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종류도 다양한 일본 빵. 몇 가지 개념을 잡고 가면 더욱 즐거운 빵생활이 기다리고 시작됩니다.
<내용 구성>
◆최근 일본에서 자주 보는 ‘全粒粉(젠료훈)’ 빵이란?
'소자이빵(惣菜パン)'이란?
소자이빵이란, 그 이름처럼 소자이(惣菜), 즉 반찬/부식이 토핑된 빵을 말합니다. 한 종류의 빵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빵을 '소자이빵'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 보는 빵도 있을 수 있는가 하면 그 존재감이 뚜렷해 각각의 이름으로 부르는 빵들도 있죠. 카레빵, 고로케빵, 야키소바빵, 소세지빵, 미트파이, 베이컨치즈빵 등등. 이런 빵들을 보면 알 수 있듯 '식사 대용'이라고 할 만큼 든든한 빵이 바로 '소자이빵'입니다.
편의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자이빵으로는 ‘콘마요빵(コーンマヨパン)’, ‘츠나마요빵(ツナマヨパン)’, ‘타마고빵(たまごパン)・타마고산도(卵サンド)’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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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빵(調理パン)’이란?
그런데 이 ‘소자이빵’은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면서도 식품 분류의 기준이 되지는 못합니다. 개별 베이커리가 아니라 유통 시스템에 등록해 유통할 때는 JICFS분류기준에 등록되어 있는 ‘조리빵(調理パン)’과 ‘카시빵(菓子パン)’ 중에서 제조업자가 임의로 선택해 표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조리빵’이란, 조리한 재료를 속에 넣거나 위에 올린 빵이니, 소자이빵 중 일부는 조리빵으로 표기되겠죠?
'카시빵(菓子パン)'은 무엇?
그러면 '카시빵'은 어떤 빵일까요? '카시(菓子)'란 '과자'라는 뜻. '카시빵'이란 표면에 단맛을 더하거나 단맛이 나는 속재료를 사용해 '과자' 느낌을 강화한 빵을 말합니다. ‘단맛’이 ‘카시빵’을 결정하는 포인트인 것이죠. 대표적인 카시빵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콧페빵(コッペパン)
일본의 독자적인 빵으로 알려진 빵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빵이 물레에서 실을 감는 가락, ‘방추’ 모양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모양은 미국의 핫도그 번즈와도 비슷하지만, 메이지 시대에 미국에서 제빵 기술을 배운 일본인 다나베 겐페(田辺玄平)가 다이쇼 시대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빵입니다. 이름의 어원이 된 프랑스어의 ‘coupé(쿠페)’는 ‘잘린, 절단된’이라는 뜻. 샌드위치용 등으로 빵에 넣은 절개선을 ‘coupe(쿠프)’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절개선을 넣어 다양한 재료를 안에 끼운 빵을 ‘콧페빵’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는 전후 1980년대 이전까지 밥을 대신하는 주식으로 콧페빵이 배식되어 콧페빵의 위상이 남다릅니다. 밥을 짓고 보관하고 운반하고 식후에 식기를 씻어야 하는 밥에 비해 품이 덜 들었던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고.
카시빵(과자빵)으로 분류된 콧페빵으로는 ‘앙과 버터(餡とバター)’ 콧페빵이 유명합니다. 같은 콧페빵이라도 고로케나 야키소바 등을 넣은 콧페빵은 위에 소개한 ‘소자이빵’으로 분류한다는 것도 알아두세요~
[참고] 고메다 커피(コメダ珈琲)에서는 콧페빵 전문점인 ‘야와라카시로콧페(やわらかシロコッペ)’도 운영중이니 다양한 콧페빵을 맛보고 싶은 분들은 찾아봐도 좋을 듯합니다. https://www.komeda-shirocoppe.jp/
아게빵(揚げパン)
콧뻬빵을 기름에 튀긴 뒤 설탕, 시나몬, 키나코(きな粉; 콩가루), 코코아파우더 등으로 맛을 낸 빵입니다. 2020년 7월 LINE에서 15~59세 남녀 5252명을 대상으로 <초등중학교 시절 좋아했던 급식 메뉴>를 물은 조사에서 ‘아게빵’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버터슈가토스트(バターシュガートースト)
단맛이 적은 마가린을 바른 뒤 슈거파우더를 뿌린 토스트입니다. ‘이기리스 토스트(イギリストースト; 잉글리시 토스트)’라고도 합니다.
-부도빵(ぶどうパン): 반죽에 건포도를 넣은 빵. ‘레즌빵(レーズンパン)’이라고도 함.
-메론빵
-앙빵(팥빵)
-쟈무빵(ジャムパン): 잼빵
-시나몬롤
-크림빵
-초콜렛빵
-코로네(コロネ): 소라빵
-피낫츠빵: 땅콩크림빵
*2020년 8월 18일 リサーチノート <小中学校時代、好きだった給食は?> https://research-platform.line.me/archives/35790866.html
번역하기 어려운 'パン食(빵쇼쿠)'
소자이빵은 빵이지만 든든해서 식사가 될 수 있다.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일본어 표현 중에는 'パン食(빵쇼쿠)'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빵식', '빵 식사'의 뜻이죠.
일본에서는 병원에 입원한다고 할 때 환자식을 'ご飯食(고항쇼쿠)'와 'パン食(빵쇼쿠)' 중에 고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인들도 이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정확할지 고민하며 서로 의견을 구하기도 하는데요. 물론 'Rice', 'Bread'라고 표현하고 체크를 하게 하면 문제가 없긴 하지만, 이 Bread라는 것이 꼭 토스트빵이 아니라 일본 반찬을 속재료를 사용한 소자이빵이 되는 경우가 많아 'Bread'라는 표현만으로는 오해를 살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죠.
일본에서 ‘빵쇼쿠’의 개념은 급식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전후 한동안 ‘콧페빵’이 밥을 대신해 급식의 주식이었기 때문에 ‘빵은 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도 배경으로 알아두면 좋을 듯합니다. ‘고항쇼쿠’를 메인으로 하는 요즘에도 주 1~2회는 빵쇼쿠가 나오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예전엔 빵쇼쿠=콧페빵이었지만, 요즘은 롤빵, 식빵, 크로와상 등 다양한 빵들이 번갈아 나온다네요~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편의점에 촌스러운 느낌의 ‘콧페빵’이 왜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지 이해가 됩니다. 급식으로 콧페빵을 먹었던 세대들에게는 ‘나츠카시(懐かしい)~’한 빵인 것이죠.
최근 일본에서 자주 보는 ‘全粒粉(젠료훈)’ 빵이란?
빵은 물론, 파스타, 쿠키 등의 재료로도 자주 접하게 되는 ‘全粒粉(젠료훈)’. 한국어로는 ‘전립분’에 해당합니다. 밀의 껍질을 분리하지 않고 밀알 전체를 간 것을 의미를 가진 말인데요. 껍질을 벗기고 간 밀가루(小麦粉; 코무기코)는 흰색이지만 껍질째 간 젠료훈은 연한 갈색. 빵을 만들기에는 밀가루보다 좋지 않음에도 뛰어난 영양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습니다. 향과 단단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매력을 느끼지만, 밀가루 빵의 쫄깃쫄깃한 ‘모치모치칸(もちもち感)’을 좋아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일본에서는 빵의 식감 중 ‘모치모치칸’을 매우 중시하는 만큼 젠료훈에 대한 저항감도 크다는 것도 예상되는데요. 그래서 두 가루를 섞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일본풍 소자이빵(和風総菜パン; 와후소자이빵)
‘빵이 밥이 될까?’ 생각했던 메이지시대에. 든든한 소자이(부식)를 더한 빵으로 빵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하면서 시작된 ‘소자이빵’. 그러던 것이 ‘급식으로 밥 대신 빵’이 나온 쇼와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에서는 이제 ‘빵은 밥이 된다’는 인식은 충분히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말이 생겨나 쓰이고 있습니다 ‘和風総菜パン(와후소자이빵)’. ‘소자이빵’ 자체가 이미 ‘일본풍’인 것 같은데 거기에 다시 ‘和風(와후)’라는 단어를 붙인 표현. 서양에서 유래한 빵에 적극적으로 일본의 맛을 더해가는 식으로 ‘소자이빵’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카레나 고로케 같은 ‘서양풍’ 소자이뿐 아니라 야키소바, 가라아게부터 벤토의 단골 반찬인 킨피라고보(きんぴらごぼう; 우엉과 당근을 채썰어 기름, 간장, 설탕 등으로 볶은 것)’, 히지키(ひじき; ‘히지키(톳)’을 당근, 유부, 곤약 등과 함께 다시국물, 간장, 설탕에 조린 반찬) 등의 ‘ザ・日本(자니혼; the japan)’ 소자이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러한 ‘와후소자이빵’들과 또 다른 노선으로, ‘포카차’ 빵을 사용한 ’포카차피자빵(フォカッチャピザパン)’ 등 서양풍 소자이빵들도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맛있는 빵과 함께 ‘신기한 빵’도 계속해서 발견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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