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부터 메탈릭그린까지, 일본 화장의 이해

WeXpats
2020/09/17

백분으로 살색을 완전히 가리고, 원래 눈썹은 모두 밀고 새롭게 그리는, 가끔은 치아도 새카맣게 물들이는 일본 전통화장. ‘아름답다’기에는 좀 무섭게 느껴지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나루호도!’ 이해가 되네요. 헤이안시대, 에도시대, 마쓰리, 현대의 신부 화장까지 일본 전통화장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내용 구성>

◆ 헤이안시대 귀족 여성들의 화장

◆ 휴대용 립팔레트, 화장품 PPR... 에도시대의 화장

◆ 마쓰리(祭り)의 화장, 전통예술의 가면

◆ 일본식 결혼의 신부 화장

헤이안시대 귀족 여성들의 화장

한국인들 눈은 물론이고 일본인들 눈에도 ‘아니, 좀 무섭다…’ 싶은 것이 바로 일본 전통화장, 그중에서도 ‘백분’으로 얼굴을 새하얗게 칠하는 헤이안(平安)시대(794~1185) 여성들의 화장입니다. 이전 시대인 나라(奈良)시대에 중국의 당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헤이안시대의 문화는 일본(和) 독자의 문화가 꽃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의 스타일도 크게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귀족문화가 꽃을 피운 헤이안시대 중기 이후는 ‘장식미’가 중요했습니다. 지금의 화장보다 ‘보여주기’, 나아가 ‘남을 즐겁게하기’의 의미가 강했다고~

헤이안시대 귀족 화장의 기본

  • 발끝까지 닿을 정도의 길게 늘어뜨린 흑발

  • 오시로이(白粉), 납(鉛) 성분의 흰 가루를 물에 개어 두껍게 바름

  • 눈썹을 뽑고 이마 위에 별도의 눈썹을 그림

  • 오하구로(お歯黒)가 시작됨

여기서 잠깐>> 오하구로(お歯黒)란?

나라시대부터 있었다고 하는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화장법. 옻나무과 붉나무의 벌레집으로 오늘날에도 염료로 자주 쓰이는 오배자 가루(五倍子粉), 쌀뜨물, 찻물, 술 등에 녹슨 못을 담가 만든 카네미즈(鉄漿水)를 번갈아 치아에 칠해 물들였음. 에도시대 중기 이후에는 결혼 전후에 오하구로를 하게 되어 이후 기혼 여성을 상징하게 됨. 메이지 시대에 접어들어 폐지됨. 

헤이안시대 여성들이 눈썹을 없앤 이유

헤이안시대 여성의 화장을 한 위의 가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바로 ‘눈썹’이죠. 원래 눈썹은 뽑아내고 백분을 발라 흔적을 없앤 뒤, 새로운 눈썹을 이마에 그리는 방식입니다. 눈썹을 이렇게 한 화장법과 관련하여 꽤 흥미로운 설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헤이안시대의 귀족들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꺼려했고, 감정이 드러나는 눈썹을 없애고 표정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이마의 상부에 눈썹을 그렸다는 것. 이로써 위엄과 평온함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귀족적 아름다움’이었다는 해석입니다. 

‘오하구로’ 역시 에도시대 이후에는 ‘기혼’임을 보여주는 화장으로 인식되었지만, 헤이안시대에는 작은 입을 강조하고, 얼굴을 온화하게 보이는 효과에 주목했다고 합니다.’작은 입’ 역시 ‘조심성’을 상징하며 아름다움과 연결지어졌다고 합니다. 

휴대용 립팔레트, 화장품 PPR... 에도시대의 화장

오시로이로 백(白)을, 오하구로와 눈썹으로 흑(黒)을(단, 기혼 여성들은 출산 후에 눈썹을 뽑았다고), 구치베니(口紅; 입술 연지)와 츠마베니(爪紅; 손톱을 붉게 칠함)로 적(赤)를 표현한 에도시대 여성들의 화장. 입술과 손톱, 뺨에 칠하는 붉은색 화장을 위해 연지 그릇(紅皿, 紅猪口)은 물론, 외출시 휴대할 수 있는 연지 판(紅板), 즉 립팔레트까지 마련되어 있었다고! 

에도시대에는 ‘화장품 판매점’들도 등장! 도쿄의 니혼바시와 교토에는 유명한 ‘베니 전문점’이 있었고, 에도시대 말기에는 오시로이, 즉 백분 제작처가 우키요에 작가들과 일종의 PPR도 진행했다고 합니다. 우키요에를 그릴 때 자사 제품을 슬쩍 그려달라고 부탁한 것이죠. 그뿐인가요! 당시 유행했던 이야기책에 광고를 슬쩍 넣기도 하고, 극장에서 배우가 백분 이름을 대사와 함께 슬쩍 흘리기도! 

에도말 립스틱 트렌드는 ‘비단벌레색’

에도시대 말기에는 ‘사사이로베니(笹色紅)’가 유행했습니다. 반짝 거리는 광택이 있는 초록색으로, ‘비단벌레색’이라고도 불렸는데요. 오늘날의 색으로는 ‘메탈릭그린’~

그러면 어떻게 이런 초록색 발색이 가능했던 걸까? 궁금해지는데요. 당시 베니는 ‘베니바나(紅花)’를 ‘마’에 걸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마에 여러 번 통과시킬수록 순도 높은 고급 베니가 되었는데요. 이 고급 베니는 ‘사사이로’ 즉 비단벌레색으로 자연히 발색이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상당한 고가였던 베니는 상류층 여성들이나 유녀들이 아니면 마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반 여성들은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윗입술에 베니를 발라 ‘사사이로’와 비슷하게 발색시키는 기술을 발휘했다고 하네요. 유행은 바뀌었지만, 오늘날도 전통 방식으로 제조된 사사이로 베니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도쿄 미나미아오야마에 있는 ‘베니뮤지엄(紅ミュージアム)’에 일본 베니의 역사와 문화, 사사이로베니를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베니 뮤지엄: K’s, MINAMI AOYAMA Building 6丁目-6-20 南青山 港区 東京都 107-0062

*내용 참고: JCiA(일본화장품공업연합회) 홈페이지 ‘화장의 문화사’ https://www.jcia.org/user/public/knowledge/history

마쓰리(祭り)의 화장, 전통예술의 가면

신에게 바치는 제의인 ‘마쓰리(祭り)’에서는 화장으로 ‘성스러움’, ‘비일상’을 표현하며 ‘세속’, ‘일상과는 다른 상태임을 표현했습니다. 두꺼운 화장을 하고 마쓰리에 참여하는 소년소녀들, ‘치고(稚児)’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줍니다. 

치고들은 이마에 베니(연지), 숯 등으로 신의 보호, 주술을 상징하는 ‘아야쓰코(あやつこ, 綾子)’ 또는 ‘쿠라이호시(位星; 둥근 점 같은 모양)’라는 모양을 그려넣고 백분으로 얼굴을 하얗게 칠하는 것이 기본. 

‘가면’ 역시 마찬가지 기능을 수행했는데요. 일본 전통예술 중 가면을 착용하는 ‘노(能)’나 ‘교겐(狂言)’에서 가면이 신과 사람 사이의 ‘변신’을 상징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김양주(배재대학교 세계지역학부 일본학과),  「일본의 「마츠리」와 상징체계」, 1998

일본식 결혼의 신부 화장

메이지시대에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오하구로와 눈썹을 미는 풍습이 금지되고, 이후 적, 백, 흑에서 벗어난 다양한 색조를 사용한 화장, 서양의 화장품의 도입 등으로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일본에서도 여성들이 전통 화장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바로, 일본식으로 치르는 결혼식에서입니다. 

일본식 결혼(和式結婚), 줄여서 와콘(和婚)은 신사에서 치르기 때문에 ‘진젠시키(神前式)’라고도 부릅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일본식 결혼, 그중 신부 복장과 화장의 특징은 커다랗게 부푼 모자인 ‘와타보시(綿帽子)’, 흰색 전통 복장인 ‘시로무쿠(白無垢)’, 그리고 얼굴을 하얗게 칠한 ‘시로누리(白塗り)’ 화장이 아닐까요?

일본식 결혼의 신부 화장 포인트

백분을 물에 개어 붓으로 바르기 때문에 ‘물화장(水化粧; 미즈케쇼)’이라고도 불리는 일본식 결혼의 화장. 새하얀 옷과 모자 사이에서 얼굴이 ‘누렇게’ 뜨지 않기 위한, 실제로 꼭 필요한 화장이라고 일컬어집니다. 

백, 흑, 적의 3색을 사용하고 눈썹은 머리색과 맞추되, 눈썹은 살짝 두껍게 그리는 것이 포인트. 백색의 경우 단순히 얼굴을 하얗게 보이려는 게 아니라 ‘평면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네요. 눈매는 검은색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으로 강조해주지만, 아이섀도는 어울리지도 않고, 묻혀버린다고 합니다. 입술을 붉게 칠하는 것도 중요하죠. 신부 대기실에서 신부의 어머니가 직접 칠해주는 순서를 마련해 진행하기도 합니다. 서양식 결혼에서 신부 어머니가 면사포를 내려주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됩니다. 반대로 색이 들어간 전통 혼례복(色打掛; 이로우치카케)을 입는 경우에는 ‘물화장’이라고 불리는 신부 화장이 어울리지 않으므로 오히려 피해야 한다고~

일본 전통화장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관련 기사>

가부키에서는 눈매를 퍼렇게 칠하던데? 가부키 화장과 가면 극 ‘노(能)’가 궁금하다면? -> 일본 가부키, 다카라즈카, 노(能), 라쿠고. 일본 전통 문화 소개

일본의 결혼식 종류와 문화가 궁금하다면? -> 일본 결혼은 다 신사에서 할까? 웨딩드레스는 기모노? 일본 결혼식이 궁금해~

에도시대 문화와 우키요에를 더 알고 싶다면? -> 호쿠사이의 ‘파도’ 우키요에,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시타마치... 에도시대 문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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