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가타리(物語)란? <겐지모노가타리>(+<베갯머리 서책>), <헤이케모노가타리>를 재밌게 즐기기 위한 기본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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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7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생활하다보면, 일본 역사나 문화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집니다. 잘 모르고 넘어갔던 지식들도 알아두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것이 <겐지모노가타리>, 무라사키 시키부, 헤이안시대 등의 ‘모노가타리’ 문학에 대한 상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어렵게 느껴지는 일본문학의 ‘모노가타리’의 개념과 대표적인 모노가타리 문학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헤이안시대의 대표 작품인 <베갯머리 서책(마쿠라노소우시)>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사실을 중심으로 알아두세요~

<내용 구성>

◆모노가타리(物語)란?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겐지 이야기') 기본 지식

◆<베갯머리 서책>으로 번역된 <마쿠라노소시(枕草子)>

◆<헤이케모노가타리(平家物語)>('헤이케 이야기') 기본 지식

모노가타리(物語)란?

일본에서 ‘모노가타리(物語)’라고 하면 큰 범주에서는 영어의 ‘narrative(내러티브)’, ‘Story(스토리)’의 번역어로 쓰입니다. 좁은 범주에서는 일본문학에서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비롯한 ‘헤이안시대~무로마치시대의 모노가타리 문학’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모노가타리 문학에도 ‘역사 모노가타리’, ‘설화 모노가타리’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겐지모노가타리>의 ‘모노가타리’는 고전문학의 한 장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일본 문학의 시대별 분류, 일본 고전 문학의 대표작에 대해서는 <일본 고전 문학&현대 문학: 겐지모노가타리~히가시노 게이고>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겐지 이야기’) 기본 지식

모노가타리 문학의 대표 작품인 <겐지모노가타리>. 작품이 쓰여진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008년). ‘장편 소설’이라고도 하고 ‘연애 소설’이라고도 하고… 현대어 번역본만도 여러 개가 있어서 어떤 식으로 골라 읽어야 할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한데, ‘고전’문학이라 하니 혹시 어렵지는 않을지... <겐지모노가타리>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까요?

Q. <겐지모노가타리>의 분량은?

54첩(54책)으로 되어 있는 <겐지모노가타리>. 알기 쉽게 200자 원고용지로 계산하면 4800매. 일본어는 띄어쓰기가 없으니 한국어 소설책의 일반적인 분량으로 감안하면 대략 6권 정도의 분량은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간상으로는 70년에 걸친 이야기가 담겨 있고, 와카(和歌)가 800수 가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와카’는 쉽게 말해 고전 시(詩)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간의 사랑, 사계절을 5·7·5·7·7자의 글자수에 맞춰 노래한 시입니다.

 <겐지모노가타리>의 현대어 번역본 중에는 이 와카 부분을 보통의 대화문으로 바꾼 버전(이러한 이유에서 ‘번역본’이 아닌 ‘번안본’으로 보기도 함)도 있고, ‘와카는 <겐지모노가타리>에 있어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 와카를 살리는 데 주력한 버전도 있습니다. ‘소설’로 그 내용을 따라가는 데 주력하고 싶은지, ‘고전작품’으로 그 스타일에 주목하며 읽고 싶은지에 따라 현대어 번역본을 골라 읽을 수 있겠습니다.

Q. ‘겐지’란 실존 인물? 

‘겐지’는 사람 이름 같은데, 실존 인물일까? 어떤 사람? 

주인공의 정확한 한자 이름은 ‘光源氏(히카루 겐지)’. ‘히카루’가 성(苗字), ‘겐지’가 이름(名前)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본래 황족이었던 그는 제반 사정으로 황족 신분에서 신하 신분이 되는데, 이때 ‘源(미나모토)’라는 성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 ‘氏(시)’를 붙인 것이 ‘源氏’로, 이것을 ‘겐지’라고 읽는 것입니다.

그러면 ‘光(히카루)’는? 한국에서 잘생긴 사람을 소위 ‘꽃미남’이라고 하듯이, 어린 시절부터 ‘반짝반짝’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겐지였던지라 ‘빛나다’의 의미를 가진 ‘光’를 이름 앞에 별명처럼 붙이게 된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붙인 별명 같은 개념인 것이죠. ‘꽃미남 김씨’ 같은 느낌의 이름이 바로 ‘히카루 겐지’인 것입니다.

다양한 고위 관직을 역임해 최고 관직에 오른 히카루 겐지. 헤이안시대에는 이름에 영적인 힘이 있다고 믿어 쉽사리 다른 사람에게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남성은 관직의 직책 등으로 불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히카루 겐지를 비롯한 <겐지모노가타리>의 주요 등장인물들, 특히 남성들은 관직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히카루 겐지는 ‘가공의 인물’이지만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고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어떤 인물을 모델로 했는지에 관해서는 여러 인물들이 거론되며 연구되고 있습니다. 

히카루 겐지는 전체 54첩 중에서 제1첩부터 제41첩까지 등장합니다. 

Q.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는 어떤 인물?

일본을 대표하는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무엇을 하던 사람이고, 왜 이런 긴 모노가타리를 쓰게 된 것일까요?

작가의 이름은 잘 알려진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 역시 본명은 알 수 없습니다. 헤이안 중기 궁정의 귀족으로 알려져 있고 성별은 여성. 당시에는 남성들에게 한정된 것으로 여겨지던 한문 서책을 독파하고, 거문고와 비슷한 악기 ‘소우(箏)’의 수준급 연주자, 와카를 잘 짓던 여성이었습니다.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이름은, <겐지모노가타리>에서 히카루 겐지가 가장 아꼈던 부인으로 등장하는 ‘무라사키노우에(紫の上)’에서 ‘무라사키’를, 자기 아버지의 관직명이었던 ‘시키부노죠우(式部丞)’에서 ‘시키부’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무라사키 시키부’의 아버지는 성이 ‘후지와라(藤原)’였는데, 성의 첫 자인 ‘藤’를 따서 만든 ‘토우시키부・토우노시키부(藤式部)’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무라사키 시키부는 귀족 여성이었지만 궁중에서 일을 하는 귀족 여성이었습니다. 천황의 중궁(정식 부인)을 거드는 일을 하는 ‘뇨보(女房)’로, 와카 실력이 남달랐던 무라사키 시키부였던 만큼 중궁에게 와카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헤이안시대 궁중을 배경으로 하는 <겐지모노가타리>이니 만큼, ‘리얼한 직장 분위기(직장 상사의 연애담)가 반영’되어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죠? 모노가타리 문학의 장르상으로는 ‘왕조 모노가타리(王朝物語)’로 분류됩니다.

무라사키 시키부의 아버지는 귀족이기는 했지만 무라사키 시키부가 자라날 때에는 가문이 크게 쇠락했고, 실업 상태에 있다가 당시 수도였던 교토에서 한참 떨어진 북쪽으로 발령되기도 했다고. 이런 상황에서 결국 무라사키 시키부는 아버지의 상사였던 20세 이상 연상인 남자와 결혼을 하고 딸을 낳게 되지만, 여성들과의 관계가 복잡했던 남편 때문에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한 남편도 몇 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붓을 잡아 쓰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겐지모노가타리>입니다. 

<베갯머리 서책>으로 번역된 <마쿠라노소시(枕草子)>

여기서 잠깐, <베갯머리 서책>으로 번역된 <마쿠라노소시(枕草子)>에 대해 소개하는 게 좋겠습니다. <베갯머리 서책>의 장르는 (모노가타리가 아닌) ‘수필’이지만요. 벌레, 꽃, 아름다운 것들 등 테마에 따라 사물들을 나열한 내용, 일상생활이나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을 관찰한 내용, 작가가 몸담았던 궁중의 이야기를 회상한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베갯머리 서책>의 작가는 <겐지모노가타리>의 작가인 무라사키 시키부처럼 ‘뇨보’로 중궁을 돕던 여성, ‘세이 쇼나곤(清少納言)’입니다. 세이 쇼나곤의 아버지는 헤이안의 귀족이자 유명한 가인인 기요하라노 모토스케(清原元輔). 세이 쇼나곤도 본명은 ‘기요하라 OO’였겠지만 정확히는 알려져 있지 않고, ‘쇼나곤(少納言)’은 관직명이긴 하지만, 누구의 관직명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세이(清)’는 아버지의 성에서 한 글자를 따 온 것이죠.

무라사키 시키부와 세이 쇼나곤. 두 사람은 헤이안시대 중궁의 뇨보였을 뿐 아니라, 두 사람이 보필한 중궁 두 사람이 이치조 천황(一条天皇)의 중궁이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무라사키 시키부와 세이 쇼나곤이 궁에 있었던 시기는 시기적으로 조금 달라(세이 쇼나곤이 보필하던 중궁이 앞서서 중궁이었음)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하지만 1000년 뒤까지 이름을 남긴 중요한 작품을 써낸 두 사람이니 만큼 무척 재미있는 공통점으로 느껴집니다. 헤이안 귀족 여성들의 감수성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요.

<겐지모노가타리>의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はれ)’, <베갯머리 서책>의 ‘오카시(をかし)’

‘아아’에 해당하는 감탄사로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깊이 느끼는 상황에서 사용되며, 일본의 일본의 헤이안시대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미의식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はれ)’. 줄여서 ‘아와레(あはれ)’라고도 부릅니다. 일본의 ‘와카(和歌)’도,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 같은 일본의 ‘모노가타리’ 문학도 모두 ‘모노노아와레’를 담아 읽는 이들로 하여금 ‘모노노아와레’를 느끼게 하려 한 것이라고, 에도시대의 국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가 말한 바 있습니다. 번역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아아~’ 하는 가슴에 사무치는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문학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베갯머리 서책>에서 담아냈다고 이야기되는 ‘오카시(をかし)’는 ‘아름다움’, ‘사랑스러움’ 등을 포함해서 마음이 동하게 하는 상황 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두 단어가 ‘가나(かな)’로 쓰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겐지모노가타리>와 <베갯머리 서책> 두 작품은 당시 남성들의 문자였던 한자가 아닌, 새롭게 등장한 문자인 ‘가나’로 쓰여졌습니다. 여성들의 문자라고 부를 수 있던 가나 문자로,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모노노아와레’, ‘오카시’의 상황을 담아냈으니 그야말로 시대를 담아낸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 小学館 warakuweb <紫式部は苦労人?平安貴族の光と影を書いた『源氏物語』の作者を3分で解説> https://intojapanwaraku.com/culture/170486/

<헤이케모노가타리(平家物語)>(‘헤이케 이야기’) 기본 지식

‘모노가타리’ 문학 중 유명한 작품으로 <헤이케모노가타리(平家物語)>도 꼽을 수 있습니다. 모노가타리 문학의 종류상 ‘군기(軍記) 모노가타리’로, 가마쿠라시대부터 무로마치시대까지 쓰인, 역사상의 합전(合戦), 즉 ‘전투’를 소재로 한 모노가타리입니다.

<헤이케모노가타리>가 처음 형태를 갖춘 것은 헤이안 귀족 사회가 끝나고 막부 정치가 시작되었던 가마쿠라시대(13세기경에 일차적으로 본문이 성립)인데, 작품의 배경은 그 이전 시대인 헤이안시대입니다. 1156년의 호우겐 정변(保元の乱), 1160년 헤이지 정변(平治の乱)의 두 전투에서 승리한 ‘헤이시・다이라 씨(平氏)’의 일족 ‘헤이케(平家)’와 패배한 ‘겐지・미나모토 씨(源氏)’의 일족 ‘겐케(源家)’의 모습, 그 이후 다시 헤이케가 멸망하고, 헤이안 귀족이 몰락하고, 무사들이 새로운 세력으로 대두하는 모습까지 격동의 시대를 담아냈습니다. 

<헤이케모노가타리>의 작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은 있으나 공식적으로 알려진 작가는 없습니다. 읽기용 책과 구전 이야기(노래)로 나뉘어져 발전해나갔습니다. 그중 구전 이야기, 비파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던 맹인 승려(琵琶法師)들이 노래한 <헤이케모노가타리>가 민중들 사이에 급격하게 퍼져나갔다는데요. 이전 시대의 귀족들의 전투, 사랑, 몰락을 때로는 박진감 넘치게, 때로는 슬프고도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이라 구전(낭송)에도 무척 잘 어울렸을 듯합니다.

놓치기 쉬운 한 가지 포인트. <헤이케모노가타리>는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세세한 부분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은, ‘픽션’이라고 전문가가 말합니다. 등장인물들이 ‘캐릭터화’되어 있는 것도 특징. 딱딱한 역사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당대 독자들을 열광시킨 ‘문학 작품’인 만큼 기회가 될 때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접해보아도 좋겠습니다.

2022년 1월부터 후지테레비에서 TV 애니메이션 <헤이케모노가타리>를 제작, 방송할 예정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1984년의 야마다 나오코(山田尚子) 감독이 그리는 800년 전의 인기 문학, 흥미로울 것 같죠? 

*TV 애니메이션 <헤이케모노가타리> 공식 홈페이지 https://heike-anime.asmik-ace.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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