 예고편 https://youtu.be/aOiQH1EQkZM
만자이(萬歳・漫才)
콤비를 이룬 2인에 의한 익살스러운 주고받기, 대화로 관객을 웃기는 전통 예능. 헤이안시대(平安時代) 이래부터 있었던 전통 예능인 '萬歳(만자이)'가 오늘날의 '漫才(만자이)' 발전된 것으로, 원래는 '츠즈미(鼓)'라고 하는 작은 장구 같은 악기를 이용해 '모치우타(持ち歌)'라고 하는 자신이 잘 부르는 노래를 불렀음. 오늘날에는 요세뿐 아니라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인기를 얻고 있음. 만자이를 하는 예인들을 '만자이시(漫才師)'라고 함.
<여기서 잠깐!>
Q '만자이'와 만담(漫談)의 차이는?
만담은 혼자서 진행, 만자이는 두 명 이상이 진행하는 차이가 있음.
Q '만자이'와 '콩트(コント)'의 차이는?
만자이가 무대에 올라 자신들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하는 반면, 콩트는 이러한 소개 과정 없이 어떤 상황을 '연기'하는 것이 다름.
[참고 1] 츠즈미를 사용하는 만자이의 예. 만자이콤비 '스에히로가리즈(すゑひろがりず)'의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qa3kGdWKrBQ
[참고 2] 유명 만자이 콤비 '夢路いとし・喜味こいしの漫才(유메지 이토시・키미 코이시의 만자이)'의 <징기스칸 요리(ジンギスカン料理)>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sEjTC9u_-YM
‘만자이’ 변천사: 음악을 사용한 '만자이(萬歳・万才)'에서 재밌는 대사를 주고 받는 '만자이(漫才)'로
헤이안 시대부터 계속되어온 만자이는 그 역사만큼이나 종류와 스타일이 개발되고 변화되어왔습니다. 복장도 일본식에서 양복으로 바뀌었고, 음악을 풍부하게 사용하던 만자이에서 대화를 위주로 한 만자이로 변화해왔습니다. 그런 까닭에 읽기는 똑같이 '만자이'로 읽어도 사용되는 한자는 크게 세 종류. 각 표현이 지칭하는 만자이의 스타일이 다릅니다.
-
萬歳(만자이): '万才'가 등장하기 이전의 전통적인 만자이를 말함. 종류는 다양하지만 악곡을 사용하고 일본식 옷을 입음.
-
万才(만자이): 메이지시대 말기, 봉오도리(盆踊り) 등에서 춤을 추기 위한 곡을 노래하는 '온도(音頭)'들이 만자이를 하게 되면서 기존의 ' 萬歳'보다 훨씬 춤곡에 가까운 음악을 사용하고, 중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끼워넣는 형태의 만자이가 등장. 이들의 만자이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간판 등에서 '万才'라는 새로운 표기를 사용함. 오늘날의 만자이에 비하면 '민요', '노래'에 가까운 것이 특징. 일본식 옷을 입음.
-
漫才(만자이): 1930년(쇼와 5년), 요시모토흥행부(요시모토흥업의 전신) 소속 콤비 '요코야마 엔타츠(横山エンタツ)・하나비시 아챠코(花菱アチャコ)'가 기존의 만자이시(萬歳師・万才師)들과 달리 양복을 입고 등장, 음악을 연결하는 기능으로 취급되어온 '샤베리쿠리(しゃべくり; 만자이에서의 이야기 부분)'만으로 만자이를 펼치는 획기적인 만자이를 선보임. 이 만자이스타일은 '샤베리쿠리만자이(しゃべくり漫才)'라는 스타일로 불리고 열광적인 인기를 얻음.
만자이의 두 가지 역할 보케(ボケ)와 츳코미(ツッコミ)
만자이의 기본 지식 중 기본은 '보케'와 '츳코미', 만자이의 두 가지 역할에 대한 지식입니다. 이름은 달랐지만 두 가지 역할은 고전 만자이에서부터 계속되어오는 전통입니다.
-
보케(ボケ): 만자이에서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역할. 웃음 유발을 위해 일부러 실수, 착오 등을 이야기 속에 집어 넣음.
-
츳코미(ツッコミ): 보케의 실수, 착오를 지적하며 관객들에게 웃을 포인트를 제시해주는 역할. 말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손바닥, 손등, 소도구 등으로 두드리거나 발로 차는 '도츠키(ドツキ)' 기술로 지적하기도 함.
생각보다 다양한 '츳코미' 기술>>
'츳코미'가 지적하는 역할이라고 해서 단순히 '뭐야 그게?'라거나 '도츠키'와 같은 강한 부정과 비난만을 '츳코미'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것도 츳코미가 될 수 있구나~' 츳코미에 대한 시야를 넓혀 줄 수 있는 재미있는 츳코미 기술들도 있습니다.
-
노리(ノリ) 츳코미: 보케의 실수를 바로 지적하지 않고 어느 정도 보케의 말에 동조(이러한 동조를 '노리(乗り、ノリ)'라고 함)한 뒤에 부정하는 츳코미.
-
스카시(スカシ) 츳코미: 지적을 하지 않는 츳코미. 'はいはい(네네)~' 하며 오히려 긍정의 제스처를 취함.
-
다토에(例え) 츳코미: 보케의 행동을 재미있는 비유에 빗대는 츳코미.
예. "全然話が進まないよ!1月3日の高速道路か!(전혀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되네! 1월 3일 고속도로야 뭐야!)" ->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고속도로 정체에 비유한 츳코미
-
무시: 말 그대로 보케를 무시함.
-
리액션 츳코미: 보케의 얼굴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등의 츳코미.
-
설명 츳코미: 보케의 잘못된 이해를 단순히 지적한다기보다, '지금 그럴 상황이니? 이런 식으로 해야지~'라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츳코미.
-
웃으며 츳코미: 말 그대로 보케를 보며 웃어버림.
-
보케 츳코미: '보케'에 '보케'로 응수하는 츳코미.
[참고] 콤비 내에서 '보케'와 '츳코미' 역을 정해두는 경우도 있지만, 만자이에 따라 보케, 츳코미 역할을 정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명이 진행하는 '트리오 만자이'의 경우에는 보케 2명, 츳코미 1명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밖에 알아두면 좋은 만자이, 오와라이(お笑い) 용어
-
네타(ネタ): 만자이나 콩트의 시나리오.
-
후리(フリ): '스지후리(筋振り)'라고도 함. 만자이에서 네타를 진행, 전개, 전환하는 역할. 보케와 츳코미 둘 중 한 사람이 후리를 맡기도 하고, 둘이 함께 후리를 맡기도 함.
-
오치(オチ): 만자이의 웃음 포인트. 오치가 먹혀들지 않았을 때는 '오치테나이(オチてない)'라는 표현을 사용.
-
콩트 만자이(コント漫才): '콩트'는 의상을 갖춰 입고 어떤 상황을 '연기'하는 것으로, 특별한 의상 없이 만자이시로서 웃음을 유발하는 '만자이'와 구별됨. 단 '콩트 만자이'는 만자이로 시작해 의상 등을 바꿔 입지 않고 그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연기해보이는 만자이의 한 유형.
-
오와라이 게닌(お笑い芸人), 오와라이 탤런트(お笑いタレント): '게닌(芸人)'은 몸에 익힌 예능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을 말함. '오와라이 게닌(お笑い芸人)'은 만자이, 콩트 등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는 뜻.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오와라이 탤런트(お笑いタレント)'의 경우, 극장, 무대에서의 네타 연기가 메인인 '오와라이 게닌'에 비해 네타 연기 비중이 적고 텔레비전 방송 출연 등을 메인으로 하는 경우가 많음.
-
핀게닌(ピン芸人): 혼자 활동하는 예인(芸人; 게닌). '핀'은 포르투갈어 'pinta'에서 유래, 주사위의 '1'을 뜻하게 되면서 '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임.
<관련 기사>
가부키, 다카라즈카, 노, 교겐은 어떤 예술? -> 일본 가부키, 다카라즈카, 노(能), 라쿠고. 일본 전통 문화 소개
가부키 가문, 가부키 집안 -> 가부키 기본 지식: 가부키 배우들의 이름, 가부키 집안의 이름(야고), 이치카와 단쥬로, 에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