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사비의 뜻과 일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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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2

일본문화의 핵심으로 이야기되며 일본인들도 개념을 공부하는 ‘와비사비’. 일본문화를 들여다보는 키워드를 공부해볼까요?

<내용 구성>

◆와비와 사비는 어떻게 다를까?

◆와비 / わび・侘び / imperfect・incomplete (불완전한 것을 재미있어한다)

◆사비 / さび・寂び / impermanent (변해가는 것을 깊이 새긴다)

◆일본인들이 ‘와비’, ‘사비’ 하면 떠올리는 것들

◆‘와비사비(Wabi-Sabi)’ 사용법

와비와 사비는 어떻게 다를까?

와비사비(わびさび). 한 단어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와비(わび)’와 ‘사비(さび)’. 두 가지 다른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는 표현입니다. 와비와 사비의 차이를 설명하기란 일본인들에게도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데요. 그래서일까요? 2020년 5월~9월에 오사카의 이츠오미술관(逸翁美術館)에서 ‘와비와 사비는 어떻게 다를까(わびとサビとはどう違う)?’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미술관의 센카이 요시유키(仙海義之) 관장님이 ‘와비’와 ‘사비’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신 내용이 도움이 되겠죠? 와비도, 사비도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즐기려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각각의 의미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와비 / わび・侘び / imperfect・incomplete (불완전한 것을 재미있어한다)

「여백이 많은 그림, 비뚤거리거나 금이 간 찻사발처럼 서양인들이 보기에 '이건 불완전하다', '불충분하다' 생각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해 반대로 다른 데서 찾을 수 없는 재미를 느끼는 것. 이것이 '와비'라고 생각합니다. 

'와비'라는 말보다 조금 더 우리에게 일상적인 말로 '侘しい(와비시)'란 말이 있습니다. '이게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것이 없는 상태’죠.

예를 들면 '지금 배가 고프니 저녁 반찬이 많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고 집에 갔는데 반찬이 조금이었다. '반찬 하나만 더 있어도 좋은데. 와비시(아쉽다)...' 하는 기분.

또는 외딴 곳에 집 한 채 있는 곳에 가보니 전기도 수도도 없어 불편한 것을 '侘しい山奥の暮らし(와비시야마오쿠노쿠라시; 있을 것이 없는 산속 생활)'이라고 하거나. 손님을 대접할 때 마음 같아서는 웨지우드 찻잔이 있으면 좋겠지만 흙덩어리 같은 찻사발밖에 없어서 '이거밖에 없지만, 드세요……' 하거나. 그래도 이런 것들을 자세히 보면 '뭔가 하나하나 모양새가 재미있네' 하는 것을 알아차릴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본래 있어야 할 훌륭한 물건이 없다'거나 '물건의 수가 부족하다' 하는 상태가 '와비시'한 상태입니다. 단, 그렇다고 '와비시와비시' 하고 말하면서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로하스(ロハス;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나 '단샤리(断捨離)'와 무척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별로 물건을 갖지 않고 적은 물건으로 마음 풍요롭게 생활해나가는 스타일이 생겨났습니다. 있는 것을 즐겁게 보아나가기로 한 것이죠.

그러면서 오히려 주변의 이런저런 것에 대해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게 된 겁니다. '와비시'에서 '와비'라고 하는 미의식에 연결되어 나간 것이죠. 

메이지 시대에 오카쿠라 텐신(おかくらてんしん)이 『茶の本(차의 책)』에서 '와비'를 'imperfect'라고 훌륭하게 번역했는데, 이번에 '사비'와 나란히 하기 위해 'incomplete'라고 번역해보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단샤리(断捨離)란?

断(단): 入ってくるいらない物を断つ。(필요없는 것이 들어오면 거절한다.)

捨(샤): 家にずっとあるいらない物を捨てる。(집에 계속 있었던 필요없는 것을 버린다.)

離(리): 物への執着から離れる。(사물에 대한 집착에서 떨어진다.)

'단샤리'는 몸과 마음이 가벼운 생활, 인생을 위한 요가의 수행법들로, 2009년 야마시타 히데코의 저서에 사용되면서 일반에 널리 보급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자신과 사물의 관계에서 나아가 일, 인간관계에서 '단샤리'를 추구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통칭 '미니멀리스트(ミニマリスト)'라고 불리게 되었는데요. 저자인 야마시타 씨는 '최소도 최대도 아닌 '최적'의 양과 관계'를 추구하는 '단샤리안(断捨離アン)'을 '미니멀리스트'와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사비 / さび・寂び / impermanent (변해가는 것을 깊이 새긴다)

「이부시긴(いぶし銀; 유황으로 표현을 그을린 은)이나 스스다케(煤竹; 100~200년 동안 화롯불로 그을린 대나무) 같은 것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색의 느낌이나 촉감, 재질이 변화되어갑니다. 물건이란 대체로 번쩍번쩍한 상태일 때 환영받지만, 시간이 흘러 더욱 안정된 맛을 얻는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즐기는 것이 '사비'가 아닐는지요. 이번에 'impermanent'라고 번역해보았습니다. 

서양에서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에 비해 일본인은 영원하지 않은, 변해가는 이런저런 것에 대한 미의식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비'와 관련해서는 '寂しい(사비시)'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비시'를 가장 쉽게 설명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어버릴 때, 그건 '사비시'하죠.

또는, 월급을 받을 때는 부자인데, 월말이 되면 '懐が寂しい(후토코로가 사비시; '가진 돈이 없다'라는 관용어)'라고 합니다. '寂びれた商店街(사비레타 쇼텐가이; 인적 드문 상점가)'라거나. 십년 전에는 시끌벅적했는데 지금은 사람들 왕래가 없이 셔터가 내려진 곳이 많은 상점가가 되고 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람이나 물건이 없어지고, 비어 있는 조용한 상태가 되어가는 것을 '사비시'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あはれ(아와레; ‘아아’에 해당하는 감탄사.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접하고 깊이 감동받는 것)'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마음이 끌릴 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절을 생각해보세요. 번쩍번쩍한 빌딩 같은 도시의 절과 산 속의 칠이 다 벗겨진 느낌의 절, 어느 쪽에서 진실한 느낌을 받을지.」 

여기서 잠깐>> 아와레(あはれ)・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란?

‘아아’에 해당하는 감탄사로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깊이 느끼는 상황에서 사용되며, 일본의 일본의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미의식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개념으로도 쓰입니다. 남녀간의 사랑, 사계절을 5·7·5·7·7자의 글자수에 맞춰 노래한 일본의 ‘와카(和歌)’도,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와 같은 일본의 ‘모노가타리’ 문학도 모두 ‘모노노아와레’를 담아 읽는 이들로 하여금 ‘모노노아와레’를 느끼게 하려 한 것이라고, 에도시대의 국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가 말한 바 있습니다.

*참고: 2020년 7월 27일 warakuweb(米田茉衣子)  <クイズ!「わび」と「サビ」の違いって何?逸翁美術館館長に聞いてみた> https://intojapanwaraku.com/craft/111286/

일본인들이 ‘와비’, ‘사비’ 하면 떠올리는 것들

와비차(侘茶), 센노리큐(千利休)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1336~1573)에 ‘차노유(茶の湯)’, 즉 일본의 다도에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흐름이 있었습니다. 무사와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한, 중국(당나라)의 호화로운 찻잔을 사용하며 미술품감정과 같이 진행된 화려한 차노유가 하나의 흐름이었고, 이와 다른 흐름으로 무로마치시대 중반 이후에 나타난, 간소하고 정갈한 도구를 사용해 진행된 차노유가 있었습니다. 앞에서 공부했든, 없으면 없는대로 즐긴다,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것을 도리어 즐긴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진행된 다도로, ‘무라타 슈코(村田珠光)’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무라타 슈코는 보름달의 휘황찬란함보다 구름 뒤에 숨은 달이 아름답다고 노래하기도 했는데, ‘와비’의 미감을 잘 보여줍니다.

무라타 슈코에게서 차를 배워 다도에 있어서의 ‘와비’ 정신을 집대성한 이가 바로 ‘센노리큐(千利休)’입니다. 에도시대에 들어서는 ‘와비’가 다도의 기본 정신으로 뿌리를 내렸고, 무라타 슈코-센노리큐가 완성한 이 흐름을 ‘와비차(侘茶)’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마츠오 바쇼(松尾芭蕉)의 하이쿠와 사비

古池や蛙飛びこむ水の音(후루이케야 카와즈토비코무 미즈노오토).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마츠오 바쇼의 하이쿠는 계절을 느끼고 그 안에서 ‘아와레’, 즉 감동을 노래한 것으로 읽어도 틀리지 않습니다. ‘古池や’의 ‘古’의 영역이 ‘old’와 ‘acient’고 나뉘어지며 그 의미를 ‘사비’와 연결해 설명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오래된’ 연못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그것을 시인은 직접적으로 노래하지 않았지만,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와 함께 바쇼가 ‘사비(변해가는 것에 대한 깊은 감정)’를 느끼고 이를 담아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와비사비(侘び寂び・Wabi-Sabi)’ 사용법

와비사비는 영어로도 ‘Wabi-Sabi’로 표기됩니다. ‘와비’와 ‘사비’를 구분해서 설명하긴 했지만, 실제로 사용할 때는 ‘와비사비를 느낀다(侘び寂びを感じる)’와 같이 ‘와비사비’를 함께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와비사비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때 사용하게 되니, 오래되어 금이 가고 빛이 바랜 나무 기둥, 우물에 낀 이끼, 낙엽이 떨어져 잎이 있던 자리가 빈 나뭇가지… 번쩍번쩍하지 않아도 그것대로 좋은, 시간의 흐름을 마음에 깊이 받아들이게 되는 아름다움, 그때 ‘와비사비’라는 일본어를 사용해보세요.

<관련 기사> 

일본문화의 키워드 ‘계절’ -> 일본 문화와 일본어 공부를 한 번에! 하이쿠의 기고(계절어), 슌(제철), 이치고가리(딸기체험), 모미지(단풍)... 일본의 계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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