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등장했다 사라지는 와카모노코토바. 사전 뜻을 참신하게 해석한 말들, 기발하게 줄인 말들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내용 구성>
와카모노코토바(若者言葉)란?
와카모노(若者)란, ‘젊은 애들’ 정도의 의미를 갖는 표현입니다. 주로 20대 전후(10대~20대 전반)으로, 이들이 사용하는 속어, 슬랭(スラング), 은어, 유행어 등을 ‘와카모노코토바(若者言葉)’라고 합니다. 와카모노코토바로 시작되었다가 다른 세대로 폭 넓게 사용되는 말도 있고, 한때 사용되었지만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와카모노코토바도 많습니다. ‘유행어’ 정도로 이해하고 유연한 자세로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유행어는 ‘이마도키코토바(イマドキ言葉)’['今時(이마도키)'는 '요즘'이란 뜻]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추천 기사
모루(盛る)
'그릇에 음식을 담다'라는 뜻의 '모루(盛る)'는 '모듬'을 뜻하는 '모리아와세(盛り合わせ)'라는 단어로 일본 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중고생을 중심으로 일본의 젊은층이 사용하는 말인 '와카모노코토바(若者言葉)'로 '모루'가 또 하나의 뜻을 갖고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와카모노'들의 '모루(盛る)' >> '과장하다', ‘(사진) 포즈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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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요란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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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스타일이나 메이크업 상태가 과장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볼륨을 주어 부풀리고(한국어 속어 '후까시', 진하게 화장하는 것을 말함)
<卒業“盛ルバム”(소츠교모루바무)>. '졸업앨범(卒業アルバム)'과 와카모노들의 '모루(盛る)'를 더한 조어인데요. '졸업앨범을 과장한다?' 무슨 뜻일까요?
2017년,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영상 커뮤니케이션 어플 '스노우(SNOW)'와 통신회사인 NTT도코모('NTTドコモ)'가 스노우 어플로 찍은 오리지널 졸업앨범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개최했습니다. 이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한 PR 영상으로 여성 아이돌 그룹 '도쿄퍼포먼스돌'이 1684년부터 2016년까지 여고생들의 '모루(盛る)'의 변천사들을 재현하는 영상을 찍었습니다. 쉽게 말해 '여고생들의 ‘포즈 잡기’ 변천사'인 셈이죠.
일본의 스티커 사진 ‘프리쿠라(プリクラ; 푸리쿠라; ‘푸린토 쿠라부(プリント俱楽部)’의 약자. 1995년 7월에 발매된 스티커 사진 기계의 상품명)’와 관련해 가장 많이 접하는 일본어도 '모루(盛る)', '모레루(盛れる)'입니다. 프리쿠라와 관련해 '모루(盛る)'는 '프리쿠라 사진을 예쁘게 찍다'라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프리쿠라 사진이 예쁘게 찍히다'라는 표현은 '모레루(盛れる)'입니다. <プレクラで盛れる方法(프리쿠라데 모레루 호호)>. ‘프리쿠라에서 사진 짤 찍히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예쁜 프리쿠라 사진을 '건지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프리쿠라 마니아들 사이에서 다양하게 전수되고 있는데요. 'カラコン(카라콘)', 즉 '컬러 렌즈'를 착용하거나 다양한 '프리쿠라 포즈(プリクラポーズ)'가 대표적입니다.
모에(萌え)
모에(萌え). 서브컬처 속어로, ‘애니메이션・게임의 캐릭터, 아이돌 등에 대한 강한 호감(끌림)’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모에 만화’는 등장인물이 미소녀인, 모에 콘텐츠의 그림풍을 사용한 만화를 말합니다. <아즈망가 대왕(あずまんが大王)>이 그중 대표적으로 꼽히는데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여고생들이 등장해 펼쳐지는 일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본래 '모에(萌え)'는 '싹트다'라는 뜻의 동사 '모에루(萌える)'의 어간을 사용한 것인데요. 그러나 '싹트다'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자동사인 데 비해 서브컬처에서의 '모에루'는 조금 독특한 용법으로 사용되어 예문을 봐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와카모노가 사용하는 모에루(萌える)의 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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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はBに萌える」[A와B니모에루] : A는 B에게 '모에'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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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は(Aにとって)萌える」[B와(A니톳테)모에루]: B는 (A에게) '모에를 불러일으킨다'
*A는 모에를 느끼는 주체, B는 모에를 불러일으키는 객체, 대상입니다.
断面萌え(단멘모에)・萌え断(모에단)
2020년 초,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단어들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단면의 아름다움에 흥분하는 것을 말합니다. 앞에서 배운 '모에루'의 용법에 따르면 <(その人は)’断面’に’萌え’る>라고 할 수 있습니다. '断面萌えスイーツ(단멘모에 스위츠)' 등으로도 쓰이는데, '잘랐을 때 예쁜 디저트'로 이해하면 ok.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바에루(映える)'[본래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이지만 '눈에 띄다', '눈에 띌 만큼 멋지고 예쁘다'의 의미를 갖게 됨. '인스타바에(インスタ映え)'와 같이 명사로도 쓰임], 즉 '시선을 끄는' 사진이 인기를 끌면서 '모에단', '단멘모에' 디저트들도 인기를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중 대표격이 '후르츠산도(フルーツサンド)', 프루츠 샌드위치입니다. 최근에 유행하기는 했지만 그 시작은 다이쇼 시대(大正時代)라고 하니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과일 가게를 겸하는 카페인 '후르츠 파라(フルーツパーラー; 프루츠 팔러)'에서 후르츠산도를 처음 팔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단지 과일만 넣는 것이 아니라 과일로 꽃 모양을 만든 ‘플라워샌드(フラワーサンド)’로 진화하기도 하고, 오니기리 중에서도 ‘오니기라즈(おにぎらず)’라는, 후르츠산도처럼 속이 보이는 오니기리도 등장했습니다. '니기루(握る)', 즉 손에 쥐고 뭉쳐 만든 것이 '오니기리'지만, '니기라즈(握らず)', 즉 '뭉치지 않고' 만들었다고 해서 ‘오니기라즈’입니다.
완찬(ワンチャン)
'ワンちゃん'은 일본어로 '강아지'를 말하는 단어로 유명합니다. '멍멍' 소리가 'ワンワン(왕왕)'이고, 호칭인 'ちゃん(창・짱)'을 더해서 'ワンちゃん(왕창・왕짱)'인 것인데요. 이번에 소개할 'ワンチャン'은 강아지와 전혀 관계가 없이 쓰이는 표현입니다.
ワンチャン(완찬)=one chance
본래 '한 번의 찬스로 역전 가능하다'라는 의미의 마작용어 'once chance'가 생략된 표현이라고 합니다.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도 '잘하면 이길 찬스가 있다', '아직 이길 수 있다'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어떤 때 사용할까? >> 어느 정도 찬스, 가능성이 있을 때
일본어로 '어쩌면...'에 해당하는 'もしかしたら(모시카시타라)...', 'ひょっとしたら(횻토시타라)...'에 가까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문을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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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日ワンチャン行けるかも」 / 쿄 완찬 이케루카모 (한국어: 오늘 잘하면 갈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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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告白したらワンチャンあるかも」 / 코쿠하쿠시타라 완찬 아루카모 (한국어: 고백하면 받아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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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授業サボらない?」「ワンチャンあり」 / 완찬 아리 (한국어: 수업 쨀래? / 가능할지도.)
<참고> 'あり(아리)'와 관련해서는 따로 페이지를 할애해야 할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아리(あり)'와 '나시(なし)'로 가가능성 등이 '있음', '없음'을 표현할 때, 스펙트럼상의 표현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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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りよりのあり(아리요리노 아리): 아리 쪽의 '아리'. 강한 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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なしよりのあり(나시요리노 아리): 나시 쪽의 '아리'. 애매한 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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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りよりのなし(아리요리노 나시): 아리 쪽의 '나시'. 애매한 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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なしよりのなし(나시요리노 나시): 나시 쪽의 '나시'. 강한 나시.
'완찬' 관련 표현>>
‘완찬’과 관련해서 몇 가지 표현이 파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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ツーチャン(two chance) / 츠찬: 두 번 찬스 있음. '완찬'보다 확률이 높을 때. '스리찬(スリーチャン)'을 사용하는 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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ノーチャン(no chance) / 노찬: 가능성 제로. '무리(無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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フルチャン(full chance) / 풀찬: 확실함. 100% 가능. 한국어로 '백퍼'.
무즈이, 키모이, 하즈이
무즈이(ムズい)
도쿄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이 '어렵다', '난감하다' 등의 '무즈카시' 대신 사용하는 말이 '무즈이(ムズい)'입니다.
속어를 처음 접하게 되면 '최신' 유행어라고 생각하게 되곤 하는데요. 일본어에서 최근 많이 쓰이는 속어, 슬랭 등은 그 역사가 에도시대까지 거슬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바이'와 '마지'가 대표적입니다.
『일본어속어대사전(日本俗語大辞典)』에는 1978년 기사(『주간헤본(週刊平凡)』 78年10月5日号)를 예로 들며 '헤타스루', '야쿠이', '무즈이'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특히 '무즈이'는 『현대용어의 기초지식(現代用語の基礎知識)』의 1984년도 판에도 올라 있다고~ 단, 당시의 '무즈이' 표현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일본의 사전 편집자 이이마 히로아키 씨는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무즈이'가 와카모노코토바, 즉 '젊은이들 사이의 유행어'는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아는 이들 사이에서 '생략어' 정도로 사용되었다는 것인데요. '테레비리모콘'을 '테레리모'라고 자기 마음대로 줄여서 부르고 대충 뜻이 통하기에 주변 사람에게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원리와 같았다고 합니다. 90년대 중반, 도쿄의 중학생들은 '무즈카시'에 해당하는 표현으로 '뭇카이(ムッカい)'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더 정확히는 'チョー(超)ムッケー(쵸~뭇케~)'에 가까운 발음. 즉, 젊은 세대라고 해서 모두 '무즈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고, 사용하는 이들과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 이이마 씨에 따르면 2000년대에 들어서야 '무즈이'가 '무즈카시'를 표현하는 젊은이들 사이의 스탠더드한 표현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유행어'라는 의식 없이, '평범한 표현'으로 '무즈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즈이'가 일본에 '정착'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키모이(キモい)
이 말을 들으면 어떤 뜻이 유추되시나요? '키모치이이(気持ちいい)', 즉 '기분 좋다'의 약자인가? 싶지만... 대표적인 생략어인 '키모이'는 '키모치와루이(気持ち悪い)', 즉 '기분이 안 좋다'의 생략어입니다.
키모이 역시 1979년에 『주간 아사히(週刊朝日)』(1979年5月25日号)에 '키모치와루이'로써 소개된 말입니다. 단, 1980년대에는 다른 뜻으로 쓰이기도 했고, 역시 90년대 후반 들어서야 조금씩 일반적인 용어로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하즈이(ハズい)
'恥ずかしい(하즈카시)', 즉 '부끄럽다'의 생략어입니다. '무즈이', '키모이'에 비해서는 비교적 최근인 2003년에 사전에 소개되었습니다. 1995년 말경 시작된 PC 통신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는데요. 1998년에 '간사이 지방의 와카모노코토바'로써 '쿠야이(くやい)'와 함께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쿠야이'는 'くやしい(쿠야시)', 즉 '분하다', '원통하다'의 생략어인데요, 오늘날 일본 전국에 널리 퍼져 있지는 않습니다.
'하즈이'가 보급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사전 학자 이이마 씨는 이때 PC통신을 하던 젊은이로, 언어학 전공자의 관심으로 이때의 대화를 모두 저장해두었다고 하는데요. 결국 당시의 저장 매체인 플로피디스크를 별도의 장치로 읽어야 하는 것이 번거로워 디스크를 폐기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귀중한 언어의 자료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라고 합니다.
*내용 참고: 2016년 9월 27일 「ムズい・キモい」 「ハズい」 (저자:飯間浩明) https://kangaeruhito.jp/article/3573
<더 읽어보면 좋은 '일본 유행어・와카모노고토바' 관련 기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